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6 19:02

남미여행 (24) 페루 : 쿠스코 구시가지 탐방기 ├ 남미 배낭여행 (2014)

1.

내가 머무는 숙소는 쿠스코 시내 관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시가지로부터 약간 떨어져 있는 곳이다.

숙소에서 구시가지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 고산지대인 주제에 또 오르막길이라 숨이 차서 체감시간은 더 긴 것 같다.





요러요러한 길을 따라 걷고 또 걸음.





2.

미로 같은 구시가지를 노냥 걷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며 탄성이 나오는 장소가 있다.




"오!"

진짜로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외쳤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뭔일인가 쳐다봐서 조금 민망했다만...




여기가 바로 쿠스코 구시가지의 중앙 광장.

물론 페루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아르마스 광장' 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광장이 무지 커서 사진을 한 컷에 못 담겠음. 그래서 이제는 고인이 된 내 니콘 S9700의 파노라마 기능을 신나게 활용했다.

클릭해서 보면 그나마 커지니까 클릭해서 보세요.




아르마스 광장 한 변을 차지하고 있는 대성당.

기도나 할까 하고 들어가려 했는데 입장료를 받길래 안들어갔다.




성당 앞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대성당을 제외한 아르마스 광장을 둘러싼 나머지 부분은, 이런 식으로 건물이 올라가 있다.

대부분 식당, 기념품점, 여행사, 카페 등등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다. 우체통도 여기 어딘가에 있어서 한국으로 편지를 부쳤던 걸로 기억.




건물 너머로는 오르막길.

관광도시답게 별별 음식점, 상점, 마사지샵 등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어서, 골목골목 다니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해발 3000m의 도시답게 조금만 돌아다녀도 금방 기운이 빠지긴 하지만 말이다.





3.

나머지 구경은 다음에 하고! 일단 점심부터 챙겨 먹어야겠다.

페루에 오기 전엔, 쿠스코에 가면 페루 전통 음식, 그러니까 뭔가 잉카스러운 음식을 먹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레키파 중앙시장에서 현지 음식 잘못 먹고 아파 죽을 뻔한 뒤로, 내 여행 식단이 바뀌었다.

예전의 식단이 '최대한 여기 사람들이 주로 먹는 특이한 음식들을 먹어봐야지!' 정도의 도전 정신을 갖춘 식단이었다면, 이제는 '먹고 죽지 않을 검증된 음식만 먹자, 이만하면 특이한 음식들 많이 먹어봤잖아! 인생 짧아, 먹고 싶은 것만 먹자고!' 정도의 몸을 사리는 식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와이파이를 연결해 확인한 것은 그 어떤 여행정보도 아닌, 한식당의 유무였다.

사실 멕시코 시티의 한인 식당에서 기분 나쁜 경험을 겪었던 터라 걱정이 조금 되긴 했지만, 무슨 음식이든 펄펄 끓여내는 고국의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입맛에 맞는 음식에 대한 갈망이 그 걱정보다 더 컸다. 그래, 뭐 돈 한 푼 더 받으려고 나이 어린 학생 속여먹으면 어떻고, 성격 꼬인 아줌마가 개를 들고 자리에 앉아서 말 좀 걸면 어때. 밥을 먹자, 밥, 우리네 밥!




그리하여 구글링으로 찾아간 쿠스코의 유일한 한인 식당 사랑채.

다행히도 이곳에선 돈 한 푼 더 받으려고 나이 어린 학생 속여먹는 사람도 없었고, 성격 꼬인 아줌마가 개를 들고 자리에 앉아서 말도 걸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친절하고 조용해보이는 아저씨께서 메뉴를 가져다 주셨다. 으으, 다행이다. 긴장을 풀고 된장찌개를 시켰다.




정갈하게 나온 된장찌개.

....

글쎄, 맛은 잘 기억이 안난다.

맛이 기억이 안날 정도로 열중해서 뱃속에 넣었기 때문이다.


혹시 난 이 된장찌개를 먹기 위해 페루를 여행했던 것은 아닐까.


...따위의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흡입했다. 그 때는 리마의 대머리도, 파라카스의 멜리사도, 와카치나의 버기카와 나스카의 지상화, 아레키파의 카메라 박살 사건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내가 페루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도 중요치 않았다.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태의 된장찌개만이 내 관심사였다. 오오, 된장찌개, 고귀한 너란 존재...

