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4 20:03

남미여행 (7) 멕시코 :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 ├ 남미 배낭여행 (2014)


멕시코 시티의 번화하고 부산스러운 거리를 떠나 북쪽으로 한 시간만 달려가면, 이런 땅에 뭐가 남아있을까 싶은 고요한 중앙 고원을 만날 수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이정표를 따라 걸어가다보면, 내가 멕시코 시티에 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노라고 단언할 수 있는 고대 도시가 나타난다.



아즈텍 문명의 사람들조차 이 거대한 고대 도시를 발견하기만 했을 뿐, 그 역사나 유래를 몰라 그저 신성하게만 여겼던, 아즈텍 이전의 먼 옛날에 지어졌다는 사실만이 명백한 신들의 도시. 이름조차 남아있지 않아 후에 아즈텍인들이 붙인 이름으로 현재까지 불리는 도시, 테오티우아칸. 앞서 언급했다시피, 내가 이번 여행에서 바로 남미로 넘어가지 않고 멕시코 시티를 경유한 이유는 바로 이 테오티우아칸에 있다는 피라미드 때문이었다.




적절한 내부 지도를 여기에 투하하고 시작한다.



1. 가는 방법



테오티우아칸은 북부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버스터미널은 메트로 T.Autobuses del Norte (노란색, 5호선) 역의 코앞에 있다.

버스터미널은 꽤 넓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쭉 걸어가, 끝에서 두 번째인 부스에서 테오티우아칸 행 티켓을 살 수 있다. 거기 사람들은 테오티우아칸을 그냥 피라미드 Piramides 라고 부르니, 이런 멍청한 대화를 하지 않길 바란다. 

나 : 테오티우아칸!
매표소 언니 : 응, 피라미드 가는구나. 오늘 가는 거야? (스페인어)
나 : 아니, 테오티우아칸.
매표소 언니 : 응, 그게 피라미드야. 오늘 걸로? (스페인어)
나 : ......테오티우아칸......?
매표소 언니 : .......그게 피라미드야...... (스페인어)
나 : .......테오티우아칸......
매표소 언니 : ......


옆 부스 사람이 달려와 짧은 영어로 도와주고, 매표소 언니가 달력을 꺼내 보여주는 등의 퍼포먼스까지 펼쳐줘서 무사히 버스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학생 할인까지 받아 50% 할인된 가격으로 샀다. ISIC를 만든 보람이 오늘도... 학생할인 짱 많은 멕시코 사랑한다...

어차피 오늘 돌아올 거라 왕복행을 끊었다. 돌아오는 건 오픈 티켓이라 아무 시간대에나 탈 수 있단다.



승차장 입구에서 짐 검사를 받은 뒤, 플랫폼에서 대기중이던 버스에 올라탔다.




2. 케찰코아틀 신전 Templo de Quetzalcoatl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테오티우아칸이란다.

버스에서 내려 표를 구입한 뒤 (입장표는 학생할인 없던 걸로 기억), 조금 걷다보니 주 출입구가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기념품 따위를 팔고 있길래,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다.

짧은 기념품 거리 끝에 문이 있길래, 기념품에 눈이 돌아가 방심한 채 거길 통과했는데....




뭐야, 갑자기!


급 유적지잖아! 문 하나 통과했을 뿐인데 갑자기 A.D.에서 B.C.로 돌아갔다!


사진이야 허접하지만, 입구에서 받은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 때의 기분은 생생하다. 신들의 세계에 갑자기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 들어오면 안될 공간에 몸을 들여 혼날 것 같은 느낌. 기념품 점에서 이것 저것 구경하며 실실대던 몇 분 전의 내가 천박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기, 나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는 거야? 소금이라도 몸에 뿌리고 구경해야 하는 거 아냐?

혼자 넓직한 대로에 서서 정신을 추스리지 못한 채 몇 분이나 '우와' 를 반복하며 서 있었던 걸 고백한다.

메인 코스라 할 수 있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도 보기 전에 이 꼴이 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 멘탈은 너무 약하다.




단체 관광객에 밀려 정신을 차린 뒤, 제일 먼저 눈 앞에 있는 케찰코아틀 신전 Templo de Quetzalcoatl 에 가기로 했다. 유적이 하도 커서 보기엔 바로 요 앞에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떨어져 있기에 꽤 걸어야 한다.




