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2 14:05

잘됐으면 하는 송탄 디저트 카페 : 마레 먹부림

남친과 송탄 미군부대 앞거리를 걷다가, 대충 찍은 사진과 저렴한 문구의 홍보문구가 있길래, 왜인지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조용히 이야기나 하려고 가게로 들어갔다. 카페 마레Maree라고 하는 곳이었는데, 가게는 2층~3층으로, 입구가 어딘지 조금 헷갈려서 다른 가게에 갈 뻔 했다.

솔직히 말하면 둘이 조금 비웃으면서 계단을 올랐다.

나 : 내가 사진 편집해주고 싶다. 왜 저렇게 맛없게 사진을 찍은 거지.
남친 : 정말 맛있는 집이라 그런거 신경 안쓴거 아니야? 의외로 엄청난 고수일지도 몰라.
나 : 하긴 프랑스 어디에서 공부했다는 홍보문구도 있던데.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가게에 들어가니 앳된 얼굴의 언니가 우리를 맞이해줬다. 남친과 나는 고수의 느낌이 나는지 안나는지 그 주인 언니를 살펴봤는데, 고수는커녕 엄청 친절하고 상냥한 느낌만 풀풀 풍겨서 둘 다 고개를 갸웃했다.

매대에 올라가있는 케이크를 봤는데, 가격은 6000~8000원 정도로 맛있지 않으면 열받을 만한 가격이었다.

나 : 근데 맛있을 것 같아.
남친 : 나도 느껴져. 여긴 맛있는 가게야.
주인 언니 : ^^???


케이크의 생김새가 범상치 않았다. 특히 저 7천원짜리 길쭉한 컵에 담긴 티라미수... 숟가락으로 가득 퍼서 입에 넣고 서서히 녹이면 엄청난 황홀함이 딸려올 것만 같은 포스다. 그 외에도 맛있어보이는 케이크들이 넘나 많은 것... 우리는 몇 되지 않는 케이크 중에서도 한 가지를 정하지 못하여, 결국 두 개를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두 개의 케이크의 맛이 섞이면 안되니까 입을 가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디저트 값이 밥값보다 더하구나.

주문을 하고 매대 앞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카페 구조가 옛날엔 오토바이 가게로 쓰였을 거라던가 저 냉장고에서 파는 사과주가 맛있어보인다던가 하는 이야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빙그레 웃으며 커피를 준비하고 있던 주인 언니가 위층에 올라가있으면 가져다주겠다고 해서 잠자코 올라갔다.

카페 위층... 그러니까 3층은 쾌적하고 넓직했다. 이 정도 환경의 카페가 인천에 있다면 자주 가서 혼자 노트북 만지작거릴텐데. 하여간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으니, 곧 주인 언니가 케이크 2개와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줬다.




맛을 보기 전에 사진을 찍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 맛을 본 뒤 맛있으면 기억해두려고 찍어둔다) 일단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니까 손대기 전에 한 장 찍어뒀다. 남친이 찍는데 내가 빨리 맛보고 싶으니까 대충 찍으라고 보챘다.

일단... 뭐부터 먹어야하지?

티라미수는 어쩐지 무거울 것 같으니 저 옆에 가벼워보이는 과일 케이크(유자 레몬 케이크였나?)부터 먹어야겠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포크로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리고 잠시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 : ......
남친 : ......
나 : ...헉... 잠깐 디저트의 나라를 산책하고 왔어...
남친 : ...그래? 나는 그 나라의 상공을 비행하다가 왔어...


뭐지 이 상큼함은!?

과일을 싫어하는 나지만...


이 정도로 상큼하고 가벼우며 날아갈 것만 같은 맛은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다고!


그 상큼함에 취해 좀 더 이 케이크를 묘사할 적절한 문장이 없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친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남친 : 허억...
나 : 왜 그래?
남친 : 지금 그 상태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셔봐...
나 : ?


입을 가시고 티라미수를 먹으라는 소린가? 나는 의아해하며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나 : 허억...