이 날 이후로도, 쿠스코에서 머무는 동안엔 무조건 하루 한 끼를 사랑채에서 먹었다. 아레키파에서 무너졌던 컨디션은 쿠스코에서 한식으로 회복됐다. 여기서 꼬박꼬박 한식을 챙겨먹어서 이 다음 여정들을 간신히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밥렐루야!


혹시라도 지금 쿠스코에서 한식을 찾아 헤매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시라고 주소를 남긴다.

주소는 Calle Procuradores 341, Plaza de Armas. 전화는 +51 84 235877.





4.

사랑채에서 행복하게 된장찌개를 먹은 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인지가능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 : 한국인, 우리 친구. 한국인 여행. 싸다.


....뭐야!?


웬 삐끼 아저씨가 나에게 한국말로 말을 걸었는데, 절대 한국인은 아닌 아저씨였다. 신기하다. 보통 여기 사람들 동양인들 지나가면 중국인인줄 아는데, 어떻게 한국인인줄 알고 한국말로 말을 건 거지?

멈칫하며 돌아보자 그 아저씨, 돌아설 줄 알았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와 투어를 권했다. 쿠스코 근방의 여러 유적들에 관한 투어였는데, 한국인이니까 스페셜한 가격과 스페셜한 서비스로 모시겠단다. 허허.

사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표를 이틀 뒤로 끊었기 때문에, 시간이 붕 뜨기도 했다. 그 붕 뜨는 시간 동안 잉카의 다른 유적지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거길 대중교통으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투어로 가는 게 그나마 저렴하게 다녀오는 것이라고들 하더라. 그래서 투어를 알아보러 다닐까 싶은 참에, 이렇게 먼저 다가와 투어를 권하니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시원하게 콜을 외치고 삐끼 아저씨를 쫓아 여행사 건물로 들어갔다.




여행사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이런 한국어 리뷰들이 벽에 뙇.

근데 뭐, 투어를 겪고 난 뒤의 시점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여기가 스페셜한 가격과 스페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니다. 저 리뷰가 써졌을 땐 어땠는지 몰라도, 현재는 어떤 여행사에서 예약을 하던간에, 다른 곳에서 예약한 사람들도 한데 묶어 한꺼번에 버스에 태워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어디서 예약하던 간에 똑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비교해보고 제일 저렴한 곳에서 예약하는 게 낫다는 말씀.




물론 당시의 난 그걸 몰랐으니, 여행사 벽에 붙은 한글 리뷰와 여행사 아저씨의 자신감 넘치는 포즈에 홀리는 바람에 이곳에서 투어 예약을 마쳤다. 시세도 모르고 덥썩 결제한, 아직도 한참 모자란 여행자 enat입니다.

내가 예약한 투어는 두 개 였다.

1. 모라이 + 살리네라스 염전 투어 (이동시간 합쳐서 보통 5, 6시간 소요.) - 약 25솔
2. 성스러운 계곡 투어 (하루 종일 투어를 하는데, 저녁에 오얀따이땀보에서 내리거나 쿠스코로 돌아오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약 35솔

이전에 마추픽추로 가는 열차표 사기 포스팅을 했었는데, 거기서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선 오얀따이땀보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고 썼었다. 그러니까 이번 투어까지 스케줄에 넣으면, 이렇게 여행 스케줄이 짜여진다.



아이고 복잡하다. 가뜩이나 퍼즐 맞추듯 스케줄 짜고 있는데, 가게 될 도시 이름들이 길어서 더 복잡해 보인다.

참고로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이용해 오얀따이땀보를 거쳐) 열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갈 땐, 캐리어를 쿠스코 숙소에 맡겨두고 다녀왔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마추픽추를 위해 쿠스코에 들리기 때문에, 숙소 주인에게 마추픽추를 보고 오겠다고 부탁하면 짐을 공짜로 맡겨준다.





5.

드디어 쿠스코에서의 일정을 다 세웠다! 환호하는 내게 여행사 아저씨가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꼭 해야만 일이 있단다. 내가 여행사에서 예약한 건 버스편과 가이드일 뿐, 각 유적에 들어가는 입장권은 개인이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여행사 아저씨가 알려준대로, 여행자 센터에 찾아가 잉카 유적 통합 입장권을 구매했다. 잉카 유적 통합 입장권은 투어로 가는 모라이와 피삭, 오얀따이땀보 유적 등에 입장할 수 있으며 기타 다른 유적지들도 방문할 수 있는 만능 입장권이다. 가격은 140솔이고, 학생이면 70솔로 반값이다.