케찰코아틀 신전의 피라미드 규모는 테오티우아칸에서 세 번째.

케찰코아틀은 아즈텍 문명의 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그 형태는 날개가 달린 도마뱀이며, 인간의 형태를 할 때엔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채 나타난다고 한다. 상징은 십자가 모양. 사실 아즈텍 문명에서만 '케찰코아틀' 이란 이름을 가졌을 뿐, 다른 근방의 문명에서도 이와 비슷한 속성의 신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해서 각 유적에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아즈텍인들이 아닌 다른 문명의 사람들이라면 다른 이름이 붙었겠지.

여담이지만, 아즈텍 인들이 스페인 사람들을 처음 보고 환대했던 이유가 바로 이 케찰코아틀이란 신의 속성 때문이었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아즈텍 인들에 비해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금발이었고, 가톨릭의 십자가 깃발은 케찰코아틀의 십자가와 같은 모양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케찰코아틀이 인간 세계에 방문한다는 해가 스페인이 침략한 해와 우연히도 같았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맞아떨어졌다니, 나조차도 혹 할 것 같다. 신화 속 인물이 눈 앞에 나타났으니, 별다른 의심없이 문을 열어젖히고 환영까지 했을테지.

하지만 그들은 신이 아닌 침략자들이었고... 이후의 이야기는 아즈텍 문명의 멸망까지 이어진다.

아즈텍 문명의 멸망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케찰코아틀과 관련된 이야기도 분명 하나의 원인이었을 테다. 모시고 있던 신의 전승이 자신들의 멸망을 도왔다니,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신전 벽면 클로즈업.

벽면에 조각된 동물들의 눈에는 흑요석이 박혀 있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는데... 시커먼 눈이 빛나는 걸 상상하니 좀 으스스했다.




케찰코아틀 신전에서 바라본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

또 언제 저기까지 걸어가누. 참고로 멕시코 중앙 고원은 평균적으로 해발 2000m 라는 높이를 자랑하기 때문에, 산소가 희박해 생각보다 몸이 빠르게 움직여지질 않는다. 규모로만 3번째라는 케찰코아틀 신전을 올라가는데도 이렇게 숨이 차는데, 남은 피라미드는 또 어떻게 오르려나.

신전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3. 죽음의 길 (죽은 자의 길) Calle de los muertos



저 끝에 보이는 달의 피라미드까지 놓여있는 대로는 죽음의 길이라 불린다. 인신공양 풍습이 있던걸로 알려진 아즈텍 문명 사회에서, 제물이 된 사람은 제단인 달의 피라미드까지 덜덜 떨며 걸어가야만 했을테니, 죽음의 길이라 불릴만도 하다.

길을 따라 세워진 거대한 건물들이 무덤인 줄 알고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뭐 여튼, 오싹한 이름과는 달리, 길 자체는 잘 닦여 있다. 사실 피크닉 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전언 철회하겠다. 피크닉은 무슨.

피라미드가 바로 저 앞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걸어도 죽은 자의 길이 끝나질 않는다... 힘들어... 그야말로 죽음의 길.... 지금 찾아보니 죽음의 길은 대충 4km 정도 된다고 한다. 뭐야, 걸어서 한 시간 거리구나... 해발 2천미터라는 높이와 붕괴된 유적들의 지형지물을 고려한다면 1시간 플러스 알파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머, 멀어...

다들 어련히 알아서 챙기겠지만, 그래도 굳이 언급한다면... 썬크림은 필수다. 사실 이 날, 날씨가 흐려서 아침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와, 팔에 썬크림 바르는 걸 까먹었었다. 그러다가 테오티우아칸 내에서 하도 걸어다녀서 몸이 더워졌고, 가디건은 가방 속으로 들어가버렸으며, 썬크림에 보호받지 못하게 된 내 팔은 그대로 익어버렸다.

하필 이 날 어정쩡한 반팔을 입어서 팔이 이상하게 타버렸는데....

남미 여행을 끝내고, 쿠바 리조트에 같이 갔던 동생이 내 몸을 보곤 이런 말을 했었더랬다.



