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8 18:44

남미여행 (16) 페루 : 경비행기 타고 나스카 지상화를 보다 ├ 남미 배낭여행 (2014)

1.

와카치나 Sunset 호스텔에서 기분 좋게 눈을 떴다.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아침을 먹으러 호스텔 한 층 아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조식으로 나온 것은 커피, 빵, 쥬스, 버터, 쨈... 뭐 평범한 것들이었다. 기분 좋게 빵에 버터를 바르려는데, 웨이터가 와서 계란을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다. 난 빵을 우적우적 씹으며 스크램블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스크램블 에그가 나왔는데...

와... 씨... 사진 안찍은 게 후회된다. 난 이렇게 뛰어난 맛의 스크램블 에그를 페루 와카치나의 작은 호스텔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과장 조금 더 보태서, 그 스크램블 에그는 내 인생 최고의 스크램블 에그였다! 스크램블 에그를 한 입 먹고선 감동에 못이겨 "궁극의 스크램블이다!" 라고 외쳤을 정도로.

하, 와카치나 너란 녀석. 도착했을 때부터 떠날 때까지 날 어떻게 감동시켜줄까 호시탐탐 노리는 기특한 녀석.

그래서 인생 최초 호스텔 조식에 팁을 두고 왔다. 이건 공짜로는 먹을 수 없는 요리야.




2.

아침 식사를 끝내고, 짐을 챙긴 뒤 택시에 탔다. 즐겁고 신나는 기억으로 가득한 와카치나를 떠나, 오늘은 나스카로 간다.




이카 버스 터미널에서 전날 미리 예매해뒀던 나스카행 티켓을 받았다. 말 통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대충 눈치로 수속을 밟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회사는 '페루버스 Peru bus'. 무진장 평범한 이름이다.

근데 이 버스, 뭔가 여태까지 타왔던 고속버스, 그러니까 크루즈 델 수르 같은 느낌이 아니다. 크루즈 델 수르처럼 버스 안내양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이 기차 좌석처럼 넓은 것도 아니었고, 간식이나 도시락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였다.

굳이 비슷한 걸 찾아보자면... 그렇지,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내버스 - 서울 시내버스 말고, 약간 산간 지방 쪽의 연식 오래된 시내버스 정도? 덕분에 조금 불편하긴 해도 친근했다.




가격이 저렴(이카에서 나스카까지 18솔)해서 현지인들도 이 버스를 많이 이용하더라. 그런데 이용 방법이 참... 대충대충이다.

정류장이고 뭐고 상관없이, 길가에서 사람이 손을 흔들면 버스가 천천히 멈춘다. 그럼 버스를 멈추게 한 사람도 천천히 버스까지 걸어온다. 탑승하고, 값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고. 버스는 그 일련의 과정을 다 거친 후에야 출발한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멈춰섰는질 모르겠다. 보통 이카에서 나스카까지 버스로 2시간 걸린다는데, 이렇게 가다간 3시간, 4시간 걸리겠다!

한국 버스의 스피드에 익숙한 나로썬 답답하기 그지 없는 속도였는데, 의외로 버스는 2시간 플러스 15분, 그러니까 예상하던 시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때에 도착했다. 뭐지? 마술인가? 그 땐 그렇게 천천히 왔는데도 엇비슷하게 도착하다니 신기하구나 하고 넘어갔었는데, 사실 신기할 건 없고, 보통 승객을 태우는데 걸리는 그 일련의 과정이 단 1분이면 끝나는 것일 뿐이었다. 뭐, 대략 10번 정도 멈춰섰으니 15분 늦어진 거였겠지. 그 1분 동안 혼자 안달이 나서 답답하네, 느리네, 속터지네 하는 건 나뿐이었던 거고.

난 여태까지 서두르면 목적지에 월등하게 빨리 도착하는 줄 알았는데, 서두르든 느긋하든 별로 큰 차이는 없구나. 그렇다면 느긋하고 안전한 쪽이 더 낫겠는걸.

성급한 여행자에게 침착함과 여유로움을 가르쳐주는 이 회사는 페루버스.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들. 그냥 이 구간에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 다 올려봤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브금은 양양의 이정도.




3.

