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22 20:50

남미여행 (23) 페루 :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표 사기 ├ 남미 배낭여행 (2014)

1.

먼 곳에서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페루까지 날아온 열혈 여행자들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고 들리는 도시가 있다. 아니, 아마 이 도시에 오기 위해 페루까지 날아왔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 도시는 바로 해발 3300m에 굳건히 세워진 잉카 제국의 수도, 쿠스코 Cusco다.




한 제국의 수도로 번영했던 쿠스코는 스페인 침략 이후 남미의 대표적인 식민 도시가 되어버린다. 자신들의 조상이 스페인 군에게 짓밟힌 잉카인인지, 신대륙을 발견하여 부를 축적한 스페인인인지 잊을 정도의 세월이 흘러,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피가 뒤섞인지 5백 년이 지났지만, 현재 쿠스코인들은 아직도 그 옛날 멸망한 잉카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쿠스코 근방에 남겨진 잉카인들의 신비하고 놀라운 유적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게 되고, 덕분에 쿠스코인들은 관광업을 하며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쿠스코 근방에 남겨진 유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그것이다. 아마 세계 여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드디어 이 내용이 나오는구나 하고 가슴 뛰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얘가 왜 이렇게 뜸을 들이나, 빨리 그 곳에 다녀온 썰을 풀지 못할까라며 채찍을 휘두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여행자라면, 아니 여행자의 로망을 한 조각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 한 장만 봐도 가슴이 벅찰 그 곳. 세계 7대 불가사의로도 뽑혔던 그 곳, 페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페루 여행의 종착지, '마추픽추' 다.

쿠스코는 '잉카 제국의 수도' 라는 명칭보다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 도시' 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나도 쿠스코를 둘러보기 전, 제일 먼저 한 일이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표를 구입한 일이었다.




2.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참 복잡하기 짝이 없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을 당시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걸 속초에서 울산바위에 다녀오는 정도로 생각했던 나였기에, 막상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울 때 얼마나 큰 고뇌와 번민 속에서 두통을 앓았는지 모른다.

우선 마추픽추로 가는 계획을 세울 땐 이걸 먼저 알아둬야 한다.


1)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소 1박 2일이다. 뭐, 계획을 칼 같이 세워서 모든 표를 예매해두고, 마추픽추만 딱 찍은 뒤 다시 돌아온다면 하루만에 가능할...까? 아냐, 불가능해... 사실 1박 2일도 뭔가 촉박한 느낌이다.

나는 2박 3일로 다녀왔다. 첫 날 저녁에 마추픽추 아랫마을에 갔다가 이튿날 마추픽추를 본 뒤 다시 아랫마을로 돌아와 숙박하고, 셋째 날 아침 쿠스코로 돌아오도록 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마 제일 일반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긴 시간을 잡고 여유있게 둘러보거나 트래킹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다녀오는 경우도 있더라. 여튼 시간 참 많이 잡아먹는 곳이다.


2) 돈이 많이 든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 아랫마을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방법은 단 하나, 열차 뿐이다.

그런데 이 열차, 겁나 느린 주제에 겁나 비싸다. 쿠스코부터 출발하면 너무 비싸서, 거기서 더 가까운 마을인 오얀따이땀보에서 출발하는 걸 알아봐도 평균 편도 10만원이다. 왕복이면 벌써 그 기차비만 20만원이다. 에라이 젠장.




3.

참고로 이 포스팅에선 마추픽추에 관한 표를 예매하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난 어떻게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니까 알고 싶은 분은 네이버에 마추픽추 여행계획 등을 검색어로 쳐보시길 바란다. 네이버에 마추픽추를 검색하니까 '마추픽추 여행 방법' 이라던가 '마추픽추 입장권 예매하기', '마추픽추 페루레일 예약하기' 등의 포스팅이 많이 나오더라. 요새 파워 블로거들 완전 상세하게 설명해줌. 여행사 차려도 될 듯.

사실 내가 캐나다에서 남미 여행계획을 세울 땐, 계획을 굉장히 러프하게만 세웠었다. 캐나다 시골의 느긋한 공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나답지 않게 여행 공부를 안했다. 일 끝나고 저녁에 술 마시면서 술안주로 계획을 세웠으니 말 다했지.

