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4 22:46

36일 유럽여행 (2) : 프라하 ① ├ 36일 유럽여행 (2011)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동화의 나라 프라하!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여행 초반부터 최종보스급인 도시를 선택했구나 싶더군요. 
음... 포스팅 하는 동안 프라하가 무진장 그리울듯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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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에서 한시간 정도 날아 도착한 프라하 루지네 공항. 벌써 저녁이다. 
공항에는 시티은행 ATM기가 있어서 당장 필요한 코룬을 수수료 적게 꺼내쓸 수 있었다. 

그리고 당장 쓸 교통 티켓을 사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는데... 공항에서 티켓 살 수 있는 곳은 이 건물 하나 뿐. 게다가 줄은 엄청나게 길었다. 뭐 이리 불편해!


북유럽의 상쾌했던 바람과는 다르게 끈적끈적하고 더운 체코의 바람. 버스는 포화상태가 되었지만 에어컨은 안틀어주고, 신호등은 엉망이고, 지하철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고, 에스컬레이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너무 빨랐다!- 타야하고... 

체코, 그러니까 프라하의 첫인상은 최악이였다!


하지만 그 모든 인상을 뒤집어줄 체코만의 히든카드가 존재했으니....


필스너 우르켈! Pilsner Urquell!

숙소에 도착해 짐을 푼 뒤, 목이나 축이러 갈까 하고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맥주 두 잔을 시켰다. 잠시 후 그 위용있는 자태를 뽐내며 등장하신 필스너 우르켈. 구시가지와 약간 거리가 있어서 맥주 가격이 참 착했다. 33코룬이였으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1900, 2000원 정도 하려나? 체코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소문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쌀 줄이야. 게다가 아아 정말 이 가격에 이 맛은.... 이 맛은....!!

맥주강국 독일도 들린 도시마다 그 고장 맥주를 한 잔씩 먹어보긴 했는데, 체코에서 느꼈던 필스너 우르켈의 맛, 목넘김, 알딸딸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순 없었다. 

그리고 이 한 잔의 맥주는 결국 필스너 우르켈 맥주 공장, 플젠에 가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필스너 우르켈에만 몇 줄을 소비한거람. 어쨌든 굉장히 인상적인 맥주였다. 

여튼 이 날 밤은 씽나게 맥주만 쳐마시다가 숙소가서 뻗었다. 


다음날 아침, 머리가 뻐근하거나 소화 안됨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들었었는데 어째서인지 전날보다 더욱 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이게 다 필스님 덕분이야!

적당히 씻고, 카메라와 지갑, 폰-이 세개만 있으면 문제 없어!-을 챙긴 뒤 밖으로 나왔다. 프라하에선 지하철을 많이 이용했는데, 우리는 걷는 걸 좋아해서 원데이 티켓 대신 30분(거의 1회용이라 보면 됨, 24코룬으로 제일 쌈) 티켓을 끊고 다녔다. 사실 프라하 구시가지 자체가 생각보다 작은지라, 하루에 5번 이상 (원데이 티켓 본전) 대중교통 이용할 일도 없었다. 뭐 다니는 방식은 개인 나름이고, 걷는 걸 싫어하거나 매번 티켓 사기 귀찮다 하는 분들은 원데이 티켓 이용하면 될 듯. 


Muzeum역에서 내려, 프라하 여행의 첫 시작점에 발을 내딛었다. 이곳은 바츨라프 광장.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국립박물관이고, 그 앞에 보이는 기마상은 성 바츨라프 상.

바츨라프 광장은 무즈텍 광장까지 이어진 길다란 모양을 하고 있는데, 길 양쪽으로 패스트푸드점, 소시지 판매점 등등이 들어서 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아침을 해결했다는 것 빼곤 별로 기억나는 게 없군.
 

바츨라프 광장에서 무즈텍 쪽으로 내려가며 둘러본 거리. 

딱히 특별한 장소도 아닌데 건물들이 저렇게 하나같이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여행 일정 중 스탑오버를 제외하면 프라하가 유럽의 첫 도시였고, 그래서 유럽은 모두 다 프라하처럼 저런 건물들로만 채워진 줄 알았다. 

......당연히 아니였다, 프라하가 특별한 거였다, 근데 그 특별함을 당시엔 비교대상이 없어서 몰랐다.....


