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5 23:29

서울구경 :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탐방 일상

겨울 되기 전에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계속 미루다가 오늘 눈이 펑펑 왔음.... 마 망했어 ㅠㅠ 

※ 지도는 정동극장 앞에 놓인 정동길 탐방 프로그램 지도를 참고했음


11월 중순, 올해 정말 많이 걸었던 정동길에 작정하고 찾아갔다. 

나는 늘 정동길 산책을 할 때마다 근대 건축물 도보 탐방을 하고싶다, 해야겠다 하고 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무는 울긋불긋, 하늘은 높고 푸름, 완연한 가을 공기 으으.... 드디어 그 때가 온 것이다! 


논문 발표가 끝난 뒤 제법 여유가 생긴 나는, 하루를 온전히 비워 정동길을 비롯하여 서울 종로구와 중구 정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 날의 일정을 시간대로 작성해보자면


 [통인시장에서 점심밥] -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탐방] - [카페에서 휴식ㅠㅠ] - [청계천 등축제] 


요렇게 되겠다! 

중간에 카페에 들어가 테이블에 엎어져 수면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난 청계천에서 그대로 까무라쳤을지도 모른다...


여튼! 이제부터 정동길 클리어 일지를 써보겠다. 




통인시장에서 점심밥을 먹고, 버스로 경복궁에서 덕수궁까지 이동했다. 

느긋하게 정동길을 산책하며 배를 꺼트리기 시작했다. 




분위기 못읽고 아직도 초록색을 유지하는 나뭇잎도 있지만, 




울긋불긋한 나뭇잎들이 더 많다! 

저 샛노란 은행잎 색은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거야...




납작납작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덕수궁 사거리까지 왔다. 



거기서 구 대법원 청사로 올라갔다. 




서초로 옮겨가기 전까지 대법원으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지금은 서울 시립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다. 

고풍스러운 입구 부분만 빼놓고 신축한 거랜다. 

건물 외관도 멋지지만, 덕수궁 사거리에서 이 건물까의 오르막길도 아기자기한 숲길이라 걷기 좋다. 

미술관 정원 아니랄까봐 다양한 조각품들도 있고,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곳.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를 할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정동길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을 다 돌아보리라 작정하고 온거라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제 초입부인데 벌써부터 미술관 피로가 쌓이면 안되는 거인지라! 




다시 덕수궁 사거리로 내려가 배재학당 동관으로 향했다. 




요로코롬 좌우대칭이 딱 맞는 배재학당 동관. 

배재학당은 아펜젤러 목사가 지은 학당이다. 미국인이 지어서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타일! 을 따랐댄다. 

건립 당시 교정에는 많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다 철거되어 동관만 남았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다시 덕수궁 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정동교회가 나온다. 




정동교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교회다. 

우리나라에 지어진지 제일 오래된 교회인데도 번쩍거리고 촌스러운 요새 교회보다 훨씬 아름답다.  

저 깔쌈한 붉은 벽돌과 정갈한 하얀 문, 창틀... 으으 저런 교회라면 일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갈 것 같다. 




정동교회에 있던 종탑. 올라가보고 싶다! 

사진을 두 장 찍었는데 둘 중에 어떤게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두 장 다 올림... 쩝... 오늘도 괜한 고민을 했군... 




파란 하늘에 노란 은행나무! 완전 가을이다 가을! 

근데 오늘 눈왔잖아! 완전 겨울이잖아! 

젠자유ㅠㅠ 계절 못타는 블로거 enat... 




정동교회 맞은편 정동극장 앞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다음 장소를 찾아갔다.  




다음 장소는 정동극장 쪽에서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야 한다. 바로 중명전! 




중명전은 일제에 의해 덕수궁(경운궁)이 축소되기 전, 궁 안에 세워진 서양식 황실 도서관이었다. 

덕수궁 화재 이후 편전으로 사용되었고, 외국 사절과의 접견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인이라면 듣고 나서 뭣이!를 외칠지도 모르는 장소이기도 한데... 을사조약이 체결된 장소가 바로 여기다. 


...뭣이!




중명전은 사바틴이라는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했다. 

자료를 조금 찾아보니, 이 건축가가 설계한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이 은근 많더라. 

인천의 자유공원, 제물포 구락부와 서울의 러시아공사관, 정관헌 등등... 




내부를 관람할 땐 실내화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한다. 




내부 전시관 사진은 생략하고, 인상적이었던 테라스 사진만 두 장 올려본다. 




은행잎으로 뒤덮힌 정동길. 

지금쯤 흰 눈으로 뒤덮혀 있겠지? 




이번에는 맞은편 심슨 기념관으로 가봤다. 




이화여고 내부에 있는 심슨 기념관. 

학교 안이라 그런지, 경비실에 신상정보를 써놓은 뒤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옛 이화학당의 교사로 쓰였으며, 미국인 사라 심슨이 죽을 때 위탁한 돈으로 건축하였기 때문에 심슨 기념관이라 부른다.  




이 건물 아래쪽 층은 박물관으로, 윗쪽 층은 강당 등 교육 목적으로 쓰이는 듯 했다. 

아랫층 박물관에 있는 구교실에선 괜찮은 컨셉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겠더라. 




척 보기만 해도 유서깊어 보이는 풍금, 낡은 책상과 의자... 이런거 저런거 재밌게 보고 나왔다. 




이번엔 러시아 공사관 쪽으로 올라갔다. 

오르막길이 심해서 으으 거리며 올랐다. 




러시아 공사관이 백색 일색인 건물이라는 정보만 주워듣고, 멋대로 상상하고 기대하며 열심히 올랐는데... 

에헤!? 탑 하나만 남아있다! 


근처 알림판을 읽어보니 6.25 전쟁 당시 탑 하나만 남기고 다 날아갔다고... 