여하간 덕분에 페루에 오기 전, 그 비싸다는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도 미리 예매해두지 않았었고, 마추픽추 입장권도 미리 구매하지 않았었다. 열차표는 쿠스코에 도착한 뒤 앵무새랑 놀다가 근처 기차역으로 터덜터덜 걸어가서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샀고, 마추픽추 입장권은 마추픽추 아랫마을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한 후 다음날 아침에 잠옷 차림으로 눈꼽 떼며 구했다.

...이렇게 쓰니까 엄청 대충 여행한 것 같잖아? 엄청 대충은 아니고, 음 뭐 그냥 표를 저렇게 쉽게 구했다는 말이다. 내가 페루를 여행했던 게 8월 말에서 9월 초 쯤. 남반구니까 그 쪽 계절로는 대충 늦겨울에서 초봄 정도. 성수기가 아니라 제법 널럴하게 다녔던 것 같다.

결론은 나처럼 비수기에 여행할 분은 예약에 큰 스트레스 받지 마시라는 말씀.




4.

여튼 쿠스코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아까 위에서 말했던 대로 앵무새와 놀다가




숙소에서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는 길에 페루레일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 중 하나) 역 건물이 있길래 잠깐 들려서,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열차표를 구입했다.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은 아예 창구에서 직원과 함께 여행 계획을 짜더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시간으로 여행할 수 있는지, 너무 비싸지는 않은지, 연계된 숙소는 없는지... 기타 등등. 나야 시간 관계없이 가격이 싼 표를 찾았기 때문에 창구 언니가 눈에 띄게 기뻐할 정도로 빨리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구한 표는 이틀 뒤 밤에 출발하는

오얀따이땀보 (쿠스코와 마추픽추 중간 쯤에 있는 마을) -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마추픽추 아랫마을) 를 오가는 왕복 열차표였다. 남아있는 표 중 제일 싼 표를 샀는데, 편도 당 6만원 정도였다.

쿠스코에서 곧바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가는 기차표도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관뒀다. 오얀따이땀보까지는 차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거기까지 택시나 버스, 투어 등을 이용해서 간 뒤, 그곳에서 열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가는 게 제일 저렴한 방법이라고 하더라.




5.

마추픽추 가는 열차표만 예매하는데 포스팅 하나를 소비했다. 정말 엄청난 곳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이렇게 마추픽추로 가는 표는 구했지만, 열차를 타는 건 이틀 뒤 저녁의 일이다. 신에게는 마추픽추에 가기 전 3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오늘 포함해서 3일 간 뭘 하고 놀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일단 아르마스 광장에 가보기로 했다. 도시 구경을 하고, 근교 잉카 유적지 투어도 알아봐야겠다.



내용이 평소보다 짧지만 흐름상 적절히 끊고 아르마스 광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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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르난 2015/08/23 05:12 # 답글

    드디어 마추픽추! 이 때 한창 꽃할배가 아니라 꽃청년.. 아니, 꽃중년이었나요? 하여간 마추픽추 다녀오는 여행기가 있었더랬지요. 멋지긴 하지만 전 갈 용기가 안 나더군요. 무엇보다 휴가를 그렇게 길게 뽑기가 쉽지 않아요..ㅠㅁㅠ
  • enat 2015/09/01 00:16 #

    네 딱 제가 갈 때가 꽃청춘 방영하던 시즌이었어요!
    나중에 마추픽추 보고 난 뒤, 다른 지역에서 유희견 외 2명이 마추픽추 오르는 방송 찾아서 보는데
    으으 괜히 혼자 눈물날 뻔 했어요 ㅋㅋㅋ

    애 둘 딸린 아저씨들도 청춘 타이틀 붙여서 다녀오는 걸요! 키르난님도 조금 더 나중에 가실 기회가 있을거여요!
  • kate 2015/08/24 09:04 # 답글

    베트남 라오스도..스페인도..
    아마 이동네도 요즘은 그 방송나오고부터는
    이태원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네요.
    근 몇년간은 계획세우면 안되겠어요.
    대신 여행기로 만족하겠어요^^
  • enat 2015/09/01 00:18 #

    다행히(?) 마추픽추 방영일자 전에 다녀와서... 한인식당에서 빼고 한국사람을 못만났었더랬어요 전... 어찌나 한국인 만나고 싶었던지 혼자 외로워서 ;ㅁ;
    여유있고 이국적인 느낌을 원하신다면 조금 잠잠해진 뒤에 다녀오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혹시 아나요, 직항이 생길지도 모르고요 ㅋㅋ
  • aka shimpyo 2015/08/24 13:52 # 답글

    드디어...!!!
    완전 부럽네요 ㅠㅠ
  • enat 2015/09/01 00:19 #

    드디어..!!!!!!!! 는 아직 멀었슴미다... 마추픽추 가기 전에 여기저기 들른데가 많아서...
    빨리 포스팅을... 해야하는데... 으으....

