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9 19:40

남미여행 (43) 칠레 : 산티아고에서의 기억 ├ 남미 배낭여행 (2014)

1.

버스를 타고 칼라마 공항에 도착한 응이 언니와 나.

나 : 드드드드디어 도도도착했... 고고공항... 비비비행기...
응이 언니 : 빠빠빠빨리 드드드들어가... 거거거건물...


웃기려고 쓴 게 아니다. 정말 저런 대화가 오갔다. 새벽의 칼라마 공항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고, 가련한 소녀들의 말은 영하의 온도에 얼어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우유니에서 들고 다녔던 가장 두꺼운 옷은 우유니 마을에서 튜토씨와 함께 구입한 아저씨 패딩 점퍼. 하지만 난 아타카마 마을에 오자마자 "악! 더워! 이 옷 이제 필요없어!"라는 소리와 함께 옷을 버리고 말았다. 뭐, 원래 우유니 한정으로 입으려고 산 옷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아저씨 점퍼가 간절하다.

나 : 오오오옷 버버버버리지 마마말걸 ㅠㅠ 고고고공항에서 버버버버릴걸 ㅠㅠ
응이 언니 : 그그그그거 버버버버리지말고 나나나나주지 ㅠㅠ






2.

주차장을 가로질러 간신히 공항에 들어가 수속을 밟고 뻗었다.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마셨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다. 이른 시간이라 연 카페도 없고... 허허. 추운 여행자들에게 무심한 빌어먹을 공항 같으니라고.

응이 언니와 나는 멍하게 앉아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3.

비행기 탑승. 이륙. 부아아앙.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에 응이 언니의 다사다난했던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언니였다.

즐겁게 〈응이의 여행기〉를 청취하던 중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비행시간이 짧아 기내식이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본격적인 식사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샌드위치와 과자가 나왔다.

나 : 언니, 란 항공 기내식 진짜 맛있어요. 저번에 먹고 완전 감동했었다고!
응이 언니 : 응? 기내식치고 나름 괜찮나 보네?
나 : 나름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진짜 맛있다니까!


응이 언니는 그래봤자 기내식,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몸짓으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었다.

응이 언니 : ....!? 이, 이 맛은....!?




그래, 그 샌드위치는 이전에 와인과 야들야들한 소고기, 사기 그릇으로 날 감동시켰던 란 항공다운 맛이었다!

응이 언니 : 뭐야, 진짜 맛있잖아!? 기내식 주제에 이 맛은 뭔데!?
나 : 맛있다니까! 심지어 과자마저 맛있다니 반칙!


응이 언니와 나는 행복해하며 샌드위치를 게 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그러고보니 이게 아침 식사로군.





4.

마침내 산티아고 도착!

뜨겁고 맑은 날씨만 계속되던 아타카마와는 다르게, 산티아고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나 : 그러고보니,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란 영화 제목이 있었는데 말예요.
응이 언니 :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 난 처음 들어봐.
나 : 아, 저도 영화 자체를 본 건 아닌데, 예전에 남미 문화 수업 듣다가 얼핏 들은 거라... 다큐멘터리 영화같은 걸 거에요. 칠레 군부 쿠데타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그 문장이 피노체트가 쿠데타 일으킬 때 사용했던 암호명이었나 그럴 걸요.


칠레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민주항쟁 등의 이야기는 그렇다쳐도, 아직까지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라면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도 오가서, 생략하는 게 나을 것 같다.





5.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미리 알아뒀던 호스텔에 찾아갔다. 응이 언니가 인터넷으로 찾은 호스텔이었는데...

그 호스텔의 이름은...

이름은...

내가 이 호스텔의 이름과 위치를 찾기 위해 1시간 동안 구글맵과 트립 어드바이저를 뒤졌다!!!!! "기억 안 난다"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쓸데없이 집착해서 1시간이나 찾았다!!!!! 당시 근처에 있던 스시집과 니콘 수리점을 찾고 그 일대의 스트리트뷰를 보며 2년 전 기억을 미친 듯 떠올렸다!!!!! 헉헉 너무 신나서 느낌표가 막 찍히네.




