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8 23:32

36일 유럽여행 (52) : 아말피 해안 첫번째, 소렌토 ├ 36일 유럽여행 (2011)


이제 무단횡단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나폴리 사흘째. 

아말피 해안 여행의 첫 도시, 소렌토로 가기 위해 나폴리 사철역으로 향했다. 




나폴리에서 소렌토까지 가는 사철 노선. 

대략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 





지도로 따지자면 나폴리에서 저 정도 떨어진 도시. 

소렌토까지 가는 방법은 사철 말고도 직선 주행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아르떼 카드만 있으면 사철을 무료로 탈 수 있으니 일부러 돈 내고 페리를 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언제나 경비 우선. 




따끈따끈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열차의 덜컹거림에 깨어나기도 하고, 기지개도 펴고, 사철 창문으로 보이는 티레니아 해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감탄도 하고, 옆에서 퍼질러 자는 친구의 볼을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하고, 충동대로 친구의 볼을 주욱주욱 늘리다보니 어느새 소렌토였다. 
 

소렌토Sorrento! 

무슨 광장이 있고 어떤 유서깊은 성당이 있으며 어쩌구 저쩌구한 것으로 유명하고...

사실 소렌토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 날 떠난 아말피 해안 도시 여행은 순전히 "티레니아 해를 보며 오랜 여행으로 지친 마음의 안식을 찾자" 라는 나름대로의 테마여행이었기 때문에, 유명한 건물에도 안들어가봤고 설명판이 세워져 있어도 읽질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아는 소렌토는 훌륭한 항구와 비치가 있으며, 가이드 해주겠다고 쫓아다니는 이상한 아저씨가 있으며, 내가 바티칸에서 편지를 부칠 때 사용했던 예쁜 그림 엽서를 판매하는 도시라는 것 뿐이다. 





소렌토도 역시나 캄파니아주.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거의 없었다. 
사진 왼쪽에 턱을 높게 쌓아 만든 좁다란 인도가 있기야 했지만 햇빛이 강렬하여 다니고 싶진 않았다. 

훗훗훗. 하지만 이 정도의 도로 상태는 요 사흘간 나폴리 출퇴근 시간대의 거리에서 잔뜩 단련된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폴리에 비하면 아주 쾌적하고 한적한 거리로구만!





어... 근데 계속 들어가다보니 좀 전에 나폴리 따위와 비교한게 미안할 정도로 거리는 한산하고 깨끗했다.

휴양도시인데도 쓰레기가 하나 없네. 오히려 휴양도시여서 관리가 잘 되는건가. 





거리에서 팔던 리몬첼로 슬러쉬. 한 잔 사먹었다. 

이 슬러쉬를 사먹을 즈음 이상한 아저씨가 우리를 미행했었다. 미행? 아니지, 대놓고 쫓아왔으니 미행은 아니지. 처음에 거리 한켠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가이드 해주겠다고 달라붙길래 정중하게 거절했더니, 그 뒤부터 계속 간격을 재면서 우리를 졸졸졸졸 쫓아다녔다. 우와, 차라리 안보이게 쫓아다니라고. 엄청 신경쓰여. 

어떻게하면 저 아저씨를 떼어놓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저 리몬첼로가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점원을 불러도 됐지만 그 아저씨를 떼어놓기 위해 가게 안까지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는 우리가 음식점에서 식사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실망한 표정을 짓곤 축 처진 어깨로 우리를 떠났다. 아아, 그런 뒷모습을 보이면 우리가 잘못한 것 같잖아. 하지만 처음보는 아저씨가 팁을 바라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가이드 해주겠다며 쫓아오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도망 먼저 친다고. 





한 잔 사먹은 리몬첼로 슬러쉬. 리몬첼로는 나폴리 및 아말피 해안 근방에서 유명한, 레몬으로 만든 술이다. 
그걸 슬러쉬로 만들어서 파는 거였는데, 맛은.... 신 건 잘 못 먹는 편인데 생각보다 괜찮더라. 

나중에 로마 다빈치 공항 면세점에서 병으로 팔길래 한 병 샀다. 으히히. 





바다가 보이는 공원으로 나왔다. 
지도를 보면서 따라간 건 아니고, 그냥 걷다보면 결국은 이곳에 도달한다. 거리가 그렇게 되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 사람들은 벤치에 앉거나 난간에 기대어 소렌토의 짭쪼롬한 바닷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마침 전망대 근처에서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럴 땐 좀 낭만적인 생각을 해도 괜찮으련만,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은 해안마을에 살던 음유시인들이 세계를 구한다는 내용의 게임이었다. 

뜬금없지만 영웅전설은 가가브 트릴로지가 짱이라고! 




