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광장에서 콜로나 광장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 듯.
콜로나 광장은 코르소 거리 바로 서편에 있는 광장으로, 이탈리아 수상관저 키지 궁과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일 템포 본사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 한복판에는 오벨리스크 못지 않은 크고 아름다운 원기둥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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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기둥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원기둥이다. 베네치아 광장 근처의 트라야누스 원기둥(다다다다...다다음 포스팅에 나옴!)의 모방작으로, 트라야누스 원기둥과는 80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이 원기둥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원기둥이다. 베네치아 광장 근처의 트라야누스 원기둥(다다다다...다다음 포스팅에 나옴!)의 모방작으로, 트라야누스 원기둥과는 80년 정도 차이가 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성실하고 지적인 모습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눈여겨보던 사내였다. 하지만 황제가 되기엔 마르쿠스가 너무 어린나이였기에, 하드리아누스는 루키우스 케이오니우스 콤모두스를 후계자로 지목한 뒤, 루키우스의 딸과 마르쿠스를 약혼시킨다. 하지만 루키우스가 2년 만에 죽어버리는 바람에 하드리아누스의 계획은 엉망이 된다.
하드리아누스는 이번엔 안토니누스 피우스란 자를 후계자로 지목하는데, 대신 안토니누스에게 마르쿠스를 양자로 삼으라고 한다. 이야, 노골적이네. 어쨌든 안토니누스는 선대의 원대로 마르쿠스를 양자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나고 나서야 마르쿠스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취임식에서 마르쿠스는 원로원에게 한가지 요청을 하는데, 자신의 양동생인 루키우스의 아들, 루키우스 베루스와 함께 즉위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넓어진 로마를 다스리기 위해선 한 명의 황제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였고, 원로원은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로마 역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두 사람이 황제가 된다. 두 명의 황제라곤 하지만, 베루스는 변방에서 로마를 수호하는 일을 맡았고, 실질적인 권한은 마르쿠스에게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허나 불행하게도 그가 재임하던 동안에 로마에서 온갖 재해가 다 일어났다. 파르티아가 침략하질 않나, 홍수가 일어나질 않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지만 병사들이 먼 타국에서 페스트를 옮겨오질 않나, 페스트 때문에 시민들이 죽어나가질 않나, 게르만족이 침입하질 않나...
167년, 마르쿠스와 베루스는 함께 게르만족을 정벌하기 위해 북부로 떠난다. 게르만족을 막기 위해 황실의 재산을 경매에 부쳐 군대를 늘리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한 뒤에야 격퇴하게 되는데, 이 와중에 전선에서 함께 고생했던 양동생이자 또다른 황제 루키우스 베루스가 병으로 급사하게 된다. 마르쿠스는 베루스가 없는 전선에서 몇 년 더 싸워 가까스로 북부를 평정한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뿐. 180년, 또다시 게르만족이 밀려들어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전선으로 향하게 되는데, 마르쿠스는 이 전쟁 도중 페스트로 죽게 된다. 아마 마르쿠스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온갖 암약을 펼친 하드리아누스 황제도 그가 눈여겨 봤던 온화하고 성실한 소년이 일생동안 전쟁을 치루다가 전장에서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쟁중에도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은 <명상록>을 쓸 정도로 철학을 사랑하고 평화를 원했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의 이름이 붙은 원기둥은 게르만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여 사후에 지어진 것인데, 원기둥 외벽에는 그가 치뤄야만 했던 전쟁들의 부조가 새겨져 있다. 치적이 전쟁뿐이라니 쓸쓸한 이야기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사후, 로마는 본격적으로 쇠퇴의 길에 접어든다. 이야기는 포로 로마노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에서 계속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의 확대샷. 기둥의 벽면은 아래에서부터 나선모양으로 올라가며 전쟁에 관한 부조가 새겨져 있다.
원기둥 내부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고, 정상의 테라스까지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현재 입장은 금지되어 있다.

바티칸을 향해 손을 뻗은 사도 바울의 동상.
원래 정상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르네상스 시기에 사도 바울의 동상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이 있는 콜로나 광장과 뒷배경으로 깔린 Alberto Sordi 갤러리아.
사실 갤러리아가 키지궁인줄 알고 찍은 건 비밀....
이탈리아 국기 걸려있고 건물도 화려하길래 저건 줄 알았더니 사진상 왼쪽에 있던 별볼일 없게 생긴 건물이 키지궁이었다.
어리석은 여행자여,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말찌어다... ㅠ,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일 템포 본사.
일간지 본사 건물도 고대 신전같은 로마 시가지의 위엄.

