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6 23:11

36일 유럽여행 (4) : 프라하 ③ 야경 ├ 36일 유럽여행 (2011)

졸린데.... 졸리니까 야경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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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 구시가측 탑. 
야경을 보려고 왔는데 많이 이른 것 같다. 다리나 건너보자. 

건너기 전 옆을 흘끔 돌아보면 보이는 까를 4세 석상.
참고로 까를교의 이름이 까를인 이유는 까를 4세 때 건설되어서 까를교.

자꾸 까를까를 거리니까 게슈탈트 붕괴가...

까를교에는 30개의 석상들이 간격을 유지하며 좌르륵 서있다. 사실 진품은 국립박물관에 있고, 모조품이란다. 
석상 밑 난간에는 보행자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프라하를 만끽하고 있다. 나 같아도 석상 밑에 앉을거야. 바로 옆 난간에 앉았다가 삐끗하면 허공이니...
석상들은 대부분이 보헤미아의 성인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거라는데 나는 성인분들 잘 모르니... 일단 패스. 

예수 수난 십자가상.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냐면! 100배 즐기기에 존재하는, 몇 안되는 정보라서.

이 조각 주위로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댄다. 
나도 사진 찍다가 얼결에 줄 선 것처럼 되어버려 앞사람이 했던 것처럼 조각 밑 부분을 만지긴 만졌는데 대체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무진장 고민. 사람들이 계속 줄 서있어서 오래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 돈? 건강? 명예? 에잉 모르겠다, 일단 만진 건 선불로 치고 소원은 나중에 빌게요 하고 돌아섰다. 

친구한테 넌 뭐 빌었냐고 물어보니까 "이번 여행 무사히 마치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댄다. 이런 젠장, 넌 천재야!

말라스트라나, 그러니까 프라하 성측의 탑. 
까를교 다 건넜다!

오오, 뭔가 저 사이로 통과만 하면 새로운 세계가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냥 이 구간의 느낌을 좋아해서 한 장 더. 

저기 보이는 성당이 구시가지에 있는 성 미쿨라셰 성당과 이름이 똑같은, 
또 하나의 성 미쿨라셰 (성 니콜라스) 성당이다. 

그러니 골탕 먹이고 싶은 사람과 약속을 잡을 땐 성 미쿨라셰 성당 밑에서 약속을 잡아봅시다.


성 미쿨라셰 성당과 그 쪽 거리를 적당히 거닐다가 다시 까를교로 돌아왔다. 

꽤 어둑어둑 해졌다. 

해질녘의 까를교. 여전히 사람이 많다. 

사람이 바글바글거려도 해질녘의 까를교를 떠나고 싶진 않다.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강바람 쐬는 것도 즐겁고, 무엇보다도,

거리의 악사들이 이곳저곳에서 낭만을 연주해주기 때문이다. 
MP3가 따로 필요없는 곳이다. 

인형극도 간혹 열린다. 
약간 아마추어틱한 느낌도 나지만 오히려 그 느낌이 매력적이다. 

해는 넘어갔지만 프라하성은 쉽사리 우리에게 야경을 내놓지 않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예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리 저 쪽에선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둥그스름한 뭉텅이에서 빠르게 눈이 생겨나고 코가 생겨나는 모습은 퍽 신기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 발길을 멈추고 지켜볼 정도로. 

프라하성아 프라하성아 
야경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강바람 쐬면서 배 지나다니는 거 구경하고 있는데 까를교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프라하 성도!

와! 불 들어왔다!
가까이 잡으면 빛을 많이 잡아먹어서 하늘이 아직도 밝아보이지만, 사실

실제론 사진보다 어둑어둑하다. 


사진은 엄청 많이 찍었는데 건질 사진이 얼마 없다는게 눈물난다. 에잉. 
찍다가 손을 조금이라도 떨면 다 흔들려서... 삼각대라도 가져갈 걸 그랬나. 

그나마 나은 것들만 골라보자면...

길고 긴 저녁이였다. 원래 저녁은 짧지 않나? 
그리고 아름다운 저녁이였다. 

세계에서 제일 낭만적이라고 말해도 반대할 사람이 얼마 없을 다리에서, 하루에서 가장 신비로운 순간인 저녁을 마중인사까지 나가서 보내고, 이윽고 찾아온 밤과 불빛을 만끽했던 사람으로써 한 마디 감상평을 써보자. 존나 힘들었다. 

아니 정말. 
생각해보니 다섯시부터 카를교에서 야경보려고 대기 탔다. 저렇게 어둑어둑해져서 불빛이 잘 보이기까지 4시간, 그러니까 밤 아홉시까지(유럽의 여름은 낮이 생각보다 엄청 깁니다요) 어디 기대지도 않고 꼿꼿하게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본 것이다. 안힘들면 초인이게! 



그러니까 여름에 프라하 야경을 보려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어? 해가 지잖아? 야경 보러 가야지! 라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한두시간 뒤에 움직이십쇼. 그 야경 어디 안도망가요. 이제 해 떨어질 것 같은데, 떨어질 것 같은데, 그렇게 보여도 안떨어져요. 어디 앉아서 좀 쉬고 맛난거 먹고 보러 가요. (겨울엔 잘 모르겠음)

이런 말을 과거의 나에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난 예지능력엔 영 소질이 없었고, 굳어서 삐그덕 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 구시가 광장 쪽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반좀비가 되어 구시가 쪽으로 가니 틴 성당 야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의 노란 불빛과는 다르게 순백의 불빛으로 뒤덮힌 틴 성당. 
백색의 틴 성당은 낮의 모습보다 더 순결하고 고결해보인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뿐이였고, 사진을 찍자마자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허겁지겁 메트로로 달려가 숙소로 돌아갔다.