어쨌든 응이 언니가 찾은 호스텔은 The Magic House라는 이름의 호스텔(구글에는 B&B라고 뜨지만 호스텔에 가까웠다)이었다. 외부에 그 어떤 간판이나 문패조차도 달아놓지 않아, 대문을 바로 앞에 두고도 몇 십분을 헤맸다.

여튼 이 호스텔. 아늑하고 따뜻하니 나름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욕실이 좁고 살짝 눅눅하단 느낌을 빼면...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갔을 때 거의 만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영문을 알 수 없다. 위치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요, 시설이 엄청 깨끗한 것도 아니며, 지금 찾아보니 검색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투어를 파는 것 같지도 않은데... 칠레 여행자들은 왜 다들 여기로 모인 거지? 이상하다?

어쨌든 그래, 그런 호스텔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아, 나는 2박이고, 응이 언니는 1박. 응이 언니는 1박 후 칠레로 넘어오는 다른 코이카 단원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6.

응이 언니가 씻고 재정비를 하는 동안, 난 서둘러 니콘 수리점을 찾아 다녀오기로 했다. 대충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죽은 내 카메라를 소중히 갈무리한 뒤 길을 나섰다. 구글 지도에 찍어둔 대로 니콘 수리점까지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되더라. 거리를 잘못 가늠해서 바로 근처인 줄 알고 쪼리를 신고 나온 나... 후후...

돌아갈 땐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 등등의 생각을 하며 니콘 수리점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내가 영어로 말을 걸자 몹시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말이 통하든 안통하든 다 상관없고, 내 카메라만 살려달라며 대뜸 카메라를 내밀었다. 다른 직원들이 머뭇거리는 와중에, 대충 영어를 쓸 줄 아는 직원이 나서서 알았다는 듯 윙크를 하며 카메라를 받아들고 수리실로 들어갔다.

3분 쯤 기다렸을까, 직원이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왜 이렇게 빨리 나온 거지? 난 의아한 눈으로 직원을 쳐다봤고, 직원은 안됐다는 듯 말했다.

직원 : 그거, 못 고쳐.

...

아...?

직원 : 렌즈 축이 나갔거든. 교체하려면 카메라 값 나와.

아......

나 : 그, 그치만... 그치만!

나 너희만 믿고 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로 온 거란 말이야... 살타로 가려던 거 여기로 꺾은 거라고... 여기에 니콘 수리점이 있으니까 산티아고에 온 건데... 왜, 왜 얼마 살펴보지도 않고 그런 절망적인 말을 하는 거야! 난 고작 이 3분의 사망선고를 위해서 여기까지 비행기 타고 날라온 거야!? 이 볼 것 없다는 도시까지 힘들게 찾아온 거냐고!!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직원에게 그 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다. 직원은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직원 : 어쨌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네. 미안.

내가 멍하니 있자, 직원은 내 손에 카메라를 쥐어주고 다시 제 할 일을 하러 갔다. 난 눈을 몇 번 끔뻑이고 발가락을 꼼지락대다가 터덜터덜 밖으로 나왔다.

아......

아아......





7.

시무룩해진 채 숙소로 돌아왔다. 응이 언니는 내 이야기를 듣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이 언니 : 음, 그럼 진짜 카메라를 사야겠네. 같이 보러 갈까?
나 : 넹... 사실 저 혼자선 여기 사람들이랑 대화가 잘 안통하니 언니가 같이 가주면 고맙죠...


응이 언니는 부리나케 나갈 채비를 한 뒤, 나와 같이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일단 점심부터 먹자고, 자신이 인터넷에서 맛집을 찾았다며 거기로 가자고 했다.

응이 언니가 찾은 식당은 "숙이네"라는 한식 식당이었다. 산티아고의 아시아 타운에 위치한 곳으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맛집이라 했다.




숙이네는 지하철 Patronato 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야 한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처음에 길을 물은 사람이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돌아가느라 오래 걸렸다. 식사하기 전 운동했다 치기로 했다.

