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8 00:15

월미도 갈매기 일상

겨울에 딱히 어딜 여행하거나 오랫동안 시간들여 돌아다닌 건 아니다. 몸 상태도 별로였고. 

허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걷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는 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 

집에서 요양하는데 발이 움직여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안정이 필요하다는데... 뭐 잠시 산책 정도는 괜찮겠지. 


때때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카메라 챙겨서 어딘가로 한적하게 산책을 나가곤 했다. 

그래도 혼자 다니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진짜 아프니까ㅋㅋㅋㅋ 나처럼 사진 찍는 게 취미인 친구를 옆에 한 명 끼고 다녔다. 

사실 친구는 아니고 후배(벚꽃 같이 보러 갔었던)긴 한데, 

나보다 (당시 가격으로) 비싼 카메라 + (예상치 못한) 실력으로 무장한 주제에 "똑딱이 작가님~ 역시 작가님~" 하고 놀려대서 때려주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여튼. 


이 날은 월미도로 산책 나가서 영종도로 가는 배를 탔었다. 

얌전히 선착장에서 배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매점 아줌마가 자꾸 새우깡을 권하는 것이었다. 갈매기들 주는 게 재밌다고. 

하지만 난 걸음마 익힐 때부터 월미도 다니던 여자. 

그런 새우깡... 

출사하러 지하철 1호선 타고 인천역까지 와서 물어물어 45번 타고 월미도 들어온 서울 촌놈이나 사는그다! 

갈매기 따위에게 줄 새우깡을 살 것 같으냐! 


보통 같았으면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개배고파.... 



그래서 갈매기는 줄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먹으려고 샀다. 


근방 엿장수 아저씨가 틀어놓은 음악에 몸을 들썩이다보니 어느새 뱃시간이었고, 

우리는 새우깡을 아무 생각없이 입에 쳐넣으며 배에 탑승했다. 

한겨울, 바닷바람은 몹시 차가웠고, 탑승객들은 앞다투어 선내로 들어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는지라, 선내로 들어가서 TV를 보며 새우깡을 쳐묵쳐묵 했다. 

5분쯤 지났을까, TV에서 나오던 드라마가 오글거려서 밖으로 나왔는데... 



갈매기 엄청 많아! 

굶주린 갈매기들이 배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근데 승객들 모두가 선실에만 있으니, 새우깡 줄 사람들은 없고, 그들의 비행은 헛된 비행이었다. 

왠지 가여워 보여서 무념무상한 채로 입에 넣고 있던 새우깡을 하나 빼들고 던졌더니... 




갈매기들이 우리의 새우깡을 두고 경쟁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승객들은 선실에 있었고, 우리만이 새우깡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뭐 진짜로 저렇게 달려들었냐고 진지하게 물으면 시선을 회피하게 되겠지만... 

심리적으로 저랬단 이야기다 심리적으로. 흠흠. 

여튼 갈매기들을 완전 가까이서 볼 수 있길래,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 사진 헤헤! 

비록 얼어붙는 바람 탓에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예쁘게 나왔다! 




우리 먹으려고 산거긴 한데... 

결국 영종도에 건너갈 때까지 갈매기에게 신나게 새우깡을 던져댔다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 




올 겨울에 진짜 한 일이 없긴 없나보다. 갈매기한테 새우깡 던진 일로 포스팅을 하다니... 


이런 조막만한 사소한 이야기가 계속... 될지도 몰라요. 앞으로도 별 계획이 없는지라 ㅋㅋㅋㅋ





덧글

  • 로크네스 2013/02/28 01:39 # 답글

    갈매기한테 새우깡 준 적은 저도 한 번쯤 있었던 것도 같은데(성공적이지 못한 걸 넘어서 '내 낚시바늘은 생명을 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의 경지에 다다랐던 두 번의 낚시 경험 중 한 번이었을겁니다), 저렇게 많이 몰려든 적은 없었어요.... 새가 잔뜩 있으니까 히치콕 영화 같아서 멋있네요!
  • enat 2013/02/28 21:24 #

    생명을 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불살의 정신!
    저도 어려선 월미도에서 한새우깡 하던(?) 학생이었는지라 갈매기 참 많이 봤는데 저렇게 가까이서 많이 본 적은 처음이에요.
    근데ㅋㅋㅋㅋㅋㅋㅋ 히치콕급은 너무하잖아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같아요, 달라, 달라옄ㅋㅋㅋㅋㅋㅋㅋ!!!!!!!!
  • 토드리 2013/02/28 03:49 # 답글

    사진 예뻐요!! ㅎㅎ
  • enat 2013/02/28 21:25 #

    하늘이 파래서 더 잘나온 것 같아요 :) 에헤헤 덧글 감사합니다!!!
  • 키르난 2013/02/28 13:03 # 답글

    저 중에 조나단 한 마리 쯤은 .... 없겠지요. 조나단이라면 새우깡에 왜 달려드냐 코웃음치며 저 멀리 높이 날고 있을테니.........;;;;
    갑자기 갈매기를 보니 그런 생각이 확 들어서 말입니다.
    사진 예뻐요!!(2)
  • enat 2013/02/28 21:26 #

    갈매기 하면 역시 갈매기의 꿈이죠 '3'!
    넵 조나단이라면 안그랬겠죠 ㅠㅠ.... 저도 조나단 얘기를 쓸까 하다가 도저히 저 중엔 없을 것 같아 관뒀습니다 ㅋㅋㅋㅋ
    손은 굉장히 시려웠지만 제법 잘나와서 보람있었어요!
  • Tabipero 2013/02/28 14:33 # 답글

    전 인천 살면서도 인천역에서 물어물어 월미도 간적 있었죠 ㅋㅋ 그 후에는 2번 버스 타고 다녔는데 정말 꼬꼬마적 일이라...2번버스는 아직도 건재한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정말 오랜만이어서 반갑네요. 소소한 포스팅도 재미있습니다.
  • enat 2013/02/28 21:30 #

    인천역 일대가 처음가면 은근 복잡해서 헷갈리죠 ㅋㅋㅋㅋㅋ 오 아직도 2번 버스 월미도 다녀요! 동인천역, 화도진공원, 배다리 막 동인천 일대는 다 다니는 걸로 기억합니당!

