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30 10:11

나가사키 온천여행 (1) 꽃보다 구청장님 ├ 엄마랑 온천여행 (2015)

1.

일을 그만 뒀다. 그다지 유쾌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팀장에게 올바른 소리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걸로 만족하련다. 난 옳은 말 하러 저 회사에 들어갔다 나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다시 무직이다. 이제는 대학 졸업도 해버려서 어딜 가서 학생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완전 무직자다. 그래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아직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취직이라는 걸 대강이라도 해봤기 때문에 자신이 붙은 것일까. 알 수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이나 다녀오기로 했다. 모아둔 돈은 얼마 없다. 만만한 일본으로 정했다.





2.

거실 소파에서 스마트폰을 굴리며 10만원 정도의 나가사키 항공편을 찾아 구매하려는데, 드라마를 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말을 거셨다. 어머니... 엄마... 음, 우리 집에선 구청장님이란 별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화 속 이름 표기를 구청장님이라고 하겠다. 예전에 증명사진을 찍으셨다가 무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만 같은 정치인처럼 늠름하게 나와 온 가족이 웃겨서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구청장님은 그 때 붙은 별명일 뿐, 절대 구청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계시지는 않는다는 것을 밝혀둔다. 진짜 구청장님이 보면 놀라실까봐 빨간색으로 표기했음.

구청장님 : 또 혼자 여행 가려고?
나 : 마땅히 같이 갈 친구가 없네요. 다들 일하고 있으니까.
구청장님 : 흠흠, 그래? 같이 갈 친구라. 흠흠, 엄마가 친구가 되어줄까?

구청장님은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나 : 엥, 같이 가자고? 아빠는 어떡하고?
구청장님 : 아빠도 가끔은 혼자 있어봐야 해. 왜, 같이 가면 안 돼?
나 : 안 될 건 없는데... 그럼 진짜 비행기 표 두 개 끊는다?
구청장님 : 응.

그래서 얼결에 엄마 비행기 표까지 끊었다.

나 : 이거 빼도 박도 못 해요? 못 가면 안 돼?
구청장님 : 남들도 일본 다 가는데 나라고 못 가니? 나 진짜 갈 거야.

그렇게 내 휴식을 위한 여정은 순식간에 짐꾼의 여정이 되었다.





3.

엄마와의 여행.

사실 혼자라면 아무 호스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잤을 테고, 밥도 싸구려 덮밥으로 때웠을 것이다. 대신 최대한 일정을 늘려 관광을 원 없이 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 왔겠지.

그러나...

언니 : (전화로) 야, 엄마 체력 알지? 적당히 세워.

알아.

아빠 : 엄마 체력 잘 생각해서 계획 짜라.

안다고요.

우리의 구청장님은 체력이 약하시다. 운동을 하시겠다며 밖에 나갔다가 10분 만에 돌아와 지쳤다며 소파에 누워버리기 일쑤. RPG 게임이라면 슬라임과 조우해도 위험한 최약체 캐릭터다.

그리하여 암흑 던전의 대마왕을 때려잡고 싶던 용사는 파티로 Lv.1의 구청장님을 맞이하는 바람에, 여행 계획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1) 일정은 짧게 2박 3일로.
2) 숙박은 이국적인 정취를 느끼며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3) 관광은 최소한으로.

저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니 답이 나왔다.

온천 여행을 해야겠구먼.





4.

마침 발권한 항공권이 나가사키, 그러니까 규슈 지방으로 가는 항공권이었다. 잘됐다. 규슈 지방은 ‘불의 나라’ 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뜨끈한 동네, 온천이 많이 나는 동네다.

나가사키에서 쉽게 갈만한 온천 마을이 어디 있나 찾아보다가, 한 마을을 발견하게 되었다.


따스하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온천 마을로 놀러오세요.

마을 “오바마”



....마을 이름이 왜 미합중국 대통령이야!


이름부터 태클 걸고 싶어지는 마을이었지만, 그래서 끌렸다. 그래, 너로 결정!





5.

여행 전, 언니가 집에 놀러왔다. 엄마랑 가는 여행 계획 브리핑을 해달란다.

나 : 우선, 우리는 오바마에 갈 거야.
언니 : 풉. 뭐야 그겤!
나 : 진짜야. 마을 이름이 오바마야.
언니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런 반응 때문이라도 이 마을에 꼭 가야겠어.





6.

