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3 15:43

36일 유럽여행 (7) : 체코 소도시 ② 플젠 ├ 36일 유럽여행 (2011)

이번 도시는 맥주 공장으로 유명한 플젠입니다. 

필스너 우르켈의 모든 것을 분석해주겠어! 라는 다짐도 무색하게
맥주에 대한 사랑도 뛰어넘을 수 없었던 영어의 장벽이란.... 에이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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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아침식사. 버스 정류장에서 먹은 쫀득거리는 빵 + 케첩 + 치즈. 
나 먹는 거 정말 안남기는데 이건 1/4조각 남기고 버렸다. 느끼해서...

메트로 B선 종점인 zlicir역 앞의 버스 터미널 1번 정거장에서 플젠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나 Autobusy 버스를 이용하면 플젠에 갈 수 있는데, 둘 다 버스값은 편도 100코룬으로 똑같다. 

우리는 아침 사먹다가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놓쳐서, 그 다음 시간대에 있던 Autobusy를 타기로 했다. 
순탄하게 플젠에 도착하길 바라며 잠시 잠에 빠져들었는데, 버스가 덜컹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번엔 또 뭐야ㅠㅠ 하고 일어나니까, 버스가 고장났댄다. 
창문을 보니 길 한복판에 버스가 멈춰서있다. 

......................

이거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다행히도 주변에 지나가는 차는 없었고, 그 사이에 버스 기사 아저씨가 애를 써서 갓길에 차를 대놨다. 엔진이 꺼져서 에어컨은 나오지 않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차 안팎을 오가며 어떻게든 시동을 걸려고 노력하고 있고,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승객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버스 기사 아저씨를 응원했다. 

승객들의 기원이 통했던 건지, 기사 아저씨의 자가수리는 통했고, 멈춰선지 이삼십 분만에 시동이 걸렸다. 버스 기사 아저씨는 그대로 자동차 정비소 같은 곳에 버스를 끌고 들어가 십 분정도 수리를 받았고, 수리를 무사히 마친 뒤 다시 삼사십분 걸려 플젠 CAN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에구. 한참 늦어졌지만 도착한 게 어디람.

플젠의 CAN 정류장은 도시 서쪽 외곽에 있다. 정류장에서 동쪽에 있는 구시가까지 가야하는데, 구시가니까 첨탑이 있는 큰 교회가 있겠구나 싶어서 무작정 높은 건물이 보이는 쪽으로 15분 정도 걸었더니.... 빙고!

구시가 광장 들어서기 전 맞닥뜨리게 되는 유대인 시나고그.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시나고그라 한다. 

구시가 광장과 광장 중앙에 위치한 성 바솔로뮤 성당. 곧게 솟은 탑이 인상적.
플젠 안내서에 따르면, 체코에서 가장 높은 첨탑이라 한다.

광장에 즐비한 이동식 건축물. 
뭔가 하고 알아봤더니, 플젠 여름 축제를 한댄다.
근데 축제는 내일부터 시작....

.....젠장 오늘 오는게 아니였는데.... ㅠㅠ

성 바솔로뮤 성당 내부. 

밖으로 나와 성당 뒤쪽으로 돌아가면 맞은편에 시청사가 보인다.
시청사 왼쪽에 인포메이션이 있으니 거기서 프리맵을 얻으면 된다.

지도가 생겼으니 여기저기 다녀볼까!
이곳은 필스너 우르켈 직영 레스토랑. 시청사에서 북동쪽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이 레스토랑은 플젠 맥주 박물관, 지하도 역사 박물관과 붙어있으니, 박물관에 가고 싶다면 이 레스토랑 벽화를 찾으면 된다.

맥주 박물관, 지하도 역사 박물관 입구. 

지하도 역사 박물관은 가이드 투어가 아니면 입장할 수 없다.

박물관 아니랠까봐 맥주 한 잔 들이키는 아저씨들의 어설픈 모형도 있다.