통합 입장권을 할인 받을 수 있는 학생의 기준은 국제 학생증(ISIC)을 갖고 있는 26세 이하의 청년들까지다. 27살부턴 ISIC가 있어도 얄짤없이 성인 취급이다. 그러니까 거기 26세 이하의 학생 여러분들, 어서 쿠스코로 가서 할인 받으세요.

참고로 학생이 아닌 분들에겐 통합 입장권 대신 부분 입장권을 추천한다. 부분 입장권으로도 투어로 가는 유적들 정도는 입장할 수 있으며, 가격은 70솔로 통합 입장권의 반값이다. 학생 할인은 없음.

다만 통합 입장권은 열흘동안 유효한 반면 부분 입장권은 단 이틀만 유효하니, 부분 입장권을 구매할 사람들이라면 투어 계획을 세울 때 이틀 안에 끝나도록 세워야 한다. 어떤 입장권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을지 잘 판단해서 구매하시길!





6.

할 일 다 끝냈다!

이제 내일부터 계획 세운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여행 중 가장 신나는 '계획 끝 지금부터 놀자!' 시간이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 표와 투어 영수증, 통합 입장권을 지갑 속에 잘 갈무리해두고 아르마스 광장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아르마스 광장을 한바퀴 돌며 한량처럼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했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유난히 햇볕이 따사로웠고, 난 그 햇살에 몸을 맡기고 느긋하게 일광욕을 했다. 뜨끈뜨끈하구나아. 잔뜩 타겠구나아.




아르마스 광장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너머로 보이는 저 산비탈에 세워진 민가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저기서 사는 사람들은 쿠스코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살고 있겠네. 어떤 풍경이 보이려나. 나중에 시간나면 가봐야지.






6.5.

여기서 잠깐. 사진들이 이상하게 흐릿하게 보이시지 않으신가요.

그건 당신의 시각에, 당신의 모니터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제 니콘 S9700의 문제임. 아레키파에서 야매 수리점 아저씨가 카메라 고친다고 분해했을 때 렌즈를 건드렸는지, 이상하게 사진만 찍으면 왼쪽 부분이 뿌옇게 나오더라.

사진 찍을 당시엔 몰랐는데 저녁에 숙소 가서 찍은 사진들 확인할 때 알게 됐다. 아이고 속상해!





7.

계단이나 화단 같은 곳에 앉아 느긋하게 시간을 때우다가, 잉카 유적 통합 입장권으로 쿠스코 시내에서 갈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는 걸 발견하고 거길 가보기로 했다.

내가 가보기로 한 곳은 Museo Municipal de Arte Contemporaneo란 미술관과, Museo Historico Regional이란 역사 박물관이었다. 통합 입장권 뒷장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미술관 먼저 찾아갔는데, 둘 다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있어서 찾기는 쉬웠다.


사실 미술관은...



건물은 이렇게 멋졌는데 작품은 뭐... 내가 남미 미술엔 조예가 없어서 그냥 그랬고.


역사 박물관은 제법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재밌게 시간을 때웠다.




흥미로운...

음... 지금에 와선 내가 뭘 봤는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여튼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하니 통합 입장권을 들고 있으시다면 찾아가 보시길.





8.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니 목이 좀 마르다.

어딜 갈까 하다가 와이파이 쓰면서 눈치 안보고 편하게 있기 위해 스벅으로 갔다. 스벅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홀짝거리는데, 창가에 희한한게 보였다.




에... 뭘까?




성모의 성상을 어깨에 메고 가는 행렬이 보였다.




쿠바에서 봤던 엘 코브레의 성모상처럼, 베일이 엄청 펑퍼짐한게, 거의 치마 수준으로 길게 늘어뜨린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자수도 엄청 화려한 편인게, 저런 스타일이 남미 스타일의 성모상인가 보다.




성모상을 이고 가는 행렬은 그대로 아르마스 광장을 한 바퀴 쭉 돌더니 한 골목으로 사라져갔다. 작은 축제 분위기였는데, 무슨 축일이었나. 잘은 모르겠다.

