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8 13:06

쿠바 배낭여행 (13) 말레콘 술판의 중심에 서다 ├ 쿠바 배낭여행 (2013)

아바나를 여행중이던 10월의 어느날 밤, 난 말레콘에서 가장 소란스러웠던 지점의 정중앙에 서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이야기는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로성이 보이던 말레콘에서 나는 셋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1. 숙소로 돌아가서 잔다.
2. 카사블랑카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3. 베다도 쪽 말레콘으로 아마우리 일당을 만나러 간다.

기분이 무진장 꿀꿀했지만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서 잠을 청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내일이면 아바나에서 비냘레스로 떠나는데, 아바나의 마지막 밤을 짜증짜증 홍홍거리며 보내기는 싫었다. 사람 때문에 상한 기분, 사람으로 풀자 싶어서 1번은 제외했다.

그렇다고 카사블랑카까지 가기엔... 귀찮았다. 선착장까지 한참 걸어야하고, 거기서 또 그 열악한 배를 타고 가야하고, 저녁 먹은 뒤에 숙소로는 또 언제 돌아간담. 그래서 2번도 제외.

결국 남은 건 3번 뿐이었다. 베다도 쪽 말레콘에서 음료수를 팔던 근육질의 순박한 청년, 아마우리. 전날 저녁에 '놀러오라' 라고 그쪽에서 먼저 말하긴 했는데, 과연 날 기억하고 있을까? 뭐, 기억 못하더라도 다시 친해지면 되겠지. 아니면 또 그 근처에 있는 환상적인 아이스크림 가게 코펠리아에 가서 기분을 풀던가. 숙소도 베다도에 있으니, 피곤하면 바로 숙소로 들어가면 되겠고. 이래나 저래나 베다도 쪽으로 걷는게 최선인 것 같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뒤, 말레콘, 그러니까 제방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녁의 말레콘.

낮에는 아바나의 저 복잡하고 지저분한 골목길에서 지지고 볶고 하던 사람들이, 저녁만 되면 바다가 보이는 이곳 말레콘으로 삼삼오오 몰려나와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로 회포를 푼다. 어떤 내용일까? 뭐, 한국의 포장마차에서 들려올법한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낚시대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참 많았는데, 정작 제대로 고기를 낚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다들 허탕에 허탕의 연속이었다. 가뜩이나 사는 거 힘들텐데, 고기라도 많이 잡히면 좀 좋아. 그런 부정적이고 결과론적인 내 생각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고기가 잡히건 안잡히건 잡았다 놓쳤건간에 즐거워보였다. 낚시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나보다.




아... 아바나.

아바나는 정말 짜증나고 귀찮고 이상했던 곳이었지만 이 시간대의 이 장소를 떠올리면 아련한 느낌만 가득 찬다. 눈을 감고 그럴듯한 음악을 한 곡 틀어놓은채 해질 무렵의 말레콘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자면, 아바나를 절대 미워할 수가 없다. 아바나... 너란 녀석!




그런 아련함에 젖어 말레콘 위에서 폼을 잡고 타이머 인증샷을 찍는 나.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내 디카는 12번을 찰칵거려야만 했다.




모로성 말레콘에서 베다도 말레콘의 아마우리네 가게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엔 40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해는 이미 건물 저편으로 넘어갔고, 어스름이 깔릴 때에야 아마우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마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두 명 와있었다. 얘넨 누구지? 아마우리의 친구인가?

아마우리 : 올라!

아마우리는 날 보자마자 아는체를 했다. 오, 어제 일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반가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는데, 아마우리는 스페인어 밖에 할 줄 모른단다. 음, 곤란하군.

??? : 헤이, 치나. 무슨 일이야?

아마우리 옆에 짱쎄보이는 흑형이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다행이다. 얘는 영어를 할 줄 아나보다. 아마우리네 음료수를 한 잔 마시러 왔다, 어제도 왔었다, 바쁘지 않으면 나랑 이야기나 하자 어쩌구 말을 했더니, 그 흑형은 걸걸한 목소리로 통쾌하게 웃으며 답을 해줬다.

