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6 00:02

즉흥여행 (5) 불국사를 둘러보다 국내여행

※ 스압주의
※ 이번 편 재미 없어요. 쪼끔 유럽여행기 로마편 같음.




벚꽃을 털어낸 우리들은 곧바로 불국사로 올라가 입구에서 표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거 참, 입장권을 살 때 카드는 안되고 현금만 받는댄다. 음? 물론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테니 입장료 내라면 당연히 낸다. 근데 왜 현금만 가능한거지? 소득을 밝히지 않겠다는 건가? 아무리 단체입장이더라도 예외없이 현금만 받고, 현금영수증도 안해준다던데.

입장료로 돈 잘벌면 그만큼 세금을 떼야지 무슨 지하상가 현금O카드X교환X환불X 만원짜리 옷 사는 느낌을 주냐... 좀 찝찝해서 나중에 집에 와서 인터넷 찾아보니까 종교단체 유적지 운영업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며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가맹점이 아니라 어떤 행정적인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한다. 허허... 그거야... 뭐...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군.





숲과 돌다리를 건너 천왕문으로 가는 길.

아, 참고로 불국사 보러가기 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불국사편"이라도 읽고 가면 좋다. 저 당시 불국사에 대한 지식은 석가탑과 다보탑 밖에 없었는데, 아름답게 짜여진 건축물 자체에 감동을 받아 나중에 집에 와서 책을 조금 뒤적거렸다. 책 읽고 난 뒤에야 찍어온 사진을 보며 "그렇구나!"를 연발하게 됐고, 진작 좀 알아보고 갔다면 더 큰 감동을 받았을텐데 하는 후회도 생기더라.





천왕문 앞에서 대충 불국사가 세워진 시기를 설명해dream.

불국사는 통일신라시대 문화의 꽃을 피운 왕, 경덕왕 때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절이다.

경덕왕은 아버지인 성덕대왕이 확립한 강력한 전제왕권을 이어받아,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여러 건축물을 세우게 된다. 불국사, 석굴암과 석가탑, 다보탑,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성덕대왕신종 등 현재 경주 관광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이 시기에 지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덕왕을 정점으로 통일신라는 하락세에 접어드는데, 대규모 토목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게 하나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천왕문을 따라 길을 따라가다보면 대웅전의 중문인 자하문과 자하문으로 오르는 청운교, 백운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불국사 관광사진 단골배경! 자하문과 청운교, 백운교, 그리고 석축이다.

불국사는 산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내에 있던 평지사찰과 비슷하게 지어졌는데, 산비탈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축대를 쌓아야만 했다. 그 석축이 지금에 와서는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이 되었지만.





불국사는 경덕왕때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아들인 혜공왕때에 이르러서야 완공됐는데, 공사가 오래 걸렸던 건 바로 이 석축 때문이었다.

아래는 자연석을 사용하여 자연스러움을, 위는 다듬은 돌을 사용하여 질서정연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연석과 인공석이 맞닿는 부분, 저 부분이 참 기가 막히다. 보통은 인공석에 맞춰 자연석의 윗부분을 한꺼번에 반듯하게 잘라낼텐데, 불국사의 석축에서는 자연석의 자연미를 죽이지 않기 위해 그 위의 인공석을 자연석에 맞춰 깎아냈다고 한다. 

굳이 저런 번거로운 작업을... 작은 부분에서도 신라시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범영루. 그림자가 뜨는 누각이란 뜻인데...





원래 석축 밑 부분에는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에 누각이 비치는 모습 때문에 범영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불국사 복원공사때 연못까지 복원을 했다면 풍경이 진짜 기가 막혔을텐데.... 지금은 아쉽게도 화단이 조성되어 있다.





대충 이런 느낌이었으려나?





하... 저 축대 좀 보소.

자하문이나 안양문을 이용할수는 없고, 왼쪽으로 돌아가서 극락전부터 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사에 맞춰 축대가 줄어드는 모습이 참 볼만했다.





옆문으로 들어서자마자 건물을 둘러싼 회랑이 눈에 들어왔다. 회랑... 궁에서나 보던 거였는데? 원래 절에도 회랑이 있나? 친구는 과연 세계문화유산이라며 비 안맞고 다닐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지난 여름 오궁(...그러고보니 저번 여름에 둘러봤는데 경복궁만 올리고 다른거 포스팅을 안했네요. 시간나면 해보죠...)을 둘러보며 회랑을 잔뜩 본 나는 의아할 뿐이었다. 무슨 궁궐도 아니고, 왜 회랑이 절에 있는거지?

