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3 13:32

싱위네 가족을 데리고 서울구경 일상

1.

몇 주 전, 대만을 여행하다 만난 친구인 싱위가 한국에 놀러왔다. 내게 미안해하며 가이드를 부탁하는 싱위에게, 나는 걱정말라며 이곳저곳 데리고 다녀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싱위는 더욱 미안해하며, 자신은 가족들과 함께라고 밝혔다.

오... 가족들과 함께라... 그건 조금 부담되지만...

나 : 거, 걱정하지마! 가족들과 함께여도 상관없어.
싱위 : 그러면 일요일 하루만 도와줄래요? 우리 가고 싶은데 있어요.
나 : 가고 싶은데? 어디?
싱위 : 북촌 한옥마을이요.


싱위 왈, 이번이 한국에 오는 6번째 여행인데, 이전의 5번 모두 북촌으로 가는 길을 몰라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북촌? 거기 뭐... 갈 수야 있지만... 별 거 없는데... 요새 핫한 곳 많은데, 왜 하필 북촌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싱위에게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괜찮은 여행지를 몇군데 읊어줬지만, 싱위는 이미 많은 곳들을 다닌 베테랑 한국 여행자(서울 구석구석 뿐만이 아니라, 경주나 부산, 심지어 대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대구는 왜!?)였다. 그리고 이번엔 그동안 가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던 '북촌'이 목표인 것 뿐이었다. 음,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나 : 좋아요! 북촌 가요.
싱위 : 고마워요!






2.

대망의 일요일. 나는 안국역에서 싱위네 가족들을 만났다. 싱위네 가족들은 싱위처럼 한국말은 못하지만, 싱위같이 선한 인상에 예의바른 분들이었다.

그들은 커다란 봉투를 두 개나 들고 있었는데, 나는 왜 짐을 숙소에 두고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싱위 : 아, 선물이에요! 이거는 다 enat을 위한 선물이에요.
나 : 엥? 날 위한? 저거 전부 다?


정말 어마무시한 봉투였다. 궁원안과에서 산 화과자를 필두로, 대만의 인스턴트 음식, 대만의 찻잎, 대만의 음료수, 대만의 마스크 팩, 대만의 군것질거리, 대만의 생활용품 등등이 들어있었다. (그 중 최고였던 건 우육탕면 봉투라면이었다... 아껴 먹으려고 하나만 먹고 숨겨놨었는데 아버지가 기어코 찾아내셔서 그걸 다 드시는 바람에 주말 아침 나 홀로 절규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직구로 알아보고 있는데 배송비가 너무 비싸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뭘 이런 걸 다 사왔냐고 했고, 싱위와 그 가족들은 별 거 아니라며 즐거운 듯 내게 선물을 건넸다. 와... 와... 정말 고마운데... 정말 무겁군...

싱위 동생은 내 후들거리는 팔을 보더니, 자기가 들고 다니다가 이따 헤어질 때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마음씨까지 곱다니! 참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청년이다.

나는 괜찮다며 사양했지만, 싱위 동생은 끝내 자신이 봉투를 들었다. 나는 내 가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물품들을 가방에 옮겨넣어 싱위 동생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게 했다.





3.

나 : 나도 선물 있어요! 한국은 화장품이 유명하잖아요.

그러면서 그들에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나름 대만에서 인지도가 있는 로드샵 화장품을 뿌렸다. 싱위와 싱위 엄마는 눈을 빛내며 이거 비싼건데! 하면서 화장품을 받았다. 대만에선 비싼가보군. 좋아하니 다행이다.





4.

선물 교환을 끝내고, 북촌을 둘러보기 시작한 우리들.

외국인들에게 북촌은 그렇게 볼만한 곳인 걸까? 나는 처음엔 감흥없이 걸으며 길을 안내해줬지만,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싱위와 싱위네 가족들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연신 싱위와 싱위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며 동네를 구경시켜줬고, 나름 머릿속에 있던 지식을 짜내어 그들에게 그럴듯한 설명을 해줬다.




사진을 엄청 찍어댔지만 대표로 싱위 사진 한 장만.