나도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나 : 아...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가 입을 헹구는 게 아니라 이전의 맛을 돋구고 있어...
남친 : 그래, 아메리카노가 아직 입 안에 남은 케이크의 단맛을 건드려 상큼함이 톡톡 터진다고...


게다가 새 기계를 써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메리카노에 잡내 하나 없다. 이 균형잡힌 커피의 맛은 대체... 커피마저 완벽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우리는 감동에 몸을 바들바들 떨며 스푼을 들었다. 대망의 티라미수 타임이다. 하지만 방금 전 과일 케이크의 감동 때문인지, 둘 다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혹시라도 이 티라미수가 지금 힘껏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과일 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콤보는 최강이었는데, 이 티라미수가 그 균형을 깨면 어쩌나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잘 만들지 못한 티라미수는 너무 달거나 너무 느끼하거나 그런데, 혹시 이것도 그러면 어떡하나. 이 가게에 대한 좋은 추억은 이미 건졌는데, 굳이 새로운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7천원이 아까우니까 역시 먹기로 했다. 우리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우리는 스푼을 티라미수에 꽂아넣었다.

나 : 허억...
남친 : 허억.
..

괜한 걱정이었다!

나 : ...달지 않아...
남친 : ...느끼하지 않아...
나 : 그리고 생각보다 가벼워. 살짝 고소할 정도야.
남친 : 안에 들어가있는 누진 크런키가 맛있어.
나 : 뭐야, 이 티라미수, 진짜 완벽하잖아.
남친 : 7천원에 이런 행복을 먹어도 되는 거야?
나 :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주인 언니, 짱이잖아...
남친 : 역시 유학파는 다르구나. 본고장의 맛은 달라.


그리고 다시 아메리카노 한 모금.

크윽, 진짜 행복하잖아. 진짜 황홀하잖아!

나와 남친은 턱을 괴거나 이마를 짚는 등의 자세를 취하며 진지하게 이 카페에 대해 (둘 다 설명충 기질이 좀 있어서 뭐 먹을 때 맛을 평가하거나 설명하지 않으면 못 견딘다, 그리고 둘 다 어렸을 때 요리왕 비룡을 재밌게 봤다) 논했다. 그리고 카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역시... 배워야 한다는 것을...

프랑스 유학파 주인 언니... 흥하시길...





+1

엊그제 또 다녀왔다.




프랑스 무슨 지방의 전통 디저트라는 치즈+산딸기 조합의 희한한 디저트(추가: 덧글에 의하면 크렘당쥬라는 이름이라고 함니당)랑 초코 케이크.

점심을 엄청 많이 먹어 배부른 상태였지만 둘이 또 잔뜩 설명을 늘어놓으며 먹었다.

치즈+산딸기는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혹은 녹아버릴 것만 같은 하얀 눈과 같은 맛이고, 초코 케이크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가벼운 초코 맛이며 익숙한 초코 아이스크림 느낌이 난다, 그리고 케이크 하단에 박힌 크런키가 넘나 맛있는 것... 아메리카노는 이번엔 살짝 시큼한 맛이 돌락말락하네... 커피 맛은 똑같은데 디저트가 달라져서 맛이 다르게 느껴지나... 등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인지... 넘나 맛있는 것...

흥해라 카페 마레...





+2

카페 마레 주인 언니... 절 모르시겠지만 전 언니의 디저트 팬입니다...

베이킹 수업도 있던데 나중에 시간내서 수업 들을 거에요...

저 인천 사는데도 이 카페 오려고 송탄까지 내려가요... 송탄 사는 남친 만나는 건 덤이고... 하여간 주말마다 내려갈게요...





+3

요새 여행기를 길게 못써서 디저트 카페 포스팅을 길게 씀... 흑흑





+4

지도 첨부.




네이버에 치니까 지번 주소는 안나오고 "경기도 평택시 신장1동"이라고만 나오네... 에이 몰라.