나중에 집에 와서 책을 찾아보니, 신라시대 불교에는 왕즉불, 왕 이콜 부처인 사상이 강했기 때문에 부처를 모시는 곳이나 왕이 사는 곳이나 똑같이 회랑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절은 시내에 있었기 때문에, 성역인 절과 어수선한 시내의 어떤 구분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권위와 질서를 상징하는 회랑을 중문을 기준으로 배치하여, 신성하고 엄숙한 느낌을 받게 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시내에 있던 절이 산으로 옮겨지면서, 산 자체가 회랑의 역할을 하여 절에서 회랑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하대 신라로 갈수록 선종의 개방성이 강조되면서 꽃과 나무를 심는 등, 절에 회랑은 커녕 정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다만 불국사는 산사와 평지사찰의 경계시기에 지어졌으며 엄격한 교종을 따랐기 때문에, 산에 있지만 평지사찰의 특징을 많이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축대를 세워 평평하게 만들거나 회랑을 만들거나... 등등. 





극락전. 정면 사진은 없다. 뭘 좀 알고 갔으면 찍었을텐데.

극락전 앞 현판 뒤에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도 나와서 유명해진 돼지목상이 있다고 한다. 난.... 몰랐어....





그래서 왜 생뚱맞게 극락전 앞에 황금돼지상이 있는 건지 몰랐음.

나중에 불국사에 가실 분들은 극락전 현판 뒤 돼지상을 꼭 확인해보시길. 전 못봤어요. 즉흥여행은 여행지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 안좋군.





극락전에서 대웅전 지역으로 넘어갔다. 대웅전 왼쪽으로 돌아나갔더니 다보탑이 자체 후광효과를 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보탑.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화려한 탑이다. 왜 이렇게 화려하게 만든걸까?

불교에 관한 지식은 전무했는지라 언제나 궁금했었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했다.

다보불은 부처가 되어 죽은 뒤에 누가 법화경을 제대로 설파하면 그 앞에 탑 모양으로 땅에서 솟아나 잘했다고 찬미할 거라 했단다. 후에 석가여래가 법화경을 이야기하자 우왕ㅋ 하며 칠보로 장식한 장엄한 탑이 땅에서 우뚝 솟아났다고 한다. 그래서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다보불을 상징하는 다보탑과 석가여래를 상징하는 석가탑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이고, 찬미를 위해 솟아난 다보탑은 그렇게나 화려한 것이란다. 묘법연화경의 견보탑품..? 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우왕 처음 듣는 이야기라 신기신기.





다보탑과 대웅전도 함께 찍어봤다. 찰칵.





불국사 대웅전.

문살이 예뻐서 문을 찍으려는데 안에 계시던 분이 사진을 찍지 말라며 일갈을 하셨다. 허허... 진짜 깜짝 놀람. 내부를 찍으려던게 아니라 건물 외부를 찍으려는 거였다고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아주머니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그냥 뒤로 물러났다.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이 오가기는 하고, 다들 소란스럽게 떠들며 사진 찍지말라는 자기 말은 안들으니 짜증이 나셨나보다. 종교시설에서 소란스러우면 짜증나지 암암.

하지만 그 이전에 너희는 카드도 받고 현금영수증도 해줬으면 해. 관광객들 현금으로 돈 벌고 있으면서 관광객들을 고깝게 여기면 어쩌자는거람.





다보탑 옆 석가탑은 해체수리중. 해체하면서 사리가 나왔다는데...! 그걸 어딘가에서 전시한다던데...! 나는 못봤다. 쩝. 

예전에 어떤 기사를 보니까 공개적으로 보수공사하면 기자들 몰려서 위험하다 어쩌구 했던거 같은데... 뭐 전문가 분들이 잘... 하고 계시겠지... 주워들은건데, 석가탑은 보수공사 때마다 수난을 겪어왔다고 한다. 탑의 일부가 깨진다던가 사리를 담아놓은 병이 깨진다던가... 허허. 이번엔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다. 





자하문에서 바라본 범영루. 건너로 극락전의 문인 안양문 일부가 보인다.





반대쪽을 봤더니 좌경루가 보이고... 뭔가 종? 같은게 보인다. 저게 뭐지.





머리는 용이고 몸통은 물고기. '목어'라는 건데, 식사를 알리거나 대중을 모을때, 혹은 의식을 치룰때에 쓰였다고 한다.
안이 텅 비어있어서 두들기면 소리가 난댄다. 쳐보고 싶은데! 아니면 소리만이라도 듣고싶은데! 쩝.

