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22:11

서울구경 : 항동철길 일상


알바-집, 알바-집, 알바-집... 일주일 내내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5일이면 나 치고는 많이 참은거다.

지긋지긋함을 어디로 풀러갈까 고민하다가, 전부터 가고 싶었던 항동철길에 가보기로 했다. 

서울은 서울인데 부천 쪽에 가까워서, 퇴근하다가 잠깐 들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지하철 7호선 천왕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큰 길 따라 쭉 걸어가다 보면 이런 사거리가 나온다. 

저기서 왼쪽, 그러니까 오류동역 반대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항동철길이다.  




곧바로 철길 등장! 

구로구 항동 철길은 서울에서 자유롭게 철길을 걸을 수 있는 얼마 안되는 (아니면 유일한? 여기 말고 또 모르겠는데, 아시는 분 있다면 알려주세요) 곳이다.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곧게 뻗어있는 철길. 

그래서인지...




이 철길을 놀이터 삼아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계속 걷다 보니 뭐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이 표지판이 제 구실을 한 게 몇 년 전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게 색이 바래있다. 

근데 그림은 열차 그림인데 글은 산불 조심이다. 해괴하군. 

항동 쪽으로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된 이후에도 표지판을 뽑아버리지 않고, 불조심 하라고 새겨놨나보다. 이상한 재활용이다. 




양 옆에 산이 있어서 피할 공간이 없으니 연거푸 조심하라고 해놨나보다. 




지금이야 열차가 거의 다니질 않으니, 위험하다는 표지판도 쓸모가 없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의 재미난 피사체가 되긴 하겠다. 




줌해서 찍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SF영화 주인공처럼 정중앙에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이 동네 주민이겠지... 




뭐 대충 이런 짧은 산길을 지나가면, 




바로 탁트인 들판이 나온다. 




사실 저 오른쪽에 심겨진 나무들과 어설픈 돌담들은 몇 달 전만 해도 없었던 거라고 한다. 

저 부근에 공원을 조성한답시고 나무도 잔뜩 심고 땅도 파헤쳤다나. 이래저래 엉망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썩 탐탁치 않았지만, 그래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석양은 마음에 들었다. 




쓰인 적은 있을까 싶은 비상 전화기. 

열어보려고 했는데 연약한 여성(나)의 힘으론 열리지 않았다. 




이 철길은 어디까지 나있는 걸까. 

아련함과 두근거림 속에서 철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해가 금방이라도 져서 어두워질 것 같아 멈췄다. 

생각보다 으슥한 곳이어서, 밤이 되면 가련한 여성 혼자(나)서는 무서울 것 같았다. 




그래도 인증샷은 남기고 돌아가겠다! 얍!




인증샷 찍는 동안 어느새 해는 아파트 뒤로 그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다. 이런 성질 급한 놈. 

빨리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에 본 가족들. 단체로 산책을 나오셨나 보다. 

아빠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꼬꼬마들이 부러워서 눈으로 계속 쫓았다. 




들판도 산도 뒤로 하고, 다시 아파트와 빌라 사이로 들어왔다. 

혼자 터덜터덜 걷다보니, 조금 외로워져서 카톡을 열고 가족들과 친구에게 철길과 내 발을 같이 찍어서 보냈다. 

단번에 연락이 왔다. 

"올 패기갑" / "죽으면 안돼!!"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거야. 




밝게 빛나고 있는 게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그대로 꺼진 새침 가로등. 




땅거미가 지고 거리의 가로등 없이는 걷기 힘들 무렵에야 천왕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서울이지만 전혀 서울이 아닌 듯한 곳에 다녀와 기분이 좋았다. 


날이 더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 철길의 끝까지 다녀와야겠다. 





