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6 18:49

여수 여행 (3) 진남관과 거북선 ├ 남부지방

여수편 포스팅 세번째. 지금 구례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폰으로 쓰는 건데 길이 밀려서 포스팅할 시간이 넘쳐난다. 하하.

근래 들어 매주 여행을 다녔더니 여행기가 또 밀려만 간다. 별 얘기 없으면 사진으로만 때우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1.

숙소를 나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진남관이었다.




진남관이 있는 자리는 본래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조선 수군의 본영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전라좌수영의 성터였다.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은 이곳에서 왜의 수군을 격파할 여러가지 전략들을 세웠고, 전략대로 격파했다. 무적무패의 신화는 바로 이곳에서 쓰였다.

이순신의 활약과 각 지방 의병들의 분투, 명의 참전 등으로 조선은 한양을 수복한다. 그 이후 조정에서 왜군들의 퇴로를 끊으라는 명령이 전달되고, 그 일의 총 책임자로 이순신의 이름이 오른다. 그리하여 그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수군의 총 지휘자인 초대 삼도수군통제사가 되고, 여수의 전라좌수영은 삼도수군통제영을 겸하게 된다.




그런 여수의 영광도 한 때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연전연승하던 이순신은 선조의 시기와 경계로 인해 무고하게 파직되어 백의종군하게 되고, 2대 삼도수군통제사로는 원균이 오르게 된다.

그러나 무능한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자신과 함께 조선 수군을 꼴아박... 아니 말아먹... 휴, 이런 단어를 쓰면 안되겠지. 하여간 왜의 X맨이었나 싶을 정도로 대패한다. 이순신이 키운 군선과 많은 군사들은 도망간 열두 척을 남겨놓고 전부 수장되었고, 전라좌수영성 역시 이 전투에서 파괴되었다.





그 이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오른 이순신은, 나 같은 범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통제력과 자제력을 발휘하여 그 모든 분노와 절망을 억누르고 전투에 임한다. 그 유명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전투가 바로 남은 열두 척과 백성들이 가져온 한 척의 배를 합쳐 총 열세 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무찌른 대첩, 해전사에 다시 없을 극적인 승리 때문에 세계 4대 해전으로도 손꼽히는 명량대첩이다. 크, 다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이건 해도해도 짜릿한 이야기라 짧게 써봤다.

이순신은 명량대첩 후에도 잇달은 승리를 거둔 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전사한다. 그와 평생을 함께했던 전라좌수영성은 무너진 상태로 있다가, 이순신 사후 다음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이시언에 의해 복구된다. 그 때 본성의 누각이 있던 자리에 한 객사가 들어서는데 그게 바로 진남관이다.

그리고 현재, 복구됐다는 전라좌수영성은 다시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딱 이 진남관 하나만 남아, 조선 후기의 건물양식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가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고 건물 없구만.

진남관은 제법 웅장하고 큰 규모인지라, 난 진남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기 전에 이곳이 그 옛날 이순신 장군님이 조선 수군을 진두지휘하고 무패의 전략을 세우던 곳인가 하고 착각했더랬다. 앞서 설명했듯 그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라네요!





현재는 진남관 전면해체보수 기간인지라 주변이 어수선했다.

나라를 지킨 영웅들의 기운이랄지 얼이랄지 어쩌면 한일지도 모르는, 뭐 그런 것들이 깃들어져 있는 터인데 무사히 보수공사가 완료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예산만 된다면 진남관 말고도 전라좌수영성 전체가 복원됐으면 좋겠는데 뭐 여수시에서도 그게 어려우니까 못하고 있겠지... 여튼 언젠가는 됐으면 좋겠다. 쩝.





2.



진남관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 지금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을 다잡고 수군을 이끌었던 운운... 열세인 상황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천재적인 전략가 운운... 등등의 여러가지 수식어구를 붙이다가 다 지웠다. 그 어떤 수식어구를 붙여도 부족하고 요새 글빨 딸려서 잘 지어지지도 않는단 말이다. 내가 초딩 때 학교 숙제로 위인전 독후감을 쓰라길래 이순신의 일대기가 적힌 위인전을 읽고 무한한 감동을 받아 A4용지 글씨포인트 9, 줄간격 160에 맞추고 8장 분량으로 썼던 적이 있는데, 참 재미있었다 라는 평이면 오케이였던 당시 독후감 평균 수준을 생각하면 저건 무진장 열심히 쓴 분량이었다. 그 정도로 존경한단 말이다. 아니 솔직히 한국인이면 다들 존경하잖아!

