2019/11/15 02:16

로마와 팔레르모 해외여행

1.

여름 휴가를 미루고 미뤄 11월에야 썼으니 그동안 일하느라 지친 나에게 그에 따른 보상을 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웠다.

* 휴가 계획 : 어디 가지?

1) 이미 잘 아는 곳. 무엇을 할 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곳. 그래도 늘 새롭고 따분하지 않을 곳. 이미 내 취향인 게 검증된 곳.

2) 새로운 곳. 잘 모르는 곳. 아직 한 번도 가지 않은 곳.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거기서 무얼 할지 잘 모르겠는 곳.

익숙함과 새로움이라는 고전적인 내적 갈등 끝에, 많은 후보군을 제치고 최종적으로 나온 여행 계획은

"로마 - 팔레르모 - 로마"

였다.





2.

로마는 두 번의 방문으로 그나마 익숙하나 아직도 구석구석 궁금한 데가 많은 매력적인 이탈리아의 수도고, 팔레르모는 가본 적 없어서 생소한 데다가 이탈리아 본토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시칠리아의 주도다. 그러니 이 계획은 익숙함도 새로움도 모두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직장인의 여름 (11월이지만) 휴가라는 건 주말을 합쳐도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불과했고, 나는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을 만들어야만 했다.

1일차 : 인천-로마행, 저녁 로마 도착
2일차 : 오전 로마 관광, 오후 팔레르모 도착
3일차 : 팔레르모 관광(체팔루)
4일차 : 팔레르모 관광(몬레알레), 저녁 로마 도착
5일차 : 오후까지 로마 관광, 로마-인천행

짜놓고 미쳤나 싶어서 두 도시 중 한 군데를 쿨하게 포기하자고 몇 번이나 자신을 설득했으나, 이 멍청이는 로마도 팔레르모도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저를 stupid enat, snat이라고 부르셔도 좋다.

...그리하야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snat은 피로와 추위에 못이겨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테라플루를 비롯한 각종 감기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밀린 회사일을 처리하다가 오늘에서야 전기장판 위에서 핸드폰으로 포스팅을 작성하게 된 것이었다...





3.

기력이 쇠해서 도저히 노트북에 앉을 힘이 나질 않으니, 누워서 핸드폰 사진이라도 올리며 이탈리아에서의 여행... 추억... 강행군... 극기훈련... 스피드 관광... 따위를 떠올려본다.

말을 저렇게 하긴 했는데, 사실 여행 다니는 중엔 뭔가 미션 수행하는 기분도 들고 순간의 여유도 즐기고 나름 재밌었다. 체력만 충분했다면 완벽했을텐데. 체력... 아아... 콜록콜록.



1) 로마




이른 아침의 판테온 사진으로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별로 없고 물만 졸졸 흐른다.





판테온 근처엔 유명한 카페들이 많아 모닝커피 하기에 좋다.

타짜도르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산 에우스타키오에서 모나첼라Monachella 한 잔. 사진은 모나첼라.





이건 로마에 도착한 당일 밤에 보러 온 콜로세움.

콜로세움 주변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만 밤엔 한적하니 야경 구경하기에 좋다. 경찰이 곳곳에서 순찰 중이라 안전하기도 하고.





숙소 근처에 있던 젤라또 가게 라 로마나. 프랜차이저인 듯. 직원들도 친절하고 생크림도 얹어주고 넘나 좋은 가게였다.

피스타치오와 생크림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젤라또는 역시 피스타치오지.





오드리 헵번이 타고 다녔던 베스파가 있길래 한 장.





로마를 둘러보는 한나절 동안 날씨가 다채로웠는데, 맑았다가 장대비 왔다가 무지개 떴다가 흐렸다가 이슬비 왔다가 빛났다가 했다...

11월의 로마의 날씨는 변덕스러우니 우산을 꼭 챙기세요.





비 그친 스페인 계단.

여기서 무지개를 봤다. 무지개 사진은 안예쁘게 나와서 안올림. 나중에 노트북으로 옮겨서 포토샵으로 만져봐야지.





스페인 계단에서 좀만 걸으면 보르게제 공원이다. 입구에 자전거 대여점이 꽤 있길래 하나 빌려 탔다.

자전거 빌리는데 1시간에 5유로. 신분증 맡기라길래 한국 민증 맡기고 탔다. 처음에 여권 꺼냈더니 가게 주인이 잃어버리면 어떡하냐고 딴 거 달라고 사정해서(?) 민증을 줬다.

참고로 요새 우버 전기 자전거가 로마 시내 곳곳에 보이긴 하던데 앱 깔고 타는 법 숙지하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 나는 전기 자전거도 무서워하는 쫄보라 (페달 안밟았는데 막 앞으로 나가는 그게 무섭더라) 걍 일반 자전거 빌려서 탔다.