콜로나 광장에서 서쪽으로 한 블럭 가다보니 작은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오벨리스크가 보였다.
뒷배경으로 깔린 건물은 몬테치토리오 궁전, 이탈리아 하원의사당 건물이다.
골목 단위로 볼거리가 출몰하는 여기는 로마 시가지.

몬테치토리오 궁에서 남쪽으로 살짝 내려가자 어마어마한 건축물이 나온다. 바로 판테온!
이름을 뜯어보자면, Pan모든 theos신 on건물(이라는 그리스식 접미사). 즉 모든 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란 뜻이다.
판테온에 관한 이야기는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기 전, 로마를 다스렸던 집정관 카이사르는 아우구스투스(당시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삼은 뒤, 아그리파라는 계급이 낮은 군인을 발탁하여 아우구스투스의 부관으로 삼게 한다. 카이사르의 안목은 정확했는데, 아그리파는 전쟁터에서 뛰어난 전술과 전략을 펼쳐, 정치적 수완만큼은 천재적이지만 군사적으로는 부족했던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아우구스투스가 유럽을 평정하고, 로마에 평화를 가져온 뒤엔 아그리파가 나설 곳이 사라져 버린다. 전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아우구스투스는 아그리파를 썩게 내버려두지 않고, 그에게 로마의 공공건설을 일임한다. 아그리파는 황제의 명대로 전쟁 노예들 중 사람을 골라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로마"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그는 신전, 공중목욕탕, 처녀수로(이건 지금까지도 사용된다!), 심지어 지방도시까지 건설한다. 아그리파가 세운 지방도시로는 '콜로니아 아그리피넨시스'가 있는데, 이곳은 아그리파가 손대기 전까진 게르만족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고 한다. 훗날 이 도시는 독일의 대도시 쾰른이 된다...
여튼 전쟁터에서만큼 공공건축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던 아그리파. 그가 세운 건물 중엔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사실 아그리파 의도엔 그 '모든 신들'에 아우구스투스도 있었다고 한다. 신전 한가운데에 아우구스투스 석상을 안치, 황제로서의 신성함을 창출해내려했지만 아우구스투스의 반대로 fail), 판테온도 포함된다. 여기까지 설명한 뒤에 당신이 사진으로 보고 있는 이 건물이 아그리파가 지은 그거 ㅇㅇ 라고 끝내면 좋겠지만, 아그리파의 판테온은 불행히도 몇 십년 후 화재로 소실되고 만다.
현재 남아있는 판테온은 앞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기둥을 설명할 때 나왔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새로 지은 건축물이다. 아그리파의 판테온은 먼 옛날 잿더미가 되어버려서 참고할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판테온은 아예 설계까지 새로 하여 건축했던 하드리아누스의 온전한 창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판테온 전면부에 "아그리파가 지었어용♥" 이란 문구를 남김으로써 대인배적 모습을 보인다. 원본을 확실히 밝히는 저작권 매너황제 하드리아누스! (사실 자기 건축물에 트집을 잡았다는 이유로 동시대를 살았던 세기의 천재 건축가를 사형시켜버린 캐소심한 면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안으로 들어가본다. 문부터 어마어마한 크기다.

판테온은 동로마 제국의 황제가 교황에게 기증한 이후부터 성당으로 쓰이고 있다.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 유일신을 위한 신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뭐, 성당으로 남은 덕분에, 다른 로마 건물들과는 다르게 온전하게 남겨질 수 있었다.

판테온 천장. 둥근 쿠폴라 정상에는 구멍이 나있는데, 채광효과를 위해서라고 한다... 라지만,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쿠폴라에선 아무리 가벼운 석재를 사용해도 자체의 무게 때문에 주저앉아, 당시 기술로는 저 구멍을 메꿀 수 없었다고 한다. 비 오는 날엔 상승기류 때문에 내부로는 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로마에 있는 동안 날씨가 쨍쨍해서 확인해보진 못했다.
마지막으로 판테온 앞 광장에서 본 거리의 악사. 리베르 탱고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멋진 솜씨였다!
나보나 광장에서 계속
<이동경로>

