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우리나라의 5월과 10월은 세계 최고다. 전국 어딜가도 다 좋을 온도와 하늘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으로 여행 오려면 반드시 5월과 10월에 오라고 추천하고 싶다. 뭐, 이번주 들어서 갑자기 더워지긴 했지만... 어쨌든!
무진장 덥긴 해도 우리나라 최고의 달인 5월이 아직 가지 않았으니까 기념으로 한국을 돌아다니며 좋았던 곳들을 꼽아본다. 사실 이 포스팅은 저저번주의 어떤 햇볕 좋은 날 시작한 포스팅이었는데, 포스팅을 미루다보니 날이 더워져서 인트로가 구질구질해지고 있다. 더 어색해지기 전에 얼른 본론으로 넘어가야겠다.
1. 삼척 장호항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붙어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다만 놓고 보면 나폴리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폴리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와 어감 때문에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서도... 지난 나폴리 여행의 기억이 선명한 나로서는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별명이다. 나폴리는 껌 짝짝 씹는 양아치 언니의 분위기고 장호항은 하얀 나시 원피스를 입은 시골소녀 느낌이라고 할까... 이미지 자체가 다르단 말이다. (참고로 어디까지나 나폴리 자체를 말하는 거다. 나폴리 남부의 다른 휴양도시 말고!)
어쨌든 이곳은... 짱임.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이란 노래를 들으며 왜 바닷물이 초록빛일까 궁금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바닷물은 파란색... 아니 황토색 - 나는 인천 사람이라 월미도 바다색을 보고 자랐다 - 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곳 장호항에 와서 깨달았다. 아아, 바닷물은 초록색이 맞다. 덧붙여 그 노래는,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이란 동요는 이 장호항에서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다!


아름다운 바닷빛 때문에 할만한 것들도 많다.
대표적인 건 스노클링. 스노클링을 하고 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그냥 쩐다는 말만 하더라. 쩐다고 합니다. 참고하시길.
난 친구가 추천해준 스노클링은 안하고 (옆에서 하라고 보채면 안하고 싶어지는 심보 탓이다) 투명카누만 탔었는데, 다음에 가서는 스노클링도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다시 가고 싶은 바다 1순위라서 안유명해졌으면 하는 장소인데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곳이라 마음이 좀 급하다.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당장이라도 장호항으로 떠나서 스노클링을 해야해...
아, 물론 투명카누도 재밌었음. 다만 썬크림은 필수다. 양산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풍경이 멋지기는 한데 그늘이 없기 때문에 바다 위에서 천천히 익어가기 때문이다.

장호항 근처(약 2.5km 정도)에는 해신당 공원이 있다.
혼례를 앞두고 죽은 처녀 귀신의 원혼을 풀기 위해 남근 모양의 조각상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더라 어쩌구 하는 내용이 있는 공원이다. 공원 전체가 그 모양의 조각상으로 가득차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업로드 할 순 없지만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각별(?)한지라 친구들끼리 카톡 짤방으로 애용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어서, 산책하는 맛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굉장히 아름다움.
동해바다 특히 장호항 근처는 진짜 레알인 것 같다.
2. 외도 보타니아
거제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
오가는 뱃길이 잔잔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내가 갔을 땐 파도가 워낙 심했는지라 멀미를 좀 심하게 했다. 멀미 때문에 몽롱한 상태로 섬에 발을 들였다.
당시엔 카메라가 없었는지라 폰카로 사진을 찍었다.




새하얀 조각상, 바다를 향해 난 테라스, 다양한 식물들로 가득찬 정원, 산길을 따라 열을 맞춰서 심겨진 나무들,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 지저귀는 새소리, 가끔씩 절벽을 따라 몰아치는 바닷바람, 절벽에 위치한 작은 교회와 십자가...
아주 먼 옛날, 에덴동산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떠날 때는 동화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다.
...배멀미 때문에 더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보타니아를 다녀온 다음에 시간이 남는다면 바람의 언덕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바다, 풍차, 바람 삼박자가 어우러진 언덕이다. 바다를 향해 바람에 맞서 으아아아 소리 지르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매점에서 바람의 핫도그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핫도그를 파는데 제법 맛있다. 밥도 안챙겨먹고 여행하느라 허기진 사람들(나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3. 설악산 울산바위
어렸을 때는 "울산바위"가 설악산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말하는 줄 알았다. 물론 아니다. 울산바위는 거대한 바위 하나를 말하는 게 아니라 해발 780m 가량의 병풍같이 펼쳐진 암봉을 말한다.