응이 언니 : 근데 있잖아... 내가 원래 한식을 막 챙겨먹고 그러는 스타일은 아냐. 사실 점심으로 뭘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나 : 응? 근데요?
응이 언니 : 나 오늘 생일이라서 ㅋㅋ
나 : 오! 정말요? 진작 말하지! 어제 아타카마에서 같이 파티라도 할 걸 그랬다!
응이 언니 : 에이, 무슨 파티야. 여하간 그래서 오늘은 한식 먹고 싶더라고. 미역국은 아니더라도.


하긴... 친구나 가족들 없이 타지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괜히 서럽고 쓸쓸하다. 나도 캐나다에서 기분 참 그랬었는데. 그럴 땐 밥이라도 고향밥을 먹어야지.

나 : 언니! 그럼 이번 점심은 내가 살게요! 나 언니 선물도 없는데, 밥이라도 사주고 싶다.
응이 언니 : 응? 아냐아냐, 사달라고 이야기한 거 아니야!
나 : 에이, 괜찮다니까요. 저 언니한테 도움받은 것도 있고 그래서 대접 한 끼 하고 싶었어요. 오늘 하죠, 뭐.


응이 언니는 연거푸 괜찮다고 했다가, 그럼 자신이 저녁을 사겠다며 고맙게 얻어먹겠다고 했다.





8.

"숙이네"에 찾아가는 길에 응이 언니에게 들은 이야기.

응이 언니가 다른 어딘가를 혼자 배낭여행 중이었는데, 그 때 마침 자신의 생일이 또 껴있었단다. 이 언니는 왜 생일마다 배낭여행을 다니는 거야? 어쨌든 당시 언니는 나처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청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생일인지라 기분이라도 내고 싶어서, 그 사람에게 자신이 살테니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했단다.

그래서 맛난 파스타와 와인 등을 가격 생각하지 않고 신나게 먹었단다. 먹을 당시엔 기분이 좋았는데, 계산할 때가 되자 그 사람이 계속 자기 눈치를 보더란다.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까 하다가도, 그게 더 눈치를 주는 것 같아 그냥 있었단다. 식사를 다 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사람은 멋쩍게 말을 좀 붙이다가 다른 일이 생겼다며 헤어졌단다.

응이 언니 : 아니, 나는... 내 생일이라 맛있는 거 먹고 싶고, 그리고 같이 다녔으니까 밥 사준 건데... 그렇게 헤어지니까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
나 : 엥? 그게 뭐야,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갔어요?
응이 언니 : 응. 누구한테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그냥 가더라고. 내가 사준 만큼 자신도 돈을 써야한다고 생각해서 부담을 느낀 걸까. 절대 그럴 마음은 없었는데...
나 : 기분 찝찝했겠다, 생일인데.
응이 언니 : 조금. 식사가 비싸서 부담스러웠으려나?
나 : 얼마나 나왔는데요?
응이 언니 : 10만원 정도?
나 : 잌ㅋㅋㅋㅋㅋ 엄청 먹었잖아 둘이섴ㅋㅋㅋㅋㅋ 아, 혹시 언니를 꽃뱀으로 생각했나? 이렇게 먹여놓고 돈을 엄청 뜯어갈지도 몰라! 하고 걱정을 했나?
응이 언니 : 그게 뭐야 ㅋㅋㅋㅋㅋㅋ
나 : 그래도 그 정도 얻어먹었으면 잘먹었다고 말이라도 하고 가지. 흥. 저는 어디 안 도망가니까, 재밌게 놀아요.
응이 언니 : 그래 ㅋㅋㅋㅋㅋ






9.

그렇게 도착한 산티아고의 "숙이네".

길을 좀 헤맸는지라 우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가 다 되어서였다. 어중간한 시간대이니, 아시아 타운의 다른 가게들은 다 텅텅 비어있었는데, 이 가게만은 손님이 제법 들어차있었다. 과연 맛집.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조금 기다리자 음식이 나왔다.




