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7 00:00

36일 유럽여행 (30) :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몽트뢰 ├ 36일 유럽여행 (2011)


전날 필라투스에서 스위스가 자랑하는 절경을 보고 온 것은 정신적으로는 상쾌했지만 육체적으로는 상당히 피곤했던 일이었다. 

얄량한 점퍼 하나 입고 해발 2000m 이상의 상공에서 덜덜 떨며 돌아다닌 것이 장기간의 여행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리는 만무했고, 우리의 컨디션과 건조한 호스텔의 공기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바람에, 다음날 아침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뻗어버렸다. 더군다나 친구는 감기 초기 증상.  

이 날은 리기산을 갈지, 인터라켄을 갈지, 골든 패스를 탈지 정해두질 않아서 스케줄이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냥 호스텔에서 쉴까 하다가, 스위스까지 와서 하루종일 호스텔에 쳐박혀 있는 건 감기에 걸린 친구도 달가워하지 않았는지라, 호스텔 로비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맛폰으로 스위스 관광청 홈페이지를 뒤적거려 봤다. 



그러다가 발견한 도시는 몽트뢰. 

이 호반의 한적한 도시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온화한 날씨.." 였다. 

루체른의 칼날 같은 차가운 바람에 질린 우리들은 "온화한 날씨" 라는 단어에 제멋대로 잔잔한 호숫가와 따스한 햇살, 상냥한 바람을 상상했고, 그 상상은 당장 몽트뢰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위스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MP3 여행 가이드를 핸드폰에 다운받은 뒤, 몽트뢰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몽트뢰 도착. 역에서 나와 호수 방향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 레만 호수가 보인다. 

구름이 잔뜩 낀 탓에 따스한 햇빛은 없었지만, 그래도 온화한 호숫바람에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의 바람은 확실히 루체른 보다는 친절했다. 
 




조형물을 타고 노는 아이들과 그 뒤로 보이는 멋진 스위스 호텔. 

루체른에 두고 온 짐이 없다면, 혹은 루체른 백팩커스에 숙박비를 다 지불하지 않았다면, 
있는 프랑 다 긁어서 저곳에서 하루 묵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을텐데. 





배고파서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오오 당분 오오 

....오늘의 아침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호숫가에 앉아 발 밑을 쳐다보았다. 

바람에 떠밀려 온 호수가 파도친다. 

....어쩐지 인천 월미도 앞바다 같은 느낌이다.





레만호 부둣가에 앉아 멍때리고 있는 감기 걸린 친구. 

하필 옷도 병원 환자복 같은 걸 입고 와서.... 크흑.... 괜히 가슴 아프게....





호숫가 근처의 분수에선 발랄한 스위스 꼬꼬마들이 놀고 있었다. 





부둣가 바로 옆에는 호수를 향해 멋지게 폼을 잡은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방문객이 끊이질 않는 이 동상은 영국 팝 그룹 퀸의 리드보컬이자 기타리스트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다. 
그가 1991년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5년 뒤인 1996년에 몽트뢰 시와 팬들의 도움으로 동상이 세워지게 된다. 





그를 사랑하는 몽트뢰의 팬들은 2003년도부터 매해 9월 첫째 주에 프레디 머큐리 기념일을 제정하여 기념 행사를 열기 시작했고, 
그 기념 행사가 전 세계의 퀸 팬들이 주목하는 행사가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침 우리가 몽트뢰에 갔을 때가 9월 초였기 때문에, 프레디 머큐리 동상 앞에는 그의 팬들이 남기고 간 꽃다발, 편지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하나. 

'영국'의 팝 그룹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기념행사까지 열리는 도시가 왜 하필 '스위스'의 몽트뢰였을까? 

