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1 13:13

서울구경 : 노을공원 일상


약 2주 전에 산책갔던 노을공원. 

하늘공원과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하고 갔다가 큰코다친 공원이었다. 



여기도 꼬마열차가 다닌다. 

탈까 하다가 편도 2000원이길래 관뒀다. 

우리에게 남아도는 건 돈이 아니라 체력이니까! 


...몇 십분 뒤, 우리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음... 난 매번 같은 패턴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 같아... 



노을공원엔 뱀이 나온댄다. 무서워서 길 중앙으로 다녔다. 



옛날에 쓰레기장이었던 곳이라 요런 안내판도 있나보다. 



억새도 있고, 



벼도 있긴 한대...



뭐... 뭔가 전반적으로 황량함... 게다가 거리 곳곳에 있는 스피커에선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클래식이 흘러나왔다...

뭐야 이 세기말적인 풍경은...



이 음습한 지역은 반딧불이 서식처란다. 

으으 여름밤에 왔어야 했는데! 



좀 더 중앙으로 들어가자 다행히도 멀쩡한 풍경이 나왔다. 

....멀쩡한 풍경이라... 그런 것 치곤 알 수 없는 조형물이 하나...



여기도 알 수 없는 조형물이 하나... 제목은 "소멸 뒤에 오는것"... 

...노을공원의 노을은 세상의 노을, 세상의 황혼 뭐 요런 걸 뜻하는 거야!? 



세상의 끝 같은 곳에 캠프 치고 노는 가족들이 있었다. 

아니 되게 훈훈한 장면이긴 한데 내가 보기엔 지구 종말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야생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인류의 마지막 불꽃... 

뭐 그래보였다...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다... 

혼자 왔으면 굉장히 외로웠겠다... 본격 동행인과 돈독해지게 만드는 공원... 



좀 걷다보니 코스모스도 나오고 잘 닦인 길도 나오고... 

알고 보니 이 쪽이 원래 입장 코스랜다. 우리는 걸어올라오는 바람에 공원의 외진 곳에서 방황을 하고 있었다. 


많이 걷고 보니 배도 출출하고 목도 마르다. 여기도 하늘공원처럼 매점이 있겠지? 

다짜고짜 큰 건물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탐방객 안내센터에 가서 물어보려는데... 

빈 탁자와 쓰러진 의자... 안내센터가 텅 비어 있었다...



혹시 여기에 매점이? 하고 가봤더니 그냥 골프장 건물...

으으 점점 침이 매말라간다. 



근처에 등산가방을 매고 걷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혹시 매점 어디있는지 아냐고 물어보셨다. 

아주머니 왈, "여기서 매점? 엄청 먼데... 뭐 길 따라서 쭈-욱 걸어봐~" 


...벤치의 화살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발견한 이상한 열매. 

친구가 말리지 않았다면 난 저걸 먹었을 거다. 

아니 그... 생긴게 옛날 문구점에서 팔던 포도맛 사탕이랑 닮아서...



길가에 핀 코스모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찍은 건데 나중에 집에 가는 길에 사진을 보니 꽃잎을 따라 왠 애벌레가 기어가고 있었다. 오 신기. 



골프장 의자를 지나...



또 나온 화살표 벤치를 따라...



누구의 밭인지 궁금한 밭을 지나...



누에 생태 체험장을 지나...



바람반을 지나... 


으으으 아무리 가도 매점이 나오질 않아 ㅠㅠㅠㅠ



해는 저물어가고 발은 아파오고 목은 타들어가고 눈에는 눈물이 맺힐 즈음, 캠핑장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매점이 보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매점에서 이것저것 산 뒤에 뒤쪽 테라스로 나왔다. 



난간 앞에 벤치가 있길래 풍경을 보며 음식을 섭취했다. 



팥빙수랑 콘뭐과자랑 발뭐초콜릿을 입에 쳐넣기 시작했다. 

와... 완전 맛있어...



아래로는 난지캠핑장이 보이고. 



위로는 저물어가는 태양이 보였다.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이 음식이 마지막 비상식량 같다는 헛생각을 했다... 


세상의 황혼, 라그나뢰크, 지구 종말 등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을공원이었다. 





덧글

  • 2012/10/11 15:1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nat 2012/10/11 22:54 #

    로그인 안하고 비밀덧글 쓰면 답글 쓸 때 비밀답글로 못쓴답니다... 로그인을 해주세요!
  • 이팝 2012/10/11 19:16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휑한 그 느낌이 사진속에서도 전달되는것 같아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 해가 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달라져서 괜히 가슴찡하고 아련하네요ㅠㅠㅠ
  • enat 2012/10/11 22:56 #

    기분 전환하러 바람 쐬려고 공원에 갔는데 이 무슨 세기말 공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
    해지는 걸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어차피 끝장나면 끝인거야... 포 포기하면 편해...
  • Mr 스노우 2012/10/11 19:48 # 답글

    아 정말ㅋㅋㅋㅋㅋ 글을 읽으면서도 지구의 종말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ㅋㅋㅋㅋㅋ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뱀나오는 공원이라니.. 뭔가 살짝 무섭기도 하고 그러네요 ㅋㅋㅋ 물론 이제 조금만 있으면 뱀들은 겨울잠 자러 가겠지만요 ㅋㅋㅋ
  • enat 2012/10/11 22:57 #

    저 노을공원 진짜 세상의 황혼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그걸 노린 작명이다! "노을"공원!!!
    그러고보니 하늘공원에서도 집이 가까우시다고 하셨었죠 ㅋㅋㅋ 뱀 무서워서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에서 튀어나와주지 않을까 기대기대 했는데 결국 뱀은 못봤네요 ㅋㅋㅋ
  • 택씨 2012/10/11 19:50 # 답글