...하여간 그 분! 성웅 이순신의 동상이 나온다.





충무공 이순신은 전략에 관해서도 완벽했고 인품에 있어서도 완벽했으며 전쟁통에서도 일기를 쓸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무인이었지만, 왕의 시기와 질투하는 이들의 모함으로 인해 모진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그가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떤 결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지. 어쩌면 이순신은 전쟁 후 자신의 미래를 예상하고 전장에서 무인으로 죽는 것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존경받기 마땅한 일을 하신 분들이 대접받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 요새 뉴스를 보면 아직도 그 세상은 멀어보이는 것 같아 좀 서글퍼졌다.





3.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지나 광장쪽으로 가면 거북선 모형을 만날 수 있다.





이게 그 거북선 모형이다. 여수시가 저 거북선 모형을 제작할 때 큰 예산을 들여 고증대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다른 지역의 모형과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다고 했단다.

그런데 아이고 어쩌나. 비만 오면 거북선 내부에 물이 샌단다.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은 적은 예산도 아니고 몇십억원을 투자하여 고증대로 만들었다는, 그것도 원래는 해상 전시 목적으로 만든 거북선이다. 근데 가랑비에 샐 정도면 바다에 띄웠을 때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한단 말인가. 제대로 만든 게 맞는 거야? 몇십억원은 어디에 쓰인 거야?

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여수시가 주장하는대로 마땅한 자리를 찾지못해 그런 건지는 몰라도 거북선은 아직도 바다에 띄우지 않고 광장에 전시...방치... 하여간 그렇게 놓여있다. 여기도 몇십억짜리 애물단지 레일 깔아놓고 암것도 못하는 우리 동네랑 비슷하구만.

아, 지상에 놓여있기만 할 뿐이지 관람은 가능하다. 우리 동네보단 낫구만.





이건 거북선 모형 내부.

수군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동선이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고 계단이 가팔라 힐 신은 여자들이 남친의 손을 잡고 꺄아꺄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하고 싶지만 미니미니가 부재중이군. 물론 난 늘 운동화를 신기 때문에 옆에 있었어도 뚱하게 내려갔겠지만...




거북선 모형 앞에는 희한한 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끝에서 많이들 사진 찍더라. 나도 셀카질 했지만 어차피 심슨 그림만 거대하게 나올테니 패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항구.





광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가지 조형물.

인상적인 것들만 찍어봤다.





4.

바닷바람 쐬며 구경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점심을 먹었었나? 점심 먹긴 늦었고 저녁 먹긴 이르지만 대충 점저를 먹기로 했다. 난 혼자 다니면 먹는 거 진짜 신경 안쓰는구나. 새삼 느낌.

이순신 광장 근처에 한우궁이 있길래 들어가서 육개장 먹고 나왔다. 그 특유의 시뻘건 양념 때문에 배가 뜨끈뜨끈 화끈화끈했다. 난 시큰거리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내일 화장실에서 평소와 다른 걸 보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 후엔 광장 건너편에 작은 쇼핑가가 있길래 가서 내일 입을 옷도 좀 사고, 은행가서 현금도 뽑고 그랬다.

하늘을 보니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슬슬 돌산 공원 쪽으로 가서 야경이나 볼까 싶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 근처엔 여수 고딩들이 많았는데 남자애들이 험악하게 놀길래 무서워서 한쪽에 찌그러져 있었다. 버스는 왜이리 안오고 애들은 왜그리 험악하던지.

난 몇십분만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간신히 돌산공원으로 향했다.




계속 이어서 쓰면 좋으련만 임시 저장해둔 사진이 다 떨어져서 여기서 끊고 턴을 종료한당.

버스는 아직도 서울 올라가는 중이구만. 한숨 자야지.




돌산공원에서 계속!





덧글

  • 2017/03/26 21: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27 08: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27 09: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28 13: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28 2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까마귀옹 2017/03/26 22:42 # 답글

    1. '작은 규모의 쇼핑거리'라고 쓰셨는데, 사실 거기가 서울로 치면 '종로-명동'인 여수 구도심 상가입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연등천 건너면 서시장이라고 여수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원래는 이 구도심 상가가 여수 원탑의 번화가였는데, 2000년대 이후 상권이 많이 죽었죠.