바츨라프 광장을 지나며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때우고 무즈텍 광장으로 돌입. 

그런데 이게 왠 걸, 아침만 해도 쾌청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날씨가 좋아서 숙소에 우산두고 왔는데!
갑자기 내리는 폭우에 당황한 우리는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우산을 구입했다. 하필 또 근처에 비싼 기념품점밖에 없어서 99코룬에 구입... 필스너 우르켈 3잔 값인데...


무즈텍 광장에서 화약탑 가는 길. 
오른쪽 건물은 체코의 국영여행사 체독의 건물이다. 왜 저걸 찍었냐면...


몬스터를 정주행하고 프라하에 간지라... 체독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아서...
사실 이 체독교와 저 체독은 관계가 없다 하더이다. 에잉. 
그 외에도 몬스터에 나오는 3마리 개구리 선술집, 붉은 장미의 저택 등은 다 작중에서만 등장하는 건물이랜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걸... 쩝. 


무즈텍 광장에서 계속 진행하다보면 나오는 구시가의 관문 화약탑. 
17세기에 화약창고나 연금술사들의 연구실로 사용된 적이 있어서 화약탑이라 불렸다고 한다. 

여기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정말 처참했다. 비바람은 몰아치고, 기념품점에서 산 허약한 우산은 자꾸 뒤집히고, 옷은 옷대로 젖고, 그러나 사진은 찍어야겠고, 카메라 안젖게 하려고 온 몸으로 가리고 찍고... 왜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는 거냐 프라하!


화약탑 옆에 있는 프라하 시민회관. 내부엔 콘서트 홀과 레스토랑이 있다. 


화약탑에서 구시가 광장 쪽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프라하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는 개뿔 비와서 야외 노점은 문 닫고 거리의 악사나 재주꾼들도 없고 심지어 관광객도 없이 썰렁한 거리였다. 

사진은 그나마 거리 지나다 본 예쁜 인형 가게.


비에 젖어 덜덜 떨며 구시가 광장 도착! 
광장에 도착하자 비가 멈췄다. 그러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스물스물 나오기 시작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구시청사.


구시청사 탑에는 프라하의 상징이라고 할만한 유명한 천문시계가 달려 있다. 
매시 정각마다 인형들이 나와 시계쇼가 펼쳐지기 때문에, 정각마다 사람들이 항상 바글거린다. 


시계탑 건너편에는 역시 프라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틴 성당이 있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걸 아쉬워하며, 프라하 전경을 보기 위해 구시청사 탑에 올라갔다. 


구시청사 탑 입장 요금은 학생 요금으로 50코룬.

나야 국제학생증 보여주고 50코룬 냈지만, 친구는 국제학생증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요금으로 들어온 친구. 예전에 쓰던 학교 학생증 보여주면서 "코리아 스튜던트 카드!"를 외치니 그냥 쳐주더라. 이 방법은 이번 여행에서 체스키 크루믈로프 성 박물관&탑 요금과 몇몇 숙소 요금을 빼놓고 다 통했다.


구시청사 전망대에 오르자 갑자기 날이 확 갰다! 
한 때 비였구나, 아이고 우산 산 돈 아깝다를 외칠 겨를도 없이, 프라하 풍경에 넋이 나가 버렸다. 

오오오.... 와오! 푸른 하늘 밑에 수평선 끝까지 깔린 붉은 지붕들이란! 그리고 저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프라하 성! 프라하 얘가 계속 츤츤거리더니 드디어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따위의 헛소리를 하며 셔터를 마구 눌렀다. 


한 눈에 보이는 구시가 광장! 가운데 얀 후스 동상이 보인다. 

프라하에 며칠 묶으면서 알게 된 건데, 이 시간대의 구시가 광장은 사람이 엄청나게 바글바글하다. 물론 구시청사 탑도 마찬가지. 그런데 조금 전 비바람이 몰아친 덕분에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적었고, 덕분에 첫날부터 상쾌하고 여유롭게 프라하 구시가를 돌아다녔던 것 같다. 음, 비바람 땡큐. 


틴 성당도 다시 한 번 찰칵. 
낮에도 붉은 지붕 사이에 홀로 고고하게 서 있는 자태가 아름답긴 하지만, 밤의 틴 성당은 존ㄴ...더욱 아름답다. 