이 목어는 나중에 작게 만들어져 휴대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목탁이다.





대웅전 지역을 돌아나갔더니,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스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졸졸 따라서 올라가봤다.





관음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았다... 

높이에 오들오들 떨다가 뒤를 도니 회랑과 건물의 지붕과 다보탑이 내려다보였다. 아우 이쁘다. 사진보다 더 예뻤는데 막상 찍어놓으니까 사진엔 그 아름다움이 안나타나서 아쉬움. 으으.





덜덜 떨며 꼭대기까지 올라가, 문 너머로 보이는 관음전을 찍었다.

관음전 내부도 보고, 관리하시던 분께 설명도 들었는데, 헤... 촬영금지인 곳이라 사진을 못남겨왔더니 기억이 안난다.





관음전 옆 비로전을 지나가니 작은 돌탑들이 정말 많았다. 불국사에 소원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쌓아둔 돌탑인가보다.

화단 쪽 말고도 담 위, 문 위에도 돌탑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사진은 아래에 있음요.





불국사를 쭉 둘러보고 나가는 길. 나가는 길에 위치한 해우소 앞에는 신라시대 화장실 유구도 남아있다... 엄... 나란히 놓여있는게 인상적이다. 저 가운데는 원래 구멍이 뻥 뚫려있었겠지. 그 안은 다양한 사람들이 두고 간 그게 잔뜩 있었겠지. 음 그래그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년고도의 사찰에서 신라시대 변기통을 끝으로 관람을 마쳤다.




첨성대에서 계속.


▼ 나머지 올리지 못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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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23:26

즉흥여행 (4) 벚꽃잎 휘날리는 불국사 오르는 길 국내여행



경주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달리는 중.

10번 버스를 탔는데, 큰 길을 따라 바로 불국사로 가는게 아니라, 선덕여왕릉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통일전에 들렸다가 가더라.
돌아가봤자 한 10분 정도만 돌아가는거라 손해보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평화로워서 기분이 좋았다.





버스타고 달리다가 본 공원. 불국사역 앞에 있었다.





집이든 가게든 뭐든간에, 심지어 주유소에도 기왓장이 올라가있는 놀라운 도시 경주. 특별히 저 주유소만 그런게 아니라 진짜 길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주유소가 그랬다.

경주가 천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나라의 수도를 해왔던만큼 아름답고 멋진 도시라는 건 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와를 올릴 것 같진 않았다. 기와 올리는게 얼마나 비싼데... 궁금해서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문화재 주변과 주요 간선도로 주변에 있는 건물들은 반드시 기와지붕을 올려야 한다는게 시책이라고 하더라. 호 과연. 실제로 사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행객 입장으로썬 굉장히 마음에 드는 풍경을 선물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니 경주역 - 불국사까지의 드넓은 벌판에 아파트 단지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시책 덕분이려나? 아, 아니면 유물이 나올수도 있어서 그런건가? 저기 땅주인이 땅을 안파나? 10분간 이런저런 추측만 하다가 다시 포스팅으로 돌아왔다. 음음, 빨리 써야지. 





15분? 아니면 20분 가량 달렸나. 어렸을 적 한 번은 본 것 같은 낯익은 풍경이 나타났다.

불국사 아래엔 숙소촌이 있고, 아마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숙소촌 어딘가에서 묵었을테니, 달리는 버스 창 밖의 풍경이 낯익어 보이나보다.





버스는 우리를 불국사 아래 주차장에 내려줬고, 친구와 나는 서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 흉내를 내며 불국사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친구가 "선생님 enat이 자꾸 다른데 가자고 꼬셔요!" 운운의 말을 했을 때였다.





이... 무슨... 진한 분홍빛으로 가득한 길이 나타났다. 불국사 오르는 길은 겹벚꽃나무로 빽빽했던 것이다!





도서관 옆에서 봤던 연분홍, 하얀 벚꽃잎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거기서는 하얀 눈이 쌓인 듯한 느낌이었는데, 여긴 분홍... 아니, 세상에 분홍색 눈이란 건 없으니까! 뭐라고 해야할까!

분홍색 천연 카페트? 분홍색 비단? 정말 뭐라고 표현을 하면 좋을까.





여튼 너무 신나서 둘이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앉아서 꽃잎도 한웅큼 쥐어보고 던져도 보고... 눕기까지 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꽃잎을 뿌려주는 취미를 가지신 아주머니들 덕택에 요상한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그렇게 겹벚꽃으로 둘러싸인 길에서 놀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정오!

