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2 19:54

남미여행 (51) 우루과이 : 몬테비데오의 거리 ├ 남미 배낭여행 (2014)

1.

저번 포스팅에서는 "몬테비데오의 무료 관광지"에 다뤘고... 이번엔 몬테비데오의 평범한 거리에 대해 쓰려고 한다.

별 내용은 없고,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



2.

몬테비데오 시내를 걸으며 느꼈던 것 첫번째.







골목골목에 서점들이 꽤 많았다. 그것도 그냥 서점이 아니라 옛날 건물들을 개조해 만든 고풍스러운 서점들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책들이 스페인어였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엽서나 사진첩 뿐이었다. 스페인어를 대충이라도 배우고 갔으면 재밌었을 것을, 아쉽다. 다음에 남미 가게 되면 현지 스페인어 학원 반년 코스라도 밟아야지, 원.





3.

몬테비데오 시내를 걸으며 느꼈던 것 두번째.

올드 시티쪽은 길이 좁아 어두웠다. 위협적이거나 음침하다는 소리는 아니고, 그냥 건물 그림자 때문에 햇볕이 들지 않아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했다. 유럽, 그것도 남부유럽 쪽의 구시가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긴 그러고보면, 남미의 '구시가지'라는 것도 대부분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것일테니, 유럽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게 당연하겠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답답한 사진.

다른 공터나 지하에 주차장이 있으면 좋을텐데, 마땅한 부지가 없는 걸까. 왜 저렇게 길가에 차를 세우게 했는지 모르겠다. 걸으면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4.

몬테비데오 시내를 걸으며 예쁜 인포 언니가 알려준 무료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동안, 제일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다.





바로 이 건물.

독립광장 Plaza Independencia 의 한쪽에 위치한 건물이었는데, 외관이 원채 화려하면서도 단정하여, 광장이 건물 덕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어쩐지 유럽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그건 아마도 이 건물의 설계를 이탈리아 이민자 건축가가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건물에는 팔라시오 살보 Palacio Salvo, 그러니까 살보 궁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렇다고 실제로 무슨 궁으로 쓰인 건 아니고, 그냥 호텔 목적으로 지은 건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지금은 평범한 사무실이나 개인 주택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저런 곳에서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몹시 궁금하다.





5.

독립광장을 거닐던 중 있었던 일.




생각없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걷고 있는데,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 퍼킹 재패니즈. 퍼킹.

......?

여기 일본인이 있던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뿐이었다. 그럼 내게 한 소리인가?

평소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당시 난 솔리스 극장의 문이 닫혀있어 (*이전 포스팅 참고) 짜증나있는 상태였다. 난 아무 이유도 없이 욕을 들은 것과 일본인 취급을 받은 사실(!)이 짜증나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렸다.


벤치에는 소울 충만해 보이는 거대한 흑형 두 명이 앉아 있었다.


......

흑형일 줄은... 게다가 두 명일 줄은...

역시 그냥 지나갈 걸 그랬나.

하지만 그 흑형도 내가 알아듣고 몸을 돌렸다는 사실에 움찔하는 느낌이었다. 쟤네도 쫄았다. 그냥 밀고 나가자. 어차피 개방된 광장인데 무슨 일이 있겠냐 싶은 마음으로 그 둘에게 다가갔다.

나 : 너 뭐라고 했어?
흑형1 : 아... 아하하... 아이러브 재패니즈.
흑형2 : 안녕. 재패니즈. 재패니즈 최고.


갑자기 일본에 대한 찬양을 하는 흑형들.

나 : 아니, 그거 말고. 아까 뭐라고 했잖아.
흑형2 : 잘못 들은 거야.
흑형1 : 우리 딴 얘기하고 있었어.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리는 두 명의 흑형. 별 수 없다.

나 : 흠흠, 난 또, 날 욕하는 줄 알고.
흑형1 : 그럴리가! 넌 여기서 뭐해?
나 : 여행왔어. 이제 부에노스 아이레스 갈 거야.
흑형2 : 오! 여행? 좋아 보이네.


어쩌다보니 같이 벤치에 앉아서 한 5분? 10분 정도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해보니 착하다 못해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도 별 생각 없이 입만 거친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그런 류의 사람들이었나 보다.

나 : 나 이제 가봐야 돼. 버스 시간 얼마 안남았어.
흑형1 : 그렇구나. 즐거운 여행 되길 바래!
흑형2 : 그리고 우리는 재팬을 사랑해!


아차, 착각을 고쳐주는 걸 까먹었다.

나 : 아, 그러고보니 나 코리안이야. 나도 재팬 별로 안좋아해.

흑형들은 벙찐 표정이 되었다가, 그럼 코리아를 사랑한다며 으쌰으쌰하는 몸짓으로 날 배웅했다.

이렇게 또 황당한 경험을 적립했다.





6.

그 외 사진들.







헌법 광장에서 독립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본 노점상과 거리의 뮤지션들.

주중, 그것도 월요일이었는데 활기차보여서 좋았다.




이건 독립광장 입구에 있던 문.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돌벽 중 문만 남은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 남대문 같은 느낌이군.




독립 광장 한쪽에 있는 행정 타워Torre Ejecutiva. 주변에 있는 건물들과는 다르게 유리로 뒤덮힌 외관이 특이해서 찍어봤다.