    저도 저 당시의 제가 부럽네요 ㅋㅋㅋ 불과 1년 전의 전데...
  • 11thCTR 2015/08/30 19:43 # 답글

    우갸우갸~ 포스팅~~... 어라? 의 느낌. ㅋㅋㅋ
  • enat 2015/09/01 00:19 #

    보통 두자리수까지 나가는데 5번에서 끊...
    ....

    헤헤... 다음편은 길게 쓸게요... ㅋㅋㅋㅋㅋ
  • 11thCTR 2015/09/03 13:32 #

    ㅋㅋㅋ 천천히 쓰세요. 기다리는 것은 익숙! (... 왠지 슬픈... ㅋ)
  • enat 2015/09/05 16:19 #

    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숙해지지 마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쿠스코 쓰기 왜이렇게 어렵죠. 쓰다가 접고 쓰다가 접고 ㅋㅋㅋㅋㅋㅋㅋ 여행기 주제에 절 괴롭히고 있어요 ㅠㅠ
  • 11thCTR 2015/09/06 16:44 #

    창작의 고통이 그런거죠 뭐. 화이팅~!
  • Tabipero 2015/09/01 21:34 # 답글

    요새는 아주 마이너한데를 가지 않는 한은 웬만하면 블로그나 카페에 사람들이 다 정보를 적어놔서...ㅎㅎ 방송이 한번 나갔으니 이제는 가이드북이 하나 생기겠군요.

    시간 혹은 돈(...) 둘중 하나만 있으면 제대로 된 계획이 없더라도 뭔 걱정이겠습니까 ㅎㅎ
  • enat 2015/09/05 16:18 #

    정보 없을 땐 물어물어 찾아가고 헤매는 것도 여행의 묘미였는데 요샌 세상이 좋아져서 검색 한번만 하면 알아서 길을 알려주니 그런 재미는 사라졌어요. 계획 세우는 것도 종이지도보단 구글 지도로 다 세우고, '어디 놀러갈 건데 코스 좀 짜줘!' 하면 답글이 바로 달리고... 편하긴 해도 뭔가... 뭔가 그 여행자의 로망이... 크흠 아쉬워라... 물론 저 역시 구글과 네이버를 미친 듯 이용하면서 로망 소릴 하고 있네요 ㅋㅋㅋ

    저는 대체로 돈은 없고 시간이 많은 여행자여서... 딱 한 번만이라도 풍족한 여행을 해보고 싶군요...
  • 엔츠키 2015/12/05 22:04 # 답글

    쿠스코에서 고산병은 없으셨나요?!
    저는 시간이 촉박한 남미 여행을 생각하고 있어서 비행기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럼 고산병 직행이라고 하더라구요...
  • enat 2015/12/05 22:15 #

    없었습니다! 전 리마에서부터 파라카스, 이카, 아레키파 등을 거쳐 서서히 올라갔는지라...
    고산병은 사람마다 다르고 케이스마다 다르고 컨디션마다 다른지라 비행기보단 육로가 더 낫단 말씀도 못드리겠고 (아레키파-쿠스코 버스 타고 죽는 줄 알아서...) 일단 일정 하루 이틀은 휴식만 한다 생각하시고 처음 정했던 대로 가보세요 ㅠㅠ 고산병 약은 소로체라고 남미에서 파는거 있으니 이름만 알아가시고..
  • Lotinka 2017/11/28 02:04 # 삭제 답글

    2년전 글이지만 지금의 준비하고있는 저에게 참 도움이 되는 블로그입니다. 글도 참 잘쓰시네요 ㅎㅎ 유익한정보 감사한정보 얻고갑니다.
  • enat 2017/12/03 11:00 #

    여행 준비하고 계신가요? 가장 즐거운 단계에 계시는 거군요!!! 페루 엄청 재밌고 즐거우실 거에요. 여행가셔서 많은 것 보시고 많은 것 누리시고 오세요!!! 저도 다시 가고 싶네요. 훟후후... 덧글 감사드리고 여행준비하다가 모르시는 거 있음 덧글 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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