빠르게 벚꽃잎을 털고 일어났다. 이러다가 불국사만 보고 경주를 떠나겠네. 




현금이 아니면 결제해주지 않는 매표소에서 불국사 입장권을 산 뒤 안으로 들어갔다.



불국사.. 경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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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21:57

즉흥여행 (3) 대구에서 경주로 가다 국내여행

대구 찜질방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낯선 곳에서는 늦게 자도 빨리 일어나는 편이어서 쿨쿨자는 친구를 내버려두고 혼자 수면실 밖으로 나왔다. 여기가 찜질방이 아니라 모텔이나 여관 같은 일반 숙소였으면 밖에 나가서 혼자 산책도 하고 할텐데... 다음엔 이 점을 고려해서 잠자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달리 할 일은 없고, 핸드폰 배터리는 최대한 아껴두고 싶어서 아날로그적인 일을 했다. 찜질방 한켠에 앉아 손편지 주고받는 친구에게 편지쓰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너는 이른 아침부터 무얼 하고 있니? 공부를 하고 있는거니?' 에 해당하는 사투리를 구사하셨고, 한 5초 뒤에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나는 과연 이 분께서 내 말을 알아들을까 걱정하며 '공부는 아니고 편지를 쓰고 있어요' 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당연하지만 잘 알아들으시더라.


친구는 편지지가 두 장이 넘어가서야 일어났고, 드디어 씻고 옷입고 나가...려는데 아뿔싸! 



앞이 안보여...


고데기를 집에 두고왔다! 내 앞머리는 ㅣㅣㅣㅣ 이런 식이라 아침마다 고데기로 (()) 이렇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관상에 큰 문제가 있을 뿐더러 앞머리가 어중간하게 길어서 ㅣㅣ0ㅣㅣ0ㅣㅣ 눈이 가려져 앞이 안보인다.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앞머리를 넘겨 //// 야만 했다. 

넘길만큼 충분히 길지 않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려니 자꾸 손이가요 손이가고, 손이 닿은 앞머리는 점점 떡지기 시작... 으앙 앙대! 

그 흔한 핀 하나 들고 오지 않은 과거의 내가 참 원망스러웠고, 다음부터는 어디 갈 때 반드시 고데기와 핀을 들고 다녀야겠다는 굳건한 다짐을 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을 읽고 계신 남성분들은 '앞머리가 뭐 어쨌다는... 뭔소리야? 0ㅅ0?'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굉장히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서 쓰지 않을 수가 없었음. 혹시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고데기 없이 앞머리 마는 법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비법을 전수해주세요... 


여튼 떡져가는 앞머리 때문에 마음속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채 찜질방에서 나왔다. 




아침으로 평범한 김밥집에서 '추억의 도시락'이란 메뉴를 먹고, 동대구역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위 사진은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던 대구 시티 센터. 

얼마 안있어 버스가 왔고, 카드를 찍으며 올라섰다. 유감스럽게도 내 친구의 버스카드는 대구에서 사용할 수 없는 카드였고, 결국 내 만능 KB 후불카드로 한명 더 찍어줬다. 친구 옆에서 '지금 KB는 변하고 있죠' 따위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뭔 일이냐니까 핸드폰을 김밥집에 두고 왔댄다. 이런 멍충한...


둘이 어버버하면서 다음 정거장에 내려야겠다 하고 허겁지겁 일어났는데, 버스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셨다. 

친구가 "핸드폰을 식당에 두고 왔어요 ;ㅅ;" 라고 말하자 버스아저씨는 '아니 그런 일이 너희에게 닥치다니 정말 유감스럽구나,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거라' 라는 의미.. 인 것 같은 경상도 사투리로 답하시더니, 버스 정류장도 아닌데 갑자기 바로 옆 인도쪽에 버스를 대곤 어서 찾으러 가라고 문을 열어주셨다. 


와아... 서울에서 '아저씨 제가 뭘 두고 와서 그러는데요 버스 좀 잠깐 세워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말했다간 아저씨의 '재밌는 말이지만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에 해당하는 일갈이 쏟아질텐데, 대구는... 하... ㅠㅠㅠㅠㅠㅠ

인정 넘치는 버스 아저씨 덕분에 식당과 가까운 곳에 내려 핸드폰을 찾으러 갈 수 있었고, 별다른 시간손해 없이 동대구역으로 갈 수 있었다. 대구 사람들의 인정에 감동받은 우리들은 버스안에서 다음엔 대구만 구경하러 내려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동대구역 도!착! 

