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22:17

타이중 (4) 시골마을 처청 ├ 타이중 힐링여행 (2017)

지지셴의 종착역인 처청(車埕)은 목재 산업으로 번성했던 마을답게 나무향으로 가득했다. 산들은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고, 마을 가운데에는 목재를 저장하던 작은 호수가 있었다. 마을 입구부터 길을 따라 놓인 목재 건물들은 대부분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나 기념품점, 전시관이었다.

여름답게 태양은 이글이글 거렸고, 이 작은 마을에 심겨진 나무들은 그런 태양의 좋은 가림막이 되어주고 있었다. 여름에 듣기 좋은 음악 중에 히사이시 조의 Summer(기쿠지로의 여름 OST)란 유명한 곡이 있는데, 그 곡이 참 어울리는 마을이었다.




역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본 표지판.

한국어가 쓰여있어서 반가웠다.




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어갔다. 시원했다.

관광안내소에서 르웨탄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어봤더니, 시간표를 받았다.




내겐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점심 먹고 가기에 딱이군.

나 : 저기, 버스는 어디서 타는 거야?
직원 : 버스, 저쪽에서, 쭈욱 가면... 으음... 으으...


직원은 뭐라뭐라 설명을 하다가 그냥 날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직원 : 따라와봐, 따라와봐.

그렇게 직접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 곳까지 뛰쳐가서 길을 알려준 직원. 직원의 열정적인 설명을 들은 뒤, 알겠다고 오케이 싸인을 보내자, 그 직원은 뭔가 흐뭇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관광안내소로 돌아갔다.

이 블로그를 보고 길을 찾는 분들을 위해 버스 정류장이 있는 위치를 첨언한다. 지지셴을 등지고 왼쪽에는 마을이 있고, 오른쪽에는 강이 있는데, 우선 강이 있는 쪽 도로로 나있는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서 강을 마주보고 왼쪽에는 댐이 있는데, 그 쪽 말고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작은 절이 나오고, 그 절에서 르웨탄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설명하다보니 왜 그 직원이 설명하지 못하고 따라오라고 했는지 알겠다. 뭐 이리 복잡해!




어쨌든 르웨탄으로 가는 버스편과 정류장을 알게됐다. 나는 다음 버스 시간까지 안심하고 처청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는 목재를 보관하던 저목지.





여기는 처청 목업전시관(처청 무예잔스관, 입장료 없음).

옛날에 목재를 어떻게 수송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있고, 작은 기념품점이 있다.





적당히 저목지와 목업전시관을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왔다.

처청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음식점에 온다고 해서 나도 이곳으로 왔다. 이름은 시더 티 하우스. 저목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음식점이다.




메뉴. 메인 메뉴에서 닭다리, 돼지고기, 고등어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진정한 맛집은 메뉴가 많지 않은 편이지. 마음에 들어. 특히 나처럼 메뉴 선택 못하는 사람에겐 더더욱.

나는 5초 정도 고민을 하다가 돼지고기(둥파러우)로 달라고 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음식이 나왔다.

이 음식점이 유명한 이유는 나무 도시락 통에 밥이 나온다는 거다. 도시락 통 안쪽에 밥이 담긴 종이 상자를 끼워주기 때문에, 밥을 다 먹고 종이 상자를 빼면, 깨끗한 통 그대로를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진콰스에 있는 광부의 도시락과 비슷하다) 임업으로 유명한 마을다운 특이한 기념품이었다.

그 나무통을 한국으로 가져올까 하다가, 나중에 만난 웨이가 이쪽으론 한번도 와본적이 없단 말을 듣고 선물로 줬다. 어차피 내가 집으로 가져가봤자 방 구석에서 먼지나 쌓여갈텐데 뭐.

아, 제일 중요한 맛품평을 하지 않았군. 음식은 소박해보였지만 메인 메뉴와 곁들여 나온 반찬 하나하나가 전부 맛있었다. 지나가던 배고픈 여행자로써 합격점을 주겠어용.




그리고 뭐... 딱히 한 일은 없다. 그냥 마을을 거닐고 사진 찍고 그랬다. 시골 마을에서 달리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이러려고 온 거다. 나는 더위도 잊은 채 히죽거리며 이 작은 마을을 둘러보았다. 아래는 그 사진들.
























