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5 15:42

식목일인데 문학산에 산불이... 일상

식목일을 맞아 아버지와 함께 동네 뒷산에 갔다.




꽃 예쁨. 완연한 봄날임.




인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문학산 정상.

사진도 찍고 망원경으로 우리집도 찾아보는 등의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뭔가가 소란스럽다.


사람들 소리치는 곳까지 가서 바라보니...




연기가 모락모락.


...뭐, 뭐꼬? 불 났어!? 산에!?

황당한 표정으로 연기만 바라봤다. 날씨 좋아서 간만에 나왔을 시민들도 전망대에서 황당한 표정을 지을 뿐.

오늘따라 바람은 또 왜 이렇게 센지. 생각보다 빨리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께 어떡하냐고 여쭤보자 곧 소방차랑 헬기가 뜰 거니까 우리는 자리를 피해주자 하셨다.







산불 난 곳을 피해 하산하고 있는데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공무원차를 계속 마주쳤다.

차도가 아닌 곳에선 다급하게 길을 물으시는 분도 계셨다. (소방관은 아니고 관리 공무원인 듯 보였다)

아버지께선 순순히 길을 알려주시고, 물어본 사람이 떠난 뒤 등산로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있으면 어쩌냐고 투덜거리셨다.

나 : 근데, 우리 이대로 내려가도 돼? 막 도와주고 그래야 되는 거 아녀?
아빠 : 응? 하하... 오, 저기 봐!
나 : 응? 응? 왜.... 왜!? 어디!?
아빠 : 여기 쑥이 자라고 있어! 저 옆에 있는 건 달래야!
나 : ...뭐에요! 난 진지한데!
아빠 : 뭘 도와주게. 물풍선이라도 던지려고? 민간인은 빨리 빠져줘야지.

우잉. 그... 그런가?

아빠 : 그리고 산불치고 규모가 그렇게 큰 건 아녀. 한 시간이면 잡히지 않을까? 걱정 말어.

아버지한테 현직 때 산불진압 나간 적 있으시냐고 물어보니 남산으로 나간 적이 있다고 하셨다. 고생 하셨던 기억이 떠오르셨는지 표정을 찌푸리시더라. 장비들고 산 타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 평소 체력 단련을 해야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마저 가던 길을 가셨다.




산을 다 내려가자 드디어 헬기가 떴다.

나 : 헬기다! 헬기다! 헬기 떴으니까 금방 꺼지지 않을까!?
아빠 : 아, 그거. 산은 낙엽이 층으로 쌓여있어서 불이 막 바닥으로 파고 들거든. 그렇게 금방 꺼지진 않아. 더 고생해야 돼.

이런 상황을 하도 많이 접하셔서 그런지 침착하게 설명을 해주는 아버지를 보며, 음 역시 이분은 소방관이 맞으셨구나 생각했다.

아빠 : 아, 그리고 엄마한테 메시지로 가스불 까먹지 말라고 해. 이런 날 다른 데 사고나면 출동 늦어져.
나 : 알겠슴다.

난 혼자 흥분해 방방거리던 걸 멈추고 어머니께 카톡을 보냈다. 쩝.




산에서 한참 멀어져 고개를 돌렸는데 여전히 연기가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꽃들이 예쁘게 펴서 좋다좋다하고 있었는데, 대체 누가 불 낸겨.

인천에는 산도 얼마 없는데 그거 하나 못 지키다니... 속상하다.


지금 글 쓰면서 뉴스 찾아보니까 진압하는데 40분 정도 걸렸고 현재 잔불 정리 중이라 한다. 인명피해는 없단다. 다행이다. 그래도 산속 친구들이 다 타버렸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게 된 이유가 사람들이 식목일날 심는 나무의 양보다 공휴일이라고 놀러다니다가 태워먹는 나무의 양이 더 많아서라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있는데...

의외로 진짜인 건가 그거...


여하튼 고생하셨습니다, 인천시 소방관 분들...