남미 문화권, 뭐 유럽권도 그렇긴 하지만 여하간 서구 문화를 이해하려면 가톨릭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다음에 여행갈 땐 가톨릭에 관련된 책이라도 한 권 읽고 가야지.





9.

스벅에서 좀 쉬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제 뭘 할까 하다가, 문득 쿠스코의 명물이라는 12각 돌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12각 돌은 잉카 문명 석조 기술의 절정을 엿볼 수 있는 돌로, 쿠스코 구시가지의 돌벽 어딘가에 짱박혀 있다고 했다. 물론 구글링을 하면 쉽게 찾겠지만, 마을 구경도 할 겸 아무 정보도 없이 싸돌며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사서 고생을 하는 근성 여행자 enat.




이 돌벽은 아닌 것 같다. 돌들이 너무 반듯한게, 12각으로 꺾일 돌은 없는 것 같고, 최근에 새로 세운 벽 같다.




이 쪽 방향은 아닌 것 같아... 다른 방향으로 길을 틀자.




돌벽... 돌벽은 어디에 있는가.

뭔가 쿠스코 시민들 퇴근 시간과 겹쳐 인파에 휩쓸렸다. 으어어 살려줘.




그렇게 돌벽찾기가 지겨워지고 발바닥이 아파질 무렵, 제법 그럴듯한 뒷골목을 발견했다.

그럴듯한 뒷골목이란 건, 별 거 없어보이는데 이상하게 여행자들 통행량이 많은 골목이란 거다. 여기, 여기가 맞지?




내 질문에 화답하듯 돌벽을 이루고 있는 정교하게 깎인 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돌들의 변의 수를 세어가며 걷기를 수 분 후.




예이! 마침내 12각 돌을 찾았다!

다들 모니터에 손을 짚고 변의 수를 세어보시길 바람. 진짜 12각이다.

모양이 다른 두 돌을 가지고 한 면을 맞추기 위해 각도를 계산해서 깎는 것도 피곤한 일인데, 인접하고 있는 모든 돌들과 모양을 맞춰 퍼즐처럼 끼우기 위해 깎아낸 걸 보면 잉카애들도 근성이 장난 아니었던 것 같다. 저 12각 돌과 인접하고 있는 돌들은 11개고, 입체로 생각했을 때 맞닿아 있는 돌들은 그보다 더 많을텐데, 어휴, 귀찮게 그걸 다 어떻게 깎아서 끼워맞춘거람.

덕분에 쿠스코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스페인 정복 시기에 세워졌던 건물들은 전부 무너지고, 오랜 옛날 세워졌던 잉카의 건물들만이 건재했었다 한다. 근성의 석조기술이 이긴 셈이다.

결론은 잉카애들 무서움. 내전과 이상한 전설만 아니었다면 그렇게 스페인에게 쉽게 정복당하지도 않았을거야.





10.

12각 돌을 구경하고 나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역시 지대가 높은지라, 기온이 금새 떨어졌다.

으슬으슬하게 돌아다니다가 기념품 상점에서 알파카 털로 만든 스웨터를 하나 샀다. 가격을 물어보니 25솔. 여행자 상대로는 가격을 다 높여 파는 거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가격 흥정을 할까 살짝 고민했지만, 순진한 눈망울과 수줍은 목소리로 물건을 파는 소녀와는 절대 흥정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억센 아저씨나 아줌마였다면... 후...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제 값 주고 샀다.

그러고보니 나, 파라카스의 멜리사한테도 그랬고, 음, 난 페루 소녀들과 상성이 안맞나보다.




스웨터를 입자 몸이 금방 따뜻해졌다. 오오, 알파카 털 굉장해.

따뜻해진채로 쿠스코 구시가지를 좀 더 돌아볼까 했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투어를 해야했기에 아쉽지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체력 비축 해둬야지, 체력 비축.

숙소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에, 길거리에서 동생을 데리고 바나나 구이를 파는 앳된 페루 소녀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면 좋을 것을 눈이 마주쳐서, 좋아하지도 않는 바나나를 잔뜩 사버렸다. 그냥 생 바나나도 안먹는데, 바나나 구이는 또 뭐람. 왜 바나나를 불고문 시킨거야.

투덜거리면서 숙소로 돌아와 불로 지진 바나나를 열심히 까먹었다. 으음, 너무 많이 샀어... 오늘 저녁은 이걸로 때워야겠다.



