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5 03:14

36일 유럽여행 (27) : 루체른 빙하공원 ├ 36일 유럽여행 (2011)

루체른 시내의 빈사의 사자상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루체른 빙하공원. 


1872년, 죠셉 윌리엄이란 사람이 술 저장고를 지으려다가 이곳에서 빙하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 흔적은 이듬해 개방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발굴 작업은 계속되어 현재의 빙하 공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공원개방시간은 4월~10월 매일 9시~18시, 11월~3월 매일 10시~17시이다.

입장료는 2011년 9월 당시 학생 가격으로 9.5유로를 받았다. 성인은 12유로로 기억한다. 



2만년전의 빙하의 흔적들. 

빙하에 의해 먼 곳에서 떠밀려온 표이석과, 돌이 운반되면서 남은 찰흔은 빙하시대에 루체른이 빙하로 뒤덮혀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옥호가 있다. 

옥호는 빙하의 밑바닥에서 녹은 물과 모래, 돌 등으로 인해 침식되어 형성되는 구덩이를 말한다. 
빙하공원에서 제일 큰 옥호는 깊이가 9.5m, 직경이 8m 가량 된다. 

어떻게 물과 모래 만으로 이렇게 깊이 패일 수가 있을까? 
답은 옥호가 생성되는 지점에 있다. 옥호는 빙하의 아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빙하에서 녹은 물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된다.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물의 유속은 빨라져 최고 200킬로미터에 달하는 소용돌이를 형성하게 되고, 이 물과 자갈과 모래의 소용돌이에 땅이 패여 단 몇 년만에 옥호가 형성되는 것이다. 





바닷조개 화석이 포함된 사석암 층. 

이 화석은 2천만년 전의 것으로 추측되며, 따라서 이 시기에는 이곳(혹은 근처. 빙하로부터 이동된 것일수도 있으니까!)이 바닷가였음을 알 수 있다. 





으으... 으아으. 사실 약간 군집 공포증 비스무리한 게 있어서 이런 화석을 보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종려나무 잎의 흔적. 역시 2천만년 전의 것으로, 루체른 일대는 종려나무가 자랄 정도로 더웠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게다가 파문의 흔적까지.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루체른이 2천만년 전에는 백사장이 있던 아열대 기후였음을 알 수 있다.

시간순으로 배열해보자면, 2천만년 전 무더운 바닷가에서, 천만년 전부터 지각이 융기되어 알프스 산맥이 형성되고, 2백만년 전 빙하기가 시작, 마지막 빙하기인 2만년 전에 옥호가 형성 된 것이다. 이야.... 지구는 살아있구나!





지구의 역사를 12시간으로 표현한다면! 

11시 59분 59.6초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다.

11시 59분 59.9초에 빙하시대가 끝나고,

11시 59분 59.98초, 그러니까 2000년 전에 예수가 탄생한다.


어쩐지 까마득한 이야기다.





1792년의 루체른. 1792년도에 Franz Xaver Schumacher가 제작한 지도를 토대로, Hans Portmann이 1962년도부터 십 년 넘게 제작한 모형이다. 

비례척은 약 1:50000.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지모 모형이자 스위스 지도학의 선봉 작품, 스위스 중부 지역 지모 모델이다. 

1762년부터 Pfyffer 장군이 스위스 중부 일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측량하여 제작한 모델이라 한다. 이 무슨 스위스의 김정호... 
모형의 축도는 1:11500이다. 





박물관에서 재밌게 본 것 중 하나. 현미경으로 확대한 영상 아래의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물체 표면에 빙정이 자라게 된다. 무한하게 자라날 것 같은 이 빙정은, 버튼을 떼자마자 온데간데 사라져버린다. 이것은 무슨 일일까? 

펠티에 효과를 이용한 재밌는 쇼다. 버튼을 누르면 서로 다른 금속 두 개가 접합되어 접합부에서 흡열이 일어나게 되고, 온도가 내려간 물체의 표면에서는 공기 중 수증기가 달라붙어 얼음 결정을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버튼을 떼면 실온으로 돌아와 빙정은 다시 대기중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를 때마다 다른 모양의 빙정이 자라는 게 예뻐서 친구와 히죽거리며 눌렀다 뗐다를 한참동안 반복했다.





눈이 예뻐서 한 장.





기온이 급강하되면 식물 내부에 있던 수분, 혹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붙는데, 이 때의 얼음은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형성된다. 이름을 붙이자면 얼음꽃. 이 현상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사진 옆에는 형성 과정을 담은 비디오도 있었는데, 평범한 나무조각을 가르며 피어나는 얼음꽃들이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자동차에서 피어난 얼음꽃. 

예쁘긴 한데 차주인은 짜증나겠군....





루체른, 체르마트 등, 스위스의 지방별 전통 가옥 미니어쳐이다.

참고로 우리가 지금 둘러보고 있는 박물관 건물도 루체른의 전통 가옥을 고쳐 만든 것이었는지, 온통 목조 구조물에 저 미니어쳐와 형태도 비슷했다. 





맨 꼭대기 층에 있던 18세기 초기 바로크식 침실. 

침실 옆에는 회의실, 사무실 등이 있었는데, 사무실은 빙하공원의 창시자 Amrein-Troller가 사망한 이후 1881년부터 빙하공원의 관리작업을 책임진 부인, 마리아 Amrein-Troller 여사의 방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하긴 이 정도 되는 규모의 박물관을 1800년 대부터 꾸려나갔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겠다. 초상화나 사무실을 전시해 그 노력을 알리려는 것도 당연한 듯.