자전거로 둘러본 보르게제 공원은 아름다웠다. 비 온 뒤라 흙탕물이 옷에 잔뜩 튀기긴 했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허벅지에 멍이 들긴 했지만 타길 잘했다. 반어법 아니고 진짜 타길 잘했다. 그 청량한 공기와 평온한 분위기가 아직도 느껴진다.





보르게제에서 실컷 자전거 타고 반납한 뒤 포폴로 광장 쪽으로 걸어왔다.





정오의 포폴로 광장.

자전거 타서 노곤한 몸으로 내려갔더니 광장엔 비누방울이 잔뜩 날라다니고 있었고, 12시를 알리는 종은 또 마침 뎅그렁 뎅그렁 울리기 시작했고, 저쪽 하늘에서 새들은 무리를 지어 날아다녔고, 태양은 옅은 구름 뒤에서 완벽한 조명이 되어주고 있었다. 종이 울리는 그 몇십 초 동안 잠깐 황홀경에 빠졌다.





포폴로 광장의 분수 옆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슬슬 팔레르모로 떠날 시간이다.





숙소가 피라미드 역 근처(콜로세오에서 2 정거장)라서 자주 본 쪼매난 피라미드.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짐 챙겨서 공항으로 가야하다니 애석해하며 로마를 떠났다.





한나절 동안 로마를 즐기다가 팔레르모로 가는 라이안 에어를 타러 피우미치노 공항에 왔다.

사진은 라운지에서 쳐묵하는 사진.




2) 팔레르모




팔레르모에서 숙소 체크인한 뒤 저녁 먹으려고 어슬렁거리다가 아무데나 들어왔는데 윷놀이에서 모모모 나온 짜릿함을 느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가 이탈리아 최고 맛집이라니.

C4NTI라는 가게였는데 여기 음식 진짜 최고였다. 팔레르모에서 먹은 음식, 아니 여태까지 이탈리아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내가 당시에 좀 굶어있기도 했는데 아니 아냐 이건 맛이 진짜 맛있는 거였다.

내가 다시 시칠리아를 간다면 아마 이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할 것 같다.  그래, 다음 시칠리아 여행은 이곳의 전메뉴 제패로 시작하고 싶다.





여기는 숙소. 산 도메니코 광장 앞의 아파트를 빌려 썼다. 거실 화장실 주방 딸린 방 두개짜리 넓직한 아파트를 통째로 빌려주더라. 혼자 쾌적하게 잘 썼는데 친구들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구나 싶었다.

청결하지, 위치좋지, 인테리어 훌륭하지, 테라스뷰 볼만하지, 주방도구 다 있지, 주인 아줌마 친절하지... 이곳 역시 다시 시칠리아 여행을 간다면 제일 먼저 숙소로 잡을 예정.





팔레르모의 거리.

창문에 커텐 대신 천막(?)같은 약간 우악스러운 천을 걸어놓던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침장 구경하려고 왔다가 본 나무 상자 모음.





카포 시장 근처의 거리.

그러고보니 시칠리아가 이탈리아 본토랑 느낌이 많이 다르단 소리를 들었었는데, 진짜 그렇더라.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남아메리카 사이의 어딘가 느낌이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쓸 기회가 있겠지.





다양한 양식이 혼합된 팔레르모 대성당.





대성당 전체 사진. 파노라마가 도와줬다.

요 광장 바로 옆에 학교가 있어서 등하교시간 대성당 앞 광장엔 늘 학생들로 붐빈다. 무서운 마피아 일찌니들 있을까봐 눈 깔고 다님





시칠리아의 대표 간식이라는 카놀리. 달달한 크림치즈가 튀긴 도우 속을 채우고 있다.

맛있긴 했는데, 빈 속에 먹어서 좀 느끼했다. 다음엔 제대로 후식으로 먹어봐야지.





숙소 주방.





어느 날 아침은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요래 《프로슈토 토마토 트러플 샐러드》란 걸 해먹었다. 그냥 봉지에 든 샐러드 1유로 짜리에 방울 토마토 잘라 넣고 프로슈토 찢어 넣은 뒤 후추/소금/트러플 페이스트를 넣고 비빈 것.

...내가 했지만 짱 맛있었다.





팔레르모 구시가지의 콰트로 칸티.





팔레르모엔 유난히 거리를 돌아댕기는 큰 댕댕이들이 많았다. 주인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계속 배회한다...





높은 야자수와 단풍 든 플라타너스가 혼재하는 이곳은 11월의 팔레르모.





이건 몬레알레 버스 타러 갈 때 찍은 거리 사진.





이쁘길래 확대해서 한 장 더.





팔레르모 중심가인 맛시모 시어터 주변의 식당가. 이 거리의 저렴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카포 시장. 팔레르모에 더 오래 머물렀다면 시장에서 식재료 사다가 요리해 먹었을텐데.





오렌지 쥬스나 사먹고 말았다.





바다로 가는 길. 예쁜 학생 커플이 내 앞을 지나갔다.





