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7 12:51

재스퍼 겨울 여행은 끝나고 ├ 로키 (2014)



말린 캐년 근처에서 네발 달린 짐승을 봤다. 엘크 암컷인가? 엉거주춤한 포즈로 우릴 쳐다보는 모습이 귀여웠다.

여하간 우와우와하고 사진 찍고 차를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인 피라미드 레이크 리조트.

호수 이름인 '피라미드'는 뒷산이 피라미드처럼 생긴 봉우리를 가진 피라미드 산이라서다. 머무는 내내 구름이니 안개니 때문에 피라미드 봉우리를 계속 못보고 있었는데 마지막날 저녁에서야 얼굴을 드러냈다. 흠, 건방진 녀석.




꽁꽁 얼어있는 피라미드 레이크.

여름에 오면 호수에 비친 산을 볼 수 있겠지? 예쁘겠다.




숙소에서 싹 씻고 늘어져서 쉬다가 배가 고파서 시내로 나왔다.

이 때가 한 8시 정도였나? 허나 한겨울 재스퍼에선 이미 충분히 늦은 시간이었다. 요리사들이 죄다 동면에 들어갔나 도통 문을 연 가게를 찾을 수 없었다. 사진은 문 닫은 기프트샵 창문으로 보이는 빨간 무언가들을 찍은 거.




그러다가 대로변에서 간신히 발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Cassios. 열어줘서 감사합니다.




요 레스토랑, 빵이나 추천해준 와인은 그럭저럭 좋았다.




문제는 메인인 파스타와 피자였다.

이상한 걸 제일 먼저 알아챈 건 특전사 오빠 (부연설명을 하자면 내가 김치찌개를 끓인답시고 냄비에 이상한 짓거리를 했다가 회생 불가능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그것을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경지로 끓어올린 간맞추기의 귀재) 였다. 이 오빠가 피자를 한 입 먹고 난 뒤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특전사 : 김치찌개 맛이 나는데?
나 & 그리즐리 : ....???????


무슨 소리냐,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에서 무슨 한국 음식 맛이 나냐, 한국 입맛이 그리워서 그런거다, 어쩌구 따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나도 두번째 피자를 입에 넣으며 느껴버렸다.

나 : 헐, 김치찌개다.

이제 이 테이블에 정상인 건 나밖에 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리즐리 삼촌, 곧이어 그리즐리 삼촌이 외쳤다.

그리즐리 : 어, 나도 왔다. 김치찌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토마토 파스타에 입을 댔다.

나 : 어, 얘도 김치찌개 맛이 난다.
특전사 : 나도 방금 전에 느꼈어.
그리즐리 : 아니 무슨... 진짜네.


대체, 대체 뭐야 이 가게! 왜 파스타랑 피자에서 김치찌개 맛이 나냐고!

우리 셋은 저녁을 먹는 동안 진지하게 파스타와 피자에 대해 토론했고, 지금 보조 요리사 중에 한국인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아니면 파스타와 피자 양념에 미원이 들어간거다... 등등의 가능성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웨이트리스한테 물어볼까 고민 했지만, 진짜 한국인이 일하고 있으면 그 사람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와 토론의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뭐 여튼, 기묘한 가게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맥주 한 캔씩 들이킨 뒤 취침. 금새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이제 GP로 일하러 돌아가야돼... 이잉... 로키...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보니 안개 때문에 피라미드 산이 보이지 않았다. 에이, 비싼 녀석.




나는 이 날도 데이오프였지만 그리즐리 삼촌과 특전사 오빠는 저녁에 쉬프트가 있었다. 늑장 부릴 새도 없이 씽씽 달렸다.

재스퍼는 빠져나가는 길도 멋져...




GP를 향해 달리던 도중, 사슴 두 마리를 만났다. 만났다? 아니, 얘네가 갑자기 뛰쳐나왔다. 차가 오건 말건 진짜 겁도 없이 도로로 뛰어드는데, 저러다가 로드킬 당하는 거구나 싶었다.

이번엔 무사히 건너가서 다행이었다. 어휴, 진짜 반대편 트럭에 치이는 줄 알았네.




GP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를 타기 전, 힌턴 서브웨이에 잠깐 들려 아침을 해결했다.

와구와구 먹고 힌턴을 빠져나오는데... 로키가 무슨 천국처럼 보였다.




하루 휴가 내서 왕복 9시간 걸리는 재스퍼를 진짜 잘도 다녀왔다. 사실 한 때 운전병이었으며 한 때 가이드였던 아이큐 150 그리즐리 삼촌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냈을 계획이었다. 땡큐 삼촌.




