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6 15:51

베네치아 (2) 공포의 밤 ├ 베네치아 일주일 (2014)

* 제가 요새 글을 자주 올리는 이유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집안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 감기 바이러스가 제 포스팅의 7할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1.

베네치아란 이름이 붙은 행정구역은 우리가 아는 그 '바다 위의 섬'뿐만이 아니라 '섬 근처의 육지'까지도 포함한다. 이 육지 쪽의 베네치아는 '베네치아 메스트레'라고 불리는데, 이 쪽 지역은 본섬과는 다르게 저렴한 숙박 시설들이 많다. 그래서 알뜰한 여행자들은 보통 메스트레에 짐을 푼다. 나 역시 지난 유럽 여행 때, 베네치아 메스트레 지역의 방갈로에 머물렀었다.

그리고 베네치아의 두 번째 방문, 그러니까 지금 이 포스팅 당시의 여행.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본섬에서 머물고 싶었다. 메스트레 지역이 값이 싸서 좋기는 한데, 버스나 배를 타고 한참을 달려야 본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 그래서 야경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점 등등의 애로사항이 많았던 것이다. 이번엔 육지와 섬을 번거롭게 왕복하지 않고, 일주일 내내 베네치아 본섬에서 - 그러니까 바다 위에서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스페인에 있을 때 틈만 나면 베네치아 관련 숙박 사이트를 살펴보곤 했다.

그러다가 베네치아에 도착하기 하루 전, "Foresteria Valdese"란 호스텔을 찾아냈다. 이 호스텔은 베네치아 본섬의 북동쪽에 있었는데, 근처에 특이하다 싶은 거는... 음, 직선 거리상으로 묘지의 섬인 산 미켈레 섬과 제법 가까웠다는 점, 그리고 1편에서 썼던 응급실이 굉장히 가까웠다는 점 등이 있겠다.

가격은 별로 착하지 않았다. 도미토리 룸이 구렸는데 1박에 35유로나 했다. 스페인에 있을 때 여기보다 훨씬 좋은 시설들을 15유로 이하에서 묵었었던 나로썬 영 내키지 않는 가격이었다.

그 구린 도미토리룸의 사진은 아래에 첨부해놨다.




이게 뭐야... 일단 옆 침대랑 간격이 너무 좁다. 담요는 옛날에 우리집에서 진순이, 그러니까 개 키울 때 겨울에 깔아주던 그런 담요다. 천장은 쓸데없이 높아서 휑하니 차가운 공기가 가득하고, 공간은 넓은데 조도가 충분치 않은 조명을 써서 어두컴컴하기 이를 데 없다.

왜 이런 곳이 35유로....

그러나 35유로는 베네치아 본섬이라는 이 깡패같은 동네에서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었고, 난 눈물을 머금고 일주일치 숙박비를 계산했다.

하지만 이곳에 계속 머물면서, 이 낡고 유서깊어 보이는 호스텔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 날엔 오히려 "35유로라는 가격에 머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따위의 말을 하고 말았다. 여기에 대해선 차차 써보도록 하고.





2.

일단 첫 날 밤에 벌어진 그 사건에 대해 써볼까.




이 사진은 호스텔의 복도 쪽 사진이다.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려고 하는 도미토리 룸 내부와는 많이 다르지만, 정작 도미토리 룸을 제대로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서 이 사진이라도 첨부한다.

어쨌든 대충 봐도 아시다시피, 여기 호스텔은 건물 한 층의 높이가 상당하다. 거의 한 층의 높이가 요새 짓는 빌라나 아파트의 두 층과 맞먹을 정도다.

그런 벽면의 반 이상을 거대한 창문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건 도미토리 룸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지?


첫 날, 대금을 치르고 난 뒤 도미토리 룸으로 올라가자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아무런 짐도, 사람도 없는 방에 발을 들이는 쾌감을 맛봤다. 아무래도 오늘 도미토리 룸을 예약한 사람은 나밖에 없나 보다.