나스카! 하면 떠오르는 건 당연히 나스카 라인, 나스카 지상화다. 그 지상화를 보기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 경비행기다. 경비행기가 다니는 높이 정도가 아니면 지상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허나 여행 전, 난 나스카에서 경비행기를 탈 생각을 요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난 높은 곳을 좋아하지만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 무슨 말이냐면, 높은 언덕이나 산봉우리, 전망대 같은 건 정말 좋지만, 경비행기니 스카이다이빙이니 번지점프니 하는 액티비티는 무서워한단 말이다. 그래서 여행 계획 세울 때에도 경비행기 탈 여비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저렴하고 안전한 전망대와 기념관 정도나 다녀오고 말아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페루버스를 타고 이카에서 나스카로 들어가는 길에, 전망대를 보고 말았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그 허접한 전망대란... 정말 저런 전망대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나스카 라인을 관측할 수 있는거야!? 뭔가 보이기는 할까? 여기까지 왔는데 저런 걸로 만족할 수 있는 거야? 나 자신, 정말 저걸로도 괜찮은 거야?

소녀(나)의 마음은 버스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4.

그런 심란한 마음을 가지고 나스카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내리자마자 여행사 삐끼가 달라붙었다. 영어가 제법 되는 키 큰 흑인 아저씨였다.

아저씨 : 나스카에 온 걸 환영해. 근데 나스카 라인 경비행기 어때. 싸게 해줄게.
나 : 엉? 경비행기? 그닥...
아저씨 : 싸게 해준다니까. 그래, US 110불 어때, 110불.


계획 짤 때 안하기로 했었단 말야. 뭐... 전망대는 확실히 허접했지만... 역시 됐어.

그런 내 마음 속 혼란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아저씨, 계속 날 쫓아왔다. 거구의 흑인이 쫓아오니까 좀 무섭다.

아저씨 : 너 이거 놓치면 후회해. 알았어, 100불.
나 : 나 진짜 괜찮아.
아저씨 : 후... 알았어. 90불.


난 지금 흥정 하는게 아니니까 그렇게 선심쓴다는 듯 대꾸하지마.

나 : 그런 것보다도, 나 지금 방 잡아야 돼.
아저씨 : 방 필요해? 내가 잡아줄게.
나 : 아, 아니...





정말로 방을 잡아줬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내가 선택했던 걸로 보아 저렴한 가격이었다.

아저씨 : 어때? 좋지?
나 : 어... 음. 뭐, 나쁘진 않네.
아저씨 : 그럼 경비행기 탈 거지?


이렇게 되는 건가...

그러고보니 이 아저씨, 이 더운 날씨에 자기 딸뻘은 되어보이는 애한테 자존심 다 내려놓고 아둥바둥 매달리고, 새침하게 구는데도 졸졸졸 쫓아와 방도 잡아줬고, 시간도 나 때문에 허비하고... 뭐, 이렇게 된 거 한 번 타줄까... 마음이 약해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 좋았어! 그럼 준비하고 있어! 차 가지고 올게!
나 : 어... 뭐... 그래.


이 때가 오후 한 시 반이었다.




5.

삐끼 아저씨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난 그새 땀범벅이 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대충 물을 끼얹은 뒤 다시 옷을 꿰어입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쾅쾅 두들겼다.

나 : 누구세요?
아저씨 : 리! 리! 비행기 타러 가자!

나 : !?



이 때가 오후 두 시였다.




6.

나 : 자, 잠깐만! 옷 좀 입고!
아저씨 : ㅇㅇ


문을 열자 그 흑인 삐끼 아저씨와 금발의 남성이 서있었다. 흑형 삐끼 왈, 금발이 날 경비행기 탑승장까지 데려다 줄 거란다. 어벙한 표정으로 팜플랫을 받아들고 시키는 대로 차에 탔다. 팜플랫에 잠깐 한 눈 팔았더니, 벌써 공항이었다.




금발 : 내려!
나 : 아, 네!


공항 내엔 꽤 많은 사람들이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아, 이거 기다리는데 오래 걸리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금발은 한숨 쉴 틈도 없이 날 질질 끌고 가서 수속을 밟게 했다. 여권 보여주고, 뭔가 서류 작성하고, 공항 이용료 내고, 몸무게 물어보고.