언니 : 첫째 날은 오... 풉, 오바마에 가고. 그럼 둘째 날은?
나 : 아 그게, 첫째 날 밤늦게 오바마에 들어가거든. 그래서 첫째 날 ~ 둘째 날 오전까지 오바마에 있을 것 같아.
언니 : 뭐 그러냐? 2박 3일이 아니라 2박 2일이네.

비행기 값 싼 거 구하느라 그랬다.

언니 : 여튼, 다음엔 뭐해?
나 : 근처에 운젠이라고 또 온천 마을이 있더라고? 거기 갈려고.
언니 : 온천만 하다 오게?
나 : 셋째 날은 나가사키 가서 쇼핑하고.


설명하면서도 참 나답지 않은 여행계획이다 싶었다. 1온천+2온천+3쇼핑이라. 내가 언제나 해오던 배낭여행과 너무 다르다.





7.

가기 전에 꽃보다 할배를 보며 이서진에 완전 이입했다.

나는 이서진이다. 나는 배낭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아니 아예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짐꾼일 뿐이다. 내가 아니라 엄마가 여행을 가시는 것이다. 너는 단지 옆에서 거들 뿐이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가 하기 싫어하시면 하지마! 하기 싫은 게 있어도 엄마가 하시고 싶으면 해! 완벽한 짐꾼이 되리라! 이서진이여, 나에게 빙의(?)해다오!

여행가기 전 날 밤. 여태까지 다녔던 그 어떤 여행보다 떨리고 긴장되고 숨 막혀서 잠을 못 잤다.

...처음 취지는 휴식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왜 이렇게...





8.

그리하여 여행 당일 오후.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러 갔다. 공항까지는 감사하게도 형부가... 아니 형부+언니+조카 풀 세트가 배웅해줬다. 가뜩이나 짐도 많은데 공항철도 대신 형부 차타고 가서 다행이다.

언니 : 엄마! 얘 놓치면 국제 미아 되는 거야!
형부 : 아이, 왜 그런 소리를 해. 처제가 알아서 다 하지.
3살짜리 조카 : 안녕~ 모두 안녀엉~






9.

체크인 시

나 : 기분이 어떠셔?
구청장님 : 아무렇지도 않은데?


출국심사 시

나 : 지금은 어떠셔?
구청장님 : 동네 마실 나온 기분인데?


게이트 앞

나 : 지금은 어떠셔?
구청장님 : 공항에서 뭐 이렇게 할 게 많니. 귀찮네. (하품)


비행기 탑승

나 : 지금은 어떠셔?
구청장님 : (꿀꺽)
나 : 응?
구청장님 : (꿀꺽)


이륙

구청장님 : 어머! 뜬다! 비행기 뜬다! 어머 저 하늘 좀 봐! 어머! 태양! 미세먼지! 어머!
나 : 진정하세요.
구청장님 : 어머! 지금 나 여행가는 구나! 어머! 떨려! 귀 멍멍해! 어떡해!





비행기 이륙과 동시에 들뜬 구청장님은 한참을 귀를 막고 방방거리시다가 카메라를 켜고 신나게 하늘 사진을 찍으셨단다.





10.

1시간 하고도 10분 뒤.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나가사키 공항은 참 작았다. 버스 터미널 수준이었다. 구청장님께선 날 졸졸졸 쫓아오며 한 마디 던졌다.

구청장님 : 어머, 여긴 완전 시골인가 봐. 인천 공항은 엄청 컸는데.

인천 공항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기는 하지. 나가사키 공항이랑 비교당하면 인천 공항이 울 거야.





11.

입국 심사를 받고, 세관 심사를 받는데 세관 청년이 말을 건다.

세관 청년 : 헬로.

어떡할까? 엄마가 뒤에 있으니까 잘난 척 하고 싶어졌다.

나 : 곰방와.
세관 청년 : 오! 일본어를 아십니까?
나 : 듣기만 해. 말하는 건 잘 못해. (영어) 나는 한국인입니다. 이 쪽은 우리 엄마입니다. 엄마와 나는 여행 중입니다. (일본어)
세관 청년 : 말도 잘하네요! 어머니께선 딸 덕분에 일본 여행을 편하게 하겠는 걸요.
나 : 그리고 당신은 상냥합니다. (일본어)
세관 청년 : 아핫, 아하하핫! 별 말씀을.
나 : 그럼 난 갈게. 사요나라.
세관 청년 : 응! 헤버 나이스 트립!


세관 청년이 헤벌쭉하며 나와 인사하는 걸 본 구청장님. 뒤에서 총총총 뛰어와 몸을 부르르 떨며 내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구청장님 : 크으! 대단해! 뭐라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는 또 어떻게 알아?