어느새 버스를 타러 갈 시간이다.

나는 다시 처청역으로 돌아가 강 쪽 도로로 내려갔다. 그리고 강을 따라 아주 조금 내려갔다.




저 쪽으로 댐이 보이는데, 이쪽방향 말고.




반대쪽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아까 관광안내소 직원이 설명해준대로, 얼마 가지 않아 작은 절 한 채가 나타났다. 그 절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라 불릴만한 표지판과 구조물이 있었다. 나는 절의 향내음을 맡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르웨탄으로 가는 버스는 정시보다 1분 정도 늦은 시간에 왔다. 생각보다 엄청 큰 버스였다. 혹시나 싶어서 이지카드를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버스 기사는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듯 웃으며 날 쳐다봤다. 음, 나 티머니 들고 버스 타도 되냐고 묻는 거랑 똑같은 소릴 한 건가.




그렇게 탑승한 버스에, 승객은 나밖에 없었다. 뭐야 이 전세버스. 매우 좋군.







언제나 그렇듯 고요한 이동수단은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배경이 되어준다. 나는 버스 안에서 오늘의 저녁메뉴 같은 간단한 문제부터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따위의 인생의 문제까지 두서없이 생각했다.

중간중간 '이런 사색적인 나 넘나 멋진것 크윽' 하면서 자신에게 감동하며 눈물도 흘렸지만 그걸 썼다간 평생 이불킥이 될 것 같으니 적절하게 생략한다. 스스로에게 감동한 이야기는 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암암.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르웨탄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로 한참을 달려도 끝나지 않는 호수를 보며 이게 정말 호수인가 바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만이란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고 태양고도가 높아 충분히 더울만한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여행하는 동안은 한국보다 시원했는데, 아마도 그건 매일같이 내리는 스콜 때문인 것 같았다. 섬나라다운 막대한 수증기량 때문에 오후만 되면 날이 흐려지고 비가 내려서 잔뜩 달궈졌던 땅을 식혀주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날 역시 점심이 지난 뒤부턴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나는 맑은 하늘 아래의 청명한 르웨탄 호수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잔뜩 찌푸린 채였다. 얼마 안있어 비가 올 것 같은데. 호수를 보러 왔는데 비가 오면 좀 그렇지 않을까? 우산도 챙기지 않았는걸.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내릴 비에 걱정하기보단 비가 내린 후 시원해질 것에 기대하기로 했다. 비가 오고 나면 시원해지겠지. 나는 시원한 호수를 구경할 수 있을 거야!




엄청나게 시원했던 르웨탄 호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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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매료 2017/08/16 00:10 # 답글

    이넷님 여행자를 위한 안내를 자세하게 써주셔서 지금 당장이라도 타이중에 가야할것같은 느낌이에요 ㅋㅋㅋ이제 더위가 한풀 꺾여서 그런가 초록을 보니 마음이 마냥 좋네요.
  • enat 2017/08/19 08:49 #

    타이완에 이미 다녀오신 분이시라면, 그리고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타이중 완전 추천해드려요! 엄청 여유있는 동네라 심심할 수도 있는데 힐링힐링하기엔 참 좋았거든요! 덧글 감사합니다 :)
  • LionHeart 2017/08/16 14:20 # 답글

    물 색이 독특하네요. 더운 곳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주변 푸른 나무들과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는군요.
    그리고 밥그릇을 기념품으로 주다니...정말 독특합니다. 이번 여행기는 좋은 의미로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네요. ^o^
  • enat 2017/08/19 08:51 #

    밥그릇을 기념품으로 주는 건 타이완 관광업의 특징인가봐요! ㅋㅋㅋㅋ 예전에 갔던 진과스에서도 광부의 도시락인가 뭔가를 팔았는데, 도시락 패키지 같은 메뉴를 먹으면 도시락 통을 주더라고요 ㅋㅋㅋㅋ 아마 다른 지방에도 비슷한게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그거 확인하러 다른 지방으로 또 가봐야죠!
  • 11thCTR 2017/08/16 20:16 # 답글

    색들이 너무 아름답네요! ㅋ
  • enat 2017/08/19 08:51 #

    좋은 카메라 빌려갔더니 잘 나왔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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