해안 도로에서 본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바다는 파랗고





하늘은 눈부시다.

이 날이 팔레르모 마지막 날, 아마 비행기 타러 가기 직전일 거다. 바다 앞에 누울 수 있는 벤치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푹 쉴 수 있었다.





팔레르모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안녕 팔레르모!




3) 체팔루




팔레르모 머물면서 오후에 시간내서 다녀온 체팔루다.

사진은 전망대라 할 수 있는 마을 뒤의 바위산 라 로까에서.





라 로까에서 바라본 체팔루 구시가지는 최고였다. 기대하지 않은 상태로 이런 뷰를 마주하니 좀 감동이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라 로까는 성벽 따라 걷는 길이 최고다. 갈림길에서 캐슬 방향으로 오르지 말고 고고학 사이트 쪽으로 빠져서 성벽으로 가시라. 최고의 뷰를 볼 수 있다. 구글맵에 한글로 리뷰글 남겨준 분들 덕분에 좋은 팁을 얻었다. 다들 구글맵 체크하고 가세요.

이거 의외로 외국인 여행자들은 잘 모르더라. 입구에선 사람 꽤 있었는데 다들 캐슬 쪽으로 간 덕분에 고고학 사이트 쪽 성벽 쪽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풍경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라 로까에서 구시가지로 내려옴





이탈리아 느낌 물씬.





방파제로 가는 길.

체팔루는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꼭 다시 한 번 방문하고픈 마을이었다. 재방문시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룻밤 머물고 싶다.





레스토랑에서 추천 받아 먹었는데 음식은 걍 평타였음. 관광지 음식이겠거니 하고 먹었다.





여기가 그 레스토랑 내부. 나는 바다 바로 옆 테라스에서 먹었다. 파도치는 뷰가 좋아서 만족.





테라스 말고 진짜 바다를 보러 왔다.





방파제 구석구석 왤케 이쁨.





날씨만 좀 더 따뜻했다면 바다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거나 했을텐데 그러기엔 바람이 세고 추웠다. 아쉬운 11월의 체팔루. 여름에 다시 와야지.





아까 올랐던 바위산이 보인다.





삼각대가 있었다면 난 저기서 포즈 잡고 열컷 이상은 남겼을 것이다.





그 대신 소심한 브이.





나만큼 소심한 고양이랑 바다.  





체팔루 대성당과 뒷배경 라 로까.

나이스 타이밍 갈매기.





대성당이 아니라 무슨 요새 같다.

대성당 앞 광장에서 젤라또 사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랬음. 관광지라 음식도 후식도 그저 그런 건가? 다음엔 맛있는 식당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번엔 이 정도로만.

안녕 체팔루!




4) 몬레알레




팔레르모 머물면서 반나절 정도 투자해서 다녀온 몬레알레.

고지대에 있어서 뷰가 좋다.





몬레알레에 온 건 엄청 유명하다는 몬레알레 대성당을 보기 위해서다.





대성당 주변에 형성된 소박한 마을도 볼 만 하다. 아씨시가 떠올랐음.





대성당 회랑. 여긴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정원이 무쟈게 예뻐서 걍 돈 내고 들어왔다.

이곳을 걷다보면 '여기가 카톨릭 교구의 회랑이라고?'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살짝 알함브라 궁전이 떠오르는 포인트도 있다.





대성당 내부는 무료.

황금 모자이크로 성경의 구약과 신약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넓은 천장에 그려져있다. 표현이 사실적이기도 하고,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게 예뻐서 하나하나 보고 왔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세게 불던 몬레알레.

여기도 오길 잘했다.





몬레알레에서 내려다보이는 팔레르모 시내와 바다. 뷰가 대성당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여기도 또 오고 싶은 걸. 그럼 안녕, 몬레알레.




5) 다시 로마




팔레르모에서 돌아온 로마 마지막 날은 편하게 쉬려고 공항 힐튼에서 머물렀다. 근데 비추한다. 힐튼 이름 박아놓고 시설과 서비스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별로였다...

짐 공항에 맡기고 (피우미치노 T3 끄트머리에 짐 보관소 있다) 마지막 로마 시내를 둘러 보기 위해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타고 테르미니 역으로 나갔다.

시간은 부족하고 로마는 넓으며 걷기는 싫다. 테르미니 역 근처에서 자전거 빌려주길래 자전거 타고 돌아다녔다. 이 날 자전거 타고 둘러본 로마는 진짜 즐거웠는데, 나중에 노트북 앞에 앉을 체력이 되면 그 날의 일을 쭉 기록해볼 생각이다.

아래론 간단히 사진만.





모닝 커피 마시려고 타짜도르 갔다가 팔레르모 가기 전에 만났던 직원이 있길래, 너 기억한다고 말 걸었더니 고맙다고 초콜릿 줬다.