방에 들어갔을 때, 35유로에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침대와 낡은 담요는 영 께름칙했지만, 옛스러운 건물 구조와 유서 깊어 보이는 벽화 등의 장식 때문인지 내가 중세 시대 혹은 르네상스 시대에 사는 여인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흥얼거리며 창문으로 다가가 거대한 나무문과 유리문을 연이어 낑낑거리며 - 거대한 만큼 무거웠다! - 젖히곤 밖을 내다보았다.




으히히. 진짜 베네치아다! 바로 창 밖이 수로잖아! 물이잖아! 물의 도시잖아! 베네치아잖아!

난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난 나머지, 곤돌라나 보트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헤이, 거기 멋진 오빠! 나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지내요! 기분 좋아! 이게 본섬에서 머물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구나! 35유로 그까짓 것 아깝지 않다고!

일단 짐을 풀고, 샤워실에 가서 씻은 뒤 (샤워실도 제법 깨끗하고 편했다) 침대에 풀썩 누웠다. 하지만 곧 참지 못하고 다시 일어났다. 지금 베네치아에 있는데, 누워있게 생겼어? 빨리 산 마르코 광장을 보러 가자고!

그렇게 밤늦도록 원없이 베네치아 야경을 보며 즐거워했던 첫 날 밤... 후후, 그래, 분명 난 이때만해도 행복에 젖어 있었다.

내가 문자 그대로 젖을 줄은 몰랐지만.





3.

야경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도미토리 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갈 때 불을 켜고 가지 않아서 방 안은 캄캄했고, 내부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당연하다. 아무도 없으니까. 나만 방금 들어온 거니까. 음, 나만.

난 조금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손으로 한참 스위치를 찾아 켰다. 중앙에 따로 조명은 없었으며, 문 옆의 스탠드와 개인 침상용 불빛만이 이 방에 빛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조명이었다.




천장이 높아 저 구석까지는 불빛이 비치지 못했고, 덕분에 방 분위기는 상당히 음침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문이 끼익거리며 열리는 건 당연했고, 천장에선 가끔씩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는 고풍스럽게 보였던 그 벽화들이 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애석하게도 방에선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누군가와 연락할 수도 없었다.

무... 무섭... 무섭...지 않아! 난 베네치아 본섬에 있는 걸. 물과 환상의 도시 베네치아잖아! 괜찮아!

애써 씩씩하게 혼잣말을 하며 베개를 고쳐 베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 때가 밤 열 시 정도.


그리고...

내 얼굴에 축축한 무언가가 닿아, 진저리를 치며 깨어났을 때의 시각은 새벽 세 시경이었다.





4.

무언가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잠에서 깨어난 건지, 소리가 들려온지는 꽤 됐는데 이제야 잠에서 깬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난 그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지? 난 조금 더 귀를 기울였고, 그러자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낮은 저음의 휘파람 소리.


무언가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


가끔씩 그 액체 위를 무언가가 스치듯 바삭거리는 마찰 소리.


난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의 상상력은 이 때다 싶었는지 미친듯이 발휘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괴담 좀 그만 봐라, 이 괴담 수집가야 등등의 평을 들으며 살아온 나답게, 오만가지 상황들이 머릿 속에서 전개됐다. 그 중에서 제일 설득력 있는 광경은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린 치마를 입고 휘파람을 불며 핏물 속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여자의 휘파람 같은 그것과 무언가가 바스락거리는 그것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내게 다가오는 것일까? 아냐, 그럴 리 없지. 이건 모두 환청이야. 나야, 제발 다시 잠들어라. 어째 좀 추워진 것 같지 않나? 아냐, 느낌일 뿐이야. 귀신이 근처에 있으면 한기가 느껴진다는데... 아, 아냐, 그런 거 아닐거야. 소름돋지 말고. 이건... 이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 때 차갑고 묵직한 액체가 내 볼에 떨어졌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내 눈 앞에 '그 광경'이 나타났다. 나는 이번엔 다른 의미의 비명을 질렀다. 나는 보고만 것이다.




무지막지한 크기의 창문이 활짝 열려, 방 안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경을!






5.