나 : ...몸무게? XX 킬로그램인데.
직원 : 오, 좋아. 너 이 비행기 탈 수 있겠다.
나 : !?


정신을 차리자 금발이 탑승구 반대편에서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야, 뭐야!?




직원 : 이 비행기 타면 돼. 들어가.

나 : 어...? 어...?





조종사 : 오늘 우리 경비행기에 탑승해줘서 땡큐해. 블라블라.

나 : 어.....? 어......?



이 때가 오후 두 시 십오 분이었다.




7.



날아가려는 정신줄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데, 다른 여행자들의 들뜬 환호가 들리더니 비행기가 이륙했다.

옆 좌석 사람이 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멀미 하냐고, 혹은 겁 먹었냐고 물어봤다. 아냐, 멀미할 새도 없었고 겁먹을 새도 없었어... 그냥... 그냥 뭔가 정신이 없어서 그래...

그렇게 난 마음의 준비 없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와 마주치게 됐다.




처음으로 본 건 고래 Ballena 였다. 하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저기 저거.




그 다음으론 제법 선명하게 보이는 우주인 Astronauta.




꼬리가 인상적인 원숭이 Mono. 희미하지만 하얀색 화살표 사이에 있음.




저 녀석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턴 내 정신도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아아아, 저 녀석... 저 녀석!




벌새 Colibri!

내가 나스카 지상화를 처음 접했던 건 다섯 살 때, 언니가 보던 '계몽사 백과 - 세계의 불가사의' 란 책에서였다. 투탕카멘 가면이 섬뜩하게 그려진 표지의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 가슴이 들뜨고 오싹한 기분이 들어 언니와 곧잘 읽곤 했었다. 그 책의 초반부에서 바로 이 나스카 지상화를 다루며 그 정체와 용도를 알 수 없는 땅 위의 신비한 그림들을 소개해줬는데..... 난 그 부분을 읽으며 그 어린 나이에도 딴지를 걸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그림은 대충 납득할 수 있겠는데, 이 지상화만큼은 못참겠다.


대체 왜 저게 새야?


저게 어딜 봐서 새라는 거야?


어린 나에겐 그 어떤 미스터리보다도 큰 미스터리였다. 언니나 부모님에게 떠듬거리며 물어본 적도 있었는데, 내가 말을 조리있게 하는 편은 아니여서 - 엄마, 이거가... 새가... 새라는데... 새가 아닌데... / 응? 책보니? 착하네, 계속 읽어봐 - 그냥 허허거리고 흐지부지 넘어갔던 것 같다. 벌새의 저 희한한 모양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혼자 스케치북에 꼬불꼬불하게 그려본 적도 있었고...

어쨌든, 그런 유년시절의 추억 때문에 다른 지상화들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벌새 만큼은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다.


뭐, 머리 좀 굵어진 뒤 다시 보니까, 좀 벌새 같아 보이긴 한다. 저 긴게 부리고, 저 페인트 엎지른 듯한 부분이 날개고... 흠흠.




아쉽게도 회상 가득 벌새 타임은 끝나고, 다음으로 나타난 건 거미 Arana.




이건 콘도르 Condor. 얘는 진짜 새 같다. 내가 딴지 걸었던 건 오직 벌새 뿐이었다.




앵무새 Loro. 이것도 어느정도 납득.




손 Manos 과 나무 Arbol.




손과 나무 옆엔 아까 버스 안에서 봤던 전망대가 서 있다.

저 전망대에 오르면 손과 나무 일부분 정도는 보이겠구나. 흠흠.




그 외에도 이러이러한 지상화가 있었다.

사진으로 제대로 찍힌 건 위 사진들 정도. 육안으론 잘 보여서 보이는대로 셔터 열심히 눌렀는데 어째 건진 건 위 사진들 뿐이었다.




8.

경비행기 탑승기가 워낙 급박하게 이뤄져서, 정작 주인공인 나스카 라인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늘어놓질 못했다. 늦었지만 지금 간략하게라도 설명하자면, 나스카 라인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뭐 미스터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만들어진 시기는 기원전 2세기에서 6세기 사이로 추정. 예측연도가 맞다면 2000년 하고도 플러스 알파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지상화인 거다. 나스카 평원은 비도 거의 내리지 않고, 지상에서 몇 미터 위까지의 기류 또한 굉장히 안정된 상태라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려졌나에 대해선 이미 상당히 그럴듯한 답이 나왔다.