동대구역 역사를 보기 전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건데, 건물을 보자마자 코난에 나오는 번갯불처럼 어떤 기억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3년 전 겨울, 나는 여기 온 적이 있었다! 사촌동생과 내일로 여행을 할 때, 정동진 가는 새벽열차를 타기 위해서였다. 

밀양을 구경하다가 저녁에 열차만 환승하기 위해 동대구역으로 왔었는데, 그 때 동대구역 역사에서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한 4시간 정도 기다렸던 걸로 기억한다. 이야, 그 땐 진짜 한겨울이라 밖에 나갈 엄두도 못내고 역 한켠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렸었는데. 이걸 어떻게 잊었던 거지.


(이 사진 찾느라 20분 걸린듯ㅋㅋㅋ 3년 전에 찍은 사진)


그 때 밤중에 추워서 어디 멀리는 못가고 동대구역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포장마차에서 납작만두를 먹었었는데... 하 정말 기가 막힌 맛이었다. 납작만두에 관한 것 역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동대구역을 보자 생각이 났다. 아아, 납작만두. 속에 뭐가 들어있는듯 안들어있는듯한 새침함과 곁들여 먹는 양파가 환상적이었던 그 맛...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납작만두를 먹으러 가자니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동대구역 역사 안에 있던 경주 황남빵 가게만 하염없이 바라보더라. 으으.... 대구에서 경주음식을 보고 있다니 으으 넌 좀 더 그 지방의 향토음식에 관심을 가지란 말이지! 

여튼 그렇게 납작만두 이야기는 날라가고, 포항가서 전주비빔밥 비벼먹을 친구와 함께 경주로 가는 열차표를 끊었다. 




동대구역 안쪽에 있는 대합실. 바깥쪽 대합실엔 사람이 많은데 이쪽엔 사람이 없더라. 핸드폰 충전이나 노트북 전선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길래, 디카와 핸드폰을 충전하며 기다렸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디카와 핸드폰을 충전하는 동안 다시 한 번 납작만두 이야기를 장전했지만, 친구는 가방에서 우아하게 책을 꺼내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제... 젠장.




어느새 탑승시간인 9시 30분이 다가왔고, 얄미운 친구와 함께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이걸 타고 한시간 정도 달리면 경주에 도착한다고 한다. 음 기대되는데. 




아침엔 날씨가 좋았는데, 점점 꾸리꾸리해지네. 약간 불안하다. 

창밖을 보고 달린지 한시간 하고도 9분 뒤, 



경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는 내내 불안했던 예상이 적중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뭐 비가 오든 말든, 일단 경주역 역사 안에서 인증샷.

왠 테디베어가 신라 전통 복장? 같은 걸 입고 있는 모습이 깜찍해서 함께 사진 찍었다. 아마도 경주에 테디베어 박물관이 있나보다. 



귀여운 경주역 정면도 한 장. 

비가 내리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반팔 + 야잠의 나는 온 몸이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앙대! 근처에 따뜻한 커피라도 마실 카페가 없나 친구 맛폰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된게... 지도에 카페라고 검색했는데 왜 "신천지다방", "무슨무슨 단란주점" 이딴 거만 나오냐... 결국 지도로 찾는 건 포기하고 경주역 앞을 조금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뭐... 씨... 거리에 아무것도 없어...

(나중에 경주 버스터미널로 가면서 알게 된건데 경주역에서 몇블럭은 더 가야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고 그렇더라)


사실 이쪽 거리에도 커피볶는 집이라는 카페가 하나 있긴 했는데, 오픈시간이 낮 12시였다. 으으... 카페를 찾지못한 우리들은 그냥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따끈한 커피를 하나씩 샀다. 편의점에 계시던 카페인이시여 내 몸과 정신을 맑게 해주세여!




따뜻한 편의점산 커피로 몸을 녹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5년 전 전국일주 중 경주에 들렀을때 가지못했던 그곳, 지도를 잘못봐서 가까운 줄 알고 걸어가다가 11km 행군하고 뻗어서 못간 그곳, 지금도 5년 전 같이 여행했던 친구한테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Why you little을 당하게 되는,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이후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그곳으로 가는 버스였다.



불국사에서 계속!



흠... 저번 포스팅에 유명 관광지가 나온다고 썼었는데 또 자르게 됐네요.
1박 2일 여행인데 왜 이렇게 질질 끌게 되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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