??? : 좋지! 만나서 반가워, 난 마이클.
나 : 나도 반가워. 난 리야.
마이클 : 여기 작은 애는 다먕. 학생인데, 종종 여기 놀러오는 애야.
다먕 : ....안녕.
나 : 다먕? 한국에 담양이란 도시가 있는데.


마이클이 내 이야기를 듣고 통역을 해주자 약간 소심해보이는 얼굴로 날 바라보던 다먕이 낄낄대고 웃었다.

나 : 야, 다먕. 너 나보다 어리지? 그럼 너 나한테 누나라고 불러야돼. 따라해봐. 누, 나.
다먕 : 누... 누나?
마이클 : 누나!
나 : 넌 아니야! 리라고 불러!


아저씨뻘 되어보이는 흑형한테 누나라고 불렸다. 젠장.




마이클과 아마우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 같았다. 대강 거의 모든 대화가 이런 식이었다.

마이클 : 내 친구 아마우리 좀 봐. 저 터질듯한 근육을 좀 보라고.
아마우리 : 뭐... 별 건 아닌데.


아마우리는 자신의 말과는 다르게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팔근육을 움찔거린다.

마이클 : 이렇게 멋진 남자앤데! 여자친구가 없어!
아마우리 : 그건 말하지마!
마이클 : 우리 아마우리 어때! 리! 아마우리랑 결혼해!
나 : 닥쳐.
마이클 : 아마우리, 또 차였구나!
아마우리 : 말하지 말라고!


중간에 마이클이 끈질기게 '아마우리 어때! 사귀어보라고!' 라며 매달린 적이 있었는데, 이걸 어쩔까 하다가 쿠바 사람들의 동양인에 대한 환상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 : 나 사실, 태권도 짱잘해.
일동 : ?????


아차, 태권도를 모르나.

나 : 그... 가라데는 아냐?
마이클 : 오! 맙소사! 리, 너 가라데 쓸 줄 아는 거야?
나 : 온갖 무술을 다 익혔지. 안그러면 무슨 배짱으로 나 혼자 여행을 다니겠어?
다먕 : 영화 봤어... 동양인들 장풍 쏘고...
마이클 : 역시 동양의 여자들은...
나 : 이런 나라도 괜찮아? 참고로 나 약혼자 있었는데 크게 싸워서 입원시킨 적 있어. 다리가 부러졌었지.


내 이야기를 마이클로부터 전해들은 아마우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지어낸 내가 말하긴 뭣하지만 그렇게 쉽게 믿지마, 믿지 말라고.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은 아바나의 말레콘.

아마우리는 애인이 없는 대신에 친구들이 많은 것인지, 내가 아마우리의 노점가게 옆에 앉아있는 동안에 꽤 많은 사람들이 아마우리를 보러 놀러 왔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맨날 남자만 모이던 아마우리의 가게에 (무술을 잘 한다는) 동양인 여자애가 앉아있는 걸 보고 신기해했다. 다들 내 앞에 서서 한번씩 이름을 묻고 악수까지 하긴 했는데, 도통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대화를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아마우리의 절친 마이클 밖에 없었다.

한참을 뉴페이스들과 통성명만 하던 도중, 엄청 큰형님 같은 거구의 사람이 등장했다.

??? : 안녕? 내 이름은 블라블라야.
나 : 어라? 영어 쓸 줄 아는구나? 좋은 이름이네. 난 리야.
마이클 : 근데, 다들 쟤를 빅이라고 불러. 너 분명 블라블라 보고 좋은 이름이라고 했지? 쟤 본명 까먹고 빅이라고 부르게 될 걸.
나 : 아냐, 난 블라블라라는 이름도 기억할거야.


마이클의 말이 옳았다.

