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4 02:35

36일 유럽여행 (32) : 스위스 초딩들... WHY YOU LITTLE!! ├ 36일 유럽여행 (2011)

쿠어에서 생모리츠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길이 험난했는가? 아니다. 기차가 낡았는가? 아니다. 기차 시간을 놓쳤는가? 그것도 아니다.



소음이 엄청났다.




우리가 탔던 열차는 스위스 초딩들이 단체로 탑승한 열차였다. 

프랑스에서 루체른으로 올 때도 단체 초딩들을 맞닥뜨린 적이 있기 때문에, 자리에 앉을 때 그에 상응하는 각오 정도는 우리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이제와서 생각한거지만 한국 초딩들은 정말 개념찬거다. 

적어도 단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미친듯이 발광하며 소리지르고 객석을 휘저어 놓지는 않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여태까지의 유럽 여정 중 그 어떤 불길하고 불운한 일이 생겨도 하하허허하며 사소한 언쟁조차 벌이질 않았는데, 저 스위스 초딩들의 소음은 그것을 이뤄냈다.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대화가 엉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차라리 둘이서 말 안 섞는게 낫겠다 싶어서 입 닫고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차로 이동할때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들으며 일기를 쓰곤 했는데, 그 때도 결국 꺼내든 건 일기장이었다. 당시의 난 전날에 다녀온 하이디의 마을 마이엔펠트에 관한 일기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일기는 점점 변질되어 갔다....



...제가 좀 악필. 초등학생 남자애들보다 글씨 못쓴다고 놀림당함.  

결국 일기장을 덮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우리 옆에는 스위스 노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둘이 눈치만 힐끔힐끔 보다가 왠 여자애가 아무 이유없이 괴성을 지르며 차량의 끝에서 끝에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곤 옆 차량으로 옮기셨다. 우리도 다른 차량으로 옮기기 위해 여러군데 돌아다녔지만, 빈 자리가 없었다... 너무해....

생모리츠에 도착하기까지는 고작 한시간이었지만 초딩들 때문에 서서 간다는 사실이 싫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애들은 차량 복도 끝에서 끝까지 경주를 하고 있었고, 남자애들은 알 수 없는 격투기를 하고 있었으며, 온 창문을 열어제끼며 밖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쓰레기를 던지며 놀고 있었다. 


대체 애들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교사는 뭘 하고 있는거야! 하고 초딩들의 인파에서 교사를 찾았다. 


좌석 손잡이에 걸터앉아 학생들과 농담을 까고 있었다. 




....넌 말려야지!!!!!





한국의 교사들이여... 


수학여행 갈 때 우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대들을... 다시 한 번 위대하다 말합니다...




창 밖으론 여전히 아름다운 스위스 풍경들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풍경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이, 스위스의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의 행패를 그냥 내버려두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가 그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웃기게도 나에게 쌈박한 윙크를 날렸다. 


그 대책없는 윙크를 보자마자



내 속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소중한 무언가가....





야ㄻ!!ㅇㄹㄷ!!!@#$&@#^&?%?%/&")#&#!!


우리 자리 근처에서 깽판부리는 애들에게 영어와 한국어로 점철된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나도 똑같은 놈이 되어버렸어....



하지만 내 혼신의 힘을 다한 외침도 가까이 있는 애들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미 그 이상의 온갖 괴성이 난무하고 있었으니까. 


내 외침을 들을 정도로 가까이 있던 몇몇 초딩들은 움찔하더니 자기네들끼리 뭔가 귓속말을 나눴다. 

아마 "저기 중국인 여자 미쳤나봐" 정도의 내용이겠지... 짐작할 수 있어.... 

자기네들끼리 몇 번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고개를 홱 돌리곤 우리 좌석에서 멀어졌다. 



그 이후로 애들이 우리 좌석 가까이에서 개쌩판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우리쪽에서 몇 좌석 떨어진 곳에서는 개쌩판을 벌였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과 귀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다가 생모리츠에 도착하기 바로 전 역(이었나 전전역?)에서 단체로 하차했다. 



열차는 다시 고요해졌다. 