이게 얼마만의 한식이냐며 환장을 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한국인 주인 아저씨... 아니 주인 할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서 우리를 째려봤다.

나 : 어... 왜 그러세요?
주인 할아버지 : 흠. 유학생인가.
응이 언니 : 아뇨, 여행자에요.
주인 할아버지 : 흥.


주인 할아버지는 별 대꾸도 없이 반찬을 두 배로 담아 가져오셨다.

나 : 와, 감사합니다.
주인 할아버지 : 흥.


할아버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신문을 보셨다.

거의 밥을 다 먹어갈 즈음, 다시 주인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우리 식탁을 쓱 보더니, 역시 별 말도 없이 식당 쪽으로 다가가 밥 한 공기를 하나 더 꺼내왔다.

나 : 아? 저희 밥 다 먹었는데...
주인 할아버지 : 많이 먹어야 많이 돌아다닌다.
응이 언니 : 아니, 저희 한 공기면 충분한데...
주인 할아버지 : 흥.


역시 우리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신문을 보러 가셨다. 응이 언니와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래도 할아버지의 성의를 보아서 덤으로 주신 밥을 다 먹으려 노력했다. 맛있긴 한데, 너무, 너무 배불러...

꾸역꾸역 밥을 입에 넣고 있는데, 또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우리는 긴장했다.

주인 할아버지 : 많이 사놔서 남네. 간식으로 먹던가.

그러면서 식탁에 두고 가신 것은 귤이었다.

나 : 아...
응이 언니 : 가, 감사...
주인 할아버지 : 흥.


뭐, 뭐지? 응이 언니와 나는 멀어져가는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풉 하고 웃어버렸다.

나 : 하, 할아버지... 츤츤...
응이 언니 : ㅋㅋㅋㅋ말하지맠ㅋㅋㅋ
나 : 너무나도 완벽한 츤츤...
응이 언니 : ㅋㅋㅋㅋ그만햌ㅋㅋㅋㅋ


다른 가게는 다 텅텅 비었는데 왜 그 가게만 장사가 잘되는지 깨달았다. 할아버지께서 최신 트렌드에 맞춰 장사를 하시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 할아버지의 새침한 행동 속 넉넉한 인심에 기분이 좋아져,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10.

"숙이네"에서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번화가로 나갔다. 산티아고는 처음이고 간단한 가이드북조차 없어, 어디가 번화가인지 당연히 알 수 없었지만, 뭐 별로 상관은 없었다. 왜냐면...

나 : 아르마스 광장이 어디에요?
사람들 : 아, 저쪽으로 가면 돼.


여기는 남미니까, 무작정 플라자 데 아르마스만 찾으면 거기가 번화가지, 뭐.

산티아고의 번화가는 제법 규모가 상당했다. 최근에 본 번화가와 비교하자면, 멕시코 시티 중심가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멕시코 시티보다는 한결 더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거리였다. 사진이 없는게 참 아쉽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에스프레소를 파는 커다란 카페였다. 우리나라에서 "카페"라고 하면 앉아서 시간을 때우거나,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인데, 산티아고에서 본 "카페"는 좀 달랐다. 제법 큰 건물 1층이 온통 카페인데, 의자는 없고 중앙에 거대한 바만 있으며, 바 가운데서는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사람들은 그 에스프레소 한 잔을 위해 카페에 들어가, 돈을 지불하고 바에 기대어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 곧바로 거리로 나오는 것이었다. 카페의 출입구도 제법 컸는데,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걸로 보아선, 손님 순환이 엄청나게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습관처럼 마시나 보다.

무심코 걷다가 본 거라 핸드폰으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는데, 그냥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해서 적어봤다.





11.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응이 언니와 함께 카메라를 고르다가, 끝내 사지는 못하고 (칠레의 물가는 거의 브라질 수준으로 자비롭지 못하며 그건 카메라도 마찬가지였다) 지쳐서 카페에 들어가 앉기로 했다.

