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3대 '고고학' 박물관 중 하나라는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사실 나는 박물관 자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오늘 저녁에 산 엘모성까지 가려면 촉박하지 않을까 싶어서, 여길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이런 쪽은 또 엄청 좋아하는지라 질질 끌려갔다 왔다.
그래, 내가 여행경로의 90%를 정했으니 10% 정도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노라...
그래서 이번 포스팅은 사진도 막 찍은 게 많다.
언제는 막찍이 아니였냐마는... 여튼.

스파카 나폴리에서 표지판 따라 북쪽으로 쭈-욱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우리는 어째 매번, 교통 무료 만능 카드가 있어도 뭔가 타질 않고 걸어다니는 걸까...
우리처럼 무식하게 걷질 않고 현명하게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1호선 MUSEO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아르떼 카드로 매표소에서 티켓을 받은 뒤, 여유롭게 게이트 통과.
입구부터 다음 층 계단까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흉상들이 일렬로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복도를 지났다.
사실 1층에도 구석구석에 대단한 전시품들이 많았지만, 내 머리속은 온통 산 엘모성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높은 곳밖에 모르는 바보 ㅠㅠ

계단 앞에 있던 사자.

요런 식의 계단으로 2층 진입.
박물관의 건물 자체는 크고 웅장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 동선이.... 동선이 좀 엉망임. 보통 박물관에서는 ㅁ자로 한 바퀴 돌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식이기 때문에 일자 진행을 하면 봤던 작품을 또 볼 필요는 없는데,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은 방 여러개를 이어놓고 끝 방에 도달하면 다시 몸을 돌려 나와야 하는 식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작품들은 꼭 끝 방에 전시를 해놔서... 가뜩이나 종일 걸어 지친 우리를 몇 배나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림이 전시되어 있던 홀. 역시 건물 자체는... (이하 생략)
끝 부분에 의자가 있는데, 저 곳에 널부러져 1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전시되어 있던 그림.
미술에는 조예가 없어서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겠다...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 조각상.

동양풍의 옷을 입고 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케도니아인의 것을 하고 있는 여자.

개 모양의 모자이크. 폼페이 비극시인의 집에 있던 개조심 모자이크와 같은 용도였을 것이다.




역시 폼페이에 남아있던 모자이크 장식들. 물고기 모양의 모자이크는 주방 같은 곳에서 쓰였을 듯?
해골이 그려진 모자이크는 몹시 내 취향이다....

폼페이에서 모조품으로 봤던 춤추는 목신의 상 원본.
폼페이에선 전시된 목신의 상이 작은 모조품이여서 별다른 감흥이 들진 않았는데, 원본은 사람만해서 놀랐다.
이런게 저택 한가운데에 떡 하고 전시되어 있었을 걸 생각하니, 폼페이 시민들도 어지간히 호화롭게 살았구나 싶었다.

역시 목신의 집에서 모조품으로 봤던, <알렉산더 대왕과 다리우스의 전쟁> 의 원본이다.
왼쪽의 갈색 머리의 청년이 알렉산더 대왕이고, 오른쪽의 투구를 쓴 자가 다리우스 3세.
사진을 멀리서 찍어서 알아보기 힘들테지만, 이 거대한 작품은 작은 돌조각으로 하나하나 이어만든 모자이크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곳은 몇 년 전부터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을 나폴리 여행 필수 코스의 반열로 오르게 한 일등공신, 비밀의 방이었다.
예전 정보를 보면 입구에서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던데, 우린 박물관 후미진 곳을 돌아다니다가 구석에 살짝 열려있는 방이 있길래 뭔지도 모르고 들어가서 보고 왔다. 아마 무료개방으로 바뀐 듯? 아니면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라 관리를 안해서 운 좋게 보고 왔던걸지도 모르고. 만약 후자라면 이탈리아인의 게으름에 만세삼창 해준다.
전시된 작품은..............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물론 암스테르담의 섹스 뮤지엄이 노골적으로 아앙...♥ 이라면 이 쪽 전시물은 고대의 것들이라 대체로 다산과 풍요를 의미!
.....한다고는 하지만 꽤나 노골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염소랑 하는 리얼한 조각상이 제일 충격적. 인간으로서의! 긍지는! 어디다! 팔아먹고!
하긴... 로마 최고신도 밝힘증 쩌는 바람둥이 오브 바람둥이니 오죽하겠나...
그렇게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참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아르떼 카드의 본전은 찾았군.
▼ 유익한 시간의 참고사진