참고로 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입장료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
돈을 지불하면 스티커를 하나 주는데, 이 스티커를 붙인 사람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실 스티커 안 붙인 외국인 어르신들도 얌체처럼 몰래 찍긴 하더라. 

맥주 박물관은 어차피 이따가 맥주 공장에 갈 예정이여서 적절하게 패스했고, 
지하도 역사 박물관 투어를 신청했다. 

마침 투어가 시작하기 10분 전에 도착해서 얼마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 이곳저곳을 오르락 내리락 하기 때문에 안전모를 꼭 써야 한다.

이쯤에서 적절한 정보. 

◆ 플젠 지하도 역사 박물관 (2011 여름 기준)
 - 성인 요금 : 70kc(체코어), 90kc(영어)
    6세 이하, 70세 이상, 학생, 장애인 할인 : 50kc(체코어), 60kc(영어)
   가족 요금 (2명 어른 + 1명 아이) : 180kc(체코어), 220kc(영어)
   사진 혹은 비디오 요금 : 100kc
 - 7~9월 투어 시간 : 낮 11시, 2시, 3시, 4시(체코어), 1시(영어), 12시(독일어)
   10월~ 투어 시간 : 낮 11시, 3시, 4시(체코어), 1시(영어)

워터 타워를 끝으로 투어가 종료되며, 종료 직후에 기념주화를 준다. 
기념으로 갖고 있어도 되고, 직영 레스토랑에서 맥주로 바꿔마실 수도 있다. 


우리야 당연히...

맥주!

맥주 마시면서 노닥거리다가 맥주공장 투어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온 걸 깨닫곤 미친듯이 달리게 되었다. 
....이래서 술이란!

그리하야 전날 안델 터미널에서 펼쳐졌던 단거리 달리기가 플젠에서도 펼쳐졌다.
허겁지겁 달려 도착한 맥주공장. 뒤에서 친구가 울망거리며 같이가자고 외치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이 건물이 방문자 센터. 
이곳으로 들어가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참고로 학생증 보여주면 학생요금으로 해준다. 내가 할인 받는 걸 본 어떤 미국인 오빠는 다시 리셉션으로 와서 자기도 학생이라고 말하더라.

여튼 필스너 우르켈 맥주 공장 투어 시작!

참고로 공장 내부는 보안지역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지정된 장소로만 이동한다. 
가이드가 자부심에 찬 얼굴로 보안카드를 내밀며 자랑하기도 했다. 

찰리와 초콜릿 같은 걸 기대한 나는 바보... 

컨베이어 벨트로 날라지는 맥주병들.
저 중에 내가 엊그제 마신 필스너 우르켈 병맥이 있을지도 몰라...

맥주의 원료, 보리!

맥주의 스파이시, 홉!

보리를 어찌어찌 한 뒤 물과 섞고 휘저으며 발효시키는 중. 
으음..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대략적인 맥주 공정도.
으음... 역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림이다.

대략적인 공정과정을 본 뒤, 공장투어의 하이라이트 지점으로 이동한다. 
하이라이트? 후후후, 그런 말로는 부족하다. 
공장투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으스스하고 추운 지하로 계속 내려가다보면

훌륭한 맥주가 되어 우리에게 오시기 위해 대기타고 있는 필스너 우르켈님을 볼 수 있다!

설마 보여주기만 하겠는가, 곧이어 숙성중인 필스너 우르켈을 한 잔씩 따라준다!

맥주의 전설, 라거의 오리지널, 필스너 우르켈이다!
황금빛........음 사진이 별로라서 잘 안보이지만 여튼 황금빛의 우아한 자태.
한모금 들이켰을 때의 청량감, 그리고 알딸딸함(?).

으음... 오늘도 맥주 한 잔 마시러 나가야겠다 이거 안되겠다...

행복해하는 투어 참가자들.