빅 : 너 근데 지금 앉아있는 폼이 마치...
나 : 요정 같다고? 여신 같다고?
빅 : 마피아 같구나.


마이클 폭소. 10초 뒤에 마이클 통역을 듣고 다른 사람들도 폭소.

나 : ....웃지마!
마이클 : 리가 가라데 쓴다! 피해!


만난지 1분도 안된 거구의 아저씨에게 마피아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젠장.




아마우리 가게의 음료수는 하나당 1~3페소,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40~120원 정도였다. 목이 말라서 1페소씩 건네가며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데, 아마우리와 마이클이 어느 순간부터 돈을 받지 않더라.

나 : 야, 그래도 가게 물건인데 돈 낼게.
마이클 : 허허! 리! 넣어둬. 우리 친구잖아.


아마우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됐다고, 그냥 마시라며 계속 음료수를 줬다. 이... 이 녀석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까, 아마우리표 음료수가 질려갈 무렵 (사실 그냥 얼음에다가 색소맛 나는 리큐르를 섞은 거니 금방 질릴만도 하다), 말레콘 저편에서부터 걸어오며 술병을 파는 아주머니를 보게 되었다. 어... 그러니까 약간, 서울 한강에서 돗자리 깔고 앉아 있는데 치킨집 전단지를 가져다주는 알바생 느낌? 하지만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술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술이었다.

나 : 야, 마이클. 저거 무슨 술이야?
마이클 : 아 저거. 먹어볼래? 저건 진짜 쿠바인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이야.
나 : 진짜 쿠바인들이 좋아하는 술? 아바나 클럽 같은 럼주 말고?
마이클 : 그건 관광객들이나 사가는 술이고. 우리는 평소에 저런 걸 먹어. 근데 저게... 3쿡 정도 하는데...


뒷말을 흐리는 마이클. 아무래도 페소로만 생활하는 사람이다보니 돈이 부족한가 보다.

나 : 야, 괜찮아. 내가 낼게.

아주머니를 불러서 20쿡 짜리 지폐를 내밀었더니 그 아주머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정을 들어보니 거스름돈이 없단다. 이런, 그럼 못사먹는건가?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는 날 본 마이클, 내가 들고 있던 20쿡을 받아들고선 자기가 거스름돈을 만들어 오겠단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져서 헥헥거리며 돌아온 마이클은 그 아주머니에게 3쿡을 지불한 뒤 술병을 받고, 곧바로 뚜껑을 땄다.

마이클 : 너도 아마 좋아할거야. 마셔봐, 마셔봐.

술병에 크게 써져있는 El Mundo... 스페인어로 The world란 뜻인데... 술 이름 치고는 엄청 거창하단 생각을 하며 마이클이 따라준 잔을 받아들고 한모금 시음했다. 오, 오! 이거 제법 끝맛이 괜찮은데? 첫맛은 약간 께름칙한데, 끝맛이 누룽지처럼 고소하다. 술의 끝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로썬 짱짱인 술이다. 3쿡이 아깝지 않은걸.

마이클 : 아 맞다, 거스름돈 줘야지.

마이클은 주머니를 뒤져 나에게 남은 돈을 줬다. 근데 에엥? 10쿡만 주고 마는 것이다!

나 : 야, 거스름돈이면 17쿡을 줘야지, 나머지 7쿡은 어딨어!

황당해하는 나에게 눈을 찡긋하는 마이클. 그러더니 품에서 이런저런 음료수들을 꺼내었다.

마이클 : 내가 칵테일 만들어줄게! 7쿡으로 재료 샀어!

아마우리 가게에 있던 컵들을 쫙 펼쳐놓고 이 칵테일, 저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마이클.

마이클 : 이렇게 섞으면, 쿠바 리브레야. 이렇게 섞으면, 다이키리고... 이렇게 섞으면...
나 : 다이키리? 이게 다이키리야?