나는 눈 앞의 광경에 황망해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맨발로 침대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뿐이었다. 비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악마의 날개처럼 거침없이 펄럭이는 커텐은 내 시야를 가리기만 했다. 으아아, 이 커텐 먼저 치워야 해! 나는 그 텅 빈 방에서 혼자 "우어! 우어오오!" 따위의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를 지르며 커텐을 걷어냈다. 그리고 한 팔로 얼굴을 가린 뒤 창문까지 다가갔다.

창밖은 지옥이었다.


비바람, 폭풍우, 번개와 천둥 속의 베네치아...


심판... 종말... 그런 단어들이 연상되는 광경이었다. 베네치아는 바다에 말뚝을 박아 만든 섬이며, 따라서 폭풍이 몰아치면 육지에서의 그것보다 더 심한 영향을 주는 듯 했다. 난 바다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폭풍이 이토록 무서운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뭐하는 거야, 어서 이 창문을 닫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안식은 없을 테니!

하지만 내가 닫으려는 창문은 아까 잔잔했던 낮에도 나 혼자 낑낑거리고 닫았던 무거운 창문이었다. 그걸 비바람과 맞서 싸우며 닫으려니 쉽게 닫힐 리 없었다. 그러나 내일의 안녕과 따뜻한 미래를 믿고, 보다 나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소망을 꿈꾸며,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써 이깟 창문 하나 닫지 못한다면 굉장한 수치일 것이라 여겨져 이를 악물고 사투를 벌인 결과, 끝내 창문을 닫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창문을 닫은 건지, 마왕을 봉인한 건지.

어쨌든 그 창문이 다시 열릴새라 나무걸쇠를 찾아 가로로 밀어넣고, 몇 번이나 거듭 확인한 뒤, 한숨을 쉬며 주저 앉았다.





6.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뭔 난리야.

난 물건을 식별하기 위해 조명을 켰다. 창문 앞 바닥은 온통 물바다였다. 도미토리 룸은 내가 누워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동안 잔뜩 바람을 맞아 엉망으로 뒤집어져 있었다. 저 침대 시트는 저 쪽으로 날아가고, 저 수건은 저 쪽에... 아, 저기 내 수첩도 있네...

일단 짐을 대충 정리하고, 캐리어를 한쪽으로 치워 물이 닿지 않게 했다. 그렇게 몸을 조금 움직인 뒤에야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아까 내가 이 방에 처음 들어와 창문을 여닫을 때 제대로 닫지 않은 것 같았다. 나무걸쇠까지 끼워넣었어야 했는데, 대충 젖혀놓기만 해서 비바람에 창문이 서서히 열린 것이었다.

하하... 결국 내 잘못이었군. 그런 줄도 모르고 귀신이 어떻고 핏방울이 어떻고...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 난 도미토리 룸의 시트들을 다시 개고, 수건을 가져와 바닥에 고인 물을 대충 닦아냈다. 대체 이게 뭔 일이래. 관리자에게 다른 빈 방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관리자들은 저녁 9시면 모두 퇴근을 해버려 지금 리셉션엔 아무도 없다. 별 수 없는지라, 내일 하우스키퍼들이 고생하겠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고나서 다시 자려니까 영 잠이 오질 않는다. 가슴은 아직도 쿵쿵 뛰고 말이다. 일단 축축한 수건으로 더러워진 맨발을 닦은 뒤, 슬리퍼를 신고 비척거리며 식당으로 올라갔다. 식당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지만 불이 켜져있긴 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스팀우유를 빼서 홀짝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창 밖의 천둥 번개는 여전했다.




눈에 초점을 두지 않고 우유를 홀짝이며, 재난 영화에서 살아남은 주인공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영웅감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탈력감... 이게 진짜...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왜 저기 저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데 자동센서등이 켜졌다가, 꺼졌다가 할까, 역시 이 호스텔 무서워 으앙거리며 다시 도미토리룸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놓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잤다. 기나긴 밤이었다.





7.

다음날, 거짓말처럼 날이 맑았다. 하늘은 끝내주는 파란색이었다. 나는 이 날 무라노 섬과 부라노 섬, 토르첼로 섬 등지에 다녀왔다.