눈에 띄는 곳은 Gelato's Cafe라는 곳이었다. 상호명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였는데, 마침 달달한 것도 땡겨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우리 둘 다 번갈아가며 화장실에 다녀왔고 (이 세상에 우리나라처럼 깨끗한 무료 공중화장실이 있는 나라는 없을 거다. 여행 다닐 땐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 때 미리 다녀와야 한다) 가뿐한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었다.




늘 그렇듯이, 여자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면,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와 응이 언니도 그랬다. 그냥 이야기를 주고 받고, 여태까지 있었던 일 말하고, 앞으로의 일정 말하고, 뭐 그러다보니 벌써 캄캄해지더라.





12.

아, 응이 언니가 얘기해 준 것 중에 기억나는 스토리가 하나 있다.

응이 언니가 해외 어딘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때였는데, 그 때 자기처럼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러 온 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친해졌단다. 서로 언니동생하며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지냈고, 여행 다닐 때의 비법 등을 공유하기도 하며 유익한 관계를 맺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배낭에 넣어뒀던 스쿠버 다이빙 교습비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동네는 제법 호텔 하우스키퍼에 의한 도난 사건이 빈번하다고 들어서, 호텔 하우스키퍼가 훔쳐가지 못하게 배낭에 칼집을 내어 돈을 끼워 넣고 다시 꿰매는 방법으로 감쪽같이 숨겨놨는데, 대체 어떻게 알고 뜯어갔는지, 그게 사라졌던 것이었다.

응이 언니는 당장 호텔 사장에게 달려가서 너희 하우스키퍼가 돈을 훔쳐갔다며 따졌다. 하지만 호텔 측에서는 우리 직원이 그럴 리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응이 언니는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도 없고, 하우스키퍼가 아니면 내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너희가 맞다며 주장했다.

결국 호텔 사장은 응이 언니에게 그 액수를 물어줬다. 아마 이야기 중간에 도난당한 금액을 듣곤, 그 금액이 그에게 있어서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니까 대충 물어주고 넘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호텔 사장이 돈을 주며 이런 말을 남겼단다.

호텔 사장 : 잘 들어봐. 내가 돈을 주긴 하는데, 나는 아직도 우리 직원이 돈을 훔쳤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 배낭을 꿰매서 돈을 숨겨놨는데, 우리는 그런 방법을 처음 봤어. 아마 우리 하우스키퍼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렇게 돈을 숨기는 방법, 너 말고 또 누가 알고 있는 거 아냐? 그걸 잘 생각해보고 다음엔 조심하도록 해.

응이 언니는 무슨 이상한 소리냐며 일단 돈을 받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이 돈을 숨겨놓는 방법은 자신과 같은 방을 쓰던 한국인 여행자가 알려준 방법이었다. 그 동생이 알려준 대로 돈을 숨겨놨고, 그걸 아는 사람은 그 동생 뿐... 살짝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친한 동생을 의심할 수 있을까 하며 고개를 휘휘 젓고 말았단다.

나 :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응이 언니 : 어차피 사라진 돈도 받았겠다, 별로 신경 안 썼지. 근데 다른 방을 쓰는 사람들이 시내에서, 그 한국인 여행자가 그날 평소라면 비싸서 엄두도 못냈던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걸 봤다는 거야. 둘이 친한데 왜 나는 같이 안갔냐며.
나 : 에엥? 설마?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응이 언니는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났단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그들도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같이 방을 쓰던 여행자가 알려준 대로 현금을 숨겨놨다가, 도난당한 이야기... 혹시나 해서 그 때 같이 방을 썼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그 이름은...

응이 언니 : 걔가 맞았지, 뭐.
나 : 세상에!
응이 언니 : 돈이 급했다면 빌려줄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
나 : 상습범이잖아요! 이유가 어딨어, 그냥 습관처럼 훔치는 거지!
응이 언니 : 그런가? 휴.


뭐, 뒷얘기가 더 이어지긴 하지만 적절하게 생략. 혹시라도 응이 언니의 정체(?)가 좁혀질까봐 이야기를 많이 자르기도 했고 일부러 다르게 쓴 부분도 있다. 여튼 대강 그러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분들도 여행다닐 때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면 조심하시라고 써놓는다. 참, 어떻게 여행지까지 와서 그럴까.





