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4 14:30

36일 유럽여행 (20) : 뮌헨 마리엔 광장과 빅토리엔 마르크트 ├ 36일 유럽여행 (2011)

다하우 수용소에서 S반을 타고 뮌헨 시가지의 중심인 마리엔 광장까지 이동했다. 

마리엔 광장 역에 도착한 시간은 4시 57분. 여기 마리엔 광장에도 프라하의 시청사 시계탑처럼 정해진 시간마다 움직이는 기계 인형이 있는데, 여름엔 5시에도 움직인다는 것을 가이드북에서 봐버렸다. 나중에 전전긍긍 시간 맞춰가며 구경하긴 싫어서, 이 참에 봐버리자 하고 미친듯이 광장을 향해 달렸다. 




거친 숨을 내쉬며 지하에서 마리엔 광장으로 나왔다. 가뜩이나 저질 체력에 전력질주해서 머리는 띵하고 가슴은 막히고, 으아 이거 죽겄다 하며 고개를 젖히자마자! 마리엔 광장의 신시청사가 눈에 들어왔다. 

헐떡거리며 한 마디 내뱉었다. 와, 이거 프라하로 돌아온 것 같은데?



광장은 이미 시계탑의 인형극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카메라 장전해놓고 대기타는 사람들... 이것 역시 프라하에서 본 광경인데?






프라하보단 길고 화려하며 재밌었던 인형놀이.... 인데 어째 영상은 이리도 안잡히냐. 에잉.





시청사 종탑의 중간에 위치한 이 인형시계는 글로겐슈펠이라는 기계식 시계이다. 매일 아침 열한시마다 종이 울린 뒤, 인형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돌아간다. 여름에는 해가 길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많기도 해서 그런건지, 종 울리는 시간을 아침 열한시, 정오, 오후 다섯시로 늘려놨다. 

덕분에 우리도 늦은 오후에 인형극을 볼 수 있었던 거고.





인형극이 끝나자 종탑 앞에 모인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카메라를 내렸고, 곧이어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제서야 시간 맞춰 달리느라 흥분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마리엔 광장의 신시청사. 굉장히 고풍스럽고 유서 깊어 보이지만, 사실 190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건물이 네오고딕 양식이라 그래선지, 이 시청사를 쳐다볼 때마다 자꾸 프라하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을-특히 노이하우저 거리 쪽을- 둘러볼 때마다 보이는 현대식 건물들이, 여기는 프라하가 아니라 뮌헨임을 깨닫게 해줬다.






신시청사 안쪽.

안쪽은 까페로 쓰는 듯 했다.





시청사 일부가 공사중이라는 건 슬펐다. 

아니 저놈의 공사 포장지는 왜 이렇게 우리를 따라다니는 거람!
우스개소리로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말이 씨가 된건지 공사용 포장지는 그 이후로도 계속 우리 앞을 가로막았고.... 보수공사의 절정은 베네치아였다는 것만 미리 밝혀둔다...




뮌헨의 구시가지 중앙에 펼쳐진 마리엔 광장, 그리고 마리엔 광장 중앙에 놓인 마리아의 탑. 

마리아는 뮌헨 시의 수호신으로, 마리엔 광장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사진의 저 편에 놓인 교회도 공사중이네.... 에휴.





뮌헨의 상징, 높은 쌍둥이 탑을 가지고 있는 프라우엔 교회.

그런데 쌍둥이 한 놈도 공사중이었다................. 아이 정말.............왜!!!!!!
시청사 공사중인 거나 이름 모를 교회 공사중인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쟨 유명하잖아! 뮌헨의 상징이잖아! 아예 탑 하나 전체가 공사중이잖아!