바나나 구이 때문에 단게 물려서, 밤중에 신라면이 너무 생각나 방안에서 절규했던 enat의 여행기는 다음에 계속!




핑백

  • Everyday we pray for you : 남미여행 (★) 정보 겸 요약 겸 정리 포스팅 2016-07-01 11:13:04 #

    ... 쿠스코에 있는 한식집 사랑채였나... 하여간 그 집 좋음. 아직도 근무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빙하시던 아저씨 분께서 굉장히 친절하셨음. (http://enatubosi.egloos.com/1876371) - 볼리비아 볼리비아에선 먹은 게 우유니 마을 현지 식당의 소세지&감튀 덮밥 뿐. 그럭저럭 맛있었음. 가격도 착하고. 가 ... more

덧글

  • 키르난 2015/09/27 06:40 # 답글

    하늘이 예뻐요.. 장마철에 보았다면 미친듯이 열광했을 텐데 지금은 한국하늘도 이와 비슷..(쿨시크)
    근데 성당에서 입장료를 받다니 웬말입니까. 신자들은 어떻게 하라고..T^T 아, 미사보 들고 들어가면 통과시켜주려나요? 남미쪽에서 본 성모마리아는 파란 옷이 아니라 흰옷에 화사하고 굉장히 잘 차려 입으셨던데 그 분의 출신(...)을 생각하면 화려한 옷 입힌 것이 참 묘하죠.;

    산비탈의 민가는 찾아 올라가는데 한참 걸릴 것 같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있겠지만 고산지대라 올라가는데 숨이 턱끝까지 올라올 테고...; 그나저나 바나나구이 소녀는 그날 밤을 잘 보냈을까요. 앵벌이 .. 같은 건 아니겠지요..=ㅁ=;;;
  • enat 2015/09/27 22:02 #

    으으, 장마철에 포스팅 진도를 쫙 빼놨어야 했는데! 감탄사가 나오게 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ㅋ
    성당 입장료! 게다가 그 입장료가 싼 편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쌌다면 제가 들어갔을텐데, 안들어간걸로 보아선 한화로 몇천원 혹은 만원 정도 하지 않을까... 신자... 들은... 그러게요... 뭔가 우리나라 절도 신자들은 무료고 관광객은 돈을 받던데, 그런 시스템인가...
    남미 쪽 성모마리아는 아마 그 지역 토속 여신? 이나 뭔가랑 섞인 것 같더라구요. 금박의 화려한 옷도 그 이유 때문일런지...

    저 산비탈의 민가까진 못갔지만 그와 비슷한 고도에 올라가 쿠스코를 내려다본 사진은 있습니다! 나중에 포스팅에서 계속...
    아... 앵... 앵벌이! 으, 앵벌이인가!? 아니겠죠!? 아닐거야... 페루에서 어린 애들이 학교에 안가고 일하는 모습을 꽤 많이 봐서 그냥 바나나 구이를 팔러 나왔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앵벌이... 아닐거에요 아마! 아마...
  • 타누키 2015/09/27 13:43 # 답글

    성체현양대회같은 것이려나요. 꽃보다시리즈 생각나네요. ㅎㅎ
  • enat 2015/09/27 22:05 #

    오... 성체현양대회가 뭔가 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음음, 그런 거랑 비슷한 게 맞는 것 같아요.
    꽃청춘에서 아마 쿠스코에 가자마자 축제가 열렸었죠!?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ㅋㅋ
  • 택씨 2015/09/30 21:26 # 답글

    12각 돌뿐만 아니라 나머지 돌도 너무 멋있어요!!
    처음부터 저런 모습으로 깎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일텐데... 신기해요. 저렇게 해야만 잘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대단합니다.
  • enat 2015/10/15 16:19 #

    그쵸! 3차원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모양에 맞게 설계하고 실제로 깎아낸게, 대단한 근성과 기술을 가졌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덕분에 지진이 나서 스페인 애들이 지은 건물들이 우수수 무너져도 잉카인들의 건물은 멀쩡했더라죠. 하여간 대단해요.
  • kate 2015/12/11 11:47 # 답글

    12각 돌 진짜 대단하네요..!!
    3개월 출장을 허송세월로 보내고있습니다.
    따따한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느끼며 ㅎㅎ
  • enat 2015/12/18 16:28 #

    아아 캘리포니아아 말만 들어도 따땃하네요.
    캘리포니아...
    여행가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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