어려서 일본 만화를 많이 봐서 압니다, 구청장님.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고, 학교 다니면서 배웠다고 했다.

구청장님 : 엄마도 일본어 좀 가르쳐 줘!

그래서 으쓱하며 아리가또와 쓰미마셍, 이쿠라데쓰까를 가르쳐드렸다. 다른 건 다 잊으신 것 같은데 용케도 아리가또는 기억하셔서 여행 내내 잘 써먹으셨다.

어쨌든 좋아, 지금까지 아주 좋아. 외국물 많이 먹고 외국어 잘하는 총명하고 기특하고 세련된 딸이야.





12.

공항에서 오늘 밤 숙박하기로 한 오바마 마을까지는 대략 2시간이 걸린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이사하야에 갔다가, 이사하야에서 오바마 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하니 말이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코스를 가는 분들을 위해 인포에서 받은 공항 버스 시간표를 첨부해둔다. 첫 번째 열은 나가사키 공항에서 출발하는 시간, 두 번째 열은 이사하야에 도착하는 시간, 세 번째 열은 이사하야에서 출발하는 시간, 네 번째 열은 오바마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여하간 저 스케줄대로라면 저녁식사가 애매해진다. 오바마 마을은 작은 마을이라 늦은 시간엔 문 연 식당도 없을 것 같고. 그런 고로...

나 : 여기서 타야 할 버스 시간까지 30분 남았는데 저녁 드실래요?
구청장님 : 그래. 맘대로 해.
나 : 그럼 나가사키 왔으니 나가사키 짬뽕 먹을까요?
구청장님 : 그게 유명해? 그래.





그래서 나가사키 짬뽕 두 개를 시켰다.


실수였다.


공항에서 파는 음식은 대체로 맛이 없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잖아.

이 나가사키 짬뽕의 면은 퉁퉁 불어 아무 탄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이 죽은 지 3일은 된 듯한 면은...

구청장님 : 그래도 국물은 시원하다.
나 : 음, 국물은 인정.


사실 엄마와 나 둘 다 음식을 굉장히 천천히 먹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 집에서 식사를 할 때면 거의 한 시간에 걸쳐 밥을 먹는다. 엄마도 비슷한 수준이시고. 그 때문에 버스 시간을 맞추려고 손목 시계를 계속 확인하며 면을 빨다가, 둘 다 기브 업을 선언했다.

구청장님 : 버스 시간까지 10분 남았잖아. 역시 다 못 먹겠지?
나 : 우린 절대 다 못 먹어요. 국물만 드세요.
구청장님 : 하긴, 어차피 면은 별로니까.


그래서 시원한 국물만 잔뜩 드링킹하고 가게를 나섰다. 생각해보니 그 나가사키 짬뽕들. 한 그릇에 만 원씩은 하는 것들이다. 그걸 국물만 마시고 나왔다니. 이 무슨 2만원 짜리 육수체험인가. 아이고, 내 피 같은 돈....

이미 계산해버린 거,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후딱후딱 버스나 타러 가자.





13.

일본 버스는 탈 때가 아니라 내릴 때 요금을 정산한다. 그래서 탈 때는 뒷문으로 타고, 내릴 땐 앞문으로 내린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뒷문으로 올라타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구청장님은 내게 버스 요금에 대해 물어봤고, 난 설명할 시간이 왔다는 듯 자신만만한 태도로 가방에서 산큐 패스를 꺼냈다.

나 : 이게 뭐게요?



구청장님 : 뭐야? 중국집 전단지?


아니야!


나 : 아니얔ㅋㅋㅋ 버스 패스권이야!
구청장님 : 패스권?
나 : 산큐 패스라는 건데, 3일 동안 북큐슈 지방에 있는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거에요.
구청장님 : 그렇구나. 근데 왜... 이렇게 짱깨 찌라시처럼 만들었을까?


정말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리시는 구청장님. 음, 그러게 말이에요. 다시 생각해보니 디자인이 좀 구리긴 하네요.





14.

이사하야로 가는 버스에는 일본인들뿐이었다.

구청장님 : (눈동자를 굴리며) 비행기엔 그렇게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여긴 일본인들만 있어.
나 : 시골 가는 버스라 그런가 봐요. 다른 한국인들은 나가사키 시내로 가서 놀겠지 아마?


어느 정거장에서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이 우르르 올라탔다.

구청장님 : 어머, 쟤네도 고생이다. 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한 거야?

갑자기 일본의 학생들을 걱정하는 구청장님.