분에 못이겨 허공을 향해 주먹을 몇 번 날리다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리엔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뮌헨 최대의 재래시장 빅토리엔 마르크트가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야채, 과일, 말린 고기, 밑반찬 등을 파는 식료품점이 진을 치고 있다. 좋은 식료품을 사려고 눈을 부라리며 재료를 고르는 아주머니들, 옆에서 조언하는 것처럼 몇마디씩 내던지는 아저씨들, 손님들 상대하느라 바쁜 직원들 등등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시끌벅쩍한 곳이었다. 





식료품 마켓을 둘러싸는 형태로 소시지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사람 팔뚝만한 소시지, 얇고 가느다란 소시지, 잘게 썰려있는 소시지, 한 뭉텅이로 뭉쳐있는 소시지, 돼지로 만든 소시지, 어린 송아지로 만든 소시지, 붉은 소시지, 하얀 소시지 등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숙박하는 뮌헨 호스텔에선 취사가 불가능했고, 소시지를 사봤자 요리해 먹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뮌헨 다음 도시에서 머물 숙소는 취사가 가능했다. 그 취사가능이란 단어 하나만 믿고, 뮌헨 마지막 날, 친구와 돈을 합쳐 그 숙소에서 요리해 먹을 팔뚝 굵기의 소시지 한 묶음을 구입했다. 구입한 소시지는 화장실 변기로도 쓰일법한(?)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 이후로 질리도록 소시지만 먹으며 울었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그리고 식료품 마켓과 소시지 가게의 정중앙에, 사람들이 앉아서 수다 떨며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야외에서 소시지 먹으면서 노닥거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바이스 부르스트와 맥주 두 잔을 산 뒤 자리에 앉았다. 



좀 끈질긴 것 같지만 이번에도 몬스터 참고자료. 

바이스 부르스트는 송아지 고기로 만든 흰 소시지인데, 정말, 정말 격이 다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그 감칠맛 하며.... 잘게 잘라 먹었는데도 벌써 반을 먹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으아! 회상만해도 침이 흐르네.

뮌헨 헬을 드링킹하며 바이스 부르스트를 조각내서 우물우물 먹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폐쇄된 공간에선 소음이지만 개방된 공간에선 잔잔한 배경음악이 된다. 연주자들을 살펴볼까. 기분 좋은듯이 떠들어대는 아저씨들, 우아하게 담배 하나 입에 물고 혼잣말을 하는 아줌마, 점잖게 버릇없는 손자를 혼내는 할아버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건지 어색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언니들, 턱을 괴고 가끔씩 한숨을 쉬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년... 

귓가를 떠도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의 울림과 그 울림에 한글을 보태는 우리.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신경 쓸 사람은 없고, 신경쓴다 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던 걸까. 빅토리엔 마르크트 한복판에서 한국에서라면 말할 수 없었을 정도의 온갖 잡스러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도중, 회계 정리 한답시고 종이를 꺼내 숫자를 끄적이기도 했지만 취기가 오르는 바람에 계산은 점점 산으로 갔다. 뒤엉킨 숫자들과 온갖 부호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아껴쓰면 된다는 당연한 결론을 내려 간신히 문제 해결. 그 이후로도 서로 헤롱헤롱한 상대를 비웃으며 두서없이 다른 이야기를 펼쳐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에 맞춰 함께 흥얼거리며뮌헨 한복판에서 술 쳐먹고 떠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뮌헨의 저녁을 즐겼다.


Next point → Fu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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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veryday we pray for you : 36일 유럽여행 뒷 이야기 2012-05-15 15:38:44 #

    ... 시들 중 몇 개의 도시만 뽑아봐야징. 유럽에서 보냈던 저녁 중 제일 훈훈했던 곳은 역시! 뮌헨 마리엔 광장과 빅토리엔 마르크트(http://enatubosi.egloos.com/1599075)에서 보냈던 저녁. 왁자지껄한 야외 식당에서 술과 분위기에 취해서 이것저것 떠들어댔던 후리한 여행자의 전형적인 저녁이었다.&nbs ... more

덧글

  • 나르사스 2011/10/24 20:54 # 답글

    저 사진 찍은 카메라가 유난히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저 장엄하고 감격스럽습니다(어떻게 저런 풀샷을!)
  • enat 2011/10/25 21:50 #