어헝...




실망하며 둘러보다가 주변에 핀 하얀 꽃이 예뻐서 일단 한 장 찍고...




러시아 공사관. 다른 나라 공사관은 몰라도 이 공사관 만큼은 다들 알 것이다! 

을미사변 - 아관파천 - 대한제국선포 - 헤이그 특사 운운으로 정리되는 음울한 한국 근현대사. 

그 아관파천에 나오는 아관이 바로 여기, 러시아 공사관이다. 




지금은 이렇게 탑 하나만 남아있지만, 불과 100년 전엔 심란한 정국을 바라보듯 언덕 위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있었겠지. 

새하얀 러시아식 건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인근 공원엔 러시아 공사관과 깔맞춤한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여기서 조금 휴식을 취하다가 다음 장소로 향했다. 




러시아 공사관 쪽에서 위로 나가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 길따라 구세군 중앙회관으로 향했다. 




지난 여름 덕수궁 돌담길을 걸을 때 봤던 구세군 중앙회관! 

연말이면 지하철에서 종소리와 빨간 냄비로 그 존재를 알리는 구세군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건물이라고 한다. 

좌우의 완벽한 대칭이 인상적이다. 




구세군 중앙회관 근처에는 선원전 터가 남아있다. 




선원전은 1900년대에 지어진, 역대 조선 왕들의 초상화를 모시던 곳이었다. 

원래는 황실의 제례를 위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을 뿐이며, 

그나마 그 터마저도 전경 버스 주차장에 경찰들의 족구장? 정도로 쓰이고 있더라. 

입구엔 아직도 '미정부 소유지니까 출입ㄴㄴ해' 라는 알림판이 달려있고... 뀽! 





정동길 탐방 마지막 코스가 하필 텅 빈 선원전 터여서 좀 싱겁게 끝난 느낌이긴 하지만... 


여튼! 한나절 동안 근대 건축물만 둘러보고 다닌 건 꽤 즐거운 일이었다. 

당시 외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들은 여전히 이국적이었고, 

음울한 시대 속, 교육, 종교,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걸고 필사적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지라... 


음... 근데 지금 가면 눈이 쌓여서 더 운치 있지 않을까? 주말에 카메라 목에 걸고 한 번 더 찾아가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덧글

  • 타누키 2012/12/06 04:42 # 답글

    경사에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이~
    이국적이라 간단히 걷기 좋죠. 주변 직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지만 ㅎㅎ
  • enat 2012/12/06 15:21 #

    으 맞닼ㅋㅋㅋ 워낙 경사길이라 지금은 내려갈때 썰매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쭉 미끄러지겠군요 ㅇ<-<
    아무 생각없이 걸어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 키르난 2012/12/06 08:59 # 답글

    눈이 쌓여 운치 있겠지만 대신 춥겠지요. 이번 일요일은 영하 12도... 으으으; 생각만 해도 발 끝(과 무릎;)이 시립니다.;;
  • enat 2012/12/06 15:22 #

    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하 12도요!? 헐 이번 주말 엄청 춥군요 ㅠㅠㅠ 집에 쳐박혀있어야겠당...
    저도 생각만 해도 시려옵니다ㅠㅠㅠ 아니 실제로 시려운건가...
  • 택씨 2012/12/06 09:48 # 답글

    음. 근대문화유산 건물들이 모여있는 거군요.
    덕수궁도 최근에 복원했다던데... 같이 보았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 enat 2012/12/06 15:24 #

    저번 여름에 덕수궁을 같이 둘러보고 왔던 친구랑 가는 바람에 또 못갔어요 ㅋㅋㅋ 입장료 1000원이 은근 발길을 멈칫하게 하더군요. 덕수궁 복원이라 한다면... 석조전 말인가요? ㅋㅋㅋ 내년쯤 완료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년에 날 따뜻할때 보러 가려구요!
  • Mr 스노우 2012/12/07 22:56 # 답글

    학교에서 폭설맞고 온 뒤에 가을사진을 보니 아...ㅠㅠ 3년 전엔가 한국 근현대사쪽 과목 교수님과 수강생들과 함께 저 코스들을 따라 돌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ㅎㅎ 정동교회는 언제 봐도 참 예쁜것 같아요. 미국 있을때는 동네마다 저런 교회들이 참 많았는데..ㅠㅠ
  • enat 2012/12/19 20:27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으 계절 못찾는 블로그 사실 아직도 가을 사진들이 좀 남아있어요 ㅋㅋㅋㅋㅋ
    한국에서도 교회가 콘크리트 말고 저런 벽돌로 다 되어 있으면 전도 같은거 안해도 일요일날마다 찾아갈 것 같아요. 건물이 예쁘면 레알 맨날 놀러갈텐데... 으 이런 발언 하나님이 예끼 이놈 하려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봐주시겠졈 히
  • 이팝 2012/12/08 13:09 # 답글

    아..요즘 눈 진짜 많이 내리죠..이제 겨울인데 벌써 눈이..그것도 폭설로..아주 죽겠어요 나가느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풍이 초록색 녹색 빨간색 이렇게 대비가 신기하고 이~~~~~~~~뻐요 한계절에 저렇게//_// 닥저닥저(?
    근현대사 시간에 글로 배운걸 오늘도 이낫님 블로그에서 눈으로 보고 좋네요 헤헤헤
  • enat 2012/12/19 20:28 #

    저번주랑 저저번주가 레알 피크였죠. 저도 집앞 눈치우느라 으으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눈 쌓였을때 단풍 포스팅하는 나는 망했어! 으으
    눈 다 녹고 눈 쌓인 덧글에 답글 다는 나는 또 망... ㅠㅠ 으으으으
    여튼 나들이하기에 참 예쁜 곳 같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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