그리즐리 삼촌 왈, 아직 진정한 로키의 새발의 피도 안본거라지만, 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갔다는 게 제일 컸고, 일행들보다 한참 어린 입장이라 하하호호 애기처럼 있기만 했다는 점도 컸다. 원래는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고, 일정 세우고, 시간 단위로 다음 일정 수정에 들어가고... 그쪽이 내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인데, 마음 놓고 따라다니는 게 이렇게 편한 건지는 진짜 처음 알았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재스퍼에서 있었던 단 3일을 툭하면 떠들어대며 (대부분이 늑대 봤다는 자랑) 지내다가, 드디어 내 스타일대로 로키를 여행할 기회가 왔다.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고, 일정 세우고, 시간 단위로 다음 일정 수정에 들어가고... 스트레스는 잔뜩이지만 뿌듯한 그런 여행! 게다가 여름! 여름의 로키! 게다가 카메라도 새로 산 거야! 우왕!


그런 이유로 로키 카테고리는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과연 남미 가기 전에 쿠바랑 로키를 다 포스팅 하고 갈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긴 하지만...



덧글

  • 야기꾼 2014/06/27 12:58 # 답글

    ㅋㅋㅋ. 무리라고 봅니다.
  • enat 2014/06/27 13:13 #

    에ㅔ에엥 부정당했어! 밤을 새서라도 다하고 갈겁니다!
  • 2014/06/27 13:0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27 13:1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키르난 2014/06/27 13:19 # 답글

    열심히 하시면 가능할지도... 오...?;;; 하여간 드디어 로키가 끝났습니다. 마지막은 사슴과 로키천국과 .. 쓰다보니 아스가르드가 떠오르는 건 왜죠.;
    김치맛이 나는 피자와 파스타라.. 한국에서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메뉴가 아닐까 합니다. 흐흐흐.
  • enat 2014/06/29 09:19 #

    으으.. 오늘도 하려고 노력했는데 잠이 와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쿠바를 할지 로키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뭔가 포스팅 하나는 해야겠어요.

    로키는 끝났지만 끝이 아닙니다! 여름 로키 여행 계속 업로드 할거에용!
    김치맛 나는 이탈리안 음식... 한국에서라도 시도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ㅋㅋㅋㅋ 뭔가 이상해요! 김치찌개처럼 개운한 것도 아니고, 보통 파스타처럼 느끼한 것도 아니고, 어정쩡한게... ㅋㅋㅋㅋㅋ
  • kate 2014/06/28 18:48 # 답글

    남미.....라굽쑈??
    배아파 죽어가고있소 ㅠㅠ
  • enat 2014/06/29 09:19 #

    넹 남미...........입니당. 지난주에 비행기 끊었어요. 이제 빼도박도 못해요 ㅋㅋㅋㅋㅋ
  • 찬별 2014/06/29 11:51 # 답글

    저도 언젠가 외국에서 김치찌개맛이 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어요. 기억나서 찾아봤는데 레시피가 대략 이렇습니다.(데빌커리 또는 커리 데발 등의 이름으로 불리네요)

    http://coldstar.egloos.com/v/4333038

    공통점이라면... 이런저런 향신료가 들어갔지만 아무튼 토마토가 베이스라는 부분이겠네요;;; 잘 익힌 토마토는 김치찌개의 맛이 나는 것일지도;
  • enat 2014/07/01 01:59 #

    오 과연... 포스팅부터 맨 마지막 덧글까지 제 호기심을 해결해주는군요 ㅋㅋㅋㅋㅋ
    전혀 다른 재료를 베이스로 해서 만드는 요리인데, 같은 맛이 난다는 게 참 희한하네요.
  • 2014/06/30 02: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01 01: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요엘 2014/07/01 13:37 # 답글

    김치찌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랫만에 놀러왔다 또 여기서 터지네

    그나저나 너무 멋져요. 사슴!! 사슴이라니!!!! 야핳!!!!! 너무 멋있어 ㅜㅠㅠㅠㅠㅠㅠ
    요새 저희동네는 더워서 에어콘없이 못견디는 날씨라 그런지 더 가고싶네요.
    이동네 캠핑가면 곰만 나오던데.... 사슴이라니!! 저 눈망울!!
  • enat 2014/07/01 15:45 #

    아니 레알! 김치찌개맛 피자랑 김치찌개맛 파스타였어요!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진짜 그건 김치찌개 맛!!!!!

    사슴.. 사슴은 안멋있어요! 도로에서 막 뛰어다녀서 사고를 유발시키지 않나, 멍청해서 뛸 때 안 뛸 때 가리지 못하질 않나! 저희 동네에도 가끔씩 출몰하는데, 볼 때마다 도로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만 보아서... 무서워요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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