덧글

  • Tabipero 2013/03/15 22:40 # 답글

    그 유명한 경기화학선이군요. 예전에 버스를 타고 옥길동 쪽으로 갈 적에 뜬금없이 단선 철도건널목이 하나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작 답사해 본 적은 없네요. 저동네는 서울인데 서울같지가 않아서 뭔가 신기해요. 근처에 살 때는 이따금 답답할 때 서울을 벗어나는 시내버스(?!) 타고 바람쐬는 코스였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은 폐선이라 들었습니다만 여기는 폐선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가뭄에 콩나듯 하지만 열차가 다닐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enat 2013/03/17 18:55 #

    아, 전에는 경기화학선이었군요.
    정말 저 동네는 서울이라기엔 너무 한적하고 여유있고... 시골 같은 느낌이었어요. 서울을 벗어나는 시내버스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끝자락이라 그런 역설적인 버스가 잘 다니나 보군요 ㅋㅋㅋㅋㅋ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군산에 갈때마다 가질 못해서 아쉬운 곳이에요. 시간날 때 가봐야지...
    아, 하루에 한 번인가는 화물열차 같은게 달달달달 거리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낮에 사람 없을 때 가게 되면 조심해야겠어요!
  • Mr 스노우 2013/03/15 23:19 # 답글

    우와아 너무 멋진 곳이네요ㅎㅎ 저도 철도를 꽤나 좋아해서 어릴때는 철도 밟아보러 자주 돌아다니고 했었지요ㅋㅋ(그땐 대전에 살아서..ㅎㅎ) 사진 보니까 너무 가보고 싶어요 ㅋㅋ
  • enat 2013/03/17 18:59 #

    대전! 교통의 요충지 어쩌구 했던 걸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ㅋㅋㅋㅋ 걸을 수 있는 철도도 많았겠군요.
    여기는 바로 근처니까 여유가 생기면 산책가보세요ㅋㅋ
  • 엘에스디 2013/03/15 23:47 # 답글

    뭔가 평범한(?) 철길을 예술의 철길로 탈바꿈 해 놓으신..+_+!!/// 주민 사진은 정말 좀 공포영화 장면같네요^^;; 저 사람이 두두둑 다가오면.. 흐흐흣;;;; 그런데 혼자 가시 거면 인증샷은 셀카(?)이신 건가요? 타이머 사진도 굿굿.../// 해가 딱 달걀노른자 같은 게 맛있어 보이..흐흐^^;;
  • enat 2013/03/17 19:07 #

    사실 사진보다 실제로 보는 게 더 예술적이라는 게 최트루! 임미당 ㅋㅋㅋ
    그렇죠!? 주민 분께서 정 가운데로 나타나서 ㅋㅋㅋㅋ 사진 찍다가 급 깜놀라서 움찔 했습니다.
    타이머 맞춰서 철로 위에 얹어 놓고 달려가 여유있는 척 찍은 사진입니다. 저렇게 찍기 위해 몇 번이나 찍었는지 몰라요 ㅋㅋㅋㅋ
  • cahier 2013/03/16 03:36 # 답글

    오오~~ 저 7호선 라인쪽에 살아요. 한번 가봐야겠어요^^
    사진 느낌도 넘 좋은데요???
    폐선이 아니었군요 ㅋㅋㅋㅋ
  • enat 2013/03/17 19:09 #

    7호선 라인이라면 시간 날 때 다녀오실 수 있겠군요!
    초반은 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중간부터 고즈넉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산책 코스로 추천 쾅 해드립니당!
  • 홍차도둑 2013/03/16 03:53 # 답글

    서울쪽은 저런 곳이 없고 인천쪽에 한군데 있습니다.
    서울역과 용산역 근처에 철도 건널목은 있지만 자유롭게 다닐수는 없어요...용산역 말고도 이촌역쪽에도 건널목은 있지만 기차운행이 잦은 곳이라서 걸을수는 없게 되어 있지요. 서울에도 옛날에 몇군데 있긴 했는데 공원만든다고 다 철로 없애버렸죠.
  • enat 2013/03/17 19:15 #

    인천... 쪽에 한 군데 있나요? 으으 저 인천사람인데 어딘지 감도 못잡겠어요 ㅋㅋㅋ 어디신지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옛날에 홍대에서 용산방향? 으로 낡은 철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공철이 그 라인으로 똑같이 들어서면서 사라진 거는 기억나네요!
  • 홍차도둑 2013/03/17 23:13 #