13.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푹 늘어져 쉬다가, 밤 9시쯤 되어 슬슬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러나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고 한식을 거하게 먹어서 여기가 한국이라고 착각했던 것일까. 응이 언니와 나는 대단한 착오를 저질렀단 걸 깨달았다.

밤 9시, 겨우 밤 9시라고 생각했는데...

숙소 근처엔 문을 연 식당이 없었다!

응이 언니 : 아, 아니... 왜 다들 닫은...
나 : 아, 불 켜진 곳이 없네요... 좀 무섭다...


낮에 돌아다니다가 눈으로 봐둔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들 문을 닫아놨더라. 우리는 깜깜한 쇼핑가를 걸으며 황당해했다. 그냥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서 비상식으로 챙겨놓은 신라면을 끓여야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응이 언니가 탄성을 질렀다.

응이 언니 : 아, 저기! 저기!

응이 언니가 가리킨 곳은 고층 건물의 꼭대기였다. 그곳만은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다.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인가. 그곳은 천장이 거울로 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거리에서도 식사하는 사람들과 서빙하는 웨이터의 모습이 거꾸로 비쳐 보였다.

그 레스토랑의 이름은...

이름은...

어...

아... 아까 호스텔과 마찬가지로 구글 스트리트뷰를 몇 십분 동안 돌려가며 찾아봤다... 하지만 그 레스토랑이 어디었는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스트리트뷰는 주간 버전이라 거기가 거기 같다... 에라이 못 찾겠다... 거긴 밤에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음... 이 무슨 미드나잇 인 파리도 아니고 환상 속 레스토랑...

어쨌든 몹시 비싸보이는 곳이었다.

나 : 헠 언니, 스카이라운지인데? 엄청 비싸보이는데요?
응이 언니 : 지금 그런 거 따질 때야? 배고프잖아! 가자!


우리는 그 건물의 입구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난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살짝 늘어난 잠옷 원피스에 적당히 노스페이스를 걸치고 내복 같은 추리닝 바지를 입은 모습... 난 펍에 가서 맥주 한 잔이나 하겠거니 하고 이렇게 나온 건데... 저긴 제법 격식있는 레스토랑 같아 보이는데 이런 모습도 괜찮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이곳의 웨이터들에겐 돈만 내면 다같은 손님이었나 보다. 근사한 수염을 가진 웨이터가 우리를 창가로 인도했고, 우리는 발 아래 펼쳐진 칠레의 야경을 보며 행복해했다. 물론 불이 켜진 곳이 얼마 없어서 가로등 불빛과 가끔 다니는 차의 불빛 뿐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멋있었다.

응이 언니는 신나서 메뉴를 시켜대기 시작했다. 어, 언니, 좀 많이 비싸진 않나...

응이 언니 : 난 오늘 생일이라고! 마음껏 기분 낼 거야!

약간 폭주한 듯한 응이 언니. 말릴까 싶었지만, 멀찌감치서 대충 가격을 따져보니 와인까지 합쳐서 한화로 5, 6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음, 그 정도라면 반띵하면 그렇게 크게 부담될 것 같지도 않은데? 오히려 생각했던 가격보단 아래다. 스카이라운지라 가격 엄청 부풀려서 팔 줄 알았는데.

나는 응이 언니에게 반씩 더치를 하자고 말했으나, 응이 언니는 이번 판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며 엄숙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응이 언니도 아까 점심의 나와 마찬가지로, 나한테 밥 한번 사주고 싶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쩝, 그래도 혼자 부담하기엔 비싼데... 뭐... 그치만... 뭐... 에이, 모르겠다. 얻어 먹어야지!





14.

어... 그리고...

그 이후로 잘 기억이 안 난다. 어렴풋하게 풀떼기(샐러드인 것 같다)를 먹은 기억, 국수(파스타인 것 같다)를 먹은 기억, 그리고 무언가 시뻘건 걸 (아무래도 와인이겠지) 신나게 마셔댄 기억...