친구와 어색한 거리감만 남아 있는 채로 생모리츠에 도착했다. 




생모리츠에서 계속


-------------------------------------------------------------------------


....아 사실 열차 이야기는 조금만 쓰고 바로 생모리츠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짐.... 오늘은 여기까지만 쓸게요.....

여행기를 포스팅 할 때 최대한 그 때의 감정을 되살리기 때문에... 난 지금... 좀...  어 음 뭐랄까.... 

만신창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치밀어오르는 몇 달전의 분노의 감정이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얼굴 안보이죠? 저 아이들입니다. 

사실 본문에선 계속 초딩, 초딩 이렇게 썼지만 초딩이라고 하기엔 좀 많이 큰 애들이에요. 

초딩보다는 중딩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서양애들의 발육은 동양보다 빠르다고 들었기 때문에 초딩일지도 모르죠 뭐... :0



핑백

  • Everyday we pray for you : 36일 유럽여행 (33) : 생 모리츠에서 보낸 1시간 2011-12-14 20:17:17 #

    ... 거운 캐리어를 끌고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길 가장자리에 캐리어를 두고 교대로 왔다갔다하며 구경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매우 어색한 시간이였다. 호수 바로 앞은 생모리츠 역. 새빨간 SBB 열차는 온통 녹색 천지인 스위스의 땅과 대조적이여서 꽤 ... more

덧글

  • 요엘 2011/12/14 05:05 # 답글

    와 유 리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삐- 처리된 부분이 읽고 싶달까 뭐 그렇달까
    왠지 이낫님을 상상해보아요


    다 내리고 났을때의 적막함 어색함 거리감 아직 남아있는 분노 정도.............
  • enat 2011/12/14 19:11 #

    아마 저 삐----가 없어도 읽기 힘드실 겁니다. 글씨가 엉망이라서 ㅋㅋㅋㅋㅋㅋ

    맨 밑줄이 절 울리네요. 맞아요 정확히 보셨어요!!!! 그 "적막함 어색함 거리감 아직 남아있는 분노".... 어허ㅓ어헣ㅇ헝헝헝...
  • 레키 2011/12/14 09:06 # 답글

    초딩이든 중딩이든 머든 ㆍㆍ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못되먹은거지요ㅡㅡ으으 저도 같은 경험이 있지만 이낫님처럼 빡치진 않았는데ㆍㆍ에지간 했냐봄ㅎ
  • enat 2011/12/14 19:14 #

    아으으으으으으 진짜 그 뭐시기냐 그.... 진짜진짜 막되먹은 애들이였어요!!!

    아마 친구랑 그 전에 좀 말다툼을 해서 더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것 같아요. 더 참았어야 했는데... ㅇ<-<
  • 키르난 2011/12/14 09:48 # 답글

    얼..... 여행 중 지옥을 만나셨군요. 그야말로 작은 악마들..ㅠ_ㅠ 혹시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제지를 하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떨어진다 생각하여 그렇게 놔둔 걸까요.;;;;
  • enat 2011/12/14 19:18 #

    작은 앙마... 아니 큰 악마들이였어요!!! 아니 외국 애들은 뭐 그렇게 덩치가 크데요 ㄷㄷㄷ 솔직히 저도 막 치밀어올라서 "너희들의 소음이 나에게 피해를 주니 저쪽 가서 놀았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에 해당하는 비속어를 마구 퍼부었는데.... 퍼붓고 나니 좀 무섭더군요. 이 덩치 큰 애들이 나한테 덤비면 어쩌지 싶어서... ㄷㄷㄷ
  • 택씨 2011/12/14 12:36 # 답글

    음.... 역시 초딩이라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단체여행이란게 그런 일탈을 가능하게 하는 거?
  • enat 2011/12/14 19:20 #

    글쎄 말입니다... 정말 단체여행이라 그런 게 더 컸던 것 같네요. 무리지은 아이들이란 정말 무섭더군요. ㄷㄷ
  • 풍금소리 2011/12/14 20:57 # 답글