나스카의 지상그림은, 이러한 분지의 암적갈색의 바위를 특정한 장소만 폭 1~2m, 깊이 20~30cm 정도 없애, 심층의 산화되지 않은 밝은 색 암석을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그려졌다」. 규모에 따라서는 더 넓고 깊은「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초 선의 중심으로부터 외측에 암적갈색의 암, 모래, 자갈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선의 중심 부분에 조금 남은 암적갈색의 모래나 자갈도 없애 명료하게 되도록 했다고 추측된다.

여러가지 도형을 대규모로 그린 방법으로서는, 충분한 크기의 원화를 그린 다음 적당한 중심점을 얻어, 이를 기점으로 방사상에 원화의 각 점을 상사 확대하는 방법,「확대법」이 쓰였다고 하는 설이 제창되고 있다. 성층권등의 초고도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기 때문에, 상기와 같은 방법으로 정말로 할 수 있는지 지적된 적도 있지만, 지상그림의 구석에 있던 말뚝의 존재나, 지상그림의 축소도의 발견등을 생각하면 확대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위키백과


...란다.

아직도 미스터리인 것은 How가 아닌 Why다. 대체 왜 이렇게 거대한 그림을 그렸을까? 누가 기록이라도 남겨놨으면 좋았으련만, 남겨진 기록도 없이 하늘에서만 관측 가능한 거대한 지상화만 남아있으니, 천문학으로 이용되었다는 설, 종교적으로 쓰였다는 설, 외계인의 정거장이었다는 설 등등의 가설들만 난무할 뿐이다.

나도 설 하나 추가해볼까. 아, 뭐, 사실 고대 문명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고상하게 살았을 것 같진 않았을 것 같아서, 음, 심심한 사람들이 많았다 설. 마침 심심한데 재주 좋은 사람들끼리 팸을 결성해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대고 놀았던 거다. 아니면 부족 대항 지상화 그리기 대회 설. 처음엔 평범한 크기의 지상화로 시작했는데, 경쟁이 과열되면서 누가 누가 더 큰 지상화를 그리나 내기를 한거다. 그것도 아니면 부족 대항 운동회 때 특정 모양에 맞춰 달리기 하는 놀이가 있어서 달리기 라인을 만들었던 거지. 말하자면 나스카판 런닝맨. 음, 좋아. 이거다!

...뭐가 이거야. 여하간 언제나 상상력을 불타오르게 하는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9.



지상화 구경이 끝나자, 기장 아저씨들이 여행자들의 카메라를 걷어 사진을 찍어줬다.




이건 무사히 착륙하고 나서 찍은 사진. 두 장 모두 어딘가 모험가 느낌이 나서 좋아하는 사진들이다.

사실 내가 한 건 US 90불 내고 어버버하며 끌려다닌 것 밖에 없지만.




9.

나스카 마을로 돌아오니 세 시 반.

이, 이제 뭘 하지?




일단 점심부터 먹어야겠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있는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이런 세트메뉴를 봤다.

닭, 프라이, 샐러드, 잉카콜라, 이 모든 게 18,9솔! 7000원 정도!?




저 메뉴를 찍어가지고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바로 음식이 나왔다.

엄청 푸짐했고, 난 배고팠고, 포크와 나이프는 본능대로 살아 움직였고... 위 사진은 허겁지겁 먹다가 정신이 들어 한 장 찍은 사진이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도 남아서, 남은 음식은 포장한 뒤 저녁으로 먹었다.




이 녀석은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 내가 돈 두고 나가려는데 직원이 '이 메뉴는 후식 포함이야! 아이스크림 가져가!' 라며 버선발로 뛰쳐나와 손에 쥐어주고 간 녀석이다.

숙소로 가서 침대에 누워 야금야금 먹었다.




10.

경비행기도 타고, 점심도 해결하고. 이제 정말 나스카에서 할 일이 없다. 이 작은 마을에서 무얼 하면 좋단 말인가!?

