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5 23:06

서울구경 : 종묘 일상

서울구경 카테고리에 오궁이 들어가기 전, 오궁보다도 먼저 포스팅 하게 된 종묘! 

도시 한복판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입장료는 단 돈 천원! 

안에 들어와서 느긋하게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안내소 언니의 외침이 들려왔다. 

"앞에 가이드 팀 따라가요! 개인관람 안됩니다!"

에.... 에.... 그랬어!? 


나중에 알고보니 토요일 하루를 빼놓곤 시간제 가이드 관람으로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문화재 보호 차원이라고. 

아아, 토요일에 다시 한 번 와야겠어. 





여튼 안내소 언니의 말대로 벌써 신로와 어로에 관한 설명이 끝나가는 가이드팀에 허겁지겁 합류했다. 

"가운데는 조상신이 다니는 신로, 오른쪽은 왕이 다니는 어로, 왼쪽은 세자가 다니는 세자로에용"

신로는 되도록 밟지 말고 따라오라는 말에, 세자로에서 어로로 겅충 뛰어넘었다. 





연못. 종묘는 조상들과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이기 때문에 화려한 연꽃이나 살아있는 물고기, 풍류를 위한 정자는 없다고 한다. 





연못 가운데 나무의 표정이 좀 뭉크절규. 줄여서 뭉규! 

조상들과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에서 이딴거나 찾아내서 죄송합니다...





길을 따라 재궁까지 이동했다. 





재궁으로 들어가는 문. 

"계단에선 올라갈 때 오른발부터 한 칸씩, 내려갈 때 왼발부터 한 칸씩 멈춰서며 이동하는 거에용" 

가이드님의 말대로, 다들 순한 어린 양처럼 오른발부터 한 칸씩 멈춰서며 올라갔다. 





재궁 안. 

제례를 드리기 전, 왕과 세자는 이곳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정결히 했다고 한다. 왕은 정면에, 세자는 오른쪽 건물에. 





재궁에서 정전으로 가는 길! 실제 제례를 올릴 때 왕이 이 길을 따라 이동했다고 한다. 


다들 아까 삼도에서 배웠던 대로, 가운데 신로는 피하기 위해 양쪽 길로 붙어서 이동했다. 

가이드분이 그걸 보더니 여기선 좀 다르다며, 가운데 길은 왕이 다니는 어로, 오른쪽은 세자로, 왼쪽은 영의정이 다니는 길이니까 어떤 길이든 마음대로 밟아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주저없이 가운데로 올라 여왕님이 되었다. 꺄햫햫! 





여왕이 되어 정전으로 가던 도중 찍은 사진. 돌담도 풀도 참 예뻐.  





어로 한가운데에 턱 높은 공간이 있는데, 왕이 행차할 땐 저기에 잠시 멈춰선 뒤 쉬었다가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오른쪽 길에서 떨어져 있는 공간은 세자가 쉬는 공간. 

숨을 고르거나,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뭐 그러던 곳인 듯. 





문 안으로 들어서자 정전이 나타났다. 

야.... 길다! 





건물 길이에 감탄하자마자 이어지는 세부 설명. 

바닥에 깔린 검은색 포석을 따라 왕이 이동했는데, 길을 편도로 만들어놨댄다. 

올라갈 땐 오른쪽으로 꺾어서 이동하고, 내려올 땐 여기서 보기에 왼쪽으로 꺾어서 이동하고. 

어느 쪽이든 걷는 사람 방향에선 오른쪽으로 가는 건데, 아까 삼도도 그렇고, 옛날 사람들은 오른쪽을 더 중요히 여겼었나? 





설명을 들은 뒤 전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정전 남문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전체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 안잡혀... 너무 길어서 안잡힌다... 

좀 더 문에 바짝 붙어서 찍으면 나올 것 같기도 해서 뒤로 빠졌더니 다른 사람들 뒷모습이 거대하게 박히고... 크어ㅓ어엉엉 

혼자 똑딱이 들고 고뇌하고 있을 때 내 옆에서 한 여자가 비싸보이는 카메라를 꺼내더니 정전 건물을 한 번에 잡는게 화면으로 보였다. 


....화각이 딸리는 내 가여운 똑딱이여...ㅠㅠㅠㅠ





뭐 똑딱님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도, 정전 자체의 길이가 원채 길어야 말이지. 

저 종묘 정전은 동아시아에서 제일 긴 목조 건축물로도 손꼽힌댄다. 


게다가 내부는 방으로 나뉜 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홀이라는데! 

끄응, 직접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종묘 정전은 조선시대, 모셔야 할 조상신(왕)이 늘어나면서 증축에 증축을 거친 건물이다보니, 한 건물 안에서 다른 형식의 기둥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지어진 왼쪽 부분은 배흘림 기둥! 