탑에서 내려왔더니 시계 밑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뭐지 하고 돌아보니 12시 3분 전. 
시계탑의 쇼를 보기 위해 몰려왔나 보다. 




시계쇼 동영상. 
흐릿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다. 

쇼가 끝난 뒤 너나할 것 없이 다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왜냐면 나도 온 신경을 집중해서 1분 전부터 카운트 다운 세고, 시작하자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고정시켜 카메라로 찍으며, 수십초간 뚫어지게 쳐다본 뒤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건물에 이런 말을 하는 건 마음이 아프지만... 구시청사 시계쇼, 정말 별 거 없다! ㅋㅋㅋ



음, 프라하는 역시 길다. 다음에 이어서 계속.


<체코 관련 포스팅 링크>




덧글

  • 로크네스 2011/09/24 23:20 # 답글

    유명하다! 대단하다! 하는 것은 또 실제로 보면 좀 그런 경우가 있지요. 특히나 그게 시계탑 인형놀이라면 더욱더....
  • enat 2011/09/25 12:02 #

    반대편 광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었는데 다들 기막힌 눈이더군요.
    시계탑 인형쇼보다도 사람들 표정 보는게 더 재밌었네요 :)
  • 엘에스디 2011/09/24 23:43 # 답글

    있어보이는 이름의 맥주..! 엄청 시원해보이네요..맛있겠다..!! //ㅠ//// (<-..)
    여긴 하나같이 붉은지붕들이군요~~ 지난번에 올리신 색색의 베네치아 집들이 생각납니다. ^^;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 알록달록 집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흐흐^^;;
    천문시계 무지 멋있게 생겼는데 시계쇼는 빰빰빰~ 하는게 아담하고 귀여운 느낌..^^;;;
  • enat 2011/09/25 12:07 #

    아아아아아아아 필스너 우르켈 엘에스디님도 기회되시면 진짜 꼭 한 번 드셔보세요. 맥주계의 전설이에요, 맥주의 역사를 다시 썼어요, 맥주계의 최강자에요!
    천문시계는 그 자체만으론 멋있어서 마그네틱도 많고 목각모형으로도 많더라구요. 시계쇼를 보러오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여튼 체코... 프라하... 필스너 우르켈... 하으윽 그리워지네요... 필스너 우르켈 ㅠㅠ
  • 내사랑필스너 2011/09/27 10:47 # 삭제 답글

    우오오오 enat 님 어쩜 그리도 저와 같으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의사랑너의사랑우리의사랑 필스너가 점점 대세가 되가고 있나봐요
    다들 슬슬 조금씩 필스너를 알더라구요
    왠지 서운함........
    필스너는 나의사랑인데 ......
    하하핫
    암튼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프라하와 그곳에서 마신 필스너가 그리워 오늘하루 어찌보내나요 우엥
  • enat 2011/09/28 01:36 #

    아아아 필스너 정말 짱이에요.
    오늘도 한 잔 드링킹 하고 햄볶카게 하루를 끝냈네요.
    프라하 생맥으로 먹는 것만 못하지만 그래도 병맥으로나마 그리움을 달래는... ㅋㅋ

    하하하 여튼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 소영정 2011/09/27 12:22 # 삭제 답글

    ㅠ결국 인형쇼는 나에게 동영상찍을기회를주지않았지ㅠㅋㅋ 글구ㅋ 한국학생증짱임ㅋ 필스너우르켈ㅠ먹고싶다아아ㅠ
  • enat 2011/09/28 01:36 #

    코리아 스튜던트 카드!
    한글의 위엄. 그들은 한국어를 읽지 못했다... ㅋㅋㅋㅋ
    예측이지만 아마 도서관 대출 카드 보여줬어도 그냥 통과시켰을거야.
  • 비유와상징 2012/01/28 01:38 # 답글

    사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 enat 2012/01/28 21:15 #

    않을 - 없는 = 0
    사랑하는...
    ...?

    나도 혼란스럽다...
  • 비유와상징 2012/01/28 01:46 # 답글

    그래서 난 시계쇼따위 안보고 다른데 구경다녔음
  • enat 2012/01/28 21:17 #

    시계쇼 따위라니! 재밌거등! 열두사도가 지나가거등! 음악도 정겹거등! 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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