원래 나스카에서 느긋하게 하룻밤 묵으려고 했는데, 그냥 야간 버스 타고 다음 도시인 아레키파에 가기로 결정했다. 볼 일 다 봤는데, 굳이 이 작은 마을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잖아. 도시, 도시로 가자.

난 버스 터미널로 나가 아레키파로 가는 야간 버스를 예약했다.




크루즈 델 수르 버스를 예약하려다가, 비싸서 포기하고, 그냥 값싼 올투르사(?) Oltursa 라고 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90솔짜리 버스. 다행히 딱 한 자리 남아있었다. 오, 날 위한 자리다.

직원 : 운 좋은데?
나 : 내가 좀 운이 좋지! 하하!


앞으로의 여행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고 있었다면, 난 함부로 저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후후...




11.



버스 시간 기다리면서 밤마실 다니며 찍은 사진들. 별로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이런 조용하고, 어떤 부분은 모던하기도 한 동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올려봤다.

맘 편하게 산책이나 다니던 때... 저 때가 좋았지... 후후...



아레키파에서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는 순진한 여행자 enat의 페루 여행기는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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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화사한 카라부케 2015/01/28 19:08 # 답글

    재밌게 보다가 담편이 정말 궁금해졌어요! ㅎㅎ 어서어서 올려주세요><
  • enat 2015/01/30 20:33 #

    읔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만, 바로 다음편엔 별 내용 없는데... 크... 큰일이다... 사건 하나라도 만들어야 할 느낌...
  • 키르난 2015/01/28 19:33 # 답글

    후후... 후후후후후... 뭔가 불길한 예감이 감돕니다. 고생길에 잘 들어왔어! (...)
    그나저나 계몽사의 저 책...; 저도 저 벌새 부분은 강렬하게 기억합니다. 왜인지 무서운 책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나스카의 저 지상화는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요. 다른 불가사의도 희한한 것이 많았다는 기억이.=ㅁ=
  • enat 2015/01/30 20:35 #

    후후... 후후후후후후... 아레키파에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더랬죠. 강조하자면 바로 다음편은 아니지만! 서서히 잠식해가는 불운의 향기가!
    오오오오! 역시 누군가는 계몽사 백과사전을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어요. 피라미드나 네스호의 괴물, 설인, 바닥이 없는 호수 막 이런거 보면 소름이 쫙 돋는데 묘하게 계속 읽게 되고 끊을 수도 없고 하... 저도 무서운 책으로 기억합니다. 표지의 투탕카멘 황금마스크가 진짜 무서웠어요.
  • 키르난 2015/01/31 07:02 #

    그러고 보면... 거기 나온 불가사의 중에서 앙코르와트도 있지 않았나요. 그건 가보았으니..+ㅅ+ 그 부분의 그림만 묘하게 떠오릅니다. 나비를 찾으러 밀림속으로 들어간 학자가 저 멀리에 서 있는 돌로 된 피라밋 비슷한 것을 발견하는 순간!
  • enat 2015/02/07 15:03 #

    으윽... 앙코르와트는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거 남아있으면 다시 볼텐데 도서관 어린이 섹션이라도 뒤지고 싶은 이 마음...
    뭔가 섬뜩한 내용들밖에 기억이 안나요. 파라오의 저주, 죽은자의 목소리를 잡은 라디오... 버뮤다 삼각지대 만화는 진짜 무서웠어요. 지금이야 과장된 내용이란 걸 알지만 당시엔... 헉헉...
  • 잘나가는 꼬마사자 2015/01/28 20:49 # 답글

    ㅋㅋㅋㅋㅋ이거 진짜뒷편을 부르게하는... 어쩌면 벌새님의 저주였을지도 몰라요 감히 날 의심하다니ㅋㅋㅋㅋ
  • enat 2015/01/30 20:37 #

    으아앙ㅋㅋㅋㅋ 강조하자면 바로 다음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요!
    하지만 아레키파에선 정말 그동안의 즐거움이 거짓말처럼... 후후... 정말 저주였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 Tabipero 2015/01/28 21:23 # 답글

    1. 얼떨결에 나스카 지상화 구경하신 분은 아마 enat님밖에 없을듯 합니다 ㅎㅎ
    2. 버스시간이 중간중간에 서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짜여있겠죠. 한번 정차해서 시간 까먹었으면 그만큼 더 밟아서 지연을 회복한다던가...
    3. 뭔가 나pd 꽃보다시리즈 절단신공 쓰는 느낌이(...) 위기가 닥쳐올 때 절단신공을 썼지요.
  • enat 2015/01/30 20:41 #