사실 내가 와인에 좀 약하다. 와인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원래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그런지, 몸이 금방 달아오른다. 덕분에 와인을 한 병 정도 마시면 신나서 방방 뛰다가 어느 순간 모든 기운을 소진하고 픽 쓰러져서 쿨쿨 잔다. 이 때도 신나서 뭔가를 막 떠들다가, 숙소까지 (꿈인지 진짜인지 잘 분간이 안가는데, 어깨동무하고 노래부르며 산티아고 한복판을 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와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던 것 같다.

뭐,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간만에 깊은 잠을 잤음에는 틀림없다. 왜냐하면 다음날 눈을 뜨니 정오였고, 방에는 나 혼자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소리소문도 없이 나간거야, 이 언니는?



다시 혼자가 된 enat의 여행기는 다음편에서 계속!




핑백

  • Everyday we pray for you : 남미여행 (★) 정보 겸 요약 겸 정리 포스팅 2016-07-01 11:13:04 #

    ... p://enatubosi.egloos.com/1881487) - 칠레 산티아고 한식당 숙이네 괜찮다. 주인 할아버지께서 인심이 넉넉함. (http://enatubosi.egloos.com/1890803) 응이 언니랑 같이 갔던 스카이뷰 레스토랑 추천하고 싶은데 어딘지 도통 기억이 안남. 이게 다 와인 때문이야... - 아르헨티나 ... more

덧글

  • 눈아찌 2016/02/19 23:29 # 삭제 답글

    다음 이야기...
    enat님의 술주정에 고통받던 응이언니는 그렇게 급히 산티아고를 떠나 도망가고, 칠레 와인의 매력에 빠진 enat님은 쿠바의 추억을 떠올리며 산티아고의 뒷골목으로 와인을 찾아 헤매는데...
  • enat 2016/02/21 13:25 #

    아뇨! 응이언니도 같이 어깨동무하고 노래 불렀을... 걸요 아마! 나 혼자만 진상짓한게 아니란 말입니다! 아마도...

    잌ㅋㅋㅋ 왜 뒷골목이욬ㅋㅋㅋㅋ 안가요 안가 ㅋㅋㅋㅋㅋㅋ

    ...뭐, 다른 곳에서 와이너리를 찾아가긴 하지만...
  • 레아 2016/02/20 00:06 # 삭제 답글

    위의 응이언니의 이야기들은 참 소름돋네요.. 어떻게 친한 얼굴을 하면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휴
  • enat 2016/02/21 13:26 #

    그죠? 더 소름돋는 건 아직도 가끔식 안부문자가 온대요; 눈 앞에 들이밀고 따질만한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와서 뭐라고 하기도 뭣해서 내버려둔다는데 진짜 이해하기 어렵죠....
  • 택씨 2016/02/20 13:29 # 답글

    저도 칼라마에서 산티아고 갈 때 란항공탔었어요!!!(대부분 그런가??)
    기억엔 란항공으로 기억하는데 쿠키를 주면서 4종류 중에서 둘을 골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집사람이랑 다른 종류를 선택헤서 총 4가지의 맛을 다봤는데... 기가 막힌 맛으로 기억해요. 기내 서빙하시는 분들도 남자가 반!!

    칠레의 민주화도 참 기구만장한 것 같더라구요.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이상한 사건들도 많고... 말이죠. 저희는 우연히 레코드 가게에 가서 칠레 토속 음악 CD를 한장 샀는데 음악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나중에 한국와서 찾아 보니 민중 저항 가수로 알려진 분이더군요. 음악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했어요.