....아는 동생한테 관절인형, 레고인간, 인조인간 취급을 받아버렸어.....

썬크림을 챙겨발랐어야 했다.... 아니면 차라리 나시를 입고 돌아다녔어야 했다....




4. 태양의 피라미드 Piramide del Sol



유적에 들어선지 한참이 지나... 드디어 나왔다. 테오티우아칸 제일의 규모, 태양의 피라미드!

멀리서 찍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화각에 다 안들어오는 저 위용 넘치는 모습을 보라!

혼자 피라미드 앞에 서서 "왔다, 이제 왔어, 드디어 왔어." 라는 말을 외치며 점프했다.




기쁨에 못이겨 여기저기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잠시 후 닥칠 가혹한 현실이 떠올랐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정확히 3번 중얼거렸다.

저걸 올라야 한단 말이지. 저걸 올라야 한단 말이지. 저걸 올라야 한단 말이지.




어, 사진 돌리는거 까먹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꺾어주세요.

오를 수 없다면 '저 꼭대기에서 보는 풍경은 어떠할까? 궁금하기만 하다 후훗' 운운의 글로 끝낼텐데, 이 놈의 피라미드는 친히 계단까지 있어 오를 수 있단다. 젠장, 오를 수 있다면 오를 수 밖에 없잖아!

피라미드 중간 중간에 멈춰 숨을 헐떡이는 나약한 금발들을 제치며 쉬지 않고 올라갔다. 몇몇 금발들은 날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하, 이 정도쯤이야. 어릴 적 아이스크림 사준단 말에 홀려 아버지를 따라 나섰던 그 무수한 등산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드디어 정상이다. 오르면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두어 번 뵐 뻔 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확실히 산소가 희박하긴 한가보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정상에 서서 간신히 숨을 골랐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오르면 유적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보이는 건 죽음의 길과 달의 피라미드 등 뿐이다. 음, 유적 자체가 워낙 큰 편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일단 이 풍경만으로도 멋지니, 오른 보람이 있다.


참고로 사진은 클릭하면 커짐.




태양의 피라미드 반대편에서 찍은 파노라마 컷. 온통 숲이네.




정상에서 쉬고 있는,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행자들. 뒷모습이 보기 좋았다.




카메라 타이머를 맞추고 인증샷을 찍으려는데, 위의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여행자들이 날 보더니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금발이라 미심쩍어하며 카메라를 맡겼는데, 오오, 제법 멋지게 찍어줬다. 아니, 진짜 멋지게 찍어줬다.

고맙다, 너 금발인데 짱이다, 스페셜리스트다 등등의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에는 원래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덕분에 피라미드의 정상은 신전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꽤 넓고 평평하게 되어있다. 신전이야 이미 사라진지 오래. 하기야 이런 높은 곳에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뭐가 남을래도 남아나질 않겠다.




정상의 한 가운데에는 푹 파인 구멍이 있는데, 그곳에 금속 물질을 두고 기도(?)같은 걸 하면, 그 금속 물질에 태양의 힘이 들어온단다. 어디서 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에 오른 여행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명한 이야기인지,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자신의 목걸이나 반지 등을 그 구멍 안에 두고 자신만의 뭔가 엄숙한 의식 같은 걸 치루더라.

나도 목걸이나 반지 같은 게 있으면 해봤을텐데. 쩝.




정상에서 한참을 바람 쐬며 뒹굴다가 - 뒹굴었다는 게 '빈둥거리며 시간을 소비했다',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했다' 등의 말이 아니라, 진짜로 배낭 베고 바닥에 뻗어있었다 - 내려오는 길. 어느새 하늘이 맑아졌다.

사진은 내려오면서 찍은 태양의 피라미드의 벽면인데, 벽면 중간중간에 오돌토돌하게 돌이 박혀있다. 공사할 때 쉬우라고 박아놓은 돌인가? 아니면 장식인가? 잘은 모르겠다. 아시는 분이 있으면 부족한 제 지식을 채워주십쇼.




내려와서 찍은 사진. 아, 어마어마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라미드 정면샷 한 장 더.