    고생하셨네요 근데 우리나라 초딩들도 많이 떠듭니다 조용히 시켜도 듣질 않네요
  • enat 2011/12/14 23:50 #

    앗 혹시 선생님이신가요!? 우리나라 초딩들도 만만치 않은가보군요...
    그래도 저기 저 방관하는 교사보다는 우리나라의 엄한 호랑이 선생님이 좋아요 ㅠㅠ
  • 풍금소리 2011/12/15 13:47 #

    숨겨도 티가 난다길래 요즘은 잘 안숨김니다.ㅋ

    6담임 이에요.
  • enat 2011/12/15 20:53 #

    어머 고생하시겠어요 초등학교 6학년.... ㅠㅠ
  • NOMAD 2011/12/14 21:21 # 답글

    포스팅을 읽고 있는데 왜 갑자기 소음이 들릴까요. ㅋㅋ
  • enat 2011/12/14 23:51 #

    아니 이럴수가

    스위스 초딩의 저주인가봐요 어떡해 ㅠㅠ
  • 이팝 2011/12/15 09:08 # 답글

    세상에 외국애들도 역시 애들이군요 시끄럽고 돌아다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나라 애기들이 양반일정도면 정신이 혼미해지네요ㅋㅋㅋㅋㅋ그래도 이낫님 말 잘하셨어요 애들이 시끄러우면 어른이 주의를 줘야지 가만히 있으면 되나요...
  • enat 2011/12/15 12:01 #

    진짜 사람 마음에서 제 2의 인격을 탄생시키는 소음이였어요 ㅋㅋㅋ 나는 점잖은 사람인데! 욕 싸지르며 소리 빽빽 지르는 사람이 아닌데! 흑흑
    어른이 주의를 줘야 하는데 선생님은 정작 윙크만 날리고 ㅋㅋㅋㅋㅋㅋㅋ 에라잇!
  • 련석 2011/12/25 17:03 # 삭제 답글

    왠지 그런 느낌이예요.
    여름 호러물 예고편에 "당신이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을 체험하게 될 것..."
    스위스 교사들은 어쩌면 초월해 버린 걸지도...^^; 아무튼 생생한(?) 여행 감사합니다.
  • enat 2011/12/25 18:16 #

    아.... 제 마음 그대로를 담은 문구로군요. 그겁니다. 정말 상상했던 그 이상의 소음... 어ㅓㅓ헝ㅎ헝헣헣
    스위스 교사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뭐 이런 마인드일까요 ㅋㅋㅋ

    언제나 재밌게 읽어주시고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영정 2011/12/30 17:31 # 삭제 답글

    아..나도 그때의 일이 생각나ㅠ근데.
    너가 소리지른 도어 크로즈!! 가 생각남.ㅋㅋ 나중에 쫌 괜찮아 졌을때 내가 웃길려고ㅠ
    '문아 닫아라' ㅠㅠ 라는 농담을 했지만... 싸..........ㅋㅋㅋㅋㅋㅋ
    근데 우리 쫌 다퉜었음???=ㅁ=
  • enat 2011/12/30 21:48 #

    많이 싸했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 그건 다툰 축에도 안낀다고.

    주변 친구 얘기 들어보니까 유럽여행 다녀와서 아예 연락을 끊고 지낸다는 애들이 많던데
    우리는 참 그런것도 없....

    아 여행 가기 전이나 후나 원래 연락을 잘 안했던가? ㅋㅋㅋㅋㅋㅋㅋ
  • 큼큼이 2013/03/12 09:52 # 삭제 답글

    ㅎㅎㅎㅎ 포스팅 넘 재밌게 쓰셨네요~ 스위스 초딩들 떠드는소리가 음성지원 되는것 같아요..ㅎㅎ
    이글보니 저희 한국 애들은 그나마 선생님이 조율하시니... 양반축에는 끼는거네요... 에효...
    그래도 시끄러운건 같네요....
  • enat 2013/03/12 20:53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스위스 초딩들은 정말 무시무시했어요... ㄷㄷㄷ...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터치한 이후 1분 간은 조용하니... 스위스보단 나을겁니다 아마도 ㅋㅋㅋㅋ
    말씀하신대로 그래봤자 시끄러운건 똑같지만요 ㅋㅋㅋ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jj

cc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