처음에 퀸이 몽트뢰를 방문한 이유는 이 도시에 있다는 마운틴 스튜디오라는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퀸이 녹음 작업을 하던 당시 몽트뢰에선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그들의 앨범명을 '재즈'라 이름 붙였다. 이윽고 완성된 '재즈'는 퀸 모두가 흡족해했으며, 결국 녹음 작업을 했던 마운틴 스튜디오를 통째로 인수하기까지 한다. 그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퀸의 대부분의 히트곡은 바로 이 마운틴 스튜디오에서 나오게 되었으니까. 




퀸의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는 녹음 작업을 위해 정기적으로 몽트뢰에 들리게 되었고, 그러던 새에 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작업 뿐만이 아니라 휴양을 위해 몽트뢰를 찾으며, 자신의 제 2의 고향으로 여길만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의 유작앨범 "메이드 인 헤븐"의 표지는 몽트뢰에서도 그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며, 유작앨범에도 들어가 있는 곡 "Heaven for Everyone"은 "여기가 바로 모든 이들을 위한 천국이다" 라며 몽트뢰에 바친 곡이라고 한다. 





몽트뢰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프레디 머큐리 옆에서. 

치마와 바지를 겹쳐입는 쌍팔년도 광년이 패션으로 나도 한 장 찍어봤다. 헤헤헤...





사실 몽트뢰에 반한 사람은 비단 프레디 머큐리 뿐만이 아니였다. 스트라빈스키, 바이런, 헤밍웨이, 찰리 채플린...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 곳에서 휴식을 얻었고, 예술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 

호숫가에 잔뜩 피어있는 꽃과 호수에 반짝이는 햇살을 보면서 정말 누구든지 매료될 만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트뢰에는 레만호를 따라 길게 나있는 산책로가 있다.  

길거리에 잔뜩 깔린 꽃과 나무들 사이로 유유자적하게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산책로를 따라 4,50분 정도 걸었을까, 마치 호수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몽트뢰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스위스의 고성, 시옹성이다. 





시옹성에서 아까 우리가 왔던 곳 - 호텔&카지노 지구- 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이 때 드는 생각은 단 한가지였다. 


언제 다시 저기까지 걸어간다냐....





시옹성을 향하던 도중 발견한 돌탑. 

아무리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쓰러지지 않는 걸 보면 강한 염원이 깃들여진 돌탑인가 보다. 순간 접착제 정도의. 





시옹성 도착! 스위스 국기가 자랑스럽게 꽂혀 있다. 

우리야 산책로를 통해 걸어서 도착했지만 몽트뢰에서 여기까지 오는 방법으로는 버스, 기차(잘 안선다), 유람선 등이 있다고 한다. 





시옹성 근처에 묶여 있던 개. 

기념품 판매점에서 키우는 개일까?





그런데 시옹성은 호수가 자연적인 해자를 형성해주며 땅에서 떨어져 있었다. 멀리서 봤던 것처럼 정말 물 위에 지어진 것인가!?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봤는데, 그냥 호숫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바위섬 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몽트뢰의 기운을 받고 어느새 감기기운에서 회복한 친구. 

시옹성 뒤에 있는 부둣가에서 햇볕을 쬐며 행복해하고 있다. 





이상한 여자가 부두에 출몰하자 바쁘게 도망가는 물새들. 





퓌센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없어서성 내부 디자인엔 관심이 없어서 외부만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다시 걸어가는 건 힘들 것 같아서 시옹성 바로 앞에 있는 열차역으로 가봤다. 

이 역엔 열차가 한두시간에 한 번 꼴로 정차하는데, 우리가 오기 직전에 열차가 지나갔는지라 망함... 그냥 걷기로 했다.... 





기차역에서 다시 산책로로 나가다가 발견한 녀석. 

도마뱀인가? 





산책로 따라 몽트뢰로 다시 걸어가는 길.

아름답기 짝이 없는 길이었지만, 걸어가는 동안 왠 외국인 남자가 자꾸 집적대서 좀 쫄아있었다. 무서운 흑형들... 





흑형들 피해 걸어가다가 문득 돌아본 시옹성. 