사실 이 사진에 '피라미드'란 이름만 붙이기엔 뭔가 좀 어색하다. '피라미드' 앞에 '태양의'를 붙여주던가, '테오티우아칸에 있는' 이라고 확실한 장소를 명시해줘야 될 것 같다. 왜냐면, 피라미드의 대명사는 사실 그거잖아 그거, 너무나도 유명한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테오티우아칸의 태양의 피라미드는 그 유명하신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무덤과 신전이라는 용도, 생긴 모양도 전체적인 모양은 둘 다 피라미드 형이지만 테오티우아칸의 것은 층으로 구성된 점 등이 있겠지. 규모로는 기자 쪽이 훨씬 더 크고.

평범한 여행자 입장에선 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점도 차이점으로 뽑을 수 있겠다. 이집트 피라미드, 규모만 크면 뭐해! 오르질 못하는데! 여기 테오티우아칸에 있는 피라미드는 올라갈 수도 있다구! 하하하!

...사실 아직 이집트를 안가봤다. 가까운 미래에 갈 예정도 없기에 그냥 내 마음 달래려고 써봤다. 스핑크스 보고 싶어...




왜 멕시코에서 이집트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나는?

어쨌든 돌아서기 전 찍은 파노라마 한 장.

찍고나서 보니 피라미드가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쳐졌길래 다시 찍으려는데 다른 여행객들이 자꾸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다시 찍는다는 걸 까먹고 달의 피라미드로 향했다. 젠장.




5. 달의 피라미드 Piramide de la Luna



태양의 피라미드에서 몸을 돌려 다시 죽은 자의 길로 들어섰다. 줌해서 찍은거라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 꽤 떨어져있음.




죽음의 길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의 벽면. 돌들 사이로 자잘한 돌맹이들이 박혀있는게 제법 팬시해서 찍었다.




짜잔, 드디어 죽음의 길의 끝에서 달의 피라미드를 만났다. 테오티우아칸에선 두 번째 규모의 피라미드이며, 건축미로는 으뜸이라 하더라.

달의 피라미드는 아즈텍 문명 사회에서 인간의 심장을 신에게 바치는 제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것도 참 이상하다. 고도의 문명을 갖추고 있던 애들이 아무 이유 없이 인신공양을 할 리는 없었을텐데, 무슨 이유 때문에 저 피라미드에 피를 먹인 것일까? 그 많은 사람들이 따라야만 했던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 아냐. 그게 뭐였을까? 사실 애초에 테오티우아칸 자체가 아즈텍 애들이 지은 건물도 아니고, 걔네는 발견해서 사용만 했던 건데, 그럼 이 피라미드의 원래 목적은 뭐였을까? 원래 이 도시의 주인들은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아, 궁금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서 알아보고 싶다.




다시 여행기로 돌아와서.

달의 피라미드는 태양의 피라미드와는 다르게, 중턱까지밖에 오를 수 없다.


...다행이다.




이미 태양의 피라미드를 정복한 나에게 그 어떤 것도 두려운 것은 없었다. 태양보다 작은 달, 그것도 중턱까지? 하하하! 오르는거야 껌이었다.




코웃음치며 오른 달의 피라미드에서 바라본 풍경... 아, 아름답다...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보니 또다시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테오티우아칸의 유적 규모를 따져보면, 대략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럼 이 거대한 도시에 살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간거야? 그냥 어줍잖게 전전긍긍하며 모여 살았던 여러개의 부족이 아니다. 아즈텍 애들조차 '신들의 도시' 라고 부를 정도의, 엄청난 건축물들을 남겨놓은 사람들이라고. 제국 정도는 되야 이런 건축물이 나오지 않겠어? 그런 사람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란 말야!

...역시 타임머신이 필요하다. 궁금해 미치겠다.




궁금증을 눌러두고 파노라마 한 컷을 찍었다.

근데 이번엔 너무 왼쪽으로 치우쳤다. 피사체를 중앙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찍으려는데, 또다시 사람들이 나보고 사진을 찍어달란다. 아이 참, 동양인이라 그런가? 너희들도 동양인이 서양인들보다 사진 잘 찍는다는 말 믿는거야? 그런 거 다 거짓말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부탁하지마!

몇 명을 연달아 찍어줬더니 피곤하다. 그냥 이 파노라마로 만족하기로 했다.