초코 서비스라니 땡큐해! 당 떨어질 때 먹었다. 냠냠.





점심 먹으러 '칸티나 에 쿠치나'에 갔다. 1년 전 로마에서 만났던 일행들과 함께 갔던 나보나  광장 근처의 식당인데, 맛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해서 재방문했다.

여기선 한 웨이트리스가 유난히 살갑게 굴어서 즐거웠다. 마지막 날이라고 로마가 친절하게 해주네. 고마워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엘 들렀다. 나도 비싼 화장품으로 내 형편에 맞지 않는 허영을 누려보고 싶다. 거금을 들여 토너, 크림, 향수 2개를 구입했다.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 카드값 보고 입맛을 쩝쩝 다셨지만... 여튼 화장품은 잘 쓰고 있다. 쩝.





바티칸 근처의 젤라또 가게에 들렀다. 젤라또 사먹었는데 걍 평범했다.

옆의 자전거는 내 자전거.





베네치아 광장 앞의 쪼꼬미 분수에서 손 닦으며 한 컷. 자전거가 이뻐서 찍은 거다.





접니다.

저래 노란 후드(로마 유니버서티라고 써있다... 그래서 누가 나한테 로마 대학생이냐고 물었닼ㅋㅋ) 입고 입 헤죽 벌린 채 로마 시내를 자전거로 누비다가, 시간 됐길래 반납하고 공항 가서 비행기 탔다.

안녕 로마! 또 올게!





4.

...사진만 몇 장 간단히 올리고 근황 정리 느낌으로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하다보니 또 길어졌다. 자기 전에 잠깐 쓰려던 게 새벽 2시가 넘어갔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감기몸살만 떨어지면 노트북 앞에서 진득하게 써봐야겠다.

아... 내일 중요한 미팅 있는데...

테라플루 먹고 얼른 자자... 콜록콜록...



2019/11/05 12:29

로마에 갑니다 실시간 여행중

로마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래는 여름 휴가인데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11월에 사용했다. 지금은 사람들 탑승 기다리는 중. 12시간 버티기 위해 넷플릭스 드라마 다운 받아놨다. 이륙하면 넷플릭스 달려야지.

1) 남친이 데려다줘서 공항에 편히 왔다. 자기 이야기 블로그에 안쓴다고 삐쳐서 지금 쓴다. 고마워 달새야!

2) 마티나 동편 라운지에서 밥 먹고 왔다. 마티나 동은 자리는 핵 구린데 음식은 맛있다. 배터지게 먹음. 지금도 배불러. 기내식이 두렵다.

3) 여행 전에 피부가 뒤집어져서 뭘 사나 고민하다가 면세점에서 키엘 진정마스크를 샀다. 이따 숙소가서 써봐야지. 피부야 진정해 ㅠ

4) 3*3*3 보잉 777이 꽉 차서 간다. 다들 왤케 로마 좋아해? 이 계절에 무슨 로마야? 평일에 11월이라 널럴하게 갈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5) 왠지 출발할 것 같다. 그럼 잘 다녀올게요!

2019/10/16 19:14

방콕 주말여행 (4) 크루아 압손, 짜뚜짝, 람부뜨리 거리 └ 방콕 주말여행 (2019)

1. 점심 식사

숙소로 돌아와, 재정비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요새는 여행 중간중간에 숙소에서 쉬질 않으면 몸이 많이 힘들다. 옛날엔 하루종일 열몇시간이고 내리 걸어다녀도 멀쩡했는데, 요새 그러면 허리가 가빠오고 어깨가 뭉쳐온다. 나름 체력 바보였는데, 왜 이렇게... 운동 부족이다... 운동을 하자!

간신히 자리에 앉아 밀린 여행기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다간 방콕 여행기를 영영 기록하지 못할 것 같으니 생각을 끊고 다시 방콕으로 돌아간다!

하여간 점심!

샤워를 하고 숙소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구글링으로 정한 음식점엘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가까워서 걸어가기로 했다.




방콕을 누비는 운동부족 enat.

복장은 작년 가을 다낭에서 샀던 무지 저렴한 나시티(반바지랑 한 세트라서 잘 입으면 점프수트처럼 보인다)인데, 동남아 기후에 최적화 된 옷이라 더운 여름 국내 여행이나 동남아 여행 갈 때 필수로 챙기는 옷이다.

그냥 그거 자랑하려고 사진 올림.




얼마 안가서 점심 먹을 음식점 도착!

식당 이름은 크루아 압손(Krua Apsorn, 169 Dinso Rd, บวรนิเวศ, Phra Nakhon, Bangkok 10200)이었다. 입구는 작아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홀도 꽤 넓고 손님도 많았다. 점심시간보다 살짝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이렇다니 정말 유명한 맛집이긴 한가보다. 나도 칭찬 일색인 구글평이랑 블로그 후기글을 보고 왔으니. 




자리에 앉자마자 맥주를 달라고 했다.