북촌에 있는 어떤 카페에 들어가서 전통차를 마시고 호박 시루떡? 따위의 나도 처음 먹어보는 떡을 먹었는데, 관광지 아니랄까봐 꽤 비쌌다. 타이완 환율론 좀 부담이 될 것 같아 내가 사겠다고 했더니, 싱위와 싱위네 가족들이 그러지 말라며 엉엉거리며 날 말렸다. 물론 그들이 현금 꺼내는 시간보다 내가 핸드폰 내미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내가 계산했다.

싱위 엄마는 안절부절 못하며 미안해했는데, 번역기 싱위 왈, 학생이 돈이 어디있냐고 하는 거였다. 이 날 내가 맨투맨 + 캡모자 + 백팩 차림새였는데, 그 덕에 내가 가난한 학구파 대학생처럼 보였나보다. 나 학생 아니고 돈 많다고 (실제론 없지만) 이야기하자, 싱위 엄마는 조금 안심하는 표정을 짓다가 그래도 이렇게 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물론 나는 어른의 말은 귓등으로 듣는 제 2의 반항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5.

북촌 투어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어렵게 찾은 한식집에 갔는데, 밑반찬 중 하나로 깻잎처럼 생긴 나물 무침이 나왔다. 평소에 나물 종류같은 걸 잘 모르고 그냥 쳐묵쳐묵하는 나는, 그 나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싱위네 가족들은 그 나물 무침을 노려보며 내게 물었다.

싱위 : 이거 깻잎이에요?
나 : 어... 깻잎은 아닌 거 같은데...
싱위 : 그럼 뭐에요?
나 : 어... 그냥 뭐 깻잎 같은 건데...
싱위 : 깻잎 같은 거? 으음...


싱위 왈, 자신들은 깻잎을 싫어한다고 했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고수의 향을 싫어하는 것처럼 자기네들도 깻잎의 향이 싫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싱위와 싱위 동생은 내가 '깻잎 같은 거'라고 알려주자마자 그 반찬을 께름칙해하며 외면했다. 그러나 싱위 엄마는, 한국에 왔으면 아무리 '깻잎 같은 거'라고 해도 먹어봐야 한다며, 비장하고 도전적인 얼굴로 그 '깻잎 같은 거'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싱위 엄마 : ......

싱위와 싱위 동생은 긴장한 상태로 싱위 엄마를 바라봤고, 싱위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싱위 엄마 : 하오쯔!!!!!!

싱위와 싱위 동생은 맛있다는 엄마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역시 호기심은 두려움을 이기는 법이었는지 그 '깻잎 같은 거'를 아주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싱위&동생 : 하오쯔!!!!!!

라며 똑같이 외치는 것이었다.

싱위 : 이건 대체 뭐죠? 이런 건 처음이에요. 하오쯔! 이건 뭔가요!

나는 한식집에서 일하시는 이모님께 이 나물이 뭐냐고 물었고, 이모님은 "아, 취나물. 취나물이야. 중국 사람인가? 중국 사람들 취나물 좋아하거든."이라고 하셨다. 한국어를 다 알아듣는 싱위는 볼에 바람을 넣고 "저희는 대만 사람이에요!"라고 대꾸한 뒤, 어쨌든 이것은 깻잎이 아니며 취나물이라는 신비한 음식이라고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싱위네 가족들 : 오오, 취나물... 오오...

싱위 엄마는 심지어 핸드폰에 필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식당 이모님은 싱위에게 중국인이라고 한게 미안했는지 우리 테이블 근처를 잠시 서성이더니, 다시 싱위에게 말을 걸었다.

이모님 : 어쩐지, 중국어랑은 좀 다르게 들리더라. 대만 사람이었구나.
싱위 : 대만어를 아세요?
이모님 : 우리 딸이 대만에 가있거든. 무슨무슨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
싱위 : 와! 똑똑해요! 거기는 대만의 서울대에요!


그 이후로 이모님과 싱위는 급 친해져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더랬다. 나 없었어도 잘 다녔겠는데?





6.

싱위는 한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복 대여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막막했는데, 싱위가 정보를 다 알아봤는지 (그 정보의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였다. 대만 사람이 네이버 블로그로 검색을 하다니) 어떤 가게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주며 이곳에 데려다달라고 했다.

나는 그 한복가게에 미리 전화를 하여 예약을 했고, 점심을 먹은 뒤 싱위네 가족들을 데리고 예약시간에 맞춰 갔다. 가게는 경복궁 서쪽에 있었다.