덧글

  • 장님 눈아찌 2016/04/05 16:02 # 삭제 답글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게 된 건 주 5일제 시행하면서 공휴일을 축소할 때 빠져서 그런 거구요.
    일년 중 가장 산불이 많았던 건 맞다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타이완은 잘 다녀오셨는지.
    그쪽에서의 enat님의 인기♥ 기대하고 있어요.
    어떤 남자가 enat님의 매력♥에 빠졌을까나.
  • enat 2016/04/05 17:28 #

    저 어릴 때까지만 해도 식목일날 쉬었었는데 언젠가부터 안쉬게 되더라고요.
    공휴일 축소하다보니 식목일이 나가떨어진 거였군요...

    타이완은 잘 다녀왔지만 남자들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먹느라고 바빠서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
  • 키르난 2016/04/05 16:19 # 답글

    식목일이 빠지게된 이유 중에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잘 못자라서 그렇답니다.(...) 남녘은 이미 꽃피울 시기고, 그렇다는 건 뿌리가 이미 자리를 잡는다는 거죠.; 그래서 외려 식목일에 심으면 나무가 더디 자란다는 이야기를...'ㅂ';
    소백산 국립공원 근처에서 산불 났을 때 담당 공무원들이 엄청 고생했다 합니다. 국립공원까지 번지기 전에 진화하려고 산을 타는데, 그게 등산로 있는 산이 아니라...-_-;;;;;
  • enat 2016/04/05 17:32 #

    아앗 그럼 식목일은 다른 나라에서 온 걸까요?
    하고 검색해보니 그렇군요. 미국에서 온 날이네요. 확실히 한국에서 4월 5일에 씨를 뿌리거나 묘목을 심는 건 조금 늦겠어요...

    아이구, 등산로가 없는 산에서 불이 났다니. 무거운 장비 메고 다녔을텐데 고생했겠군요 정말 ㅠㅠ 이번에 뒷동네에서 난 산불은 다행히도 등산로가 있는 곳이었고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차 진입도 쉬워서 상대적으로 빨리 진압된 것 같아요.
  • 택씨 2016/04/05 18:11 # 답글

    정말 인천엔 제대로 된 산이 없군요. 계양산 정도... (그런데 여긴 부평인가요??)
    산불은 헬기가 제일인가 봐요. 나머지 사람들은 잔불 정리하는 정도....
    사람이 진화현장엔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방화선 구축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작업이라고 들었어요. 잘못하면 화염이 진행해와서 속도가 사람보다 더 빨리 진행한다고 하더라구요.
  • enat 2016/04/05 19:09 #

    여긴 문학산입니다! 음... 문학동이랑 학익동에 걸쳐있어요! ㅋㅋㅋㅋ 음... 어떻게 설명을 하지... 주안에서 송도 넘어갈때 문학터널을 지나는데 거기가 여기입니다!
    봉우리가 학이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 이렇게 있다고 해서 학자가 들어가는 동네입니다! 비록 고속도로때문에 학의 목은 두동강이 났지만... ㅠ

    그렇잖아도 아버지께서도 화염 진행하는 속도가 말도 못하다고 하시더라고요 ㅠㅠ 헬기로 물을 퍼붓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번엔 금새 진압되어서 다행이에요 ㅜㅠ
  • lsh 2016/04/23 19:48 # 삭제 답글

    쿠바 여행기에서 소방관의 딸이라고 했던게 기억나네요~
  • enat 2016/06/06 16:42 #

    그 옛날 여행기를 기억하시는군요~~~!!
  • 권태로운여자 2016/06/04 16:19 # 답글

    몇일전부터 여행기 읽고있는데 문학산 뙇 !!!
    그저 멋있게 여행하는 서울사람인 줄 알았는데 같은 인천사람이라니 너무 반가워서 로그인하고 글 씁니다 !!!
  • enat 2016/06/06 16:42 #

    멋있게 여행하는 서울사람ㅋㅋㅋㅋㅋㅋㅋ 인천 토박이입니다. 문학산의 정기를 받아 자랐어요.
    반갑습니다!!!!!
  • 2018/02/07 19: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2/14 10: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14 13: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14 19: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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