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1 00:11

포천 당일치기 (1) 해바라기 밭 ├ 중부지방

남미여행 다녀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포스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 어렵다. 이제는 슬슬 기억이 흐릿하다. 일기라도 써놓을걸.

쿠바여행 포스팅할 땐 그래도 1년 안엔 어찌어찌 쓴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진도가 안나가지.


...에라이.



그런 이유로 어려운거 미뤄두고 쉬운 포스팅 먼저.





지난 임시공휴일, 그러니까 8월 14일에 시간을 내서 포천에 다녀왔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포천에 생긴 해바라기 밭이었다.





이곳은 원래 한탄강댐 수몰지역.

한탄강댐은 홍수조절 기능댐이라 수몰지역도 홍수가 발생했을 때나 잠긴다. 평소에는 물이 닿을 일이 없다.

그렇지만 홍수란 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자연재해니 뭔가 작정하고 경작하기도 좀 그렇고.


그렇게 반쯤 버려진 땅에 포천 농부들이 해바라기를 심었다.





결과는 이러함.

이 넓은 땅이 온통 해바라기 천지.


덕분에 가볍게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부터 비장하게 온갖 렌즈를 싣고 와 전문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북적이는 명소가 되었다.





뭐, 동행한 임벅이랑 난 제법 이른 오전에 갔는지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만.

사진찍고 놀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보니, 이쪽으로 꽤 많은 차량이 진입하고 있었다.


타이밍 좋게 치고 빠진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참 소박하다니까.





참고로 도로에서 해바라기 밭으로 가는 진입로는 이 정도.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우둘투둘한 길이다.

진입로 따라 쭉 가다보면 작은 공터와 간이 매점이 있다. 거기에 주차하면 괜찮을 듯.





해바라기 밭이 최고로 절정일 땐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라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인 8월 중순 즈음엔 다른 부지의 해바라기는 이미 새까맣게 익어버린 상태였다.

다행히 입구 쪽 부지의 해바라기는 남아있었는데, 여기도 익어가느라 이미 고개를 숙여버린 해바라기가 꽤 많았다. 태양을 바라보며 꼿꼿하게 선 해바라기들을 보고 싶었는데. 쪼꼼 아쉬움.





어느 해 여름 날, 그렇게 해바라기를 찾으러 다니다가 끝내 포기하고 해바라기 벽화나 보러 갔었는데.

드디어 무수히 펼쳐진 진짜 해바라기 밭을 보게 되는구나. 감개가 무량해서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사진이라고 올렸는데 다시 보니 벌 서는 자세다.

난 내 자신이 상큼발랄하게 꺟햫하하 하면서 뛰어다닌 줄 알았는데 실제론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며 벌을 서는 모습이었다니... 인생이 반성의 연속이라 사진을 찍어도 저렇게 찍히나보다.





원래 이런 밭에선 하얀색 원피스에 밀짚 모자를 쓰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해바라기를 바라봐야 하는 건데.

저딴 시커먼 멜빵이나 입고 나오다니.

저거 쿠바에서 지긋지긋하게 입고 다닌 옷이란 말야. 뭔가 쿠바 교복 같은 느낌이란 말이야.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울 때 입었던 옷을 뒤집어쓰고 저런 힐링힐링한 해바라기 밭에 가다니... 과거의 나를 때려주고 싶다.





심슨 얼굴 붙이기 귀찮아서 뒷모습만 계속.

옷이 저거라 어떻게 찍어도 쿠바 같다. 젠장. 코디 누구야. 나오라 그래.





여튼 포천엔 이러이러한 해바라기 밭이 있습니다.

모르셨던 분이든 아셨는데 못가신 분이든 다음 해 8월 초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하얀색 원피스를 구비해두시고 놓치지 마시길.


* 가고 싶은 분들을 위한 요약 정보

포천 해바라기 밭 주소 :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중리 513-7

네비 찍고 가다보면 근처에 여긴 아닐 것 같아보이는 샛길이 있음. 근데 그 샛길이 맞음. 비포장길이라 털털거리며 가다보면 작은 공터가 있으니 그곳에 차를 세우면 됨.