가게 직원들에게 싱위와 싱위네 가족들을 인계해주고 외부 소파에 앉자, 갑자기 사고가 정지하며 몸이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 데리고 다니는 거 진짜 지치는구나. 그래서 이서진이 꽃할배에서 그 좋은 곳엘 가도 앉아서 쉬려고만 하고 앞으로 스케줄 걱정하고 그랬구나. 허허.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먼 산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분도 지나지 않아, 싱위가 날 찾았다.

싱위 : 한복, 너무 많아요! 어려워요. 도와줘요!
나 : 어? 있어봐요, 갈게요!


살펴보니, 손님이 워낙 많아서 가게 직원들이 모든 손님들을 케어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수많은 한복들에 둘러싸여 혼란스러워하는 싱위네 가족들에게, 어울리는 한복을 골라주고, 머리를 땋아주고, 악세사리를 골라줬다.

그러고나니 무진장 피곤해졌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하고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며 쉬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 난, 저들을 경복궁에 들여보내고 나는 카페에 갈까... 따위의 고민을 했다. 그치만... 경복궁 큰데 길 잃으면 어떡하지... 거기 가서 뭐가 뭔지는 알까... 사진은 또 누가 찍어주고... 에잇!




반짝거리는 한복을 입어서 한층 더 발랄해보이는 싱위와 싱위네 가족을 보며, 나는 별 수 없이 경복궁 가이드도 자처했다. 가자, 경복궁으로!





7.

경복궁.

한복을 입은 싱위네 가족은 무료입장이었지만, 나는 입장권을 사야만 했다. 싱위네 가족은 내가 입장권을 사오는 모습을 보고 왜 우리의 입장권을 네가 다 사냐며 돈을 주려고 했지만, 나는 내 껄 산 것 뿐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나 왜인지 다들 의심의 눈초리였다.

싱위 : 거짓말 아니에요? 우리 입장권 자기가 대신 내준 거 같아요... 얼른 돈 받아요!
나 : 아니아닠ㅋㅋㅋㅋ 아니야! 아까 설명했잖아요. 싱위네는 한복 입어서 무료에요.
싱위 : 이거 입었다고 왜 무료에요? 거짓말이에요. 빨리 이 돈을 받아요!


진짜 아니라고, 나중에 네이버 검색해보라고 설득하느라 혼났다.

하여간 입장료로 실랑이를 하며 경복궁에 들어간 우리는, 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오래전 경복궁 포스팅을 했던 기억을 짜내어 싱위네 가족들에게 귓요기가 될만한 설명을 해줬다. 저건 왕이 일하던 곳이다, 저긴 왕이 자던 곳이다, 여긴 왕비가 지내던 곳이고, 용마루나 드므 같은 이야기도 하고...

나 : 그러고보니 한국 드라마 중에 사극은 봤어요?
싱위 : 사극이 뭐에요?
나 : 음, 옛날 시대를 배경으로 찍은 거요.
싱위 : 오, 못봤어요.
나 : 한국 드라마의 진수는 사극이라고요! 꼭 봐요.


내가 드라마는 잘 안봐도 사극은 제법 챙겨본단 말이지. 나는 그들에게 추천할만한 사극 드라마 이야기를 해줬고, 싱위와 싱위네 가족은 경복궁 내부 설명보다 드라마 이야기를 더 열심히 경청했다.




걷기도 엄청 걸었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고, 중간에 경회루 근처에서 아리랑 공연하는 것도 보고, 나름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내 체력은 0를 향해 수렴하기 시작했다...





8.

경복궁을 다 둘러본 뒤, 북문인 신무문을 향해 나가니 청와대가 보였다. 나는 싱위와 싱위 가족들을 청와대 앞에 세우고 사진을 찍어줬다.




싱위 : 한국 대통령 알아요! 지금 인기 많지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미담을 줄줄 읊는 것이었다. 나는 대만에서도 그렇게 알려진 이야기냐고 물었고, 싱위 엄마와 싱위 동생은 그 질문을 전해듣자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모두 아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외국의 일반 시민들에게도 알려져있는 듯 했다. 조금 어깨가 으쓱해지는군.





9.