낮기도 하고, 지금은 등산로도 편하게 닦여 있어서 (아버지 말씀으론 옛날에는 경사가 가파른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오르기 매우 불편했다고 한다) 쉽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가는 길에 흔들바위도 볼 수 있음.


이곳을 추천한 이유는 단 하나.
등산시 노력대비 최고의 뷰를 보여주는 곳이라서다. 나는 의지도 끈기도 없이 왜 이모양이지 등등으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라면 울산바위를 추천한다. 생각보다 힘 안들이고 정상에 올라, 멋진 암벽을 바라보며 자신감을 충전할 수 있다.

설악산을 가기 위해 들려야 할 도시는 속초다.
속초에는 유명한 음식들(닭강정, 물회, 아바이 순대 등등)이 많다. 한 끼 정도는 속초의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괜찮을 듯.
4. 평창 무이예술관
평창을 지나다가 작고 예쁘장한 예술관이 있다길래 들려봤다. 근데 정말 예뻤다.



무이 예술관은 시골의 작은 폐교를 전시장으로 쓰고 있는 예술관이다.
삐걱이는 바닥과 아담한 교실 문, 복도를 비스듬하게 비추는 햇살이 코찔찔이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예술관이 위치한 곳은 평창에서도 메밀꽃으로 유명한 봉평인데, 그래서인지 전시장은 흐드러진 메밀꽃을 묘사한 그림들로 가득했다. 전시장 한가운데에서는 진짜 내가 메밀꽃밭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메밀꽃 필 무렵에는 더 많은 전시가 열린다고 한다. 그 무렵에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은 곳.
5.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6.25 전쟁 때 헌책방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리.


온갖 책들이 모여있다. 여기서 죽치고 고르다보면 희귀 서적 몇 개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사는 인천에도 배다리라고 유명한 헌책방 골목이 하나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곳은 도로를 뚫는다 재개발을 한다 어쩐다 하는 바람에 가게들이 문을 닫아 옛날의 그 위용을 많이 잃어버렸다. 책을 사랑하는 문학소녀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사람인지라 그 사실에 매우 안타까워했었는데, 부산에 가보니 그런 헌책방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환호를 질렀다.
게다가 카페와 벽화 등을 설치하여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니.
진심으로 부럽고 부럽고 부러웠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유부주머니 맛집이 있다.
"깡통골목 할매유부전골"이라고 구글에 치면 주소가 뜰테니 찾아가보시길. 난 당시 걸음 빠른 현지 친구들을 졸졸 따라간거라서 위치 설명을 잘 못하겠다.