나 : 우리나라도 수험생들은 새벽같이 공부하잖아.
구청장님 : 어머, 너무 안됐다. 저 나이에... 축 쳐진 어깨 좀 봐.


구청장님은 학생들을 한참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한마디 툭 내던졌다.

구청장님 : 근데, 교복이 너무 촌스럽다.
나 : 응?
구청장님 : 자켓도 치마도 너무 길어. 우리나라 학생들은 교복도 딱 맞게 줄여 입는데. 완전 세련됐는데. 에이, 쟤네들 너무 촌스럽다.



....아니 측은해하다가 왜 갑자기 복장 지적....

그나저나 그러지 마요. 엄마 딸은 고등학생 때 교복은 커녕 펑퍼짐한 체육복 입고 학교 다녔어요...





15.

이사하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나가사키 공항을 보며 버스 터미널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사하야 터미널을 보며 이제 무엇을 떠올려야 하나 고민했다. 버스 터미널보다 더 낮은 표현이 뭐가 있을까. 음, 시골... 그것도 시골 중의 시골, 깡촌 버스 터미널?

구청장님 : 시골 중의 시골, 깡촌 버스 터미널이네.

나 혹시 사토라레?




이사하야 터미널에서 운젠 방면 (오바마 방면) 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공항 인포에서 받은 시간표 그대로였다. 위 사진에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게 운젠 방면 버스니까 참고하실 분은 참고.




이사하야 버스 터미널 의자에 새초롬하게 앉아계시던 구청장님.

구청장님 : 약 먹을 시간인데. 따뜻한 물 있어?

아뿔싸. 어른을 모시고 다니면 약 시간을 체크해야 하는구나. 여기는 시골 중의 시골, 깡촌 버스 터미널이라 그런지, 매점도 이미 문을 닫은 것 같다. 이 와중에 따뜻한 물은 대체 어디서 구한담.




허나 이곳은 자판기의 나라 일본! 걱정이 무색하게도 터미널 안 자판기에서 아타타카이한 녹차를 팔고 있었다.

나 : 엄마, 여기 자판기가 있고, 여기 동전도 있으니까 음료수 한 번 뽑아보셔.
구청장님 : 아니, 왜 날 시키니? 나 일본 돈 몰라.
나 : 아, 해보시라니까.


구청장님은 머뭇거리며 동전을 집어 자판기 동전 구멍에 넣었다.

구청장님 : 어떤 게 따뜻한 물이야? 빨간 색으로 이름 써져있는 게 따뜻한 건가?

조금 망설이다가 버튼을 누른 구청장님.




빰빠밤! 구청장님 은(는) 따뜻한 차 을(를) 얻었다!

구청장님 : 어우, 이 차 맛있다. 너도 한 입 마실래?

빰빠밤! 구청장님 은(는) 자신감이 1 올랐다!





16.

곧 이사하야 버스 터미널로 운젠 행 버스가 들어왔다. 역시 버스 뒷문으로 올라탄 뒤 자리에 앉았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우리를 빼고 세 명 정도였다. 이야, 내가 진짜 인적 드문 시골로 가는구나. 이런 곳에 엄마 데려가도 괜찮을까? 좀 시끌벅쩍한 곳으로 계획을 세우는게 낫지 않았을까? 살짝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더 큰 걱정에 곧 사라졌다. 버스가 생각보다 낡은 버스였는지, 혹은 길이 생각보다 잘 닦여있지 않은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체가 상당히 심하게 덜컹거렸던 것이다. 계속되는 진동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매다가, 한 번씩 크게 덜컹이면 창문에 머리를 박고 정신 차리기를 반복했다.

구청장님 : ......
나 : ......


달달거리는 버스 안에서 둘이 아무 말 없이 멍 때리기를 40여분. 드디어 오바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17.

마을을 구경할 새도 없이, 곧바로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마을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캄캄해서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구청장님 : 정말 시골이긴 한가봐. 사방이 깜깜하네.
나 : 아, 걱정 마요. 우리 묵을 숙소는 바로 터미널 옆이라서.


짐꾼은 한 손으론 짐을 끌며 다른 한 손으론 구청장님을 숙소로 인도했다. 우리가 1박할 숙소는...



야밤에 유카타 차림으로 나막신을 신고 달려야 했던 짐꾼 enat의 여행기는 다음 편에 계속!