맥주 한 잔 시음을 끝으로 투어가 종료되었다. 
아쉽.... 기도 했지만 더 이상 영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더 컸다.

배도 고프고, 투어하다가 알게 된 외국인들과 플젠 구시가 쪽으로 가다가 밥을 먹기로 했다. 

밥은 필스너 우르켈 직영점(아까 지하도 투어 한 곳 옆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헝가리는 아니지만 여튼 동유럽에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굴라쉬 스프를 시켰다. 
보기도 좋았고 맛도 좋았다. 하악하악.

같이 밥 먹은 외국인들은 미국인, 이스라엘인, 일본인이었다. 
그런데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이 영어로 뭐라고 쏼라쏼라 거리더니 자기들만의 세상에 가버렸다. 영어 완전 빨라!
일본인과 우리는 눈이 점이 되서 식사를 계속했다. 
이 어색한 적막을 깨고 싶어서, 일본인에게 말을 걸었다.

"나 쟤네 영어 못 따라가겠어ㅋㅋㅋㅋㅋㅋㅋ"
"어 나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도 뭔가 얘기하자. 일본이라 하면... 애니메이션 유명하지 않아? 왜 그 원피스라던가..."

그 때 갑자기 일본인의 눈이 번쩍 하는 걸 느꼈다. 

"그치! 원피스 유명하지. 만화가인 오다가 말하길 어쩌구 저쩌구"
"음, 한국도 원피스는 유명해. 애들이 다들 좋아해."
"일본은 어른들도 좋아해. 지금 스토리가 어쩌구 저쩌구"

일본인이 시킨 희한한 요리. 이름은 까먹었다. 


그렇게 한동안 원피스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가 내 무한도전 해골부채를 가리킨다. 

"이거 원피스 관련 상품이야?"
"....아니야!!"

모두를 주목시킨 뒤, 한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을 설명해주며 해골이 어느 때 쓰이는지 알려줬다.

"배드 시츄에이션, 붐!!!"

외국인들에게 무한도전을 전파시키는 나는야 무도빠.

친구가 시킨 포크 스테이크. 음식만 세 장 연달아 올리니까 올리는 나도 미치겄구먼. 


이야기가 시들해질 즈음에, 갑자기 나에게 나이를 물어봤다 .

"근데 너 몇 살인지 내가 알 수 있을까?"
"물론이지. 나는 투엔티이이이↗...."

....내가 몇 살이더라? 지금 나이에서 2년을 빼야 외국 나이가 되는 건가? 내가 학교를 빨리 들어갔으니까... 음 근데 생일이 지났으니까 1년을 빼는 건가? 아 난 도대체 몇 살이지? 모르겠다!

"티이이이↘..."
"스무살이라고?"
".........응."

친구는 이 년이 어디서 나이를 속여! 라며 쳐다봤지만, 원피스를 좋아하는 그 일본인은

"와, 난 그거보다 더 어리게 봤어!"

여자를 아는 일본인이었다. 

이차저차 식사를 마쳤다. 이스라엘인은 플젠에 더 볼일이 있는 것 같았고, 미국인은 미리 예약해둔 버스 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나갔고, 일본인은 유레일 패스를 끊어서 기차역으로 간댄다. 일본인이 유대교 시나고그까지 데려다줘서 바이바이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다시 서쪽으로 15분 정도 걸어가 CAN 버스 정류장으로.

모든 외국인들과 헤어지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사실 이 날 하루 종일, 평소엔 쓰지도 않는 양놈들 말 잔뜩 써서 머리가 초토화됐던 거였다. 돌아가는 길에 몇 시간 전부터 계속 하고 싶었던 배드 시츄에이션 붐, 배드 시츄에이션 붐 따위를 외치며 밀린 해골을 허공에 잔뜩 띄웠다.

CAN 정류장에서 프라하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쳐넣고 지쳐있는 머리와 마음을 달랬다. 영어공부가 절실하단 걸 느낀 하루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영어책엔 손 하나 안댄걸 보면.... 에구.