구름이 살짝 걷혀서 아까는 보지 못했던 알프스가 보였다. 

날씨 좋고 시야 깨끗한 날은 시옹성과 알프스와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절경 of 절경일 듯 하다. 쩝.  





카지노 앞 간판에서 한 장. 

몽트뢰가 휴양지답게(?) 카지노로도 유명한데 못들어가본게 좀 아쉽다. 

여행비 탈탈 털어 두배로 불리고 그랬으면 로마에서도 편하게 먹고 자고 했을텐데... 한 번씩 내뱉어보는 꿈 같은 소리. 





어느새 출발지점이었던 역 근처 호숫가까지 돌아왔다. 

늦은 점심, 혹은 이른 저녁으로 프레디 머큐리 상 근처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먹었다. 

(저 맥도날드 붙어있는 상가 화장실이 공짜니까 몽트뢰 가시는 분들 참고 하시길...) 

친구와 울면서 쓰레기를 우겨넣으며 끼니를 해결했다. 


맥도날드에서 노닥거리다가 열차 시간 5분 전이라는 걸 깨닫고 미친듯이 달려 간신히 루체른 가는 열차를 탔다. 

열차가 지연되지 않았으면 못탔을거야...





몽트뢰에서 다시 루체른으로 돌아온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야경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오는 길에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안흔들린 건 이거 한 장 뿐이다. 에이. 





루체른 역 지하에 있는 대형마트 쿱COOP에서 필스너 우르켈 두 캔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루체른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좀 화려하게 먹고 싶긴 한데 스위스 물가 때문에 레스토랑은 엄두도 못내고, 
그냥 마트에서 감자 하나 사다가 볶아서 안주 삼아 먹었다. 나쁘지 않은 하루의 끝맺음이었다. 



Next point → 하이디의 마을 Maienf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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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택씨 2011/12/07 09:07 # 답글

    호수 앞의 보라색 조그만 꽃은 허브처럼 보여요.
    Jazz 앨범이면... Bicycle 있는 그 앨범 아닌가요? 퀸과 관련있는 도시라니... 처음 알았어요.
  • enat 2011/12/07 16:08 #

    허브로군요! 식물학에는 조예가 없어서... '-'!!
    넹 Bicycle Race가 들어있는 그 재즈앨범 맞습니다 ㅋㅋㅋ
    저도 몽트뢰 가서야 저 앨범이 몽트뢰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답니다!
  • 키르난 2011/12/07 20:19 # 답글

    풍경은 멋있지만 먹을게...;ㅠ; 여행은 먹고 보는게 남는건데, 보는 건 남아도 먹는 게 아쉬우면 슬프지요....;;;
  • enat 2011/12/08 01:24 #

    욕심 때문에 예산 초과해서 여행계획을 세웠는지라... 물가 비싼 스위스에선 함부로 돈을 못쓰겠더군요. 가혹한 프랑.... ㅠㅠ
    거기에다가 지갑하고 맥가이버칼 지르느라 그나마 있는 돈도 다날리는 바람에 스위스에선 정크푸드로만 때웠습니다... 어흐흑...
  • 요엘 2011/12/08 02:34 # 답글

    아헝헝 호텔 너무 멋지잖아요 ㅜㅜ 저런대 스윗에서 머물러야 제맛일텐데 -_- 뭐 돈만 있다면.. 쩝

    성! 이낫님 저 성하나만 사주세요 네?! 이동네안되면 독일도 괜찮을듯 ㅇㅇ.
  • enat 2011/12/08 18:16 #

    저도 정말 머무르고 싶었던 곳입니다... 히히 세상은 돈이야! 돈! ㅠㅠㅠㅠ

    근데 요엘님 요새 사촌동생분과 같이 지내시다보니 칭얼거림이 많이 늘어나신건가요....
    떼치! 저런 곳은 돌가루 날리고 보일러가 없어서 겨울에 추워서 못살아요.
  • 2011/12/08 16:1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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