6. 케찰파팔로틀 궁전 Palacio de Quetzalpapalotl



달의 피라미드에서 팔과 얼굴을 노릇노릇하게 익히다가, 뜨거워서 그늘을 찾기로 했다. 마침 달의 피라미드 근처에 케찰파팔로틀 궁전이라는 곳이 있어, 내부 구경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

당연히 별 고민없이 입장했다.




그나저나 궁전 이름이 '케찰파팔로틀' 이라고. 아까 처음에 본 신전 이름은 '케찰코아틀'이랬는데. 또 '케찰'이다. 케찰코아틀이 날개 달린 도마뱀이었으니, 케찰파팔로틀은 날개 달린... 파팔로틀?

찾아보니 파팔로틀은 나비란다.

날개 달린 나비...

....?

나비는 원래 날개 있는 거 아냐?


다시 찾아보니 케찰은 깃털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단다.

깃털 달린 나비...


...........?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 깃털 달린 나비라니 상상이 가질 않는다. 내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무언가다. 그래서 숭배했나보다.




케찰파팔로틀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 어이구, 땡볕 보소.




중간중간에 가이드팀도 몇 개 있길래 중간에 껴서 설명하는 걸 들어보려고 했는데, 스페인어 아니면 스페인어 같은 영어라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분명 영어를 쓰는 가이드도 있는 것 같은데, 발음은 꼭 스페인어 같다.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엄청난 보안이다.

졸졸 따라다니다가 의미가 없어 관뒀다.




아즈텍 문명에서 남긴 벽화인지, 원래 테오티우아칸의 주인들이 남긴 벽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마뱀 같은 이 모습, 아마도 얘는 케찰코아틀 같다. 도마뱀인데 날개가...

날개가... 아니 깃털이 머리에 붙어있다. 난 용 같은 모양일 줄 알았는데, 깃털 달린 화관을 쓴 도마뱀이네.


....그럼 깃털 달린 나비, 케찰파팔로틀은.... 더듬이 쪽에 깃털이 달려있는 것인가?

......


마치 현대 미술처럼 어렵다. 나는 알 수 없다... 테오티우아칸은 나에게 의문만을 남겨주는구나.




7. 돌아가는 길


충분히 돌아봤다. 이젠 다리가 후들거린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있는 현대 문명사회로, 멕시코 시티로 돌아가고 싶다.

혹시나 해서 유적지에서 일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돌아가는 버스는 처음 들어왔던, 주 출입구에서만 탈 수 있단다. 젠장... 다시 4km를 걸어서 돌아가야한단 말인가...




유적을 따라 돌아가는 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 것 같아서, 테오티우아칸 밖으로 나와 유적과 나란히 놓여있는 도로를 이용했다. 인적이 드문, 굉장히 한적한 거리였다.

곧게 뻗은 길이었지만 인적이 워낙 드물어, 중간에 이 길이 맞나 긴가민가해서 머뭇거리는데, 한 남자가 자기네 식당에서 밥 먹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하더라. 난 정색하면서 됐다고,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가려는데, 그 남자가 웃으면서 '버스 탈거면 저쪽으로 계속 가면 돼! 잘가~" 라고 뒤에서 말을 해줬다. 아... 어.... 난 뒤돌아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마저 가던 길을 갔다.

나도 웃으면서 대답할 걸, 괜히 정색했네. 미안해라. 반성하며 걸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선 비가 쏟아져 내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야.

여하간 비오기 전에 버스 타서 다행이다. 이대로 멍 때리면 멕시코 시티까지 가겠지. 테오티우아칸을 돌아보느라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멕시코 음악으로 달래며 잠이 들었다.



데낄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멕시코 시티에서 계속!