덧글

  • 옥신이 2016/09/12 14:24 # 답글

    홀......설명에 취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송탄이 대체 어디인가를 찾아봤습니다.
    이 카페........네이버 지도에 등록 좀 하면 좋겟어옄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블로거가 적어둔 주소로 지도에서 찾았는데.........홀.........저도 가보고 싶습니다.........
  • enat 2016/09/12 14:32 #

    평택시에 있는 곳입니당. 주한미군 오산기지 바로 앞에 작은 이태원 거리라고 불리는 국제거리가 있는데 그 안에 있는 곳이죠! 국제거리가 좁아서 농협, 맥도날드, 베스킨라빈스 이런 프랜차이저 건물들을 기준으로 삼고 돌아다니면 찾기 쉽습니당. 덧글 보고 지도 첨부했어요!
    갈 때마다 손님이 없어서 내입맛에 맞는 디저트카페 망하면 큰일이다 하고 저라도 포스팅을 한 건지라... 근처 가실 일 있으면 한번 들러보세요! 티라미수 진짜 맛있습니다 ㅋㅋㅋㅋ
  • 2016/09/12 14: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12 14: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잘나가는 꼬마사자 2016/09/12 15:13 # 답글

    저는 서울에 살지만 여긴 가보겠습니다 어떻게든.......ㅠ_ㅠ
  • enat 2016/09/12 15:27 #

    ㅋㅋㅋㅋㅋㅋㅋ 여기 때문에 가시진 마시고 근처에 일 있을때 가세요 ㅋㅋㅋㅋ 넘나 먼 거리는 맞으니까요! ㅋㅋㅋ
  • 2016/09/12 15: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9/12 15: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Tabipero 2016/09/12 15:24 # 답글

    예전에 우연히 찾아간 카페도 맛과 분위기가 의외로 괜찮았고 이동네 부대찌개나 햄버거 짬뽕 말고도 맛집의 보고네요 ㅋㅋ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송탄에 방문할 이유가 없어지긴 했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볼께요 ㅎㅎ
  • enat 2016/09/12 15:29 #

    의외로 맛집의 보고인 것 같아요! 미군부대가 있어서인지 외국인의 입맛+한국인의 입맛을 다 사로잡을 음식점들만 있어서 그런건지... 기회가 되면 꼭 가보셔요! 그 티라미수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ㅋㅋㅋ
  • aka shimpyo 2016/09/12 15:52 # 답글

    아니! 그것보다... 연애를 하고 계시는군요 ㅋㅋㅋ
    축하드려요~ (근데 오래된거면 어쪄죠... ;ㅁ;)
  • enat 2016/09/12 16:05 #

    오래되긴 했지만 감사합니다아~
    사실 그동안 포스팅에 "친구랑 갔는데... 어쩌구"하는 내용의 1/3 정도는 남친 이야기였습니다아 그래서 모르셨을거에요오 '0'
  • 지나가다 2016/09/12 15:56 # 삭제 답글

    산딸기 치즈는 크렘당쥬 같아보이네요
    거즈 천으로 싸놓은거 같은것이

    맛있겠네요 아아 티라미수 퍼먹고싶다 저렇게담겨있는거퍽퍽퍼먹고싶다치즈도안넣고젤라틴으로굳혀놓은케이크쪼가리가아니구 ㅠㅋㅋㅋ
  • enat 2016/09/12 16:08 #

    크렘당쥬라는 이름 맞는 것 같아요!!!!!!! 처음 먹어보는 거라 이름도 못외우고 우왕 마이따마이따 하면서 먹었었어요 ㅋㅋㅋㅋ
    티라미수는 진짜 짱입니다. 구린 카페에서 파는 3천원짜리 조각 느끼달달 케이크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욤.
  • LionHeart 2016/09/12 16:44 # 답글

    연인과 나누시는 대화가 마치 일본 요리 만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아 뿜었습니다.
    표현력이 남다르시네요 ㅎㅎㅎ
  • enat 2016/09/12 17:58 #