그리고 증축된 오른쪽 부분은 민흘림 기둥! 





정가운데에 빗물 빠지는 홈도 보인다. 

빗물 잘 빠지라고, 바닥의 각 사이드가 가운데보다 낮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가이드분이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가고, 드디어 문 뒤에 붙어 정전 건물을 다 찍을 수 있겠구나 했는데! 

여전히 내 화각으론 불가능... 됐다 됐어! 







사진으론 한번에 못찍으니 동영상이라도...





일본 관광객 가이드 팀이 바짝 뒤쫓아와서,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쩝. 

사진은 아까 우리가 정전을 바라본 위치였던,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하는 정전 남문이다. 모인 사람들은 일본인 관광객들. 꽤 많구먼. 
 




정전 앞, 바닥을 살펴보다 발견! 

1박 2일에도 나왔던 그거, 천막 칠 때 썼던 지지 고리. 





정전은 이 쯤 살펴보고, 다음 건물로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 이번에 종묘를 간 이유가, 네이버 캐스트에서 끝내주는 사진을 봤기 때문이었다. 


바로 옆에서 본 종묘 정전 회랑!!!!!! 

내가 이걸 진짜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어서 종묘에 간건데! 

회랑 쪽으론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하게 계단엔 온통 "올라가지 마시오"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흐ㅡㄹ흐규ㅠㅠㅠㅠ





정전 서쪽 담장... 회랑을 못 본 아쉬움에 축 늘어져 그냥저냥 찍었다. 





정전 옆, 영녕전 가는 길. 





여기 멈춰서서 영녕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뒤, 영녕전 안으로 들어섰다. 





영녕전. 

쉽게(싸게) 설명하자면, 정전에 모시기엔 좀 그런 왕들의 신주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좀 그렇다" 란 건 제위 기간이 짧았거나, 별다른 치적이 없었거나 등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영녕전을 끝으로 가이드 관람은 완료! 

둘러볼 시간을 따로 주지는 않고, 곧바로 매표소로 돌아가게 하더라. 

아쉽긴 했지만... 가이드분의 설명은 재밌고 알찼으니 적당히 만족했다. 





아 그렇지, 영녕전 설명 끝난 후에 추가로 더 설명해줬던 거! 

저 나무의 희한하게 생긴 열매에 관한 거였다. 

저 열매는 바로... 개암이다!! 

개암이 뭐냐면 바로... 헤이즐넛이랜다!!!!


...들었을 땐 굉장히 신기했는데 써놓고 보니까 왜 이렇게 초라해보이지...

여튼 종묘엔 헤이즐넛 나무도 있슴다...


 


나가는 길에 찍은 종묘 정전 남문 사진. 




가이드 분께 인사를 하고, 종묘를 나섰다.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하다가, 나가자마자 오른쪽, 돌담길이 너무 예뻐서 길을 따라 올라가봤다.  


종묘도 아름다웠지만 종묘 돌담길도 아름답더라. 

저대로 쭉 길따라 올라가면 창덕궁이 나오긴 하는데... 날씨가 무진장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창덕궁까지 가는 건 관뒀다. 


일단 종묘 포스팅은 여기까지! 





핑백

  • 택씨의 이글루 : 종묘에서 (3) 2012-09-22 15:35:44 #

    ... 나간 것이었지요.....회랑의 장엄한 모습!!!건물이 하나의 공간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은 몰랐군요. 음.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 enat님의 종묘관련 포스팅은 여기로. ) * 올라가지 마시오 라는 팻말 바로 앞까지 가서 카메라를 들어서 ... more

덧글

  • 련석 2012/07/25 23:34 # 답글

    지혜로운 우리 조상님들께선.. 조선시대부터 '우측보행'을 깨우치셨나보네요.

    저도 한라산 가서 한 컷에 담을 수 없어서 여러장 찍고 파노라마 프로그램으로 붙였어요..! 요게.. 생각보다 깨끗하게 잘 붙여주더라고요.

    네이버 캐스트엔 참 재밌는 글이 많네요. 저는 전에 근정전의 끝내주는 사진을 봤었는데..(무기 공학 관련한 걸 더 많이 보긴 합니다.. 험험..)

  • enat 2012/07/25 23:47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측보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고보니 우측보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대박 웃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파노라마 프로그램도 있나요? 저도 찾아봐야겠군요 음흠흠.