    2. 못보신건지, 아니면 그냥 언급을 안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광장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위안부 소녀상이 있습니다. 올해 삼일절에 제막식 했었음.
  • enat 2017/03/27 08:52 #

    1. 여수의 명동이었군요? 돌아다니면서 대형 할인점 입점을 금지하다는 플랫카드를 본 기억이 있는데 아마 대형 할인점 들어서면서 상권이 많이 죽었나봅니다. 안타깝네요.

    2. 위안부 소녀상이 있었군요. 있는 걸 알았으면 가보는 거였는데 구석구석 살피지 않은 감이 있어서 (배가 고팠거든요) 못보고 돌아왔네요.
  • 2017/03/26 23: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3/27 09: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27 21: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3/28 13:2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Tabipero 2017/03/27 00:03 # 답글

    여수의 많은 관광지들을 보다보니 전 그냥 여수 밤바다만 보고 올라왔었네요(...) 날 좋은날 골라 여수 이곳저곳 돌아볼 수 있었음 합니다.
    그나저나 드디어 구례 가셨군요. 잘 도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 enat 2017/03/27 09:09 #

    여수 밤바다가 여수의 탑 오브 탑 풍경 아닌가요. 그럼 최고로 멋진 풍경을 보고 오신거니 다른 건 뭐... ㅋㅋㅋㅋ 하지만 날 좋은날 놀러가기 괜찮은 곳이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부담없이 좀만 돌아다녀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니 말이에용.
    구례... 생각보다 멀더라고요 ㅋㅋㅋ 사실 갈 자신 없었는데 포스팅보고 뽐뿌받아서 다녀왔습니다. 산수유 예쁘더라고요... :)
  • 잘나가는 꼬마사자 2017/03/27 11:06 # 답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 이거 대사 떠올리면 늘 소름돋죠 ㅋㅋ 진짜 어렸을 때도 지금도 알면 알수록 말도 안되게 대단하신 분인거 같아요ㅋㅋㅋ 매주 여행이라니 날씨가 풀리셔서 이제 신나게 놀러다니시는군용 ㅎㅎㅎ 저희 페이퍼 커팅은 언제 하나요ㅠㅜㅠㅠㅠㅋㅋㅋ 문화의 날 ㅠㅠㅠ 연극도 보고 포스팅도 하고 책도 읽고...
  • enat 2017/03/27 16:38 #

    크 열두 척의 배... 가히 전율이는 대사가 아닐 수가 없죠 ㅠㅠ 어렸을 땐 이순신 장군님과 세종대왕이 우리나라 위인이라고만 배워서 아 그렇구나 생각헀는데 진짜 머리 굵어져서 알면 알수록 존경스러운 분 ㅠㅠ
    진짜 고삐 풀린 말처럼 여기저기 열심히 다녔습니다. 이번 한달 주말 내내 어디 나갔다 왔네요 세상이 다음달에라도 멸망하는 것처럼 ㅋㅋㅋ 할 일이 태산인데 ㅋㅋㅋㅋㅋ 에이 몰라 날씨가 이렇게 좋은걸요!
    페이퍼 커팅 해야죠! 언제 할까요! 제가 서울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주말에는 이래 여행을 다녀서... 아 여행가기 전에 서울역에서 만나 페이퍼 커팅을 하고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면...!? 무슨 미션같네요 ㅋㅋㅋ 너무 제 시간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꼬마사자님께선 언제가 괜찮으신지요!
  • LionHeart 2017/03/27 15:19 # 답글

    거북선도 그렇고 티라노사우르스도 그렇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제가 어릴적에 보고 배운 것과 점점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되는군요. ^^;
    지도 정보 정말 보기 좋군요. 언제일지 모르나 다음 여수 여행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_+
  • enat 2017/03/28 13:24 #

    그러고보니 티라노사우르스도 학설이 많이 달라졌더랬죠! 쥬라기 공원에서 나온 티라노사우르스는 당시 고증대로 재현한 것이지만 현재 학설의 티라노사우르스와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ㅋㅋㅋ
    앗 지도를 참고하실거라면 나중에 더 자세하게 써볼게요! 저건 대충 쓴 감이 있어서 말이죵! 사실 제 허접한 지도보단 여수시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주는 지도가 훨 좋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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