서빙을 받는 직원은 내 이야기를 듣곤 시계를 확인하더니 헐레벌떡 어딘가로 달려갔다. 뭐야? 서빙 받다말고 어딜 가는거야? 아리송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자 직원이 맥주병과 컵을 들고 달려와 건네줬다. 왜 그러냐고 묻자, 맥주는 2시부터 5시 사이엔 팔 수 없는데, 지금이 딱 2시길래 아슬아슬하게 맥주를 꺼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엄청 친절하잖아... 팁 많이 줘야겠다. 나는 고마워하며 맥주를 받고, 주문을 마무리 했다.




사실 태국 맥주가 맛있는 건 잘 모르겠다. 그냥 싸니까 먹는다.

근데 여기 크루아 압손에서 먹은 맥주는 환상이었다. 술이란 놈은 기분을 타는 매우 주관적이고 유동적인 음식인지라, 아슬아슬하게 먹을 수 있게 되어 기쁜 탓이었을 게다. 게다가 곁들여 먹은 음식이 훌륭했으니, 더할 나위 없었을 거고. 

음식, 그래, 음식이 매우 훌륭했다.

사진 속 음식은 게살이 잘 발라진 뿌팟퐁 커리다. 가격이 꽤 비싸서 시킬까 말까 잠깐 고민했으나 후기글 반응으로 보아 왠지 이게 이곳의 시그니처 같은 느낌이라 시켜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킨 거였는데 안시켰으면 큰일날 뻔했다. 일기장에는 이렇게 써있다.

크루아 압손 뿌팟퐁 커리 → 와 미쳤다 존맛탱 이걸 어케 나 혼자 먹음 지대 맛있음!!!!!

쩝.

표현이 저렴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음이 강조되는 문장이다. 하여간 진짜 맛있었다. 밥 한 숟갈에 달달하고 고소한 양념과 게살을 살살 비벼서 한 입 넣었더니 입안에서 천국이 펼쳐졌다. 가족이나 친구들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그런 맛이었다. 이걸 나 혼자 먹다니. 아까워라.




뿌팟퐁 커리만 시키기 아까워서 똠양꿍도 시켰다.

똠양꿍은 그 특유의 시큼함과 허브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지만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모든 뜨거운 국물을 사랑하며 똠양꿍도 예외에 속하진 않는다.  

똠양꿍의 얼큰시큼함과 뿌팟퐁 커리의 달콤고소함이 번갈아가며 혀를 덮쳐왔다. 얼달얼달 시고시고라니 이건 절대 멈출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수저를 움직였다.




적게 먹는 여자 둘 정도가 먹기에 괜찮을 양이었고 나는 적게 먹는 여자 하나에 불과했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 비웠다. 이걸 남기면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 땅을 치며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런 느낌으로 열심히 먹었다.

가격은 팁 합쳐서 대충 800바트 정도였던 것 같다... 왜 일기장에 가격을 안썼지? 대충 그 정도로 기억.

이제 이번 여행에서 태국 음식, 특히 뿌팟퐁 커리에 별 미련은 없다. 완벽하게 만족했다.





2. 짜뚜짝 주말시장

배가 부르니 좀 걷고 싶어졌다. 마침 주말이니 그 유명한 짜뚜짝 주말시장이란 곳엘 가봐야겠다. 크루아 압손에서 택시를 타고 (100바트 정도) 짜뚜짝 주말시장으로 이동했다.

짜뚜짝 주말시장(Chatuchak Weekend Market, Kamphaeng Phet 2 Rd, Chatuchak, Bangkok 10900)은 소위 말하는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혼돈의 재래시장으로, 부평 지하상가 뺨치는 복잡한 길과 매장을 자랑하는 곳이다. 방콕에서 규모가 제일 큰 시장이며, 주말에만 여는 점포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주말시장이라 칭한다.




안에 들어가서 한참을 누볐다. 볼만한 것도 많고, 쇼핑할 만한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다.

조금 아쉬운 건 이미 꽉 찬 위장과 내 체력, 그리고 가방이었다. 배가 불러서 뭔가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았고, 옷을 입어보며 고르기엔 체력이 후달렸고, 물건을 구입한 뒤 짐을 넣을 배낭이 없어 손목과 팔뚝에 비닐을 걸고 다녔더니 팔이 저릿저릿했다. 여행자의 상태가 영 좋질 않군. 

아래로는 그 아쉬운 상태로 구입한 물품 목록.


- 과일쥬스 (20바트) : 목말라서 구입한 열대과일쥬스.

- 과일쥬스2 (20바트) : 목말라서 구입한 열대과일쥬스2.

- 가죽 손목시계 (60바트) : 시차 때문에 원래 차고 있던 시계의 시간을 바꾸기 귀찮아서 시계 하나 삼. 저렴한데 이뻤음.