    네이버 캐스트는 은근 보물 발굴기가 많은 것 같아요. 그에 못지 않게 뻔한(?) 글도 껴있긴 하지만, 여튼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 꿈꾸는선장 2012/07/26 09:29 # 답글

    조상신을 알현하는 향나무가 뭉규로 전락하는 순간!!
    정말 재밌는 표현이었어요 ㅎㅎ
    비가 우수수 쏟아지는 날에 오면 정말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대요~!
  • enat 2012/07/29 11:15 #

    그렇군요~!
    비 오는 가을날에 가봐야겠어요~!
  • 요엘 2012/07/26 11:00 # 답글

    오후흐흐힝 길하나로 여왕으로 진급(?)하신 이낫님. 이낫여왕님. 아 돌담길 너무 좋아요! 선선한 날 산책하면 멋질것같은 분위기.

    그나저나 헤즐넛!!!
  • enat 2012/07/29 11:16 #

    까ㅑ햫햫 난 여왕님이다! 내 앞에 무릎ㅍㅇ을.. 무르플... 주시면 잘 씻어드릴게요.

    음흠흠. 여튼 돌담길 분위기는 끝내주는 것 같아요. 덕수궁이나 경복궁 돌담길도 좋지만 종묘 돌담길도 나름의 운치가 있어요!
  • 택씨 2012/07/26 22:56 # 답글

    아.... 저는 토요일에 갔기 때문에 자유관람을 하게 된 거로군요.
    그런데 저도 설명을 들으면서 보고 싶긴 해요. 정전이 증축이 되었다는 건 몰랐어요;;
  • enat 2012/07/29 11:18 #

    흑 저는 자유관람을 하고 싶었어요... 사진 잔뜩 찍고 싶었는데... 자유가 너무 없어서! 나름의 장단점이 있군요.
    만약 평일에 가신다면 가이드 하는 시간을 알아보고 가시는게 좋을거에요! 종묘 홈페이지에 가면 알 수 있어요!
    http://jm.cha.go.kr/depart/n_jm/guide/information/information_01.jsp?mc=JM_02_01_01
  • Mr 스노우 2012/07/27 09:03 # 답글

    예전에 항교를 갔을 때 신도 위에 떡하니 서 있다가 된통 혼났던 기억이..ㅋㅋㅋ 절규하는 향나무도 너무 재미있네요 ㅋㅋㅋㅋㅋ
  • enat 2012/07/29 11:21 #

    팻말이 없거나 안알려주면 잘 모를 사항이죠 ㅠ 상냥하게 알려주시지! ㅋㅋㅋㅋ
    저도 향나무 표정이 너무 그럴듯해서 깜놀랐습니다 ㅋㅋㅋㅋ
  • 키르난 2012/07/27 13:32 # 답글

    개암 = 헤이즐넛은 저도 최근에 알았지요. 그러니 초콜릿 헤이즐넛 페이스트인 누텔라는 개암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겁...(모 만화에서 실제로 보았지요)
    여튼여튼.
    예전에는 창경궁까지도 건너다닐 수 있었는데,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차도를 확장하면서 끊어놓았습니다.=ㅅ= 내년에나 완공된다니 창경궁이랑 세트로 돌아보는 건 그 때나 가능할 것 같네요. 그리고 종묘는 종묘제례악 할 때 보면 또 색다를겁니다. 그 때는 아마 저 문들 다 열려있을걸요..? 5월에 있던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전에 성균관의 석전대제(2월;)까지 보시면...-ㅂ-
  • enat 2012/07/29 11:25 #

    에.. 어... 개암으로 누텔라를 만든다... 그럴듯하...군요 (!??!??!?)
    아 그러고보니 같이 갔던 일행이 창경궁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게 그 얘기였군요. 더워서 제대로 귀담아 듣질 않아서 ㅋㅋㅋㅋㅋ 창경궁까지 같이 풀코스로 돌아보는 게 더 여운이 길 것 같아요!
    내년 종묘 제례악은... 5월 5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슴다 ㅠㅠ 어린아해들이 굉장히 많을 듯한 느낌... 그래도 문 열린 정전을 볼 수 있다면야, 그 정도의 시련은 극뽁할 수 있...있... ㅠㅠ....
  • 키르난 2012/07/29 13:07 #

    5월 5일이 문제가 아니라, 5월 초에 서울시에서 하는 무슨 페스티발이 문제입니다.; 꽤 크게 이것저것 벌이는지라 사람들이 많을거예요. 대신 종묘제례할 때는 종로쪽 길 막아놓고 행진도 합니다. 그것도 은근 볼만하지요.(대부분의 국악 연주 아르바이트 학생이 국악고 학생이라 그런지 자세가 불안불안해보이지만..)
  • enat 2012/08/02 15:40 #

    아 그러고보니 올해 어린이날에 시청역 쪽에서 재미나게 놀았었는데 그게 무슨 페스티벌의 일환이었나봐요.
    사람 엄청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으으 --;;;; 영상자료로 볼까 하는 나약한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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