    1. 음... 제가 변덕스럽고 귀 얇은 성격이라 갑자기 이런저런 일에 휩쓸리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인데 그렇다해도 얼떨결에 경비행기까지 타고 나스카 지상화를 구경할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해 나 자신의 변덕과 우유부단함...
    2. 아... 아!? 그... 그랬던가... 전 그저 황야 중간에 정차하고 손님들 기다리는 느긋한 버스기사를 보며 짜증만 났던터라...
    3. 그, 그냥 끊은건데! 그냥 하루 단위로 끊은 것 뿐이에요! 절대 절단신공이 아닙니다! 아레키파에서 힘들었던 건 사실이었지만 이 바로 다음편은 평화로운 편입니다!
  • 엘에스디 2015/01/28 22:18 # 답글

    으와와와아 정말 오랜만에 흔적 남깁니다, enat님!! 어쩌다보니 여행기가 좀 많이 쌓여서, 어쩌다보니 계속 밀려서, 어쩌다보니(?) 오늘 마음잡고 밀린 여행기 모조리 읽어버렸네요!!! 구독페이지에 뜨는거 한 6페이지 정도 한꺼번에 봤더니 조금 어질어질하긴 한데 몇 달간 하신 여행을 단숨에 따라간 거 같아 마치 콩구워먹는(??) 이 포스팅과 비슷한 느낌이..!? ^^;;;;
    쿠바에서 비비큐(크흑)를 잠시 거쳐 맥시코에 페루에 곰을 만나고..(덜덜덜) 여전히 여행기 너무 재밌게 쓰셔서, 몸은 방 안에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지만 마음은 저도 같이 여행을 따라다닌 것 같습니다. ^^//// 진짜 많은 곳을 따라다니며 봤는데, 아직 더 남았다니 괴, 굉장...!!! 앞으로의 포스팅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포스팅도 바로 몇 시간 전에 써진 거라니 뭔가 감회가 새롭습니다. 흫흐하ㅠㅠㅠㅠㅠㅠ

    한국에서 편히 쉬시고 계신가요~~ 많이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도 조심하시고... 앞으로의 포스팅도 즐겁게 기다리겠습니다~ 뒷편 너무 궁금하네용! >/////<
  • enat 2015/01/30 20:48 #

    우와와와와와 엘에스디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헉 구독페이지의 6페이지를 한꺼번에 보셨으면ㅋㅋㅋㅋㅋ
    아 앙대 모니터만 계속 바라봐서 시력이 망가져버렷 ㅠㅠ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행 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으셨다면 다행이네요. 물론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사실 저도 쓰면서 좀 벅찹니다 ㅋㅋㅋㅋ 뭐 이따위로 많아 ㅋㅋㅋㅋㅋ 쓰기 귀찮아 으아아아아아
    흐하.. 다음편을 빨리 써야할텐데 집중이 앙대네요 후후...

    엘에스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슬아슬하게 1월에 걸쳐 인사 드리네요 ㅋㅋㅋㅋ 구정 전 인사라고 하죠 뭐!
    감기 조심하시고 음.. 뒷편.. 음.. 빨리 써야지.. 음... 어쨌든 즐거운 한 해 되세요!
  • 굿나잍 2015/01/28 22:29 # 답글

    다음편이 기대돼요 ㅋㅋ 얼른 올려 주세요~~~그리고 계몽사 백과사전 저도 있었는데 7대 불가사의 책이 쪼개질 정도로 좋아했어요! ㅎㅎ 오랜만에 계몽사라는 출판사 이름을 보니 반갑네요.
  • enat 2015/01/30 20:49 #

    쪼개질 정도로 ㅋㅋㅋㅋㅋ 저도요! 저도! 계몽사 백과사전의 '세계의 불가사의' 편이랑 '인체의 신비' 편이 쪼개졌어요!
    수중생물편 등도 좋아했는데, 이건 만화가 재밌어서 ㅋㅋㅋ 솔이랑 아름이였나? 아름이가 지금으로 따지면 츤데레였던걸로 기억하네요. 여하간 그 캐릭터들 나오는 편들은 좋아했었어요 ㅋㅋㅋㅋ