    하하. 숙이네는 저희가 점심 먹은 곳에서 5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영어로 된 간판을 읽다가 보게 되었지요. 음식이 맛있다니 다음에 칠레에 가면 먹어봐야겠어요!!
  • enat 2016/02/21 13:31 #

    란항공이 칠레꺼라서, 아마 국내선은 란항공이 꽉 잡고 있을거에요! ㅋㅋㅋㅋ 칼라마에서 산티아고쪽으로 내려가셨었군요!
    그쵸, 란항공은 심지어 과자까지 맛있어요! 제가 산티아고에서 왕복 100만원이 넘어가는 이스터 섬을 갈까 말까 고민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이스터 섬까지 왕복하는 비행기가 란항공이었기 때문이었죠.... ㅋㅋㅋㅋ 결국 앞으로의 여행 경비를 따져봤더니 돈이 부족해서 안가긴 했지만...

    칠레도 피를 많이 흘렸죠 ㅠㅠ 음악을 들으시며 가슴이 찡했던게 영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셔서 더 그러셨을 것 같아요 ㅠㅠ

    숙이네 괜찮았어요 ㅋㅋㅋ 무엇보다도 할아버지의 알듯말듯한 인심이 매력적이더라고요 ㅋㅋㅋ
  • 키르난 2016/02/21 10:31 # 답글

    낯선 곳에서는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무섭군요. 물론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응이언니님 같은 분도 못 만나겠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마음 놓기에는...ㅠ_ㅠ; 하여간 아름답지 못하게 운명한 니콘카메라님을 위해 잠시 추모의 묵념을.......;;
  • enat 2016/02/21 13:34 #

    이게 참 ㅋㅋㅋ 여행다니면서 언제나 고민하는 것 중 하나에요. 마음을 너무 열었다가 뒷통수 맞고 마음을 닫아버리면 정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도 친해질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옛날엔 10명의 사기꾼을 만나도 1명의 친구를 만날 수 있으면 됐지 않을까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10명의 친구를 안만나도 괜찮으니 1명의 사기꾼을 만나지 않게 해다오... 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도 겁이 많아진건지... ㅋㅋㅋ
    니..니콘... ㅠㅠ 나중에 한국 와서 용산에서도 고쳐보려고 노력했는데, 용산에서도 못 고친다는군요. 우리나라에 발매된 제품이 아니라서 그런지... ㅇ<-< 흑흑
  • 현콩 2016/02/21 13:44 # 삭제 답글

    남미 여행기 정주행 잘했어요! 글을 너무 맛깔나게 재밌게 쓰셔서 빵빵 터져가며 읽었네요>_< 츤데레 할아버지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다음 여행기도 기다리겠습니다ㅋㅋ
  • enat 2016/02/22 11:30 #

    정주행하셨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ㅋㅋㅋ 재밌게 읽어주시다니 제가 다 기쁘군요.
    여행기는 틈만 나면 싸게싸게 올릴게요 ㅋㅋㅋ
  • kate 2016/03/08 13:07 # 답글

    숙이네....ㅎㅎ
    이름도 참 정감있네요~
    여행을 다녀도 사기나 소매치기한번 안당해본건
    아마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거겠죠?? ㅎㅎ
  • enat 2016/03/08 15:07 #

    전생에 나라 구하신 거 맞습니다 ㅋㅋㅋㅋ
    저나 응이 언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건지 ㅋㅋㅋㅋㅋ 나라 하나를 말아먹었나... 쩝쩝
  • 싸커쥔장 2016/03/19 05:05 # 삭제 답글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와이파이가 터져서 숙이네 가고싶어서 검색하다 이번편 다읽었어욬ㅋㅋ칠레 그 음악시디 들어보고싶은데 가수이름이 뭔지 알수있을까요??
  • enat 2016/03/22 20:19 #

    아이쿠 감사합니다 :)
    그런데 CD는...
    음...
    근데 제가 최근에 CD 포스팅 한 건 아르헨티나 CD밖에 기억이 안나서... ;ㅅ; 칠레 음악시디는 어디서 썼을까요... 제 포스팅인데 왜 못 찾겠지... 포스팅 링크 남겨주시면 알려드릴게요ㅜㅠㅠ

    +추가
    아, 아마 윗 덧글의 택씨님께서 쓰신 CD가 아닐까 싶네요! 택씨님께 물어보시면 알 수 있으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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