그 날 저녁, 한 여행자가 도미토리룸에 들어왔다. 동유럽권 여자로, 굉장히 예쁘장하게 생긴 언니였다. 난 오늘부터 혼자 이 무서운 방에서 자지 않아도 됨에 감사했으며, 그 여자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엉엉거리며 말해줬다. 그 여자는 내 이야기를 듣곤 소리내어 웃었다.

며칠 뒤 다른 여행자들이 추가로 들어와서, 같은 방을 쓰는 4명이서 함께 피자를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 동유럽권 여자가 이런 말을 했다.

동유럽권 여자 : 나 외국 여행은 처음이라, 여기 방 잡고 들어왔을때 조금 무섭고 떨렸었어. 그런데 여기 있는 리가 웃긴 이야기를 해줘서 기분이 좋아졌지 뭐야! 고마워, 리. 네가 처음에 웃긴 이야기로 기분을 풀어준 덕분에 나 여행을 더 잘할 수 있었어.

응?

그녀는 내가 자신을 위해 웃긴 이야기를 해준 줄 알고 있었다. 아, 아냐, 그건 웃긴 이야기가 아니야! 그건 저 거친 비바람과 싸운 강인한 동양인 소녀의 이야기란 말이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다룬 이야기란 말이야! 그러면서도 무진장 교훈이 넘치는 이야기란 말이다! 동유럽권 여자여, 너는 내 이야기에서 이 엄청난 교훈을 배우지 못했는가!?

밤에 창문 걸쇠를 잘 잠그고 자라는... 위대한 교훈을 말이다! ㅠㅠ



이 호스텔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여러개 남았으니 다음에 또 생각나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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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에스j 2016/02/26 17:58 # 답글

    지난 편도 그렇고, 고생하신 얘기라 웃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너무 실감나서) 읽다가 빵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큰일 없이 해프닝으로 추억이 될 법한 일들이라 망정이지;;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감기 쾌차하시길! :)
  • enat 2016/02/27 23:36 #

    더 빨리 썼더라면 몸소 체험하신 것처럼 상세하게 쓸 수 있었을텐데...
    한참 지난뒤에 쓴 거라 그런지, 저로썬 뭔가 묘사가 아쉽군요... 후후...
    도라지 끓인 물을 마시며 기침을 없애려 노력중입니다! 감사합니다!
  • 모치 2016/02/26 18:17 # 삭제 답글

    항상 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enat 2016/02/27 23:36 #

    감사합니다 :) 베네치아에서 겪은 일들을 떠올리려 노력 중이에요! ㅋㅋㅋ
  • 키르난 2016/02/26 19:59 # 답글

    웃으면 안되는데 웃으면.... 크하하하하학;ㅂ; 아니 근데, 핏물에 젖은 치맛자락이 너무 리얼하잖아요! 자다가 가위에 눌릴만 합니다. 근데 그게 커튼.. 어어어어억;ㅂ; 게다가 더 무서웠던 건 침대 배치가 묘하게 병동 침상 같아서 말입니다. 저 사이에 신발을 덮는 검은 긴치마와 흰앞치마를 두른 나이팅게일이 어슬렁(...)댄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면 내무반의 침대 배치와도 유사한듯..;
    제게 베네치아는 시오노 할망의 멋진 도시였다가 22세기 화성의 네오 베네치아(...)가 된 경향이 있는데, 거기서 미켈레 섬이 아주 무서운 분위기로 등장한단 말입니다. 거기에 꽤 무서운 아줌마가 하나 있어 가끔 사람 잡아간다고 하는데..(응?) 거기에 저 수로도 약간 음침해 보이는게....; 나중에 저 분위기를 쇄신할 일화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ㅅ+

    아차차. 포스팅은 둘째치고..OTL 요즘 감기가 무진장 독하다는데 부디, 빨리 회복되시기를요.;ㅂ;
  • enat 2016/02/27 23:40 #

    병동침상... ㄷㄷ 갑자기 저 문장이 뇌리에 파바박 박히면서 병자들이 누워있고 간호사들이 절박한 표정으로 병자들 사이를 돌아다닐 것만 같잖아요 우우 저 소름돋잖아요 이 밤중에 왜그러세요 아 제가 밤중에 덧글을 확인한거지 우우... ;ㅅ;