거기서 소화를 시키며 슬슬 걸어가면 남포동이 나온다.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유명한 거에 비해 내가 잘 몰라서 (걸음 빠른 현지인들을 졸졸 쫓아다닐 뿐이었다!) 별다른 설명은 쓰지 못하겠지만 완당과 씨앗호떡은 꼭 드셔보시길!
참고로 난 배가 너무 불러서 씨앗호떡을 먹지 않겠다고 했는데, 현지인이 내게 집에 돌아가며 후회할 일이 있냐며 내 입에 씨앗호떡을 우겨넣었다. 난 인상을 찌푸리며 뭐하는 거냐고 말하기 위해 일단 그 씨앗호떡을 씹었는데...
그 억지로 씹어먹은 씨앗호떡은 정말 맛있었고..
난 오로지 그 씨앗호떡을 또 먹기 위해 부산에 또 갔다. 그 정도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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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려니까 그동안 쌓아놨던 사진들은 엄청나고, 사진 정리를 하며 글을 쓰려니 잠은 오고,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일단 여기서 끊고 또 5개 가량의 추천 여행지가 모이면 그 때 이어서 올려보겠다. 아이 졸려라.
전날 업로드 버튼을 안누르고 자러 갔다... 더 이어서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밖이라 외장하드가 없어서 이 상태로 올림!
덧글
2년전에 시작된 여행이 현재까지도 계속 되는 착각이 들어서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막상 끝나면 섭섭할거 같고.
언제쯤 끝나나요? 진짜!!!! 궁금합니다 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우가 마지막 도시이니... 아마 지금부터 3~4개 포스팅 안에 끝날 것 같아요.
금방 끝나니까 걱정마세요! ㅋㅋㅋㅋㅋ
뭔가 제가 갔을 때 사람들도 적어서 조용했고, 진짜 아담과 이브가 놀러다닐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외도는 참 아름다웠더랬죠!
삼척 앞바다는 정말 천국 같아요. 특히 장호항! 그런 물빛이 또 없더라고요.
역시 변태력을 측정하는 소녀 답습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바다가 놀랍니다. ㅎㅎㅎ
다른 멋진 풍경과 이야기도 많잖아요!
변태력이랑은 상관없어!!!!
...상관있나...?
여튼 생각 같아선 해신당 공원 사진을 잔뜩 올리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제 블로그가 너무 외설적이게 될 것 같아 올리지 못했습니다. 조금 아쉽군요.
여행가실 때 참고하세요! 다른 사진들도 긁어모아 2탄도 올려볼게요!
장호항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부산 송정 해수욕장도 좋더라구요ㅎㅎ
부산 송정 해수욕장! 부산 사는 친구들 말로는 부산 사는 사람들은 해운대 안가고 거기 간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용궁사 갈 때 한 번 가볼까 고민하다가 못갔는데, 가지 못해 아쉽군요!!!
2. 대명델피노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가 그렇게 웅장할 수 없던데...그래도 직접 올라보는 것보다는 못하겠지요 ㅎㅎ
3. 보수동 책방골목 좋지요. 어느 서점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저씨께서 라노벨을 하나 추천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요새는 헌책방 카페(?)도 생겼다고 들어서 지난번 부산에 갔을때 한번 들러보려다가 시간이 애매해서...배다리는 아벨서점 정도 남아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건재하는지요 ㅎㅎ
장호항은 진짜 일부러 찾아가는 보람이 있는 곳입니다! 다만 성수기에 가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않아 좀 고생한다고 하네요. 극성수기는 피하세요! ㅋㅋㅋㅋ
2. 델피노에서 본 울산바위 사진을 찾아봤는데 장난 아닌걸요! 직접 올라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네요. 리조트가 자리 하나는 끝내주게 잘잡은 듯...
3. 라노벨을 추천해주는 헌책방... 뭔가 어울리지 않아요! ㅋㅋㅋㅋ 제가 갔을 때 카페가 있긴 했는데 늦은 저녁 시간이라 들리질 못했어요. 다시한번 부산 찾아가면 카페에 들러보려구요.
아벨서점은 다행히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배다리 못간지도 꽤 됐군요. 주말에 시간 나면 변한 거라도 있나 찾아가봐야겠어요.
헌책방 이야기 하시면 청계천 쪽 헌책방 거리가 홀라당 날아간 건..(빠드드드득)
하지만 커피만 마시러 주문진행 첫차를 타고 가시다니 엄청 낭만적인걸요. 뭔가 멋져... 저도 언젠가 도전!!!!
강릉도 유명한 먹거리가 많은가보군요!? 최근에 강릉에 다녀왔는데, 짬뽕만 먹고 와서 뭔가 아쉽군요 ㅠㅠ
청계천 쪽 헌책방 거리 사라졌나요!?!?!?!? 아니 왜째서!?!?!? 고딩때 만화책과 추리소설을 잔뜩 사왔던 추억이 있는 곳인데!!!!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안 가본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는데, 청계천 복구공사 한 뒤에 그 주변에서 하나 둘씩 사라진 걸로 기억합니다.ㅠ_ㅠ
크아 분점도 있는데 조용하다니... 얼마전에 강릉에 다녀왔었는데 진작 이 정보를 알아둘 걸 그랬군요! 다음에 가게 되면 꼭 들러봐야겠어요!!!!!!!!!!
흐엉 청계천 헌책방 거리도 배다리의 전철을 밟고 있다니 아쉽네요 ㅠㅠ 부디 한두개라도 끈질기게 살아남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