덧글

  • 키르난 2014/12/04 20:34 # 답글

    우 우오오오오오오오... 몇 년 전 캄보디아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그 때 앙코르와트 올라가서 해지는 걸 보면서 참, 참, 감동했더랬지요. 그 때의 기억과 비교하기에는 피라미드들의 높이랑 계단 길이랑 걸어야 할 거리부터가 엄청나게 다른데 말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에 의하면 아즈텍 문명이 마야 문명 다음이었고, 아즈텍 문명이 성립되면서 이전 문명인 마야의 기록들을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스페인에게 그대로 당했죠.(먼산) 그래도 나중에 아즈텍 책들은 몇몇 선교사들이 귀중한 걸 알아서 챙겨줬다고는 하는데. ... 그러고 보니 여기서 뻘소리 하나 더. 저정도 규모라면 어드메에 에스테반이 타고 날아갈 황금 독수리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하하하하;
  • 키르난 2014/12/05 14:20 #

    덧붙여; 깃털달린 나비라고 하니 저는 나방이 떠오르는 걸요. 나방 더듬이는 깃털같지 않습니까.. 하하하.
  • enat 2014/12/14 18:43 #

    오오오오오 앙코르와트!!!!! 저도 앙코르와트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동남아 가본적이 없어서 ㅠㅠ 앙코르와트 유적도 규모가 장난 아니잖아요. 그리고 요건 양지바른 고원에 턱 세워져 있는거지만 앙코르와트는 정글 한복판에 막... 신비스런 유적같이... 덩굴을 칼로 잘라내며 찾아가야 하는... 크으으으으!!!!!!
    아니 왜 그렇게 그 전대의 문명을 파괴하려 할까요. 기록이나 좀 남겨두지. 기록도 안남기니까 외계인이 세웠다설 미래인이 세웠다설 등등의 황당한 이야기가 나타나는데 말이죠... 흥흥.
    에스테반이 뭔가 찾아봤더니 ㅋㅋㅋㅋㅋㅋㅋ 엉 이거 뭐죠 에스테반 제23화 마야 신의 분노, 성스러운 샘의 비밀ㅋㅋㅋㅋㅋㅋㅋ
  • enat 2014/12/14 18:44 #

    나....................나방!!!!!!!!!!!!!!!!!!!!!!

    본격 나방을 신성시하는 문명... 나방신격화... 아... 앙대... 뭔가 없어보여....
  • Tabipero 2014/12/04 22:40 # 답글

    왜 피라미드에 계단이 있을까 했는데 위가 신전이어서 그랬군요. 정말 사진으로 봐도 규모가 엄청납니다. 거기다가 한두개를 지은 것도 아니고...
    파노라마 사진의 중심이 안 맞았다면 적절한 크롭을(...)
  • enat 2014/12/14 18:46 #

    옛날엔 저 꼭대기까지 신관들이나 왕 같은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었대요. 그네들을 위해 계단을 설치해줘서 저도 덕 좀 봤지만요.
    정말 많은 피라미드들 때문에 현실감이 없더라구요. 근데도 저게 유적 전체의 일부분, 아직도 발굴 중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죠.

    아... 크롭......

    그 생각을 하질 못.... 다음부턴 크롭사진으로 찾아뵙죠....
  • hymom 2014/12/04 23:41 # 삭제 답글

    웅장해
  • enat 2014/12/14 18:46 #

    단 세글자로 표현하는게 놀랍다
  • 2014/12/05 09:10 # 삭제 답글

    저도 한 십년전 가보고 사진도 안찍어왓는데 다시 보니 새롭네요.문화인류학 박물관 사진은 없나요.
  • enat 2014/12/14 18:47 #

    문화인류학 박물관은 가질 않았습니다. 다들 추천하던데 여행중엔 이상하게 끌리지가 않더라구요.
  • 타누키 2014/12/05 10:13 # 답글

    전기차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ㅎㄷ;;
    정말 넓고 크네요. 오오
  • enat 2014/12/14 18:49 #

    대로 중간중간에 옛 피라미드의 흔적이라고 해야하나... 언덕배기들이 잔뜩 있어서 전기차가 다니긴 힘들겠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일자로 난 길이라 다행이지, 봐야할 유적들이 구불구불한 길에 있었다면 길을 잃고 헤맸을지도 몰라요...
  • 눈아찌 2014/12/05 10:40 # 삭제 답글