    우뚝 솟은 굴뚝 같은 것이 매탄 채집시설인 모양이군요.
    노을 공원이 하늘공원보다 큰가 봐요. 걸어도 걸어도 멀게 느껴진 걸 보면 말이죠.ㅎㅎㅎ
    코스모스가 독특해요. 잎의 색깔에 그래디에션이 있어요.
    간혹 성산대교를 넘어가는 석양을 보곤 하는데 서울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색깔이 짙붉은 색이더라구요. 사진에는 밝은 색처럼 보여요!!
  • enat 2012/10/11 23:01 #

    네! 근처에 지역난방공사가 있어서 메탄으로 난방하는가 봅니다.
    음 뭐랄까, 하늘공원은 입구에서부터 볼거리가 있었고 매점도 있었고 화장실도 있었고, 뭔가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는데 노을공원은 매점이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어요 ㅠㅠ 하늘공원은 탁 트여있었는데 노을공원은 언덕져서 건너편이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멀게 느껴졌나봐요.
    저도 코스모스 보고 희한하다 생각했어요. 매립지 토양이라 이상한 색을 띠나!?
    저날은 밝은 석양이었어요! 그래서 카메라 들고 본격 촬영에 들어간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ㅋㅋㅋ
  • Tabipero 2012/10/11 22:49 # 답글

    예전 쓰레기장의 대명사(?)였던 난지도 주변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또 그 주변이 이렇게 환골탈태할 거라는 걸 당시 사람들은 상상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자전거를 끌고 저 주변에를 잠깐 들어갔다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아마도 노을공원인 모양입니다 -ㅅ-
  • enat 2012/10/11 23:03 #

    정말 "재탄생"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에요. 많은 사람들이 그 무거운 DSLR 지고 여기까지 올라오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캠핑오기도 하고, 괜히 제가 다 뭉클해지네요 ㅋㅋㅋ

    아 그러고보니 노을공원 초입에 자동차, 자전거들이 다니는 닦인 길들이 있더라구요. 거기가 맞으실거에요 ㅋㅋㅋ
  • 타누키 2012/10/11 23:29 # 답글

    제대로 일주하셨네요;; 서울이 참 공원부터 문화 등 수도긴 수도라는걸 새삼 느끼네요. ㅋ
  • enat 2012/10/11 23:34 #

    살짝 둘러보려고만 했는데 매점이 공원 맨 끝에 있었는지라... ㅠㅠ 본의 아니게 일주하고 왔습니다 ㅋㅋㅋ
    도심 한가운데에 공원 고궁 계곡 등등 별별 것들이 다 숨겨져 있죠. 서울 탐방하기 시작하면서 이 정도면 다른 어떤 나라에 내놔도 자랑스러울 수도다 하는 마음이 들어요 ㅋㅋ
  • 엘에스디 2012/10/13 16:14 # 답글

    반딧불이!! 보고 번쩍 해서 여름밤에 가보면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포스팅을 보다보니 점점 으음.....으음...으으으응ㅁ.......ㅇwㅇ.....;;;;; 이 이 공원, 이름 누가 붙였는지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ㅠㅠ!!!;;;;;;; 그런데 원래 쓰레기장이었던 거면, 정말 굉장하게 바꿔놓았네요. 코스모스도 정말 예쁩니다. 꽃잎색 정말 예술이네요.......////
    저도 콘 뭐 과자 좋아해요. 맛있어요+ㅠ+///
  • enat 2012/10/14 12:09 #

    그쵸! 반딧불이 완전 로맨틱하잖아요 으으 ㅠㅠ ㅋㅋㅋㅋ 근처에 반딧불이 키우는 생태관 뭐 이런곳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여름에 방생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름을 정말 잘지은 노을공원... ㅠㅠ 누구의 작명센스인지는 몰라도 정말 최고입니당.
    쓰레기장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탈바꿈한 이야기는 정말 누구라도 놀랄 이야기라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외국인이 소개하는 한국 프로그램에 꼭 등장하는 곳이기도 한가봐요 ㅋㅋㅋ
    콘뭐과자 마이쭁 ^.^ 과자 잘 안먹지만 콘뭐과자는 좋아합니당.
  • soonuu 2012/10/17 23:54 # 답글

    정글의 법칙을 즐겨보기 시작한 뒤부터 나무에 달린 이상한 열매를 보면 따서 독성 테스트를 하고 있어요.
    팔에 문질문질 해보구요. 그리고 혀에 대보고 살짝 맛볼때도 있는데요. 떫고 별로 맛있는건 없더라구요. 나중에 보라색 열매를 다시 만나면 한 번 시도해 보세요. 목숨이나 복통은 장담은 못하지만요.-.-;
    그나저나 노을공원 엄청 크네요. 마지막 노을사진 정말 굳굳입니다!
  • enat 2012/10/18 14:10 #

    아앗 저도 최근 정글의 법칙 애청자가 됐는데 생활에 이용해먹을 수 있군녘ㅋㅋㅋㅋㅋㅋ 본격 정글일상적용사례!
    팔에 문질문질 해본뒤 맛도 보고... 이건 꽤 좋은 방법이다! 싶었는데 제 목숨은 소중하니까 역시 친구를 시켜야겠습니다ㅋㅋㅋㅋ
    저도 노을공원이 저정도로 클 줄은 몰랐어요 ㅋㅋㅋ 곳곳에 언덕이 많아서 건너편이 안보이는지라 더 커보이기도 하고... 왜 관광열차가 다니는지 알겠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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