- 점프수트 (100바트) : 퍼런 바탕에 요상한 무늬가 그려진 점프수트. 나중에 숙소가서 입어보니 옷은 이쁜데 배가 볼록 나와서 슬펐음. 엉엉.

- 수영복 (250바트) : 이번에 수영복 안가져왔는데 호텔에 수영장이 있다길래 삼. 수영복 고르려고 꽤 오래 돌아다니다가 야시시한 블랙 비키니로 고름.

- 선물용 야돔 (130바트) : 코가 뻥 뚫리는 야돔. 발음 잘못하면 오해삼.


생각보다 얼마 안샀다. 아마 내가 좀만 더 멀쩡한 상태로 짐 가방만 제대로 챙겨갔다면 아마 옷은 3벌 정도 더 사고 선물용 물품도 3품목 정도 더 사고 방에 장식할 전통 악기라던가 그림 그릴 노트 따위도 같이 샀을 거다. 노점 음식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몸이 좀 지치는 것 같아 시장 내에 있는 발마사지 샵을 들리려고 했는데, 돌아다니며 '나중에 저기 가야지!' 하고 찍어둔 샵을 찾질 못해서 (길이 무지 복잡하단 말이다!) 결국 못가고 말았다. 아쉬워라.

짜뚜짝 주말시장은 다음에 쇼핑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다시 가고 싶다. 아쉬운 게 많군.





3. 수영장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오기 전에 그랩 까는 걸 까먹어서 택시를 잡아 탔는데, 하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네고하려는 택시들이 많아 애 좀 먹었다. 택시를 세 대 정도 보내고, 간신히 미터기 있는 택시를 골랐다. 차내에 틀어놓은 "허어~~~ 허어어~~~" 하는 음악이 인상적인 택시였다. 태국 전통가요인가? 뭔가 아리랑 같은 느낌이었음.

택시 : 어디?
나 : 왓 차나 송크란!


그랩도 없는데 숙소가 명소 앞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숙소 이름 말하고 근처에 뭐 있는지 알려주고 지도 보여주고 주소 읊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할 뻔 했다. 방콕 어디에 있든 송크란 사원만 부르면 숙소까지 갈 수 있단 건 크나큰 메리트다.




숙소에 돌아왔더니 이미 어둑해진 뒤였다.

저녁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체크인 할 때 들었던 '호텔 옥상의 수영장'이 떠올랐다. 루프탑 수영장이라니 완전 땡큐하다! 그것 때문에 짜뚜짝에서 제법 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수영복을 골랐는데, 물놀이 좀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 물에서 노는 건 생각보다 빨리 허기가 지니까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다.

수영복을 입고, 쉽게 벗을 수 있는 원피스를 겹쳐입었다. 좋아, 완벽한 상태야. 이제 화장만 예쁘장하게 하면 되겠다. 나는 제법 공을 들여 메이크업을 한 뒤, 셀카를 한참 찍다가 위로 올라갔다.




옥상 수영장 도착!

아무도 없었다. 혼자 수영 즐길 걸 상상하고 히죽거리며 풀까지 갔다. 이 호텔, 이 가격에 수영장까지 있다니 자선사업하냐! 아침에 충동적으로 바꾼 숙소지만 정말 좋은 것 같다. 이런 곳을 고른 나 자신을 치하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

어 그런데 수영장의 상태가...?

이 빗물 저장소 같은 웅덩이는 대체 뭐지...?

나는 분명 다른 곳에 제대로 된 수영장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이게 다였다. 이 작디 작은 웅덩이가 바로 이 호텔이 자랑하는 루프탑 수영장이었다. 물이라도 깨끗하면 몰라, 장구벌레가 살 것만 같은 탁한 물색이었다.

짜뚜짝에서 한참 동안 수영복을 고심하며 고르고 숙소로 돌아와 화장까지 새로 해서 나온 나는 대체...

나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 가격에 루프탑까지 바란 내가 잘못이란 생각을 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안녕, 새로 산 깜장 비키니 수영복아. 그렇잖아도 집에 수영복 많은데 너 괜히 샀구나. 흑흑.





4. 저녁 식사

물웅덩이 수영장에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리고, 주변 음식점을 좀 검색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마음을 추스리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 하늘은 아까보다 훨씬 더 어두워져 있었다. 야외 홀 위로는 전구에 불이 켜졌고 무대에선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 호텔의 야외 홀 분위기는 진짜 좋단 말이지. 수영장과는 다르게 말야.

분위기와 음악 소리에 취해 그냥 저녁을 여기서 먹을까 하다가, 아까 방에서 찾아봤던 음식점이 아까워서 거길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아까 낮의 '크루아 압손'처럼 블로그 후기가 많은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방콕의 밤거리.