......여튼 난간에 기댄 사람들이 뭘 그렇게 쳐다보나 하고 내려다봤더니


야! 이게 바로 소렌토! 

이 높이에서도 바닥이 보이는 저 에메랄드빛 티레니아해! 

제방을 쌓아 안쪽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만들어놨는데, 수영복 없는 게 무진장 아쉬울 뿐이었다! 





항구에서 떠나는 페리가 보였다. 나폴리, 아니면 카프리로 향하는 배겠지. 





절벽에서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해변까지 내려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도 있었는데, 한 번 타는데 1유로였나 2유로 하는 걸 보고 식겁하곤 걷기로 했다. 





길을 따라 빙글빙글 돌다가 계단도 내려가고 절벽에 뚫은 굴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니까 해변이 보였다. 드디어 도착인가!





이야... 끝내주는 피서지네! 





하지만 도착해봤자 수영복 없는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할 뿐이고...


수박처럼 둥둥 떠다니는 사람 머리를 구경하다가 다시 그 절벽을 걸어서 올라갔다. 어쩐지 힘이 빠지는걸. 
소렌토 로고가 박힌 촌스러운 관광티라도 하나 사서 갈아입고 풍덩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SITA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수영복 하나 싸오는건데. 쩝쩝. 

결국 이 아쉬움은 다음 목적지인 포지타노에서 대폭발하게 된다. 

Next point → 포지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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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Hostel of the Sun




덧글

  • 로크네스 2012/01/28 23:49 # 답글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즐겁지요. 옷 갈아입어야 되고, 막상 들어가려면 추워지고, 나오면 춥고, 머리에 소금기가 남고, 발에 모래가 잔뜩 묻어서 귀찮아지고 그러는 것만 빼면! 하지만 저렇게 깨끗해보이는 바다에는 들어가보고 싶어지네요.

  • enat 2012/01/29 00:08 #

    나열해보니까 불편한 점이 한두개가 아닌데요!? 음... 정말인지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귀찮은 일이군...

    전 참을인을 세번 쓴 뒤부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편이라 결국 그 날 저 귀찮은 점을 다 겪고 말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일단은 참아냈습니다. 흑흑.
  • 요엘 2012/01/29 05:28 # 답글

    꺅! 저런 멋진곳에서 수영한번 못해보고 오다니 T_T.. 그냥 속옷입고라도 어떻게......

    그나저나 가이드 아저씨 무서워요=_= 이보게 스토킹은 아무나 하는게 아닐세
  • enat 2012/01/31 21:29 #

    ㅎㅎㅎ..... 그쵸 저런 물빛에서 수영 안하고 오는건 언어도단이죠 곧 올리겠습니다..... ㅎㅎㅎㅎㅎ

    가이드 해주겠다고 쫓아다니는 아저씨는 레알 짜증났으여. 아니 다 티나게 쫓아다니지 말라규 ㅠ,ㅠ
  • lian 2012/01/29 08:11 # 답글

    사진잘보고가요
    전6 년전에갔었는데
    나폴리에서 소렌토까지가는 사철에서
    한무리의남자애들이 눈앞에서저희를보면서계속수근거려서
    그따사로운햇살에쏟아지는잠을참으며갔었어요
    나폴리에서도 정말크게소리내며따라오는
    무서운아저씨들때문에 나폴리는 무서웠던도시로기억에남았죠ㅎ
    그때아말피갔다가너무짧게있다온게후회되서
    3년전에갔을땐 포지타노에서묵고왔는데
    정말좋았어요!
  • enat 2012/01/31 21:33 #

    사철엔 별 희한한 애들이 다 타죠 ㅋㅋㅋㅋㅋㅋ 잠 참으실만 하군요 음음.
    게다가 나폴리에서도 이상한 아저씨들을 만나셨다니 흑... 사실 그렇게 무셔운 도시가 아닌데 ㅠ,ㅠ

    포지타노에서 묵고 오셨던 3년전 여행은 정말 쾌적하셨겠군요. 아아 포지타노, 정말인지 ACTV 버스에서 봤던 저녁과 밤의 포지타노 전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런 곳에서 하루종일 계셨다니 진짜 부럽네요 으아 bbbbbb
  • 택씨 2012/01/29 15:15 # 답글

    아... 노래 가사에 나오는 소렌토로군요!!
    바닷색이 너무 좋아요. 마치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제주도 해변같은 색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저렇게 된 곳은 모두 배를 대기 위한 곳이어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데.... 수영을 위한 공간이라니!!
    슬러쉬 파는 곳 옆의 것은 우리가 먹는 환타??
  • enat 2012/01/31 21:39 #