재밌게 다 보고 나와서 이제 어디를 가볼까 하고 지도를 펼쳤는데, 옆에서 우리를 쳐다보던 관리인 할아버지가 관람시간이 끝나간다고 알려줬다. 헉 벌써 그렇게 됐나, 시간 다되어서 내쫓기는 건가 싶었는데 왠 걸, 그 할아버지는 오히려 빨리 안가본 곳을 가보라고 설명해주며 동선을 짜줬다. 이.... 친절한 스위스 할아버지.... ㅠㅠbb

할아버지가 짜준대로 일단 알함브라의 거울미궁에 가봤다. 1896년도 제네바의 전국박람회를 위해 세워졌다가 1899년 빙하공원으로 옮겨진 미궁이라고 한다. 

미궁은 색이 계속 변하는 조명이나 틈새없이 짜여진 거울 덕분에 제법 그럴싸했고, 덕분에 친구는 거울에 계속 머리를 박곤 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비웃으며 몸을 돌리다가 머리를 박았다. 





미궁에서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은 빙하공원의 전망대. 
꼭대기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높고 험해서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으 이 저질체력!!! 

그 거친 숨소리에 놀란 다른 관광객들이 우리에게 내다볼 자리를 양보해줘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루체른 시내와 그 뒤로 보이는 높은 산봉우리. 저 산은 내일 우리가 올라갈 필라투스 산이다.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루체른의 아주 유명한 산인데, 자세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에서. 





빙하공원을 다 둘러보고,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내려오니 문이 잠긴다. 우리가 마지막 관광객이었나보다. 

빙하공원은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수준의 지구과학만 알면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간에 맞춰 알차게 관람한게 뿌듯해서 싱글싱글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리던 비도 어느샌가 멈춰있었다. 당일 아침에 '건방진 스위스 놈들!!!!' 따위를 외쳐대며 짜증을 냈던 일도 굉장히 오래 전 일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것 참.... 비가 멈추다 못해 날씨가 개고 있었다.  


하필 시내관광을 끝날 타이밍에 맞추다니...... 좀 빨리 맑아졌으면 몸도 따뜻하고 사진빨도 잘 받고 좋잖아! 역시 건방지다 스위스!!!!! 

친구와 괜히 하늘을 향해 행복한 불평을 외치며 숙소로 돌아갔다. 

Next Point → Pilatus




핑백

덧글

  • 블루 2011/11/25 12:20 # 답글

    얼음꽃이 정말 예쁘네요.
    스위스도 꼭 가고 싶은 곳인데 가게 되면 빙하공원도 들러봐야겠어요~
  • enat 2011/11/25 22:44 #

    아름다운 자연현상이죠! 역시 마더 네이처만한 게 없어요 음음.
    나중에 루체른에 가시게 된다면 빙하공원과 빈사의 사자상을 둘러보세요! 시간을 들여 둘러볼 가치가 있는 곳들이였답니다~
  • 요엘 2011/11/26 04:39 # 답글

    흐와, 그냥 동네자체가 너무 이쁜듯해요 ㅜㅜ 반칙이에요 (?)
    미국말고 유럽갈껄, 컹.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셨군요 부러워요 !!!

    저 벌레가 3만마리 모여있는듯한 화석은 뭐지요... 소름돋아... 뭐야, 무서워 .......

  • enat 2011/11/26 21:20 #

    루체른이 호수를 끼고 있어서, 나들이 가고 싶을 땐 도시에서 5분 거리로 나가기만 하면 되겠더라구요. 아름다운 루체른 호 ㅠㅠb
    킁 저는 미쿡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라스베거스랑 그랜드 캐년이랑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랑... 하앍!!!!!

    저 화석은... 저도 이름을 모르겠어요. 무슨 송충이처럼 생겨서 꿈틀거릴까봐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못하겠고... 으으으 ㅋㅋㅋㅋ
  • 요엘 2011/11/27 03:54 #

    미쿸 오세요!! 살기는 척박해도 (-_-) 여행으로는 매우 좋은듯 해요
    오시면 맛있는 식사라는 싼 가격으로 제가 통역가이드를! (이봐)

    사실 저도 못가본 곳이 너무 많아서 저부터 미국 여행을 해야할듯 합니다ㅜㅜ
  • enat 2011/11/28 00:37 #

    돈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겠지만..... 그러질 못하는 슬픈 현실입니다 ㅋㅋㅋ

    흑흑 요엘님 통역가이드 받고 싶은데 흑흑
    제가 아는 영어는 미드를 보면서 단련된 욕과 상스러운 말 뿐... 흑흑
  • 레키 2011/11/27 02:21 # 답글

    - 우오아아으아아앙... 이낫님 여행기 쑥쑥 올라와서 대단하구 부럽구... 재밌게 보고 이씀당!
    근데 미궁에서 쿠당 한건... 역시 남의 고통을 기뻐하면 댓가를 치루기 마련이라는 교훈을...
    아...
    루체른... 스위스... 아... 가고 싶네요
  • enat 2011/11/28 00:39 #

    재밌게 봐주셔서 감싸합니당! 그닥 유익한 취미가 없어서 할 일 없으면 여행기를 쓰는지라 쑥쑥 올라옵니다 ㅋㅋㅋ

    미궁에서 부딪힌건.... 네.... 천벌일겝니다....
    이번 여행에서 친구가 웃긴 꼴을 당할 때마다 비웃었는데 비웃을 때마다 제가 돌려받더군요. 음... 착하게 살아야겠씀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jj

cc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