방콕의 밤거리하면 떠오르는 곳은 당연히 카오산 로드지만, 사실 나는 거기서 한 블럭 위인 람부뜨리 거리를 주로 다녔다. 람부뜨리 거리는 카오산 로드에 비해서 조금 덜 요란하며, 조금 더 아기자기한 느낌의 거리다. (대충 10년 전 홍대 앞 거리와 뒤쪽 상수동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분위기가 닮았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의 갭이 닮았다는 거다. 그나저나 잘 아는 밤거리가 10년 전 홍대라는 것으로 나이를 인증해땅...)




람부뜨리 거리에 위치한 우텅(Au thong, 78 Ramburi Taladyod Pranakron, Bangkok)이 오늘 저녁을 책임져 줄 음식점이다.

이 식당은 한국인들이 엄청 찾는 곳이라 아예 간판도 한국어라 한다. 위치는 람부뜨리 거리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좀 어둑하다. 북적북적하고 반짝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히죽거리며 다니다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캄캄해지고 조용해져서 조금 흥이 깨졌다.

잠깐 고민했다. 그냥 밖으로 다시 나가서 다른 음식점엘 갈까? 아무리 후기글이 많다고 해도 여기는 조금...

근데 그 사이에 웨이터가 나를 봤다. 웨이터는 어서 오라며 문을 열었다.

어... 다시 돌아서기도 좀 그렇고... 그냥 가볼까.




첫인상은 나름 앤틱하고 신비로웠다. 조명과 소품이 특이했다.




홀에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한 테이블 있었는데 내가 오자마자 계산을 하고 나갔다. 그래서 나뿐이었다.

혼자 자리에 앉아 주변을 좀 둘러봤다. 테이블과 바닥의 상태가 영 깨끗하질 않다. 청소를 잘 안하나? 게다가 아까부터 이 침침하고 어둑한 조명이란... 뭔가 SF 영화에서 외계인 침공을 받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황폐해진 미래 지구를 떠돌던 주인공이 자주가는 지하의 펍 같은 느낌이었다. 계속 앉아있었더니 이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나는 심오한 SF보다는 발랄한 코미디 여행물을 찍고 싶은데. 역시 나갈까?

근데 또 그 사이에 웨이터가 메뉴를 가져다줬다. 메뉴는 한국어였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음... 그래 뭐 자리까지 앉았는 걸. 조금이라도 먹고 가야겠다.

가볍게 먹기 위해 팟타이와 솜땀을 시켰다.




팟타이(100바트)와 솜땀(80바트).

팟타이 면의 식감은 무난했으나, 양념이 너무 달았다. 면을 제외한 다른 재료는 프랩해놓은지 오래된 건지 수분이 많이 날라가거나 숨이 죽어있었다. 솜땀은 무채 김치 같은 음식이었는데, 메인이 그냥 그렇다보니 곁들인 솜땀도 그냥 그랬다.

젓가락으로 대충 휘적거리며 먹다가 계산하고 나왔다. 분명 직감이 제공한 '돌아설 수 있는 2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쳤군. 앞으로는 후기글보다도 내 직감을 더 믿어줘야겠다.





5. 마트 구경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주변에 있던 중형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에서 물건을 보고 쇼오핑을 하면 다시 발랄한 코미디 여행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람부뜨리 거리에서 카오산 로드와 반대방향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마트가 나온다. 이름은 땅화쌩 백화점 수퍼마켓 (172-182 Chakrabongse Rd, Talat Yot, Phra Nakhon, Bangkok 10200).

입구는 동네 편의점 정도로 작아보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형급 마트 정도의 규모다.




마트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을거리, 주전부리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사탕이나 과자 등을 사서 잔뜩 쟁여두면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선물로 뿌리기 좋다. 나는 요런 거 살 때 수를 세지 않고 대강 넉넉하게 사기 때문에 주변에 돌리고도 많이 남는 편인데, 남은 것들을 집에 쌓아두고 하나씩 야금야금 먹는 재미가 있다.

이번엔 여기서 산 사탕이 주변 사람들에게 꽤 호평이었다. 알사탕과 솜사탕 사이의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식감에, 말린 과일이 잘게 박혀있는 느낌의 캔디였는데, 가격은 한 봉지에 몇 백원밖에 하지 않았지만 무지 맛있...었다고 한다. 나는 맛보질 못했다. 워낙 인기가 좋아 다들 한 봉지만 더 달라는 통에 이번엔 남질 않았다. 쩝. 




식료품 코너도 돌아봤다. 태국 요리에 더 익숙해지면 마트에서 재료 사서 요리해먹는 것도 재밌겠다.

요건 애기 옥수수랑 애기 당근.




먹을거리 다음으로 재밌는 쇼핑은 당연히 화장품류.

샴푸를 좀 살까 하고 봤는데 너무 동양적 아로마틱한 제품들이 많아서 관뒀다. 인삼 제품 라인도 있길래 신기해서 찍음.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건지, 여행 온 서양인들이 주로 사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려나?