    다큐멘터리에서 본 겁니다만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죽은자를 위한 곳이었다면 남미의 피라미드는 산자(권력자)를 위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석조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어서 그렇지 흙으로 만든 피라미드도 많았고 규모도 석조에 못지않게 큰 것도 있었다고 하네요
    흉년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피라미드의 힘이 다 했다고 생각해서 다 태우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는데 이곳도 같은 경우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거대한 고대유적이 빈 곳이 되어버리는 경우는 흉년으로 생기는 식량과 식수 부족, 전쟁에서의 패배로 노예가 되어 끌려갔다든지 또는 전염병 같은 걸 원인으로 보더군요.
    어디까지나 추정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게 옛날의 일부라는 걸 감안한다면 거기엔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는 경작지와 수원, 효율적인 통치제도, 주변 지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여러가지 상품으로 인한 경제적 부와 교통망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겠죠.
    외계인이 아니라요. ^^♥
  • enat 2014/12/14 18:58 #

    그러고보니 이집트 피라미드에만 익숙하던 발굴팀들이 저기 저 피라미드들을 보고 다 무덤이라고 생각해서 '죽은 자의 거리' 란 이름을 붙였더랬죠.
    흙으로 만든 피라미드가 있었다는 건 신기하네요. 마치 봉분..? 천..천마총?
    다 태우고 새로 만들어... 아... 아까워! 그걸 어떻게 지은건데(?)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 만든데요! 엄청 아까워!
    네번째 문장이 테오티우아칸에 해당되겠네요.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니, 주인을 잃은 도시만 온전히 보존되는 거로군요. 으음, 그건 그거대로 섬뜩하네요.
    외계인은 있을 것 같지만 저런 유적에 관련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제 머릿속 외계인은 석재구조물에 만족하는게 아니라 지구상엔 아직 없는 합금을 만들어내서 이용하는 능력자....♥
    ....하트 어색하네요. 괜히 붙였어...
  • qwer 2014/12/06 04:54 # 삭제 답글

    오, 사진으로 봐도 팔이 굉장하세요(?)
    마지막 두문장, 다음편, (7) 길을 잃었다 를 대비한 플래그 인가요?
  • enat 2014/12/14 18:59 #

    아앗 사진에도 다 나오나요!? 포샵할걸!!!

    ....길을 잃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멕시코에서 술취해서 길잃은 적은 없어요.
    멕시코에선....
    ...
  • 엔츠키 2014/12/11 20:34 # 답글

    헉 유적덕후인 제가 반할 만한 곳이군요
    여기 신의 문명이라는 책에 나온 장소 같은데... 아즈텍 문명보다 더 전에 있었던 유적이라니 더 미스테리한 곳이군요
    멕시코시티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안전...한가요?
    멕시코 밤에는 총소리 들리고 시체가 굴러다닌다는 소문을 들어서;;;
    혼자 여행하신 enat님 정말 멋져요 ㅠㅠ
  • enat 2014/12/14 19:02 #

    어서오세요 유적덕후님! 테오티우아칸 포스팅에! 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보면 현실감이 나질 않아요. 그 정도의 규모에요. 꼭 꼭 가보시길!
    멕시코 시티 안전해요! 제가 있을 때만, 제가 간 곳들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멕시코 시티에 떨어진 건 한밤중이었고, 자정 넘어서 숙소 앞에서 2, 30분 기다렸는데도 별 일 없더라구요! 중심 번화가는 한국의 번화가보다 더 어마어마한 규모에 빌딩들도 높고, 거리도 깨끗해서.... 일부러 어디 으슥한 골목을 찾아가지 않는 한 안전합니다!
    전 사실 친구랑 가고 싶었어요...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잖아요... 친구가 없어서 혼자 여행한거지만.... 흐흑...
  • Mr 스노우 2014/12/15 06:06 # 답글

    사람 크기와 피라미드 크기를 보니... 정말 입이 딱 벌어지네요. 조각의 디자인이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것 같지만 너무 유명한 인신공양 이야기 때문에 드는 기분탓(?)이겠죠 아마??ㅋㅋ
  • enat 2014/12/22 14:40 #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적이었어요! 개인적으론 그 마추픽추보다 더 입이 벌어졌던 곳이었어요. 뭐, 테오티우아칸이랑 마추픽추는 전혀 다른 성격의 유적이긴 하지만...
    맞아요 인신공양 이야기 때문일거에요 ㅋㅋㅋ 길 이름도 왜 하필 죽음의 길 막 이렇게 지어놔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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