호,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그 다이키리? 잔을 받아들고 한모금 마셔봤다.

나 : 엑, 켁켁, 뭐야 이거! 너무 독해!
마이클 : 아니, 전혀 독하지 않아. 쭉 들이키라고.
빅 : 허허, 이게 뭐가 독해. 마이클이 널 위해 만든거니까 다 마셔.


이 아저씨들이! 난 제일 만만한 다먕에게 잔을 넘겼다.

나 : 야, 다먕, 이 술 독해, 안독해?
다먕 : 아... 안독해...
나 : 마셔, 마셔봐, 마시고선 이야기를 하라고.


다먕의 입에 다이키리를 쑤셔넣었다.

다먕 : 누... 누나... 독해, 독해.

아마우리는 잔을 들고 인상을 쓰고 있던 나와 다먕을 위해, 다이키리에 색소맛 나는 리큐르를 타주었다. 센스 있구나, 아마우리.




마이클 : 야, 시가 펴볼래.
나 : 나 비흡연자야.
마이클 : 입에 물고 사진만 찍어봐.
나 : 올. 좋은 생각이다.


그래서 찍은 시가 셀카. 사진을 찍은 뒤, 마이클은 기념품으로 가지라며 그 시가를 나에게 줬고, 난 땡큐를 외친 뒤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가를 갈무리했다. 나중에 산티아고 암시장에 가서야 그 시가가 제법 고급 시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이클... 너란 녀석!




술이 좀 들어간 뒤,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나는 많은 사람들과 의기투합해서 재밌게 놀았다. 말레콘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던가, 살사를 춘다던가,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다던가, 같잖은 말장난으로 히히덕댄다던가 하는 식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일로는... 아마우리가 악사 한 명을 고용하여 노래를 시킨 일이었다. 그것도 날 위해! 마이클을 비롯한 아마우리 일당들은 호들갑을 떨며 "리, 널 위한 노래야! 널 위한 노래!" 라고 말해줬지만, 가사가 스페인어라 무슨 노래인지도 못알아듣고 그냥 웃으면서 박수만 연신 쳐줬다.

마이클 : 오우, 사랑의 노래야, 사랑의 노래. 리, 아마우리 괜찮지 않아?

마이클의 말이 끝나자 날 수줍게 바라보는 아마우리. 주변에서 이상한 호응을 해주는 아마우리의 친구... 아니, 바람잡이들.

하, 인기 많은 여자란 피곤하다. 이번엔 어떻게 넘어갈까.

나 : 사실 나... 이 여행 바로 직전에 청혼을 받았어. 결혼하기 전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러 온거지.
아마우리 외 바람잡이들 : 그럴수가!
마이클 : 리, 여긴 쿠바니까, 마지막 자유로 아마우리는 어...
나 : 쉿, 마이클. 내 약혼자는 날 믿고 있어. 더 이상 날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줘.


그리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밤바다 바라보기.

그 이후로 아마우리 일당들이 바람잡는 일은 없었다. 음... 혼자 여행하다보니 거짓말만 늘어가는구나.




한숨 좀 돌릴 겸 무리에서 빠져나와 가벼운 점프로 말레콘에 올라섰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를 둘러싸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아예 자리 깔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행객인건지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 즐겁다. 그제서야 아바나에 오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곰돌이 푸와 같은 느낌으로 흐뭇하게 우릴 지켜보던 빅이 나에게 다가왔다.