6. 마사지 샵

마트 돌면서 이것저것 사고 나니까 다리가 아파왔다. 그러고보니 여긴 태국, 타이 마사지의 본고장인데 마사지를 어찌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마트 맞은편의 동네 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가게 이름은 판타스틱 마사지(165 Chakrabongse Rd, Talat Yot, Phra Nakhon, Bangkok 10200)다.

많은 동네 마사지 샵이 그러하듯, 여기도 마사지만 하는 게 아니라 헤어 살롱도 겸하고 있다. 1층은 살롱, 2층은 마사지 샵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야외에는 닥터 피쉬 어항이 있어서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지난 번 하노이에서 받았던 닥터 피쉬 마사지를 떠올리며 부들부들하다가, 직원의 보챔을 받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마사지 가격은 전신 마사지 1시간에 250바트. 250바트면 1만원 정도니까, 한국에 비해선 무지 저렴한 거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방이 나오고, 5개 정도의 매트가 있다. 누워있으면 배정된 직원이 들어와 뭐라뭐라 쏼라거리며 커텐을 치고, 유튜브 앱으로 평온한 음악을 찾아 틀어준다. 처음엔 그 어설픔에 잘못 찾아온 걸까 생각하며 조용히 웃었는데, 마사지가 시작되자 직원의 기술과 손맛, 정성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뭐야, 쩔잖아...

왜 태국이 마사지의 본고장인지 깨닫게 해준, 여행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사지였다. 직원은 내가 준 팁의 금액에 놀라워하며 꺅꺅거리곤, 다른 직원들에게 자랑을 하며 사라졌다. 저렇게 좋아하니 뭔가 팁을 준 보람이 있군. 그 마사지는 내가 준 팁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정말 훌륭한 마사지 숍이야. 





7. 거리의 음식

마사지를 받아 가벼워진 몸으로 람부뜨리 거리를 산책했다.  





동남아에 많이 가보질 못해 비교할 대상이 적긴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다녀왔던 곳들과 비교했을 때 람부뜨리 거리는 베트남의 호이안과 닮아있었다. 그보다는 덜 서정적이고 덜 화려하지만, 색색의 조명과 느긋한 분위기가 어쩐지 호이안과 비슷했다. 

누구랑 같이 왔다면 자리잡고 맥주 한 잔씩 할 텐데. 늘 혼자 다니면서 늘 아쉬워하는 고독한 여행자 enat이당.




고독한 여행자는 당을 채우기 위해 코코넛 아이스크림(50바트)을 사먹었다.

코코넛을 파낸 껍데기에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시럽과 토핑을 올려주는데,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디게 맛있었다. 특히 껍데기 안쪽 부분, 일부러 덜 파낸 가장자리의 코코넛을 긁어내어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게 또 별미였다.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며 걷다가 발견한 튀김가게. 고소한 기름 냄새가 사방에 풍겼다. 고독한 여행자의 야식은 역시 튀김이지.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어야겠다. 50바트어치 샀다.

튀김? 튀김엔 역시 맥주지. 여전히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격이 싸서 좋은 태국 맥주도 샀다. 맥주는 39바트.




튀김집 맞은편에서 팔고 있던 스티키 망고(50바트)도 구입했다.

처음엔 왜 밥과 과일을 같이 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웃으며 반장난에 구입한 거긴 한데, 먹으면 먹을수록 엄청 매력적인 음식이더라. 달다구리하고 끈적끈적한 디저트 쌀과 상큼하고 달큰한 망고의 만남이란. 한국에서 먹는 그 쌀이랑 다른 쌀인데, 망고랑 무지 궁합이 좋다. 태국가서 다시 먹고 싶은 음식 1순위다.




한손엔 튀김, 다른 한손엔 스티키 망고, 겨드랑이엔 맥주.

야식 3종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야외 홀에선 아직도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었다. 모처럼 라이브 음악이 나오는 호텔에서 묵고 있는데, 공연을 보면서 먹어도 괜찮겠지?

근데 야외 홀을 주로 차지하고 있던 자들은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호텔 1층의 식당 손님들이었다. 식당에서 뭔가를 사먹어야지만 여기 앉을 수 있는 건가? 나는 홀 안쪽에 있는 리셉션에 가서 "나 여기 호텔 묵는데, 여기 자리 앉아도 돼? 아니면 식당에서 뭐 사먹어야 돼?"라고 물었고, 호텔 직원은 당연히 앉아도 된다고 자리를 안내해줬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에 음식을 깔고 음악을 감상하는 고독한 여행자 enat.

사실 중간중간 식당 직원들이 눈치를 주거나 메뉴를 보여주려고 하거나 했는데, 리셉션 직원이 주시하며 "이 분은 여기 숙박객이야! 메뉴 안 줘도 돼!"라고 계속 말해주는 통에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리셉션 언니. 체크아웃 할 때 팁 드릴게요.

라이브 음악 속 야식과 함께 방콕의 밤도 내 칼로리도 깊어만 갔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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