.
.
.

드디어 프라하에서의 하루가 끝났다! 프라하 하루가 포스팅 세 개나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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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영정 2011/09/27 12:36 # 삭제 답글

    ㅎㅋ 프라하는 최종보스니까ㅎ 포스팅 세개값을함ㅎ 완전굳임ㅠㅎㅎ흑ㅜㅠ 체코가좋았지이ㅎㅎ
  • enat 2011/09/28 01:39 #

    최종보슨데 템 떨군거 다 놓치고 나중에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그... ㅋㅋㅋ
    비유 완전 짱이였음.

    체코 그립다... 이러다 정말 마음의 고향이 되버릴 것 같아...
    아니 체코도 그립지만 뭣보다도... 필스너 우르켈...
  • 로크네스 2011/09/27 12:38 # 답글

    여행은 예측이 안되는게 제맛!
    *왓? 텐 블럭스?
    *배고프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어야지......근데 우리가 왜 이런 호화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거지? (추가지출)
    *앗! 예상치 못했던 곳에 밀리터리 상점이! (추가지출)
    *앗! 예상치 못했던 곳에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박물관이! (추가지출)
    *앗! 예상치 못했던 곳에 서점이! (추가지출)
  • enat 2011/09/28 01:45 #

    아프리칸 디아스포라 박물관은 뭡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저도 흥분하거나 뭔가에 불만족스러우면 충동적으로 뭔가 일을 저지르는 성격이라 여행 당시에 추가지출이 상당했죠.
    그리고 그 예상치못한 추가지출은 바로 그 다음 날, 또는 조금 먼 미래까지도 영향을 끼치더군요... 오늘 그 놈의 추가지출 때문에 땡전 한 푼 없어서, 친구들 만나 얻어먹기만 했어요.
    .......으음.... 이건 좋은 영향인가?
  • 나르사스 2011/09/28 12:46 # 답글

    글이 참 쫀득쫀득하십니다. 재미있어요^^ 저는 프라하에 갈 때 한가지 착각을 하고 가서 완전히 고생을 했었습니다...
  • enat 2011/09/28 14:46 #

    어이구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근데 프라하에 어떤 착각을 하고 가셨길래 고생하셨는지 궁금하네요ㅋㅋㅋ
  • 2011/09/29 22:5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nat 2011/09/30 00:56 #

    하하하! 고생이야 내 전문이지.
    건물 안은 전부 관광품점이야. 그래서 사진 못찍게 해 ㅋㅋㅋㅋㅋ
  • 엘에스디 2011/09/30 19:51 # 답글

    길거리에서 인형극이라니 뭔가 만화책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상황이 진짜 일어나는 곳이 있군요ㅠ! 당연하지만 굉장히 신기한 느낌입니다. ^^;; 거리 연주단도 운치있고..흐흣 어떤 곡 연주했을지 궁금하네요.
    프라하 야경 정말 멋있네요....!!!! 근데 4시간이라니 정말 고생하셨어요.;;;; 우리나라같으면 어 해지네 하면 금방 어두워지는데..;;; 그래도 멋있고ㅠ 순백의 성당도 굉장하네요... 정말 고결하고 신비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필스너 우르켈 너무 궁금한..!!! +ㅠ+!!
  • enat 2011/10/01 09:56 #

    그쵸! 무슨 스파이의 아들이라던가 특수 범죄자라던가는 만화에서 꼭 길거리 인형극을 펼치던데 ㅋㅋㅋㅋ 저도 실제론 처음 보는거라 굉장히 신기했어요.
    유럽이 여름엔 어지간히도 해가 늦게 지더라구요. 해가 넘어가면 밤이 와야지, 넘어간 상태로 계속 몇 시간을 버티니... 여튼 노력한 만큼 고생한 보람이 있던 야경이여서 조금 투덜대기만 하고 말았지만요.
    아아, 정말 정말... 필스너 우르켈 짱입니다. 돼지고기와 함께 생맥으로 크아!!!! 기회만 되시면 꼭 한번 드셔보길 강추해요. 체코랑 독일 맥주만 먹다보니 한국와서 맥주를 못먹겠어요 ㅋㅋ
  • 요다 2011/10/02 15:27 # 삭제 답글

    사진이 멋지군여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사진도 있네요 찍느라 고생 좀 하신듯 ㄲㄲ
  • enat 2011/10/02 17:43 #

    하하하 덧글 감사합니다.
    사실 사진은 엄청 찍었는데 손이 떨려서 건진 건 얼마 없었죠... 흑
  • 요다 2011/10/02 22:43 # 삭제 답글

    과연 그럴까요?
  • enat 2011/10/02 23:18 #

    어.... 실례지만,

    혹시 병자 오라버니?
  • 요다 2011/10/03 13:43 # 삭제 답글

    아닌데요, 이글루 번창하세요 ^^
  • enat 2011/10/03 15:46 #

    하하하, 친구중에 말투도 비슷하고 스타워즈에 나오는 요다같은 애가 하나 있어서 착각했네요.
    감사합니다. 요다님 좋은 하루 되시고요 가끔씩 들려주세요 ^^
  • 비유와상징 2012/01/28 03:13 # 답글

    프라하의 야경은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었어 , 로마의 저녁보단 아니었지만 ^_*
  • enat 2012/01/28 21:24 #

    그럼 난 로마 저녁대신 나폴리 저녁을 뚜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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