    22세기 화성의 네오 베네치아 ㅋㅋㅋㅋ 저도 거기서 나온 미켈레 섬 봤어요! 그래서 미켈레 섬도 다녀왔어요! 그 이야기도 써야겠네욤. 후후.. 후후후...
    ....수상쩍게 웃은것 치곤 사실 미켈레 섬에선 별 일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묘지라서 사진도 찍는게 금지되어 있어서 못찍었고... 음, 그래도 써먹을게 있나 머릿속을 뒤져봐야겠네요. 키르난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더욱 더 음침한 이야기를 찾아가게썽!

    감기는 회복세에 들어섰습니다 샤랄라~ 회복되면 포스팅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질텐데 괜찮으신가요! ㅋㅋㅋ
  • 택씨 2016/02/26 20:16 # 답글

    아이고. 빨리 나으세요.
    한 밤의 그림이.. 좀 호러스럽네요. 새까만 벽면 하며...
    맨 밑의 사진의 발이 많이 젖어 보입니다.
  • enat 2016/02/27 23:42 #

    아이쿠 감사합니다 :)
    저게 핸드폰 캔디캠으로 찍은거라서... 핸드폰으로 볼 땐 괜찮았는데 노트북으로 옮기니까 화질이고 뭐고 엉망으로 나오더라고요 ㅋㅋㅋ 제대로 카메라로 찍었으면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더 상세하게 전달해드릴 수 있었을텐데...
    흑흑... 맨 밑의 발은 뿔었어요... ㅋㅋㅋㅋ 분명 건물안에 있었는데 비를 쫄딱 맞은 저... ㅠ
  • 용용 2016/02/27 04:43 # 삭제 답글

    용사가 마왕 봉인하는 판타지 소설의 한장면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ㅎㅎㅎㅎㅎ 저는 웃으면서 읽었지만 이낫님은 한밤중에 얼마나 춥고 오들거리고 힘드셨을까요 ㅠㅠ
  • enat 2016/02/27 23:45 #

    진짜 엄청난 폭풍우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베네치아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저런 비바람을 견디고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 춥고 오들거리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이 창문을 닫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장날(대체 뭐가!?)거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창문을 닫았습니다. 지나고나니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어서 내심 뿌듯... 제가 이야깃거리만 만들어지면 고생도 즐거워하는 변탭니다.
  • 눈아찌 2016/02/27 15:37 # 삭제 답글

    나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늦은 밤 침대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밖은 칠흑같은 어둠, 랩업을 위해 매진하는 동안 어느새 밤은 더욱 깊어갔다.

    쿠쿠궁...

    갑작스런 천둥...

    깜짝 놀라 창 밖을 보니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
    창틀로 스미는 바람은 높은 휘파람과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그만 자야지.

    그때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여자의 비명!

    난 굳어버리고 말았다.
    창밖에서 난 소리일까.
    아니야, 창밖은 수로, 더군다나 이 시간에 다니는 곤돌라 같은 건 없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확인하지 않고서는 밤을 샐 것 같았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달린 치마를 입고 "우어! 우어오오!"하는 소리를 지르며 폭풍이 몰아치는 창가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미친듯이 흔들리는 커텐에서 언듯 보이다가 사라지는 여자의 머리는 온통 산발이 되었고 눈동자는 촛점을 잃은 채 크게 열려서 창밖을 향해 끊임없이 팔을 내저었다.

    나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는 침대를 향해 기어가 이불을 뒤집어 썼다.
    어느새 바지는 축축해져 있고 이빨은 딱딱 소리를 내며 다물 수 없었다.

    오~ 예수님, 마리아님. 다시는 엄마 말씀을 어기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어느새 잠들었던 걸까.
    어젯밤의 일은 꿈이었을까.

    니 나이가 몇살이냐는 어머니의 꾸중에 부끄러웠지만 젖어버린 바지로 인한 창피함은 어젯밤 꿈의 공포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그날 춤추는 여자가 있었던 그 방, 밝게 웃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처녀들 사이에 그녀가 있었다.