지도에서 나보나 광장까지 간 건...
사실 오늘 나보나 광장까지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설명이 길어져서 잘랐음.... 아 왜 자꾸 설명이 길어지지? 최대한 짧게 줄여서 쓰는건데 미추어버리겠네. 로마 이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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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로마여행 하면 생각나는 일빠가 집시와 소매치기라니 원!!ㅎㅎ
아그리파는.. 그 각진 그...아그리파 맞나요??단지 석고상인 줄로만 알고 살 뻔 했어요.ㅎㅎ
각진 아그리팤ㅋㅋㅋㅋ 처음에 뭐지? 하다가 검색 때려보니까 ㅋㅋㅋㅋ 그 미술시간에 쓰던 석고상의 주인공이 맞을겁니다! ㅋㅋㅋ
로마 건축은 보기 깔끔해서 좋네요. 정작 저 거창한 기둥이나 장식을 현대 건축물(그것도 하나도 안 어울리는)에 대충 끼워놓은 걸 보면 그냥 웃기지만.
현대건축과 신전기둥의 결합 별로 안어울리나요? ㅋㅋㅋㅋㅋㅋ 유원지 테마공원 같기도 하고 나름 괜춘하지 않나욬ㅋㅋㅋㅋㅋ
아그리파가 그나마 그리기 쉬웠죠(먼산~)
그가 건축을 했다는건 처음 들었는데 재밌게 잘봤습니다. ㅎㅎ
역시 아그리파 하면 각진 아그리파군요 ㅋㅋㅋㅋㅋ 먼 동방의 땅에서 미술시간 대표모델이 된 대단한 남자네요.
전 판테온 하면 떠오르는 건 그 옆에 있던 생크림 아이스 에스프레소 뿐이라능 ㅜ ㅜ
정작 전 먹는데 소홀해서... 로마에서 뭘 먹었는지조차 기억이 안나여 포스팅해쭈쎄여!!
원기둥 하나에 이런 치열한 역사의 이면이 있다니... 그나저나 일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황제라니...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런 황제이었기에 전쟁의 폐해가 오히려 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에요. 중국과 고구려의 역사도 전쟁으로 역사가 이어지니 말이죠.
돔 형태의 건물에서 뚜껑을 덮는 것이 참으로 힘든 모양이군요. 예전에 석굴암의 자료를 보다 보니 천정을 그런 식으로 마무리했는데 천정을 덮는 부재(이름을 잊었어요;;)를 만들어 얹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딱 한번에 성공해야 한다고;;
오 저 뚜껑 덮는 일은 단 한번에 성공해야하는 대작업이었군요. 저런저런... 하드리아누스... 애썼다...
마르쿠스에 얽힌 비화는 엊그제 읽은 테르마이 로마이 때문에 빵 터지며 보았습니다. 아... 엉뚱한 곳에서 연결시키다니..ㅠ_ㅠ
시오노 할머니의 동인짘ㅋㅋㅋㅋ 저도 로마인 이야기 읽고 가려고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관뒀던 시리즈에요. 언제 한 번 진득하게 읽어봐야지...
테르마이 로마이가 그 예쁜 표지의 책인가요? 무슨 내용이지!? 궁금해! 포스팅 찾아보러 갑니다!
제법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ㅇ>-<
그나저나 거리의 악사는 언제나 너무 멋있습니다. 현대판 음유시인 할아버지(아저씨?;)들이네요. ㅠㅠ 영전5의 진히어로(..) 귀염둥이 멕베인 할부지가 떠오르는..!!! 저 구멍 정말 빗물 안 새나 궁금했는데 윗분 댓글을 보며 으으음...^-^;;;;;
역시 저만 그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었군요. 음유시인하면 영전5죠! 가가브 트릴로지죠! 세계를 구할 여행을 하고 있는 할아부지들인 것 같으여 ㅋㅋㅋㅋㅋㅋㅋㅋ
판테온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어서 이번 포스트 보고 네이버에 뚝딱 검색해 보니...
...
...
...
눈은 들어온다는 웃긴 소식을...!^^;;
아무튼 이번 포스트에선~ 저 기둥이랑 판테온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그에 앞서 피자랑..믹스룸...)
판테온.....
눈은 들어가는 것이었나!!! 뭔가 제 안의 신성한 판테온의 이미지가 살짝 폭락한 느낌입니닼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