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6 16:15

나폴리입니다 (2) 실시간 여행중

여전히 나폴리. 대략적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호스텔 로비에 뻗어있는 중이다.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기대도 많이 하고 고심도 많이 했던 도시라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고, 내일부터 돌아다닐 로마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넘쳐나는 밤이다.

나폴리는 더럽고, 무규칙하고, 무질서하며, 너저분하다. 신호등은 없다고 생각하면 되고,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골목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진 동네.
그렇지만 단호하게 끊어 말할 수 있다. 그 자유분방함이 나폴리의 매력이다!


나폴리 피자. 호스텔 언니가 추천해준 트리부날리 거리의 골목 어딘가에 박혀있는 피자집에 들어갔다. 나폴리라면 당연히 마르게리따 피자를 시켜야겠지만, 이탈리아 들어와서부턴 내내 피자만 쳐먹어서 이젠 취향것 골라먹게 됐다. 이번에 고른 피자는 핫소시지가 토핑으로 올라와있는 디아볼라 피자.
음, 역시 다른 지역보다 더 감칠맛이 도는 게 맛나다. 역시 나폴리.


산 엘모성(Castel Sant Elmo)에사 바라본 나폴리 전경.
나폴리의 지저분한 시내와 곳곳으로 뻗어있는 골목,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교회들 사진을 먼저 올린 다음에 이 사진을 올리면 더 감동적일텐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디카에 잠자고 있고 맛폰으로 찍은 사진은 요 전경 밖에 없다.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위에서 쓴 수식어를 빌려보자면 그 더럽고 무규칙하고 무질서하고 너저분한 도시도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해지기 전에 이 광경을 보려고 허겁지겁 뛰어다니며 꼬질꼬질한 골목을 지나 한걸음에 성 전망대까지 올라와 눈물을 글썽였던 게 생각난다.
...음, 하나만 부연설명하자면 난 파노라마에 취해 눈물을 글썽일만큼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고, 그저 허겁지겁 달리느라 오후에 먹은 피자가 얹혀 괴로워서 눈물이 나온거긴 하다...


확대 한장. 케이크 칼로 나폴리 시내를 둘로 나눈 듯한 스파카 나폴리.


성 반대편에서 바라본 나폴리. 저기 보이는 항구가 산타루치아 항인지, 메르젤리나 항인지 영 모르겄다. 애석하게도 항구에 갈 일도 시간도 없어서...


나폴리에서 한시간 반 정도 사철로 달려 도착한 소렌토. 소렌토 항을 보자마자 나온 소리는 "우와"다! 아니 물이 뭐 저렇게 맑냐!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나와 친구는 우리나라의 동해도 짱이라는 격렬한 토론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 바다로 내려갈수록 격렬한 토론도 잠재워졌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 수영복! 그냥 저대로 다이빙하고 싶어지는 바다빛! 수영복을 왜 챙기지 않은 것인가 하는 자책감에 휩싸여 괴로워졌다.


소렌토에서 공포의 SITA버스를 타고 사십분 정도 달려가면 나오는 포지타노. 왜 공포의 버스냐는 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여튼 포지타노는 해안가 절벽에 수십 채의 집들이 뒤죽박죽으로 박혀있는 마을이였다. 버스에서 내릴 땐 산에 집 박혀있는 풍경이 신기해서 우와우와 하다가, 해변가로 가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우왕좌왕 하다보니 우와우와 소리가 절로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간신히 해변가에 도착해,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우와소리를 다시 뽑아낼 엄청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저 뒤죽박죽 탑은!


포지타노 해변을 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다. 수영복 따위가 없어서 이 바다를 즐기지 못하는 건 말도 안돼!
결국 충동적으로 물 속에 빠져들었고, 몇 시간 후 내 몸은 염전이 되었다...


포지타노에서 다시 시타버스를 타고 오십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아말피. 여긴 포지타노에 비해 관광업이 발달된 큰 도시같아 보였다. 바다 사진이야 오지나게 올렸으니까 이번엔 좀 다른 사진. 아말피에서 제일 유명한 알록달록 두오모.


아말피에선 친구가 일정에 지쳐 의자에서 쉬겠다고 하는 바람에 혼자 돌아다녔다. 간만에 혼자 길거리를 걸으니까 마음이 가벼워져 기분이 좋았다. 젤라또 입에 물고 두오모 앞 회랑도 걷고, 레몬으로 만든 지역 특산품도 사고, 분수대 앞에서 좀 쉬니까 그새 돌아갈 버스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아말피에서 나폴리로 돌아갈 땐 살레르노를 거쳐 가는게 좀 더 빠른데, 하필 우리가 간 시간대에 살레르노 가는 버스 타임이 없었다. 결국 소렌토로 가는 공포의 시타버스를 다시 탈 수 밖에 없었다...

소렌토에서 사철을 타고 한시간 반, 나폴리에 도착하니까 밤 열시가 넘어간다. 호스텔로 와 씻고 좀 마시고 내일 일정 짜다보니 열두시. 음... 피곤하다. 내일은 로만데 잘 견뎌낼 수 있으려나.


라고 올리려고 했는데 졸려서 잠듬. 으와, 로마 입성이 세시간도 남지 않았다! 숙소도 어제 간신히 예약한 거라 기대반 걱정반이다. 로마가 이번 여행 마지막 도신데, 로마 숙소는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단다. 결국 여행 중 짤막 포스팅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

그럼 한국에서 제대로 된 여행기 포스팅으로 찾아뵐게요 꾸벅.



덧글

  • 로크네스 2011/09/16 17:18 # 답글

    목적지는 로마! 콜로세움
    곰팡이 조심하세요. 「그린 디」의 곰팡이는「아래로」내려가면 증식합니다.
  • enat 2011/09/23 00:35 #

    로마는 곰팡이보다도 더위가... 위협적이였어요.
    콜로세움에서 은발의 뻣뻣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남자를 찾아볼 생각도 못하게 더웠네요...
  • trueleader 2011/09/20 04:39 # 삭제 답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몇년 전에 한번 둘러보고 올해 겨울에 또 가는김에 정보찾다가 들어왔는데, 글이 재밌네요 ^^;
  • enat 2011/09/23 00:37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폴리에 또 가시는군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동네인 것 같습니다.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 지역은요.
  • 도미노 2011/09/21 11:11 # 삭제 답글

    피자사와..............
  • enat 2011/09/23 00:37 #

    통장잔고 6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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