    둘이서 종종 만화 카페도 자주 가는데 남친이 요새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있어서 그런지 더더욱 표현력이 상승한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파라미터가 상승하다니... ㅋㅋㅋㅋ
  • 존평씨 2016/09/12 17:44 # 답글

    네이버 지도에 '카페마레'를 치면 목록에 나오긴 하네요.
    '마레'란 이름으로요.
    그런데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냥 저기만 갔다오기엔 좀...
    주변에 다른 갈만한 장소같은 건 없나요?
  • enat 2016/09/12 18:03 #

    음... 일단 저 동네는 부대찌개와 수제버거가 유명합니다아...
    또... 또...
    카페가 있는 국제거리가 작은 이태원이라는 별명은 있습니다만...
    사진 찍는걸 즐기신다면 잠깐 재밌긴 하겠지만 거리가 생각보다 짧습니다.
    항구가 가깝다 들었는데 가본 적은 없어서 추천은 못해드리고...
    위로 더 올라가면 오산쪽에 물향기 수목원이 있고요...
    물향기 수목원도 시간 많을때 가봄직한 정도지 뭐 그렇게 추천할 정도는 아니군요.
    음... 정말 뭐 없네요. 남친 아니었으면 가보지도 않았을 동네라서...
  • 하얀눈썹 2016/09/13 03:21 # 삭제 답글

    저 평택 시민이고 지난주 여기 근방에서 놀았는데
    주말에 시간내 꼭 가봐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
  • enat 2016/09/16 19:33 #

    맛있는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ㅋㅋㅋ
    평택 시민이신 게 부러워질 정도군요... 저는 인천 살아서 매일 가고 싶어도 못갑니다아 ㅇ<-<
  • 용용 2016/09/19 02:17 # 삭제 답글

    이낫님이 저번에 올려주신 포스팅 중에 홍대 밥집도 그렇고 ㅠㅡㅠ 꼭 가봐야겠어요!! 이렇게 극찬하실 정도면 정말 +ㅁ+ 부대찌개 먹고 디저트 여기서 먹으면 되겠어요!!
  • enat 2016/09/20 21:12 #

    그러고보니 그 홍대 밥집은 최근에 안가봐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0' 건재하려나... 걱정...
    하여간 저 디저트집은 맛있습니다. 배운 사람은 다르더라고요...
  • 2016/10/05 12: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10/07 11: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0/07 16: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10/09 13:1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nat 2016/10/11 12:39 #

    우와!!!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말엔 송탄에 못내려가서 못사먹었네요 ㅠㅠ
    가게 들려도 모르는 척 할거에용 케이크는 제 돈주고 몰래몰래 사먹을거에요 ㅋㅋㅋ
    시간과 돈 모두 여유 생기면 베이킹 배우러 갈게요. 요새는 둘 다 없네욤... ㅋㅋㅋㅋㅋ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2016/10/15 07:17 # 삭제 답글

    아ㅋㅋㅋ 송탄사는 주민인데 근처 까페 새로운거 없나 검색하다 들어왔어요 리뷰가 너무 맛깔나서 아침부터 웃고갑니다ㅋㅋ오늘 꼭 가봐야겠네요
  • enat 2016/10/18 12:31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가서 맛있게 드시면 마레 주인언니도 기뻐할 거여요. @.@!!
  • sagenot 2017/04/30 17:52 # 삭제 답글

    남편이 에넷씨 글 팬이어서 같이 카페 마리 다녀왔어요 :-) 저도 송탄에서 중학교 나와서 부대 앞 많이 갔는데 조금 변한 듯 하면서도 오래된 가게는 그대로더라고요 :D 저도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enat 2017/04/30 22:30 #

    우와 이 잡문을 재밌게 읽어주시다니 넘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카페에 함께 다녀오셨다니 기쁘네요! 저랑은 하등 상관없는 카페고 저도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ㅋㅋㅋ 그래도 부디 입맛에 맞으셨길 바라며... :)
    앞으로도 종종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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