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3 13:30

샤브샤브 먹다가 먹부림

1.

어제 저녁 16년지기 무비몬이랑 샤브샤브를 먹었다.

오키나와에서 사온 기념품도 주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먹고 있다가

국물을 마시려고 국자로 퍼서 손에 따르는 바람에 화상을 입었다.


바본가 나는? 왜 국물을 손으로 받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문장을 사용하여 내 바보같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진짜 바보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이 정도로만 하고



2.

집에 화상 연고도 없고, 뭐 그냥 피곤해서 얼음만 쥐고 잤다.

손에 입은 화상이란 게 생각보다 짜증나는 일이더라.

얼음이 다 녹기라도 하면 곧바로 느껴지는 화끈거림...

손을 움찔움찔할 때마다 몰려오는 쓰라림...


어젯밤 꿈에서 FBI한테 쫓기는 꿈을 꾸다가 총알을 손으로 막았는데

그 때 느낀 격통이 실제로 느낀 고통이었구나 싶다.



3.

하여간 아침이 되자 쓰라림은 덜해졌다.

손바닥 한가운데에 물집이 생기긴 했는데 건드리지만 않으면 안아프다.

아까 그 물집이 넘 통통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혀로 핥았다가 아파서 난리를 쳤었다.

바보냐고. 그걸 왜 핥냐고.



4.

어제 무비몬이

"너 같은 바보가 혼자 여행을 하고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라고 했는데

무비몬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집 앞에서 돈을 내고 밥을 먹다 화상을 입는 바본데

용케도 살아서 돌아다녔구나 싶어진다.



5.

그러고보면 나는 다리에 유난히 상처가 많다.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처들이다.

정강이와 무릎에는 늘 멍이 들어있다.

남친이 이게 여자 다리냐며 오열(?)한 적이 있다.

나는 왜 다친 줄도 모르고 살까.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 건지 모르겠다.



6.

엄마 말로는 어렸을 때도 그랬단다.

신나게 달리다가 머리를 벽에 박고 뒤로 넘어져서 뒷통수도 바닥에 박는 일이 예삿일이었단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또 어디론가 달려갔단다.

저거 괜찮나 싶었지만 안우니까 냅뒀단다.


...걱정 좀 해줘.

덕분에 엄마 딸은 나이 먹어서도 그렇게 산다고.



7.

그러고보니 연구실에서 일할 때 얼마나 위기일발인 사건들이 많았는지.

일을 그만두면서 내 목숨줄이 연장된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 느낌만이 아닐 것이다.


...왜 화상 이야기에서 연구실 이야기까지 나온 거지?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다시 어젯밤으로 돌아가자.



8.

하여간 무비몬이 나중에 내 남편될 사람의 앞날이 보인다며

나를 갱생시켜주겠단다.

주의력과 조심성을 아주 약간이라도 키우면 될 일이라며

이것저것 뭔가를 하라고 말해줬다.

나는 알겠다고, 내일부터 나는 달라질 것이라고, NEWenat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자고 일어나니까 뭘 하라고 했는지 까먹었다.


난 틀렸나봐 무비몬...






덧글

  • 존평씨 2016/09/03 13:39 # 답글

    몸이 생각을 못 따라가서 그런 거 아닐까요.
    미래에 그걸 보완해주는 남편을 만나면 해결됩니다.
    생각은 하는데 몸은 안 움직이는 나무늘보 같은 남자를...
  • enat 2016/09/07 13:41 #

    아니 몸이 생각을 따라가는 남자를 만나면 되는 거잖아요!?!? 어째서 게으른 남자!?!?!?
    그냥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민첩한 남자를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여!?!?!?

    딴얘기지만 최근에 체력 좀 기르려고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16년지기 친구가 말리더라고요.
    헬스 기구가 널 죽일지도 모른다고... 하하하... 설마 저도 그정도까지 바보는 아니겠죠!
  • bluesky 2016/09/04 12:53 # 답글

    손바닥... 어찌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6번을 보면 저도 그런 모습이 있어 동병상련...ㅠㅠ

    물집 잡힌거면, 피부과에 꼭 가시길 바래요..
  • enat 2016/09/07 13:43 #

    오 6번! 저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뭔가 위로가 됩니다..........

    물집은 가만히 냅두니까 작아지면서 갈색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좁쌀만해졌어요. 다 나아가나봐요.
    피부과에 갈 시간이 없어서 못갔는데 머 회복력은 좋으니까 다행히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당.
  • 모치 2016/09/05 11:59 # 삭제 답글

    enat님 화상 ㅜㅜ 꼭 약 잘바르세요! 의외로 오래가고 아프답니다 ㅠㅠ
  • enat 2016/09/07 13:44 #

    샤브샤브 먹은날 밤엔 손이 뜨거워서 울면서 얼음 붙잡고 잤는데 다음날 화기가 다 빠졌는지 괜찮더라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11thCTR 2016/09/05 18:02 # 답글

    선천적으로 모험가이신듯... 사소한 위험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 아.. 예전 계정 비번까먹어서 계정 새로 팠습니다....)
    잘 치료하세요. T_T
  • enat 2016/09/07 13:46 #

    아니 어쩌다가 비번을 까먹으신 거죠... 이글루스도 비번 찾기 기능 있지 않나요? 컹컹 ㅠㅠ...
    선천적 모험가면 좋겠는데 그냥 선천적 바보입니다.
    겁이 많아서 몸을 사리는데 몸을 사리는 와중에도 다치고 마는...
  • 용용 2016/09/19 02:31 # 삭제 답글

    +ㅁ+:;!! 이낫님 화상 입으신 거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ㅜㅡㅜ

    사..살..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죠 +ㅁ+:;; 저는 세수 할때 퐈이팅 넘치면 그렇게 코를 쑤셔서 피를......:;;

    뉴낫님을 기대할께요 +ㅁ+!!
  • enat 2016/09/20 21:19 #

    손에 코딱지만큼 흔적이 남았습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ㅋㅋㅋㅋ아니 근데 대체 어떤 세수를 하면 코피가 나나욬ㅋㅋㅋㅋㅋㅋㅋ
    대체 어떤 세수길랰ㅋㅋㅋㅋㅋㅋ 한번 보고 싶습니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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