    다음편은... 음 되도록 빨리... 음...
  • 레아 2015/01/29 01:06 # 삭제 답글

    방 빌린건 어떻게 된거예요!?! 환불한건가요 ??? 나스카를 저렇게 순식간에 보고 끝내다니 뭐지 ?!
  • enat 2015/01/30 20:50 #

    아 ㅋㅋㅋㅋㅋ 방값은 그냥 지불하고 밤중에 버스타러 나왔습니다. 어차피 호텔 측에선 하룻밤 쓰나 한나절 쓰나 청소해야 하는 건 똑같아서 ㅜㅠ 쩝...
    저도 나스카 라인을 저렇게 순식간에 봤다는게 믿기지 않네요 ㅋㅋㅋㅋ
  • 레키 2015/02/02 16:30 # 답글

    - 오오오... 번개불에 콩궈먹듯 후다다닥 봐버렸군요. 나스카를 하늘에서 보게 될 거란 운명의 데스티니!
    근데 뭐 저거 말고 볼 거 없는 작은 동네라면... 빨리 움직이는게 확실히 나았지 싶긴 하네요.
    그나저나 역시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평화로운 여행은 역시 이낫님과 어울리지 않는군요! <<<<<
  • enat 2015/02/07 15:04 #

    저도 저렇게 순식간에 보고 떠날줄은 몰랐어요 ㅋㅋㅋㅋㅋ 적어도 하루는 머물겠지 했는데 하루는 커녕 열시간도 안되게 머물다가 떠났네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다들 정말 왜 이러세요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때론 평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평화로운 여행자라구요 ㅋㅋㅋㅋㅋ
  • 앨빈악플러 2015/02/05 03:46 # 삭제 답글

    오랜만에 방문했더니 읽을 여행기가 밀려있네요
    에낫님의 입담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같이 여행 다니는 것 같아서 대리 만족 하고 있습니다.
    나스카... 언젠가 보러 가야겠어요
  • enat 2015/02/07 15:08 #

    오오오! 여행기를 밀릴 정도로 포스팅 했군요 저 ㅠㅠ 스스로 기특해서 스스로 머리 쓰다듬어주고 있어요.
    사실 입담... 어... 실제로 말하는 건 잘 못합니다. 천천히 말하면 나름 정리해서 잘 말할 것 같기도 한데 성격이 급한지라 빨리빨리 말하다보니 두서없이 결론부터 말하거든요. 그래서 포스팅도 끝부분 대강 써놓은 뒤 시작하는 스타일 ㅋㅋㅋㅋㅋㅋ
    페루에는 나스카 말고도 신기한 것들이 잔뜩 있어요! 빨리 포스팅해야지 헉헉...
  • 찬영 2015/02/10 12:19 # 답글

    enat님의 여행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몰아보는게 제맛이죠. 저는 그저께 인도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참 저도 남미여행 생각중인데 나중에 여쭤봐도 될지 모르겟어요 ㅎㅎ
  • enat 2015/02/15 12:00 #

    인! 도! 인도 다녀오셨나요!!!!! 와 인도 가야할 나라 탑텐 중 하나인 그 나라!! 무사히 여행 잘 하고 돌아오신 것 같아 기쁘네요!!
    남미여행 사실 저도 가본 곳 빼곤 아는 게 없긴 하지만... 마음껏 물어보세요! 아는 건 잘 대답할 수 있는 차칸 블로거랍니다 ㅋㅋㅋ
  • kate 2015/08/17 16:42 # 답글

    소녀감성님...ㅎㅎㅎㅎ
    얼레벌레 세계불가사의 하나 섭렵하셨네요.
    전 예전엔 불가사리랑 그리 헛갈렸다는 ㅋㅋ
  • enat 2015/08/22 21:07 #

    절 낚아준 삐끼에게 얼마나 고마웠던지... 덕분에 세계불가사의 편하게 구경했네요 ㅋㅋㅋ
    저도 불가사리랑 헷갈렸었는뎈ㅋㅋㅋ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ㅋㅋㅋㅋ 동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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