빅 : 쿠바 어때? 마음에 들어?
나 : 글쎄, 몇시간 전이었다면, 그런 질문을 들음과 동시에 쌍욕을 먼저 했을거야. 그런데 지금은 좋다.
빅 : 하하하, 많은 일들을 겪었구나.
나 : 응. 나 너네 경제사정이 정말 안좋다는거 알아. 너희들의 돈을 향한 절박함이 상처가 될 때도 있었어. 그런데 지금 노는 걸 보니까 모든 걸 다 잊고 즐겁게 노는 것 같다.
빅 : 응, 즐거울 수 있다면 많이 즐거워해야지.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소중한 거니까.
나 : 아까 낮에 내가 겪은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그랬던거지. 사실은 다들 이렇게 아무 욕심없이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빅 : 그래, 누군들 안즐겁고 싶겠어.
나 : 생각해보니 너희들, 길거리에서도 눈마주치면 그냥 이유없이 싱긋 웃더라.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도 먼저 웃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 같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워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
빅 : 하하하. 우리를 향한 재밌는 평가네. 그런데 나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너 아까 쿠바에 와서 즐기기만 한 게 아니라 상처도 받았다고 했었지. 그런데도 지금 넌 또다른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놀고 있고, 어떻게든 쿠바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너 역시 우리와 같은 쿠바의 심장을 가진 것 같다.


쿠바의 심장이라... 순간순간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살고 있긴 하지만, 빅은 거기에 거창한 이름을 붙여주네. 나쁘진 않았다.




빅 : 오늘은 정말 특별한 밤이다.
나 : 그래?
빅 : 응, 너라는 이방인이 우리를 굉장히 신나게 만들어줬어. 고맙다.


누가 할 소리를.

나 : 나에게도 오늘은 정말 특별한 밤이야. 아마 절대 잊을 수 없을거야.
빅 : 하하하! 얘들아! 리가 오늘을 잊을 수가 없대!
아마우리 일당 : 당연한 소리를! 우리도 잊을 수 없을거야!


80년대 청춘 드라마 엔딩 같은 소리를 하며, 말레콘의 밤은 깊어만 갔다.



언제까지 즐거워만 하기엔 여기는 아바나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라며,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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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르난 2013/12/28 13:28 # 답글

    마지막 한줄이 포인트로군요. 참 즐겁고 행복하게 놀지만 여기는 아바나... 여기는 쿠바...
    근데 아바나만 사정이 이모양이라고 하기엔 미묘하네요. 끄응. 아바나뿐만 아니라 쿠바 전체적으로 '관광객은 어물전의 생선. 그러므로 고양이인 우리는 맛있게 뜯겠...'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겁니까.ㄱ-;
  • enat 2013/12/28 14:03 #

    아직 아바나에서의 하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혹시 알아요? 다음편에선 분노폭발하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울음폭발하게 될지도 몰라요. 여기는 아바나인걸!ㅋㅋㅋㅋㅋㅋ
    음... 근데 사실, 아바나를 떠나 다른 지방도시로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때, 그 사람들조차 "아바나는 진짜 아니지. 걔넨 진짜 관광객을 봉으로 봐. 물론 우린 아냐." 라고 말하더라구요. 물론 이 당시 저에겐 쿠바 이콜 아바나였으니 아바나 사람들 이콜 쿠바 사람들이긴 했는데... 아바나 사람들은 아바나 사람들이더라구요. 음음, 나중에 포스팅으로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죠!
  • 쩌네정 2013/12/28 19:39 # 답글

    앗. 한국에 남치니 있다고 하면 '그럼 쿠바엔 없는 거구나~ 쿠바남친은 내가 하겠어' 이 드립은 안 치던가요?ㅋㅋㅋㅋㅋㅋㅋ
  • enat 2014/01/04 10:33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누군가가 "야, 니 남친이 한국에 있으면 뭐해! 여기는 쿠바야!" 따위의 소리를 하긴 했는데 못알아듣는척 했습니다.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커플링 만들려는 놈들!!!ㅋㅋㅋㅋ
  • 라비안로즈 2013/12/28 20:08 # 답글

    그래두.. 즐겁게 놀으셨더니 다행이네요...
    술이 많이 독하던가요?
  • enat 2014/01/04 10:36 #

    뭐 저 당시 굉장히 즐거웠던 건 사실이었어요 ㅋㅋㅋ
    하루의 모든 시름을 날려버렸죠.
    술은 마이클이 칵테일 조합을 독하게 하는 바람에 독했어요! 쥬스 섞어 마시니까 괜찮더라구요 ㅋㅋㅋ
  • 타누키 2013/12/28 20:56 # 답글

    역시 약혼자쯤은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이라 이런 자신감이....ㅎㅎ
  • enat 2014/01/04 10:39 #

    그렇습니다. 약혼자 한다스가 떼로 덤벼도 코웃음치며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저죠.