    Tabipero님도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셨나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히히 :)
  • 택씨 2013/02/28 19:28 # 답글

    헉,,, 저렇게 많이 가까이 날아 오다니... (웬지 1:0으로 패한 느낌적인 느낌;;)
    저도 무의도 갈 때 저만 새우깡을 던져줘서 날아왔는데 저렇게 가까이 온 것은 못봤어요. 흑.
  • enat 2013/02/28 21:33 #

    하도 가까이 오길래 아예 눈앞에서 보려고 새우깡을 손에서 안놓고 유인도 해봤는데, 바로 눈앞까진 다가오질 않더라구요.
    어쨌든! 마지막엔 거의 1m 안쪽까지 갈매기들이 다가와서 재밌게 본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도 뭔가 1:0으로 이긴 느낌....적인 느낌! ㅋㅋㅋㅋㅋㅋ
  • Mr 스노우 2013/02/28 21:17 # 답글

    앍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ㅋㅋㅋ 갈매기 사진 정말 역동적인 포즈로 멋지게 찍으셨네요 ㅎㅎ
  • enat 2013/02/28 21:34 #

    갈매기 밥주는 평범한 내용인데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히히히
    바로 머리 위를 돌아다니니까, 그냥 셔터만 눌러도 잘나오더라구요 ㅋㅋㅋ 구름한점 없는 날씨도 한몫 했습니당! ㅋㅋㅋ
  • soonuu 2013/03/01 00:05 # 답글

    enat님 오랫만이에요!!! 돌아오셨군요:D

    갈매기가 생각보다 꽤 커보이는데, 심리적으로 위축될 만 한데요?!
    녀석들이 참 뭔가 얄미운데 그렇다고 안주기도 뭐하더라고요.-.-
  • enat 2013/03/04 12:52 #

    넹 한참 비워놨다가 돌아왔습니다 >0<!!!!

    갈매기 은근히 날개가 큼직하더라구요. 새우깡을 노리고 달려드는 그 노란 부리란...
    저도 제가 먹으려고 산 새우깡인데 어쩌다보니 계속 갈매기들에게 던지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으으 안주기 뭣한 느낌...
  • 엘에스디 2013/03/01 15:44 # 답글

    문득, 사람이 갈매기를 조련하는 게 아니라 갈매기가 사람을 조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ㅇwㅇ;;; 왜 새우깡을 들면 갈매기에게 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내 새우깡인데..!! <...) 흐흐^^;;; 이 겨울에도 저런 파란 하늘이라니 너무 예쁩니다!! 여전히 멋있는 사진이에요+_+//
  • enat 2013/03/04 13:04 #

    아 앙대... 내가 먹으려고 한 새우깡... 갈매기에게.... 갈매기에게 조련당해버렷...!! ㅠ,ㅠ

    파란 하늘인데 유난히 손시린 추운 날씨였어요 >< 멋있는 사진이라 해주시다니 이렇게 감사할데가 ㅠㅠㅠㅠ 사실 사진 찍는데 그 금속성의 카메라를 붙잡으며 으앙 손시려 으앙 울었거든요 ㅋㅋㅋㅋ 으앙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 이팝 2013/03/02 17:59 # 답글

    이낫님 배고파서 새우깡 산게 왜 이렇게 웃픈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갈매기 달려드는 그림도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깜짝놀란게 유람선 같은거 보면 갈매기들이 먹이 줄까봐 막 우루루 달려드는게....귀여운데 좀 무서웠달찌..네..갈매기 진짜 잘 찍으셨네요!!한점 없이 푸른 하늘이랑 하얀 갈매기가 너무 시원해보여요!!
  • enat 2013/03/04 13:06 #

    저, 절대 갈매기 너희들에게 주려고 산 게 아니야! 배가 고파서 산그야 ㅠㅠ.... 갈매기 그림으로는 귀여운데 실제로는 은근 무서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에선 아예 "갈매기밥" 하고 써붙이고 새우깡을 팔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새우깡은 갈매기밥이 아니라 사람이 먹는거라거!!!!! ㅋㅋㅋ큐ㅠㅠㅠㅠ
    헤헤헤 감사합니당 유난히 구름없는 시원한(사실은 추운) 날씨였어요 :)
  • 뽀다아빠 네모 2013/03/08 09:09 # 답글

    배 낚시 갈때...새우깡 주다가 선장에게 혼났어요...갈매기에게 새우깡 주지 말라고....ㅋ

    그래도 몰래 몰래....^^
  • enat 2013/03/09 17:45 #

    엨ㅋㅋㅋㅋㅋㅋㅋ 갈매기 몰려들면 물고기가 도망가서 그러려나요? 왜 못주게 하는걸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근데 그래도 몰래몰래 주셨다니 ㅋㅋㅋㅋㅋ 새우깡 먹이는 건 은근 중독이 있어서 멈출수가 없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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