NEXT POINT → Karlovy vary





덧글

  • 로크네스 2011/10/03 16:16 # 답글

    원피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본인이 만화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게 편견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만나 보면 그 편견이 괜히 생긴 편견은 또 아니지요. 서양 여자애들이 귀엽다는 것도 괜히 생긴 편견은.....이 얘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enat 2011/10/04 14:33 #

    어른들도 모두 좋아하는 국민만화라나요ㅋㅋㅋㅋㅋㅋ 그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찼던 눈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전 서양꼬맹이들보단 누님들이 인상적이였어요. 그 잘빠진 몸매하며 나보다 윗쪽에 있는 얼굴하며... 부러워 죽겄네!!!
  • 소영정 2011/10/05 14:44 # 삭제 답글

    아하//ㅋㅋㅋ 저 포크스테이크 잊을 수가 없다. 흑흑//플젠 다시 가고파ㅠ 필스너 우르켈 먹고파ㅠ
    ㅠㅜㅠㅠㅠ
  • enat 2011/10/06 00:16 #

    대형마트에 가서 필스너 우르켈 병맥과 잔을 산 뒤 냉장고에서 차갑게 만들어 잔에 따라먹습니다. 이것으로 체코 향...수병(향은 아닌데) 여튼 해결!
  • 레키 2011/10/09 06:44 # 답글

    - 낼 갈껍니다! 스카이다이빙 안하면...
    기대기대긷기대기대기대
  • enat 2011/10/09 15:35 #

    오 맥주공장투어 하시겠군요 ㅋㅋㅋ 플젠은 맥주투어 아니면 둘러보기 좀 허전한 마을이에요.
    물론 맥주투어를 한다면, 비어홀릭 피플들에겐 최고의 도시지만요!
  • 레키 2011/10/11 07:37 # 답글

    - 으아아아아아아아
    바로 투어로 가버려서 위에 지하가이드를 못갔엉ㅕㅑ조야보ㅕ야ㅗㅈㅇㅑ보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럴수가... 으허허헝
    어쩐지 투어하고 나오는데 코인을 안주는거예요 ㅜㅏㅓㅠㅝㅏㅝㅜㅏㅠ유ㅏ루ㅏㅠ류ㅜㅏ;;;
    으아아아아아아아
    이럴 순 없다아아아..............
    낼 또 가야겠군요.. 아 분노..............................................으아아아아아아ㅏ아ㅏ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근데 필스너 우르켈 통에서 방금 꺼내준건 아주 기냥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아 플젠 애증의 도시!!!!
  • enat 2011/10/11 09:21 #

    엌ㅋㅋㅋㅋㅋ 저런... 근데 지하도 투어 별 거 없어요ㅋㅋㅋㅋㅋ 그냥 플젠 사람들의 과거 생활사? 뭐 이런 정도만 전시되어 있어서, 지하도 여기저기 누비는 건 재밌지만 전시물 자체엔 그닥.... 뭔가 임팩트 있는 게 없답니다. 음, 플젠까지 또 가시는 것보단 마스터 맥주를 한 병 사드시는 게 시간도 돈도 절약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갓 숙성된 필스너는 진짜..... 으아아아아아ㅏ아ㅏ아ㅏㅏ아아ㅏㅏ 죽이죠. 아 맥주 먹고 시픞다 엉엉엉ㅠㅠ
  • 레키 2011/10/11 15:59 # 답글

    - 아 그렇군요... 소중한 조언 감사합니다 ㅜ ㅜ ...
    에잇 나쁜 맥주 ㅜ ㅜ .......................오늘은 걍 팁투어나 듣고 느긋하게 이후를 도모해야겠습니다
  • enat 2011/10/11 20:24 #

    나쁜 맥주 ㅋㅋㅋㅋㅋ 좋은 결정 내리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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