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03 21:10

리스본입니다 실시간 여행중

1.

쿠바, 아니 바라데로 리조트에서 놀고 먹다가 토론토로 돌아와 며칠 머문 뒤 대서양을 건넜다. 

그리하여 난 지금... 대항해시대를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뛰는 도시, 리스본에 있다! 으하!



2.

조금 과거로 돌아가서, 이번에 방문한 쿠바 이야기나 조금 해봐야겠다. 아니아니, 쿠바가 아니다. 바라데로 리조트다. 리조트랑 쿠바는 전혀 다른 세상이니까. 같이 갔던 동생도 거기에 동의했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 남미를 여행하고 나면 몹시 피곤할테니 칸쿤이나 바라데로로 가서 캐리비안 해를 바라보며 쉬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칸쿤은 생각보다 비싸고... 역시 바라데로로 갈까. 

썬윙에서 적당한 수준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고르고 있는데, 그런 날 보던 그리즐리 삼촌이 한마디 했다. 

그리즐리 : 혼자 리조트에?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ㅋㅋㅋㅋㅋ 

어? 그런가? 뭐... 무수한 커플들과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 사이에 끼어 혼자 밥먹고 수영하고 술마시고 자는... 그게 뭐... 음... 그림이 그려지는데... 역시 혼자는 안되겠다. 

그래서 그랜드 프레리에서 알게 된 동생 하나를 꼬셨다. 설득은 쉬웠다. 

동생 : 쿠바에 같이 가자고? 쿠바 어떤데? 언니 갔었잖아! 
나 : 아, 쿠바... 훗, 쿠바. 쿠바는 쿠바지.

무슨 말도 안되는 설명을 하며 그럴듯한 미소를 허공에 뿌리곤 추억에 잠기는 척 했더니 쉽게 넘어왔다. 

그리하여 다음에 쓸 쿠바여행기... 아니 여행기라 하는 것도 민망하다, 바라데로 리조트 후기는 외롭지 않은 글이 될 것 같다. 



3.

아 맞다, 토론토에서 싼 값을 주고 산 컴팩트 디카, 그러니까 이번 여행 세번째 카메라가....

바라데로에서 고장났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카메라에 무슨 저주에 걸린 것 같다. 

내가 두번째 디카를 도둑맞았을 때 무비몬이 해줬던 조언, '차라리 일회용 카메라를 사라 멍청아' 란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4.

그렇게 네번째 디카를 또 사야하나 했지만 엊그제 토론토에서 극적으로 자가수리에 성공했다. 

렌즈 꺼낼 때마다 괴랄한 소리가 나지만 그래도 제법 쓸만하다. 정상이 아닌 건 알지만 진짜 한 달, 딱 한 달만 더 버티자, 세번째 디카야.



5.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같이 쿠바에 다녀왔던 동생을 먼저 보내고, 몇시간 뒤 나도 리스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분이... 묘했다.

말도 안돼... 진짜 캐나다를 떠나는 건가? 이제 아이스캡 못마시고 푸틴 못먹고 캐나다 달러 쓸 일이 없는 건가? 

리스본 가는 비행기를 좀 더 뒤로 미룰걸 그랬나. 토론토 더 머물면서 퀘벡도 다녀오고 할 걸. 다른 도시들은 또 어째. 그랜드 프레리에 있는 허스키 식구들은 잘 있나? 그러고보니 PEI도 못가봤잖아 나!

온갖 아쉬움과 추억으로 점철된 상념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날 구해준 마법의 문장을 소개한다. 

또 오자. 



6.

그리하여 현재. 리스본 호스텔.

딱 놀러나가기 좋은 날씨, 좋은 시간, 좋은 동네이건만 씻고 뻗어있다.

아니 진짜, 진짜 피곤하다. 토론토에서 리스본까지 비행기에서 새우잠, 그 전 날은 동생이랑 뒷풀이 따위를 하느라 술 마시고, 그 전전날은 쿠바에서 새벽에 도착했고... 요 3일 동안 푹 잔 기억이 없다. 자고 싶다. 눈 감고 꿈나라로 떠나는 달콤한 여행을 하고 싶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체크인 시간까지 꽤 남았는지라, 내 자리 청소가 안끝났단다. 이런 젠장. 그래서 그냥 아무 소파나 골라 쓰러졌다. 음악소리가 커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걍 멀뚱거리다가 심심해서 블로그에 간만에 들어왔다가 끄적이는 중.

어 뭐... 이젠 눈이 아파서 화면을 못보겠다. 으앙 자고 싶어!


여튼 이베리아 반도를 대강대강 둘러볼 예정이니 무운을 빌어주세요. 빠이!




덧글

  • 레아 2014/10/04 01:30 # 삭제 답글

    이번여행도 무사하기를, 그리고 디카가 안전하기를 빌어줄게요!
  • enat 2014/10/05 07:27 #

    디.. 디카... ㅠㅠ 후.... 점점 삐걱이는 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무사기원(?) 감사합니다!
  • 찬영 2014/10/05 01:59 # 답글

    헉 리스본이라니 부럽습니다. 리스본은 호스텔이 짱짱 ^^
  • enat 2014/10/05 07:28 #

    부킹닷컴에서 평점 높고 값싼 호스텔에 머물고 있습니당 ㅋㅋㅋ 확실히 좋네요!
  • 레키 2014/10/05 08:49 # 답글

    우오... 리스본... 대항해시대2 하면서 초반에 참 자주 들렸던 곳인데... 돌소금이 유명하죠! <<
    여턴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 enat 2014/11/03 02:47 #

    돌소금이 유명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리스본은 대항해시대 때문에 괜히 친근했고...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 aka shimpyo 2014/10/06 04:51 # 답글

    포루투갈 짱 좋아요!!!
    해산물 꿀맛!!!
    부럽네요!!!
  • enat 2014/11/03 02:48 #

    해... 해산물... 꿀맛.... ㅠㅠ...........................

    사실 유럽에서 돈이 다 떨어져서 끼니를 슬프게 때우곤 했었답니다..... 남들은 포르투갈 스페인 돌면서 먹방 찍고 온다던데 왜 전 고행기를 찍고 왔는지.... ㅋㅋㅋㅋ
  • Polar Ice 2014/10/22 16:11 # 답글

    리스본,... 세비야!! 정말 가보고 싶네요 ㅠ_ㅠ 스페인 카탈루냐(바셀쪽) 독립 추진중이라는데 기회 되시면 가보시는 것도...!
  • enat 2014/11/03 02:50 #

    카탈루냐 주도, 그니까 바르셀로나 찍고 오긴 했어요!
    아마 제가 갔을 즈음에 독립 투표가 무산되었다던가 하는 뉴스가 떴었더랬죠.

    관광지 입장료랑 세금 등등 때문에 후덜덜해서 다니는 와중에 계속 '니네 빨리 스페인에서 독립해라 ㅠㅠ' 등등의 혼잣말을 내뱉곤 했었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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