    인주대로 로 지도 검색하시면 철길 있습니다. 거리뷰로 보면 잘 안보이긴 하는데 그 근처의 철길이 오픈되어 있지요. 아마 얼마 뒤에는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수인선 전철이 들어와 있고 그 근처에 전철역이 새롭게 지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항동철로와 비슷한 산업 내지는 군용 철로로 쓰던 곳이고 어렸을 땐 거기 다니던 열차 위로 땡크들이 실려 다니던 생각도 아네요. 지금은 사진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
  • enat 2013/03/21 11:39 #

    탱크들이 실려다니다닠ㅋㅋㅋㅋㅋㅋ 여튼 여러가지 용도로 쓰인 철로였군요.
    시간나면 사라지기 전에 사진찍으러 가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Tomo 2013/03/16 07:28 # 답글

    앗!!! 나도 부천 살아요.
    사진 잘보고갑니다 ^^
    사진보니 저도 사진기들고 꼬옥 가보고싶네요~~
  • enat 2013/03/17 19:19 #

    부천! 문화도시에 사시는군요! 서울에서 퇴근할때면 매일 지나치는 곳이랍니다 ㅋㅋㅋㅋ
    근처에 사신다면 카메라 들고 한가롭게 산책 나가시기 참 좋을 것 같아요!
  • 키르난 2013/03/16 09:09 # 답글

    오오. 저렇게 철길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일에 쓰긴 쓰는 겁니까..?; 보통은 신촌-홍대 철로가 그랬듯 치워버리잖아요.(아니, 거기는 선로 이전이었나..)
    ...
    근데 어제 저녁에 막 끝낸 추리소설에서 철로에 사람을 올려 ...(이하생략) 하는 장면이 나온 지라 왠지 무섭군요.; 게다가 아스라한 저녁 노을이랑 같이 찍어 놓으니 저 멀리에서 외계인이 나타나도 ... 아니, 유령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아요..T-T;
  • enat 2013/03/17 19:28 #

    하루에 한 번 정도 화물열차인지.. 뭐 그런게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 네이버 블로그에서 진짜 열차 지나가는 걸 찍으신 분을 봤어요! 저기 공원이 조성되면, 레일 바이크로 사용할 예정이라는 말도 있구요.

    철로에 사람을 올려....ㅋㅋㅋㅋㅋㅋㅋㅋ 추리소설을 보고 난 뒤면 무시무시한 생각으로면 직결되죠 으앙 ㅋㅋㅋㅋㅋ 어스름 질 즈음에 가니 원치않게 으스스한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당ㅋㅋㅋ
  • 택씨 2013/03/18 12:37 # 답글

    낭만적인 철길을 볼 수도 있군요!!!
    예전엔 항동이 부천시였던 것 같은데... 아니 오류동도 부천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가로수도 멋있어 보입니다. 플라타너스 같지도 않고...
  • enat 2013/03/21 11:40 #

    아, 부천시였나요?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서울에 걸쳐져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유난히 서울답지 않은 모습이 있는 걸까 하기도 하네요.
    가로수도 크고 길쭉하니 괜찮았어요. 노을과도 잘 어울리고...
    예전엔 그냥 허허벌판 논밭이 있었다고 합니다. 옛 모습도 궁금하고 그러네요 ㅠㅋㅋ
  • 밍키 2013/03/21 19:31 # 삭제 답글

    사진 잘보고 갑니다. 프라하 사진 보다가 이것저것 봤는데, 사진참 마음에 드네요.
    체코에 살고있는 저도 몰랐던 부분도 많고..
  • enat 2013/03/22 16:43 #

    방문해주시고 덧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런 덧글 하나하나에 포스팅할 힘을 얻는답니다.
    프라하 부분은 유럽여행 처음부분이라 어설프게 포스팅 했음에도 불구하고 ㅋ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Tony Jeon 2013/05/05 12:55 # 삭제 답글

    블로그 잘보고 갑니다~ 저도 올초에 다녀왔는데 정리를 안하다가 오늘 여기 들렀다가 급 떠올라 포스팅했다는;;ㅋㅋ 행복한 주말되세요~ ^_^/
  • enat 2013/05/05 19:05 #

    방문 감사드립니다 'ㅅ'!! 저도 정리안한 사진이 한가득인데 저걸 언제 다 포스팅할지... ㅋㅋㅋㅋ
    Tony Jeon님도 남은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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