왜 눈 앞에 조각상이 있으면 잠자코 감상하질 않고 따라하고 싶을까.
물론 사람 없을 때 타이머로 찍었음.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지켰습니다 여러분.
산 엘모성에서 계속
나폴리 관련 여행글
36일 유럽여행 (46) : 볼로냐에 들려 나폴리로
36일 유럽여행 (47) : 누오보 성에서 아르떼 카드를 사다
36일 유럽여행 (48) : 폼페이에서 HP가 바닥이 나다
36일 유럽여행 (49) : 스파카 나폴리 (브금有)
36일 유럽여행 (50) :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36일 유럽여행 (51) : 산 엘모성에서 바라본 해질녘의 나폴리
36일 유럽여행 (52) : 아말피 해안 첫번째, 소렌토
36일 유럽여행 (53) : 아말피 해안 두번째, 포지타노
36일 유럽여행 (54) : 아말피 겉 핧기
나폴리, Hostel of the Sun
덧글
+ 매번 느끼지만 미술학적 지식이 있으면 정말 유럽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몇날 몇일을 봐도 제대로 다 못볼듯. 그치만 그런거 개뿔도 없는 저는 걍 .... 하고 지나가져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정상축에서 논다는 확신이 들어 기분좋은 밤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염소....는 꽤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가축......이죠. 관련된 기록.....이나 유물.....도 있고.
내가 스위스에서 쓰다듬었던 순진한 표정의 염소들은 그렇고 그런.....!
몇백년전에 갈라진 피가 섞이지 않은 친척동생일지도....!
이젠 염소목장에 놀러가서 염소의 눈.... 아니 목장주인의 눈을 못마주치겠군요.
저 심슨을 뜯을 방법을 찾아야겠어..(!)
세간에선 저런 걸 귀요미라고 하는군요. 역시 '정신나갔군'이라고 말한 제 친구들의 평가가 틀렸어요!
조각이랑 폼페이 원본 모자이크는 실물을 보면 멋있을 거 같아요.
ㅎㅎㅎ. 비밀의 그림만 모아놓은 방이 있군요.
저 방 문패에도 큼직하게 써져있는 Secret room.... 대다수의 관광객들이 저거 하나만 바라보고 박물관에 온다는군요ㅋㅋㅋㅋ
걸리면 뭐 일본말이나 중국말을;;;(야) 박물관 정말 멋진게 ㅠㅠ)b
사람이 원래 상대방이 하는걸 따라하게 된다네요. 전혀 안따라하면 그건 또 소시오패스라고 멘탈리스트에서...ㅎㅎ
단, 삼각대 같은 게 없으니 석상이나 벤치에 어떻게든 기대게 해놓고... 허겁지겁 달려가서 ㅠ,ㅠ
저는 다행히도 정상인축에 속하는군요. 야! 신난다!
모자이크로 된 청년 알렉산더는 교과서에서도 본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유적들이 한 눈에! (라지만 저 춘화들은 좀 세군요...)
교과서에서 나오는 그 알렉산더가 맞을 겁니다! 확대해서도 한 장 찍었는데, 흔들리는 바람에... 쩝쩝.
춘화... 저게 비밀의 방에서 제일 약한거였습니다... 야릇한 석상이나 작은 조각들이 사방에 널려있어서 눈을 둘 곳이 없더군요 ㅋㅋㅋ
조각상 포즈ㅋㅋㅋㅋㅋ그렇죠 따라해줘야 진리죠!!!!
점프하는 조각상이 있었다면 분명 점프샷도 찍었을겁니다! 다행인건지 없었죠...
위에 모자이크 작품들도 마음에 들어요~ 해골.. 정말 마음에 드네요..ㅎㅎ 그 위에 위에 돔형 건물 실내를 그린 것 같은 그림은 착시 현상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 보이는거겠죠? 입체처럼 보여요~
아! 입체가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마 창턱? 처럼 벽에다가 뚫어놓은 장식품... 일거에요.
사실 자세한 건 설명을 제대로 안봐서 모르겠군요 ㅇ>-<
아무튼.. 저도 세계의 탈 전시회? 뭐 그런 데 가서 흉내내고 찍었던 사진들 생각나네요..^^;
아 예술성이나 역사적인 배경 이런 걸 고상하게 고찰해보면 좋을텐데 왜 저런 장난만 치게 되는지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