    돌아오라 소렌토로... 뭐 이런 노래였던가요? 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 동해안이랑 제주도 물빛도 장난 아니죠. 진짜 남해나 동해 포구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저희가 먹는 환타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옆에 코카콜라도 있죠!
  • Tabipero 2012/01/29 16:14 # 답글

    덕분에 이태리 잘 다녀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로마보다 더 남쪽은 가지 못했습니다만...나중에 날씨 좋을 때 폼페이나 소렌토, 포지타노를 비롯한 남부에 가 볼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걷다 보면 허리 아파지는 돌길을 보니 일주일 전인데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저도 여행기 정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사진 정리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댓글 끄적일 시간은 있으면서(...)
  • enat 2012/01/31 21:47 #

    겨울의 이태리라니! 진짜 궁금하네요. 여행기 보니까 많이 추우셨다고 했는데, 사실 추운 이탈리아는 상상이 안가요 ㅋㅋㅋㅋ
    여름의 폼페이는 정말... 넉다운 됩니당ㅋㅋㅋㅋㅋㅋㅋ 벋뜨 아말피 해안은 끝내줍니다! 강추!!!!!

    여행기 쓰는게 은근 귀찮죠 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인지 잘 압니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뽀다아빠 네모 2012/01/30 17:49 # 답글

    깊어 보이는데...다들 '수영의 달인'들인가봐요...튜브도 없이...^^
  • enat 2012/01/31 21:53 #

    구명조끼나 오리발끼고 수영하시는 분들도 계셨답니다!
    물론 수영의 달인 분들이 비율이 높았지만요ㅋㅋㅋㅋ
  • NOMAD 2012/01/31 01:27 # 답글

    중간에 노란 골목..모나코랑 비슷해요~~모나코 생각이 무럭무럭 났네요ㅎㅎ
    소렌토라면 스파게티집..( ")....이 자꾸 생각나네요~ㅋㅋ좋아하는 데도 아닌데ㅋㅋ
    예전에 카프리섬에서 요트항해를 즐기다가 깊은 바다로 풍덩 빠져 시크하게 수영하던 언니들을 보며 침 흘렸던..(응..?) 기억이 갑자기 나네요~유럽언니들은 왜 이렇게 같은 여자가 봐도 침 흘리게 멋진겁니까ㅋㅋㅋㅋ
  • enat 2012/01/31 22:00 #

    오 모나코가 저런 느낌인가요? 하긴 소렌토도 전형적인 해안가 휴양지이니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네요!
    소렌토... 그 가격만 비싸고 맛은 그냥저냥인 스파게티집 말이군요.... 저도 소렌토하면 그 스파게티집이 먼저 생각납니다 ㅋㅋㅋ 집 근처에 있어서 말이죠 ㅋㅋㅋ

    WOW 카프리섬 요트항해! 이 무슨 호화로운! 말만 들어도 부럽군요 거기다가 눈까지 호강!!!! 어헝헝 ㅇ>-<
  • 키르난 2012/02/01 12:05 # 답글

    이 추운날 읽고 있자니 푸른 물을 보는 순간 아~ 추워.; 글은 따뜻한데 푸르른 바다는 왜 춥게 느껴지는 걸까요.T-T;
    전 씻고 정리하고 머리 말리고 하는 그 모든 과정이 귀찮다며 안 들어갈 것 같지만 그래도 발이든 손이든 담가보고 싶네요. 저기 발 담그고 멍때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겁니다.....
  • enat 2012/02/01 19:11 #

    엌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가끔 겨울에 여름 여행 포스팅 하려니까 괴리감이 많이 느껴져서... 전기 장판속에 들어가 나는 덥다 나는 덥다 나는 땀이 난다 나는 여름 한복판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식의 마인드 콘드롤을 시전한 뒤에 포스팅을 시작하죠 ㅋㅋㅋㅋㅋ

    발 담그고 있기만 해도 행복하죠 저런 곳은.... 하지만 발 담그는 순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몸을 담그게 되는 것에 제 500원을 걸 수 있습니다!
  • 련석 2012/02/28 22:23 # 삭제 답글

    오오~ 바다 색깔이 정말 예쁘네요.. 레티나해안...-_-;(제 눈엔 왜 자꾸 저렇게 보일까요.. 광고의 힘이란..)
    허나.. 사실 전 제주도에 살아서 바다에 대한.. 욕망(??)은... (그치만 갈 수 있되 자주 가지 않는다..랄까료?^^;)
  • enat 2012/02/28 23:09 #

    와.... 와!!!!! 완전 아름다운 섬에서 사시네요. 짱부러워요 ㅠㅠㅠㅠ
    저도 앞이 바다인 인천에서 사는데 바다에 대한 욕망은... 엄청납니다 어헝헝 인천 앞바다는 왜이리 더러운거야
    제주도의 깨끗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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