    ....아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지 난...
  • 엘에스디 2013/12/28 21:34 # 답글

    대단하신 enat님!! +ㅁ+ 몇 번이고 하는 말이지만 정말 즐겁게 여행 다니시는 거 같아요!! 뒤통수에 뒤통수를 맞아가면서도 또다시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즐기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굉장한 것 같습니다. ^^ 반짝반짝!! 빅 아저씨의 쿠바의 심장, 이란 단어 멋지네요.
    그나저나 마피아에 가라데에 약혼자를 입원시키고 ...으하하하 enat님 엄지 척. 이힛힛
  • enat 2014/01/04 10:45 #

    제일 좋아하는 일이 여행인데 즐겁게 다니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ㅋㅋㅋㅋ
    뒷통수가 여전히 얼얼하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해버리긴 아까웠어요. 그냥 얼얼한거 잊으려고 술마시고 놀고 그랬죠. 음, 쿠바의 심장이란 단어는 저도 좀 감동한 단어였어요. 빅 아저씨의 표현력은 네루다 급이었는데 그걸 (술 때문에) 다 기억못하는 제가 원망스러움 으헝헝
    음 이 동네 동양인에 대한 환상 덕분에 거짓말 참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으흐 그 엄지 부끄러우니 내려주시와요 -///-
  • 레키 2013/12/28 22:38 # 답글

    오오... 오오... 오오...
    ㅠㅠ乃 멋지다...
    훈훈한 엔딩 좋으네요 ㅎㅎ
  • enat 2014/01/04 10:45 #

    오오... 오오....
    하지만 아직 이 날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련석 2013/12/28 23:09 # 답글

    얼굴합성(?)과 글을 보니 익숙하단 느낌이었는데,
    이낫님이시네요~
    ...
    ...
    라고 해봐야 저만 기억하려나요?ㅠㅠ

    이전 포스팅도 차근차근 보도록 하겠습니다~
  • enat 2014/01/04 10:48 #

    련석님 오랜만입니다!
    당연히 기억하죠! 단골손님(?)은 절대 잊지 않는 변두리 얼음집이거등요!

    쿠바 여행기는 유럽 여행기때보다 속도감이 없긴 한데 그래도 느린 대신에 제법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차근차근 써보도록 하죠!
  • 구경꾼 2013/12/29 03:46 # 답글

    오늘 낮에 경험한거 같은 생생한 글쓰기네요.
    롤러코스터 같은 글이라 다음 글이 기대되는게 아니라 걱정 됩니다.
    어디로 얼마나 떨어질지ㅋ
  • enat 2014/01/04 10:5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음
    베스트 덧글 같은걸 고를 수 있다면 이걸 고르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혼자 뿜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떨어질까요!
  • 찬영 2013/12/29 10:25 # 답글

    재미난 추억과 다이어리같은 내용 아름다운 사진 삼위일체네요!! 기다린 보람이있는 여행기였어요 ㅋㅋㅋㅋ 멋있다
  • enat 2014/01/04 10:52 #

    삼위일체!!!!! 우왕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더 빨리 쓸 수도 있었는데 연말 술자리 때문에... 음... ㅋㅋㅋㅋㅋ 더 부지런히 포스팅해보도록 하죠!
  • 눈아찌 2013/12/29 14:02 # 삭제 답글

    살얼음 살짝 얹힌 생맥주도 그립고 따뜻하게 데운 정종도 그립고 글을 읽다보니 그렇네요
    진지한 삶도 좋지만 가끔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과의 만남도 소중하죠
    아바나의 매력은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술에 굴복하지 않는 enat님의 체력에 경의를
    핀업걸 분위기의 enat님의 사진에 공구를 ㅎㅎㅎ
    흠... 이번엔 어디쯤에 하트를 박아넣어야 할까나
    ^^♥
  • enat 2014/01/04 10:58 #

    와 진짜 아바나의 매력은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다녀온건 전데 덧글을 읽고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중... 아 표현력 왤케 좋으심. 덧글이 감동.