    제 똑딱이가 들으면 기뻐할 거에요. 가지고 다니면서 맨날 구박만 했는데... 어흑.... 얘야 넌 특별한 카메라란다 ㅠㅠ

    사실 시청사 앞 광장이 뒤로 가서 찍기에 충분히 넓직했습니다.
    그래도 제 알량한 카메라로는 땅바닥에 무릎대고 고개 쳐들어야 잡히더군요...
  • 나르사스 2011/10/26 10:22 #

    저 오스트리아 빈에서 똑딱이가지고 국회의사당 한번에 잡아서 찍는다고 '누웠었거든요' 정신차려보니 주위관광객들이 저를 찍고 있더라구요... ㅜㅜ
  • enat 2011/10/27 20:26 #

    관광하기 위해 갔는데 관광당하는 상황이군요ㅠㅠ
    으음, 하긴 외국인이 한강에서 국회의사당 찍는다고 드러누우면 저도 신기해서 찰칵할 것 같아욬ㅋㅋㅋㅋㅋ
  • 로크네스 2011/10/24 21:45 # 답글

    심지어 식사 메뉴마저도 몬스터! 대단하십니다!
  • enat 2011/10/25 21:51 #

    처음으로 접한 독일 문화 서적(...)은 몬스터였죠. 하하하!

    ...이래서 사람은 어릴 때 고전을 많이 읽어야....
  • 요엘 2011/10/25 04:49 # 답글

    건물들이 너무 예뻐요 하앍
    느긋하게 앉아서 차라도 홀짝 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소세지를 울면서 드셨다니 =_= ...
    마지막 소세지가 정말 환상적입니다, 건물보면서 와 너무 멋져 하다가
    소세지 나온순간 아웃오브안중. 역시 먹는게 짱인듯 싶어요
  • enat 2011/10/25 21:54 #

    큭... 전 사진 보면서도 내내 맥주를 떠올렸는데 요엘님은 우아한 티타임을 떠올리셨군요....
    역시 고풍스런 문화생활을 즐기시는군요... (!?)

    소세지 환상적입니다. 닭도 영계가 맛있듯이 소도 어린 송아지가 맛있더군요. 음하하! 암요, 먹는게 짱입니다!
  • 요엘 2011/10/26 01:25 #

    고..고풍스런 문화생활이라니ㅎㅎㅎ
    전 정말 저질스런 저콸생활을 하는 여자랍니다...

    암요 모든 영계가 짱입지요. 이래서 연하를 만나야 (응?) ...
  • enat 2011/10/27 20:21 #

    아닠ㅋㅋㅋㅋ 저질스런 저콸생활이라눀ㅋㅋㅋㅋㅋㅋㅋ 부정해드리고 싶은데 부정할 정보가 ㅇ벗다...

    영계의 맛과 미덕을 아시는군요! 예를 들자면 수줍귀욤돋는...어, 어흠, 살짝 건방진 걸 밟는... 어흠흠흠.
  • 요엘 2011/10/28 04:31 #

    뭔가 건방지면서도 귀염돋는 그러나 떡대는 매우 좋은 그런 영계.. 큼큼..
    존댓말도 좋지만 반말해줘 큼큼..

    망상폭발입니다 (...)
  • enat 2011/10/28 21:36 #

    Aㅏ.....아아아아

    요엘님으 큼큼속에 살짝... 아니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욕망은 저로 하여금 동의를 던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군요.
  • 련석 2011/11/21 12:09 # 삭제 답글

    잘 보고 가요~^^
    소시지 묘사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먹고 싶은..
  • enat 2011/11/21 19:16 #

    덧글 감사합니다^^ 바이스 부르스트가 진짜 맛있긴 맛있더라구요! 한국에서도 파는 곳이 있다면 좋을텐데 큰 마켓을 돌아도 안보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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