덧글

  • 2015/10/30 10: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04 21: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0/30 20: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1/04 21: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택씨 2015/10/30 20:55 # 답글

    으음... 저도 딸들과 여행하는 건 좀 고려를 해야겠는걸요;;
    짐꾼으로 부리고, 완전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 말이죠. ㅎㅎ
  • enat 2015/11/04 21:48 #

    민폐 아니에요! 짐꾼이긴 하지만 짐꾼 나름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어머어머 하시면서 만족해하시면 그 기쁨이 무지 크더군요... ㅋㅋㅋㅋ
    따님과 함께 여행 가시는 건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세요!
  • 키르난 2015/10/30 21:41 # 답글

    의의 있습니다! 라고 구청장님(...)께 하소연하고 싶은 이 기분. 그도 그런게...
    1.전 교복줄여입은 애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엉덩이빵빵, 허벅지는 터질 것 같이. 거기에 마이는 조끼 수준으로 줄여 입더군요. 물론 서울 상황이 아니라 지방이라 그럴 것 같긴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종로 고딩들이 저 상황이었거든요. 지금은 많이 '낙낙해진' 상태.
    2.삐~년전까지 원주 버스터미널이 저랬습니다.(...) 사실 경부선도 세련된건 아니거든요. 하하; 사진 각도에 따라서는 아주 유사한 분위기가 나옵니다. 남부터미널은 두말할 나위 없고...?;

    하여간 부모님과 같이 가는 여행은 신경쓸 것이 참 많지요. 결국엔 가이드 + 짐꾼..ㅠ_ㅠ; 다행히 전 짐꾼까지는 안했지만 가이드 + 통역 + 회계였습니다.
  • enat 2015/11/04 21:57 #

    구청장님께 하소연ㅋㅋㅋㅋㅋ
    1. 음, 확실히 요새는 교복 터질 것 같이 줄여 입으면 촌스럽죠 ㅋㅋㅋㅋㅋ 전 교복을 미친듯 줄여입는 게 유행하던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 그 당시에도 그게 왜 그렇게 그게 유행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어요 ㅋㅋㅋㅋ
    여담으로, 고딩 때 교복 입기 싫어서 체육복을 입고 다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 아쉬워요. 고등학생들이 교복 단정하게 입은 모습 보면 그게 그렇게 싱그럽고 보기 좋던데. 왜 그 땐 그걸 몰랐지... 으... 고딩 때로 돌아가고 싶다...
    2. 컹 우리나라 터미널도 저렇게 낡았나요!? 요새 웬만하면 프렌차이저나 편의점 몇 개는 터미널에 붙어있지 않나요? ㅠ 큰 도시의 버스 터미널만 다녀서 그런가... ㄷㄷㄷ

    키르난님도 경험이 있으시군요 ㅠㅠ 어머니 한 분만 모셔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배우 대선배뻘인 할배들 4명을 모시고 다니는 이서진은 어떤 기분이었나 자꾸 생각이 들더군요. 결론은 이서진 멋짐ㅋㅋㅋㅋ
  • Tabipero 2015/10/30 22:57 # 답글

    정말 나pd 여행예능 보는 것 같네요 ㅎㅎ

    제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일본 갔을 때에 비해 점점 교복이 펑퍼짐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점점 줄여 입는 것 같고...뭔가 사이클이 엇맞는 듯 합니다.
  • enat 2015/11/04 22:02 #

    본격 여행예능 블로그! 짐꾼의 고생문이 열렸다!
    ....크헝.

    아, 그 펑퍼짐함이 유행이려나요. 치마가 무슨 무릎 아래까지 오고, 조끼랑 마이는 엉덩이 상단을 걸칠만큼 크더라고요. 이 무슨 교복의 보이프렌드핏화.
  • aka shimpyo 2015/10/31 01:08 # 답글

    ㅋㅋㅋ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ㅋ
    저도 어머님 모시고 여행 했었는데 다행히(?) 숙소를 달리해서 밤에는 저만의 시간(술 마시는 시간)을 가지곤 했죠 ㅋㅋㅋ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 enat 2015/11/04 22:01 #

    다행히(?)ㅋㅋㅋㅋㅋ 다행입니다... 자신만의 시간 중요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행중에 별 일이 없어서 평범할텐데 부지런히 써볼게요! 감사합니다!
  • Lon 2015/10/31 10:09 # 답글

    으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올 3월에 시어머님 모시고 갔던게 생각나네요.
  • enat 2015/11/04 22:03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 시어머님... 대단하시군요. 문장 하나로 비범함이 느껴집니다...
  • 2015/11/06 16:1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nat 2015/11/09 18:31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로 써놓으셨어 나중에 낭독해달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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