이름만 들어선 왠지 대통령을 위한 건물이거나 국가 기관이 있을 법한 건물 같은데, Legader S.A.라는 국영 회사가 쓰고 있다고 한다. 흠. 단순한 회사 건물이었군.




이건 구시가지에 있던 과일가게.




건물 외관이 희한하게 생겨서 한 장 찍었는데, 나중에 구글링해보니 Las Misiones라는 레스토랑이란다.

맛은 괜찮은 축인 듯, 평이 나름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뭐... 그 외 거리의 사진들.

아무리 봐도 남부유럽 쪽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남부유럽 쪽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런걸까. 돌아다니는 동안 나폴리 생각이 났다. 물론 몬테비데오가 나폴리보다 거리도 훨씬 깨끗하고 분위기도 정갈하긴 하지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음... 근데 쓰다보니 이제 더 이상 올릴 사진이 없다. 이 도시에 대해 더 특기할만한 것도 생각이 안나고... 전 포스팅이랑 합칠 걸 그랬나? 별 내용이 없을거라 예상하긴 했으나 정말 별 내용 없군.





7.

짧은 우루과이 관광을 마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가는 길.

페리 안에서 저 멀리 보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불빛을 바라보며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평범하게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엽서에 쓰고 있는데, 어느샌가 갈래머리 여자아이가 내 앞에 앉아 내가 편지 쓰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한글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귀여워서 씨익 웃자 아이도 씨익 웃더니 자기 엄마한테 달려갔다. 아이가 엄마한테 달려가서 뭐라뭐라 하니까 엄마도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모녀의 미소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자 시간은 밤 10시 정도였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찍은 출국 도장 옆에 입국 도장을 받고, 거리로 나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며칠이나 있었다고 그새 익숙해졌는지, 괜시리 고향에 돌아온 듯 반가웠다.

달러로 두둑해진 지갑을 쓰다듬으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따라 숙소까지 슬슬 걸어갔다.




다음날, 숙소에서 쫓겨나 비를 쫄딱 맞으며 도시를 헤매게 된 이야기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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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용용 2016/03/22 23:53 # 삭제 답글

    이낫님 오늘 여행기는 뭔가 수필 읽듯이 술술 읽힌것 같애요~! 글구 역시 여행은 많이 걷는게 중요한 거 같애요~!
  • enat 2016/03/23 19:44 #

    편하게 써서 그런가 읽으실 때도 편하셨군요! 내용 없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저도 여행 이콜 걷기라고 생각하는 뚜벅이파라서 동의합니다~!!
  • 장님 눈아찌 2016/03/23 11:07 # 삭제 답글

    흠... 거대 흑형 둘을 눈빛만으로 제압하고 달러로 두둑해진 지갑을 쓰다듬으며 국경을 넘는 이야기라...
    야인시대를 보는 듯하군요.
    강한자에게는 굴하지 않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따뜻한...
    김종국 보다는 스티븐 시걸 쪽의 풍모가 느껴지는...
  • enat 2016/03/23 19:45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렇게 고급진 왜곡을 구사하시는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체 누가 스티븐시걸이래요!!!!! 감탄한 듯한 말줄임표 쓰지 마세욬ㅋㅋㅋㅋㅋㅋㅋ
  • 키르난 2016/03/23 11:49 # 답글

    뒷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요.=ㅁ= 숙소에서 쫓겨난 이유라든지, 비맞고 거리를 헤매게 된 이유라든지......;
    이런 짤막 이야기들도 좋아요! 무엇보다 맨 위의 서점은, 어딘가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소개되어도 이상하지 않겠네요. 멋지다..
  • enat 2016/03/23 19:48 #

    사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던 건 아니지만... 내용이 부실해서 예고편을 임팩트있게 쓰느라... 흠흠....
    오! 역시 서점에 주목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앞으로 포스팅할 서점이 마음에 드실 거에요... 물론 저 서점도 아름답지만 앞으로 포스팅하면서 저 서점보다 훨씬 아름다운 서점이 나오니 기대해주세요!! 한... 한... 3개 뒤...?
  • 꾸질꾸질한 얼음의신 2016/03/23 20:03 # 답글

    흑곰은 검지만 속은 하얗고
    백곰은 희지만 속은 검다는.....
    쓸데없는 ~~~ 편견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ㅎㅎ^^
    토박이 흑곰 두마리 팔아서 여행비에 보탠 엽기적 후기가 나오는건 아닐까여??? ㅋㅋ^^
  • enat 2016/03/23 20:12 #

    오잉?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서 헤... 하고 1, 2분간 쳐다봤습니다.
    흑형들 이야기였군요. 험악한 인상과는 다르게 순진한 말투로 말을 하길래, 외모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 택씨 2016/03/24 11:08 # 답글

    남미의 노점상들 거리는 뭔가 알차보여요.
    저희도 산티아고에서 저녁에 나갔더니 많은 노점상들이 그냥 상품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집사람이 아직도 거기에서 물건을 더 못산걸 후회하고 있어요.
  • enat 2016/03/24 22:17 #

    맞아요 맞아요! 남미 노점상 거리는 뭔가 가득찬 느낌이에요 ㅋㅋ 이런저런 잡동사니 다 나온 느낌!
    거기선 정말 보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은... 트레저 헌터가 되는 느낌이에요! ㅋㅋㅋㅋ 후회하실만 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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