    음 뭐랄까 전 술이 약하다면 약한 축에 속하는데 타지라 그런지 쉽게 안취하더라구요. 이거슨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
    핀업걸 분ㅇ... 풉.... 아니 진심으로 우유 마시다가 뿜을 뻔 했잖아요.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트 박아넣지 마세요! 정말 생뚱맞다니까요 그 하트!
  • ㅎㅅㅎ 2013/12/29 16:06 # 삭제 답글

    한편의 드라마를 본것같군여 헤헤
    따뜻한 한국도 좋지만
    새롭고 멋진추억 만들수있는 이런 여행도 멋지네요
    나중에 꼭 가보고싶어요 ㅎㅅㅎ


  • enat 2014/01/04 10:59 #

    나중에 가려면 나한테 교육받고 가
    쿠바 독한 곳이야
    뭐 다른 위험한 남미국가에 비해선 귀여운 곳이라는데
    유럽 일본 이런곳 생각하고 쉽게 배낭으로 갔다간 정신적인 스트레스 만땅받고 돌아올걸ㅋㅋㅋㅋ
  • Pedro 2013/12/31 10:07 # 삭제 답글

    내년 여름에 쿠바에 가게되어 왠만한 여행기는 다 읽어보았는데.. 이 내용이 가장 저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관광지 돌아보는건 아예 관심없고, 그 사람들과 술판, 춤판 벌리면서 미친듯이 놀아보는 것이 목표인데..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그러기위해 스페인어와 살사, 그리고 K-Pop 댄스를 1년간 준비중입니다. 그리고 쿠바만 1년에 2-3번씩 가게 될 것 같아요~
    단.. 개방전에만...
    이 본문과 같은 여행기는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만들기 어려운 쿠바만의 매력!!
  • enat 2014/01/04 11:03 #

    오, 그럭저럭 스타일에 맞으시는 포스팅이라니 다행이네요. 조금 도움이 되...려나요? ㅋㅋㅋㅋ

    그게 현지인들하고 친해지면 관광지보다 더 관광지같은 의미있고 아름다운 곳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맨날 술만 마시면 간 상하니까 가끔씩 멋진곳 데려다달라고 졸라보세요 ㅋㅋㅋ

    그건 그렇고 여행 준비가 엄청나시네요. 스페인어, 살사, 케이팝 댄스까지! 사람들만 잘 만난다면 정말 제대로 화끈하게 놀다 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스페인어! 하아... 스페인어 몰라서 오해하고 오해샀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공부 짱짱 열심히 하시길! 준비하고 계신 여행 제가 다 기대되네요.
  • 도돌이 2014/01/19 21:36 # 삭제 답글

    윗글에서 님의 분노를 읽고 눈물 찔끔했었는데 이글보고나니 아. . . . 전형적인관광지 상인들의 생존기네요. 아마우리가 별 경험이 없어서 다행이었던듯 싶습니다.여행다니다보면 그들이 베푸는건 선의?장사?이것까지 저울질해야하는게 저도 힘들었으니까요.
  • enat 2014/01/24 14:15 #

    아마우리랑 걔 친구들은 진짜 착한거였죠 그러고보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외국인 끼고 놀면서 아무것도 바라질 않았으니...
    하지만 여지없이 실망시키는 사람들은 어딜가든 있더라고요. 아이고, 다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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