    흥겨운 분위기와 다르게 원망이 가득찬 눈으로 슬프게 처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 enat 2016/02/27 23:48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야이소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읽다가 데굴데굴 굴렀어요 근데 헉헉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괴담소설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답글 달고 또 읽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재밌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좋아요 못누르죠 이 덧글에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요! 따봉! 공감! 붐업!
  • Tabipero 2016/02/28 22:23 # 답글

    본인은 정말 처절한 사투를 벌였을 텐데 듣는 사람은 재미있어요. 항해 초심자도 무리없이 다닐 수 있는(by 대항해시대) 지중해인데 저런 비바람이 치는군요. 여행할 때의 특이한 경험만 모아서 책 한권 내셔도 될 듯 ㅋㅋ
    전 예전에 동행하는 형과 계획을 짜면서 '형 메스트레란 곳에 방을 잡으면 싸고 베네치아까지 한정거장밖에 안된대' 하고 그냥 거기에 방을 잡았습니다. 호텔이 기차역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본섬까지 그리 멀단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본섬은 저런 곳이 1박에 35유로나 한다니 메스트레에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나중에는 '본섬에서 한번 자볼걸 그랬어요' 하고 댓글 달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엄청난 천장을 보니 떠오르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묵은 호텔이 100년인가 200년 된 건물이었습니다. 내부는 개수를 한번 한 듯 깔끔한데 역시 그 천장이 높아서...게다가 온풍기를 겸한 에어컨이 위에 달려있어서 난방효율이 상당히 안 좋았더랬습니다. 아침에 온풍기를 켜놓고 밖에 나갔다 저녁쯤 오면 훈훈해져 있는 정도?

    포스팅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걸 보니 아직 감기가 안 나으신듯(...) 포스팅이 뜸해지는 건 저도 아쉽지만 그래도 쾌차하시길!
  • enat 2016/02/29 19:27 #

    제 친구들은 제 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딜 가든 이야깃거리를 달고 다닌다"란 말을 하더군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안해도 될 고생을 매번 해서 어떻게든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느낌입니다.
    오! 호텔이 기차역 바로 앞에 있었다면 머물만 하셨겠는걸요. 메스트레 지역도 천차만별이어서...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인적 드문 곳에 내려 이상한 공터와 숲길을 지나야 숙소가 나왔는지라 불편해도 여간 불편함을 느낀게 아니였습니다. 1박에 13유로라 혹해서 예약했지만 고생 참 많이 했었죠 ㅋㅋㅋ

    오! 오래된 호텔! 옛날 건물은 고풍스럽고 사진찍기 좋긴 한데 건물이 한층 높이가 쓸데없이 높아서 ㅋㅋㅋ 난방 진짜 안되죠. 여름에는 괜찮은데 좀 쌀쌀할때 머물기라도 하면 짜증날 것 같아요 ㅋㅋㅋ

    아직도 콧물을 달고 삽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근데 포스팅도 관성(?)같은게 있어서 계속 쓰던거 시간을 어떻게든 쪼개서 이어쓰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
  • kate 2016/03/08 14:27 # 답글

    전쟁났을때 환자들 누워있는 야전침대같네요 ㅎㅎ
    오래전 베네치아에 갔을때 얻서 머물렀는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본섬은 아니였나봐요
    기차를 타고 나왔던 기억이...

    잊혀질만하니 한번 더 가보고싶네요
    거기서 먹은 오징어 먹물(한국엔 먹물로 만든 면으로 만든 파스타를 그거라고 부르던데..) 파스타가 생각나네요..츠릅
  • enat 2016/03/08 15:11 #

    야전침대 ㅠㅠ 그래서인지 같은 도미토리 쓰는 여행자들에게 크나큰 동료애가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ㅋㅋㅋ
    음? 기차도 베네치아 본섬까지 갑니다! 본섬 입구의 산타루치아 역까지 기차가 다녀요.
    오징어 먹물 파스타가 명물이라고들 하던데... 전 여행 말미라 돈이 다 떨어져서 싼 피자나 냉동식품 먹고 다녔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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