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1 03:14

36일 유럽여행 (29) : 필라투스 하산길, 터보건을 타다 ├ 36일 유럽여행 (2011)

십자가가 꽂혀있는 필라투스의 봉우리에서, 정상의 차디찬 공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까운 곳에 봉우리가 네다섯개 솟아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산책로를 따라가면 옆에 있는 다른 봉우리에도 오를 수 있나 보다. 한 번 가볼까...





그래서 다른 산책로를 따라 가는 도중, 중간에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이 산책로 한복판에 멈춰서 움직이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틈사이로 봤더니 앉아있던 두 여행객이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새 날라갈까봐 다들 안지나가고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저 새.... 노리가 부랗다!!!!!

입이 얼어있어서 말이 엉켰을 뿐인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운 친구가 이걸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 먹었다. 





저게 필라투스 정상에서 볼 수 있다는 야생의 슈타인보크(알프스 염소)인가 보다. 

양처럼 몽실몽실하게 생겼네... 안아보고 싶다. 





근데 얼씨구,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온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 귀찮은 코스였나 보다. 

뜻이 통하여서 빠르게 포기했다. 

둘 중 한명이라도 의지가 있었다면 다른 봉우리에서 경치를 감상했을텐데. 





하지만 그 때의 우리에겐 산에 오르려는 의지보다는 온기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그대로 필라투스 쿨름 건물로 돌아가 따뜻한 코코아로 몸을 녹였다. 


코코아 마시다가 화장실이 공짜길래 (매우 중요함! 유럽엔 공짜 화장실이 몇 없음) 잠시 들렸는데, 

거기서 아까 알프나흐슈타트에서 마주쳤던 한국인 여행객 두 명을 만났다. 

그 둘 역시 우리와 비슷한 옷차림이여서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아니 그 쪽도 칠부바지네요! 에취!"

"네... 이게 가져온 여행바지 중 제일 긴 거에요.... 훌쩍"

"헐 저돈데... 여기 오지나게 춥죠. 에취!"

"여름이라 생각없이 옷 챙겼는데, 정말 바보였어요... 훌쩍"





한국인 두 분과 헤어진 뒤, 아쉽지만 슬슬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곤돌라는 프레크뮌테크까지 이동하며, 거기서부터는 케이블카를 타고 크리엔스까지 갈 수 있다.





곤돌라는 10명에서 15명 정도 인원이 모이면 안내요원과 함께 타게 된다. 

안내요원이 뭐라뭐라 설명은 하지만 구름을 뚫고 내려가는 모습에 다들 정신이 팔려 창밖만 내다볼 뿐이다. 





내려가던 도중 발견한 건물. 믿기 힘들지만 교회라고 한다.

저렇게 높은 곳에 교회가 지어지다니.... 수요가 있긴 한가보다. 

양치기가 와서 찬양을 부를까? 목장 주인이 와서 기도를 드릴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건물이다. 





중간에 케이블카로 갈아탈 장소인 프레크뮌테크가 보인다. 

우리는 바로 갈아타지 않고 프레크뮌테크에서 뭔가를 할 생각이다. 





프레크뮌테크 도착!

필라투스 중턱인 이곳은 활동적인 사람들을 위한 많은 스포츠 시설들이 있다. 

이미 로프파크, 터보건 등을 즐기는 사람들-대부분 학생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가격이 저렴한 터보건을 하기로 했다. 

8프랑이면 저 길고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에서 씽나는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데, 스위스 관광청에서 나눠주는 쿠폰을 사용하면 더 저렴하게 탈 수 있다.


어린이 가격인 6프랑으로. 패스 소지자라면 미리 준비해서 2프랑 절약하시길!


로프파크도 할인 쿠폰이 있는데, 


7프랑이나 할인해주지만 할인해봤자 20프랑... 재밌어보이긴 하지만 관뒀다. 

아버지 선물로 맥가이버 칼을 하나 사는 바람에 스위스프랑 파산 직전이여서...


물론 이 쿠폰들은 2011년도 판이기 때문에, 2012년에 쿠폰을 사용할 분들은 그 때 가서 스위스 관광청에 갱신되는 새 쿠폰을 다운받으면 된다. 

스위스 관광청 쿠폰 다운로드 링크 : http://www.myswitzerland.co.kr/coupon/





어린이 가격으로 구매 완료! 

기계에서 6프랑짜리 어린이 표로 끊은 뒤, 검표원에게 쿠폰과 함께 제시하면 된다. 


검표원에게 먼저 표만 보여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말했다.  

"음.... 내 생각에 너희는 그렇게 어린애인 것 같진 않아...."

"하지만 쿠폰이 나오면 어떨까? 이얍!"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칭찬받았다. 으히히.



 

터보건을 탈 땐 안전을 위해 소지품 없이 타야하기 때문에 카메라 등등은 물품보관함에 넣고 탔다. 