개인이 경작한 밭을 무료개방한 것이니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며 관람하는 것이... 좋겠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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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키르난 2015/09/01 08:28 # 답글

    오오오오오오오! 다음에 꼭 가보겠습니다.+ㅁ+
    하지만 차가 있어야 가능할 테니, 최근에 차를 구입한 친구 옆구리를 퍽퍽퍽 찔러 내년 기약을..=ㅅ=; 해바라기 수확하면 씨앗을 팔지, 아니면 기름으로 가공할지도 궁금하네요.
  • enat 2015/09/05 16:04 #

    다음에 꼭 가보세요! 택시...는 너무 비쌀테고 역시 친구의 옆구리를 퍽퍽퍽!
    저희도 차는 없어서 ㅋㅋㅋㅋㅋ 렌트카로 다녀왔어요! LPG라 기름값도 별로 안먹고 짱짱 편했어요! 친구를 꼬드길 수 없다면 렌트카를 생각해보세요!
    오 그건 생각 못해봤네요. 저 정도의 해바라기 밭이면 씨앗도 상당량 나올테니 어떻게 써먹을지!
  • Tabipero 2015/09/01 21:27 # 답글

    우와 나중에 한번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가면 다 졌겠군요. 아무래도 경기북부는 고속도로도 없고 하다보니 잘 갈 기회가 없습니다. 지금도 집에서 길찾기로 소요시간 찍어보니 2시간 가까이 나오네요....
    안양천변이던가...틀림없이 여름 비 많이 오면 물에 잠기겠지 하고 생각하는 곳에 밭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장마 지기 전에 수확하는 작물인지, 아니면 그냥 패기가 쩌는건지(...)
  • enat 2015/09/05 16:08 #

    안양천변의 패기밭 ㅋㅋㅋㅋㅋㅋㅋㅋ
    저쪽 동네는 산길이라 소요시간이 더 많이 잡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소요시간 1시간이라는 걸 20분만에 도착해서 엥? 하고... ㅋㅋㅋㅋ
    다음해 7월말 8월초에 심심하시면 카메라 들고 놀러가세요! 저희도 갔을 때 약간 늦은감이 있어서, 해바라기들이 벌써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게 아쉬웠어요.
  • 레아 2015/09/01 23:39 # 삭제 답글

    뒷모습 사진 중 해바라기들이 다 enat님 쳐다보는 듯...ㅋㅋ
  • enat 2015/09/05 16:09 #

    우잉ㅋㅋㅋㅋㅋ 지금 보니 진짜 그러네요 ㅋㅋㅋㅋㅋㅋㅋ
    하얀 원피스와 밀짚모자를 준비했다면 뭔가 청순신비가련한 이미지였을텐데...
  • 코양이 2015/09/02 23:08 # 답글

    고흐의 꽃 캬
  • enat 2015/09/05 16:11 #

    덧글을 보자마자 캔버스랑 붓 준비해서 컨셉샷 찍을걸 하는 후회가 불현듯 들었습니다
  • 엘에스디 2015/09/05 13:09 # 답글

    우와아ㅏ 해바라기밭...+ㅁ+!!!! 사진으로 봐도 정말 멋진데 실제로 보면 정말 장관이었을 거 같아요!! 예전 해바라기 벽화 포스팅이 기억이 나네요. 드디어 보셔서...추 축하드립니다!?!?! +_+;;;;; 흐흐^^;; 지금쯤이면 다 지고 없으려나요.. 어떤 모습일지.. 내년에 잊지 않으면 한번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_<);;
  • enat 2015/09/05 16:13 #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 나날들...
    드디어 진짜 해바라기 밭을 봤어요! 흐흐! 지금쯤이면 해바라기가 새카맣게 익어 지고 없을거여요... 제가 사진 찍은 곳의 옆밭은 이미 새카맣게 변해버려서 좀 무섭더라고요 ㅋㅋㅋㅋ
    내년 7말8초에 꼭 가보세요! 가서 하얀 원피스입고 샤랄라 춤추고 오세요!
  • 11thCTR 2015/09/07 11:15 # 답글

    해바라기라... 개인적으로 다른 경험이 있어서 웃으면서 봤네요. ㅋㅋㅋ
    쿠바를 안가봐서 그런지 제가 보기엔 완전 대한민국으로 보이는데....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본거에 따라 판단하나 봅니다. ㅋㅋ
    벌서기! ㅋㅋㅋ
  • enat 2015/09/14 08:56 #

    해바라기에 크나큰 추억이 있으신지...!

    저 옷만 입으면 쿠바 생각만 나요... ㅋㅋㅋ... 이제 안입을 거에요... 여긴 평화로운 대한민국... 쿠바 아니야...
  • 11thCTR 2015/09/14 19:19 #

    미친소와 연관있는 무언가를 했다능.... 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요.
    저는 철들려면 멀은 것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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