자리에 앉아서 배운대로 탔더니 별 무리없이 내려왔다. 별거 아니네! 완전 재밌구먼!


난 사실 자전거도 무서워서 잘 못타는 사람임...


다 타고나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딸랑딸랑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필라투스 산 중턱 너머로 보이는 루체른 호와 또 그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들과 또 그 너머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달달달달 끌려 올라가면서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언덕 너머로 서서히 드러나는 그 장관이란!


딸랑딸랑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건가 주위를 휘휘 둘러봤더니, 

터보건 레일 주위에서 풀 뜯는 소의 목에 매달린 종에서 나는 소리였다. 소가 풀을 뜯을 때마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하고. 


그 목가적인 풍경을 하필 카메라를 빼고 탔는지라 사진으로는 못남겼지만, 머릿속에는 종소리와 함께 제대로 박아뒀다. 





터보건도 탔겠다, 이제 내려갈 차례다. 

크리엔스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친구와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잔뜩 나누며 천천히 내려갔다. 

잠시 전력공급이 끊겨 중간에 케이블카가 멈추는 작은 해프닝도 있어서, 끝까지 필라투스는 우리를 스릴 넘치게 해주는구나 싶었다. 


크리엔스에서 버스를 타고 루체른 중앙역으로 돌아갔다. 


Next point → Montreux







덧글

  • 요엘 2011/12/01 13:47 # 답글

    이햐
    사진만 봐도 멋지다는 느낌이 팍팍 전해지네요 멋져!! 그나저나 양인줄 알았는데 염소라니
    으아닛, 저동네 염소는 왜이렇게 몽실몽실해.. 염소까지 멋져!!!

    터보건 한번 타보고 싶어요!! 왠지 엉덩이가 스크래치 날거같은 이상핸 생각이 들지만
    너무 재밌어 보입니다 *_* 미끄럼틀 미끄럼틀!!
  • enat 2011/12/03 00:22 #

    찍으면서 좀 더 시야가 넓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들었는데 멋지게 봐주셔서 안심이네요. 어흐흑...
    저도 양인줄 알았는데 포스팅하려고 스위스 관광청 홈페이지 들어가니까 필라투스 정상에 사는 염소들 소개글이 있더군요ㅋㅋㅋ 그래서 알았습니다.

    터보건은........... 아아 재밌어요. 무진장 재밌죠. 얘가 가속도가 붙어서 몇 분간 미친듯이 레일 따라 내려가는데 안튕겨나가려고 진땀 흘리며 조종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아아... 사실 무서웠어요...
  • 요엘 2011/12/03 09:58 #

    튕겨나가딘-_-!!!
    튕겨 나가면 들판에서 나뒹구는 건가요?

    머..멋져!! *-_-*
  • enat 2011/12/05 13:35 #

    안멋져요 으으 ㅠㅠ 상상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리는군요 ㄷㄷㄷㄷ
    스위스 장인들을 믿고 탔을 뿐입니다 으으
  • 직쏘 2011/12/01 20:42 # 삭제 답글

    터보건 따라서 짐도 내려오면 좋을듯, 만리장성 케이블카는 정말 무서웠는데 저기는 매우 안정적이군요
  • enat 2011/12/03 00:24 #

    만리장성 케이블카도 장난 아닐듯한 기분이... 중국은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요.
    터보건도 안정적이지만은 않아요.... 코너에서 온 몸으로 느껴지는 원심력이란....
  • tryst 2011/12/02 02:28 # 답글

    여기 여행정보!!!!!!!!갖고싶네여 넘 이쁘다!!!!!!!
    제가 꿈꾸는 곳이에요!!!!!!!!!!!
  • enat 2011/12/03 00:25 #

    아름답죠!!!!!! 스위스, 특히 필라투스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정통파 스위스 풍경을 보여주더군요!!!!!
    제 여행정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
  • 키르난 2011/12/02 15:13 # 답글

    예산이, 예산이이이이...;ㅁ; 패러글라이딩까지 하려면 예산 풍족히 들고 가야하는군요. 흑흑흑. 여튼 터보건은 타다가 노선 밖으로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아니; 실은 청룡열차 못타기 때문에 좀 무섭...;ㅂ;
  • enat 2011/12/03 00:31 #

    여행기간을 늘리느냐, 몇 십분 간의 짜릿한 순간을 만끽하느냐, 둘 중 하나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패러글라이딩 할 돈으로 프라하와 로마에서 며칠 더 머무는 식으로 계획을 수정해갔는데 막상 하는 사람들 보니까 아쉽더군요 ㅠㅠ

    터보건은 튕겨져나가지 않기 위해 레버 조종을 해야 합니다. 뭐 초딩들도 타는 걸 보니까 그런 조종 안해도 튕겨나가지 않게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겠....
    죠 아마 ㅠㅠ 흑 저도 타면서 무서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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