한국의 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 대만의 싱위네 가족들. 정말 대단하게도, 그들은 한복을 입고 반나절 이상을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피곤한 기색도 보이질 않았다. 뭐야? 체력 무한 가족인가? 덕분에 한복도 입지 않은 나는 피곤함을 1도 표현할 수 없었다. 흑흑...

나는 정신을 추스리고, 청와대 근처에 청와대 사랑채라는 전시관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쪽으로 가족들을 데려갔다.




청와대 사랑채는 내 기억대로 제법 재밌는 포토 포인트나 의미있는 전시실이 많아서 돌아다닐만 했다. 우리는 1층과 2층을 오가며 전시관을 구경했다.

전시관을 구경한 후, 사랑채 1층에 있던 오가다에 들어가 음료와 찹쌀떡 따위를 먹었다. 싱위 엄마는 호박식혜를 참 좋아하더라. 싱위 동생은 오미자 에이드였나 뭐 그런 걸 먹더니 자신의 쿨한 입맛에 맞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나는 그들이 만족한 모습을 보고 안심한 뒤, 무아지경 속에서 음료수를 링겔 맞는 것처럼 흡수했다.





10.

한복을 반납한 후, 싱위는 몸이 가벼워졌다며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한복은 보기는 참 예쁜 옷인데 입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치곤 참 씩씩한 어투였다.

21세기의 편안하고 기능적인 복장으로 돌아온 싱위네 가족은, 밤에 창덕궁 달빛기행을 신청했다고 했다. 그 때까진 아직 1, 2시간 정도 남았는데, 뭐 근처 인사동이라도 구경할까.




싱위는 자신은 인사동에 와봤지만, 가족들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그렇냐며 그들을 데리고 구경다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눈여겨 볼만한 꺼리가 없었다. 중고등학생 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특이한 공방이나 화방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기념품을 팔거나 길거리 음식을 팔거나 프랜차이저가 들어왔거나 그렇더라.

심지어 싱위네 가족들은 이곳은 기념품을 파는 거리냐며 내게 물었다. 아아, 인사동이여. 너는 단순히 기념품을 파는 거리였던가. 외국인들의 눈에 그렇게 비춰질 정도로 전락했던가.

나 : 원래 인사동은 예술가 거리였어요. 엄청 특이한 곳이었는데.
싱위 : 아까 도자기 봤어요. 그림도 봤어요. 그런데 기념품 가게 훨씬 많아요.
나 :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아지니까 땅값이 많이 올라가지고, 프랜차이저 들어오고, 메이드 인 차이나 기념품 파는 가게 생기고, 뭐 그렇게 됐어요. 공방이나 화방은 점점 줄고 있고요.
싱위 : 아쉬워요.
나 : 슬프죠, 뭐. 이런 일이 다른 곳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해결을 못하나봐요.


싱위 엄마는 싱위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말을 했다. 뭔가 특색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단순한 쇼핑거리에 데려온 꼴이 되어버렸네. 쩝.





11.

그 뒤, 나는 싱위네 가족을 창덕궁으로 데려다줬다. 싱위 엄마는 날 껴안으며 하루종일 수고했다고, 피곤할테니까 얼른 가서 쉬라고 했고, 싱위도 너무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 싱위 동생은 무거울텐데 어떡하냐고 걱정하며 하루 종일 들고 다녔던 그 어마무지한 선물 보따리를 내게 건넸다.

싱위네 가족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 보따리는 그 마음만큼 무척 크고 묵직했지만, 미리 도움을 요청했던 힘쎈 미니미니가 근처까지 와줘서 무사히 집까지 들고 올 수 있었다. 고마워라.





12.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한국을 구경시켜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세계 여행 중에 받았던 무수한 친절들을 갚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가이드를 하며 노력을 하긴 했지만, 더 멋진 걸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싶기도 하고 더 맛있는 걸 먹일 수도 있었는데 싶기도 하고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었는데 싶기도 하고 뭐... 그랬다. 다들 고맙다고 했고, 내 이야기를 들은 미니미니도 잘했다곤 했지만, 스스로는 참 아쉬움이 많았다.

도움과 친절도 자주 베풀어야 능숙해지는 건가 보다. 받기만 했던 나로썬 주는 것에 능숙해질 시간이 필요한 거려나. 그래도 왠지 다음번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오면 이번보다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커몬커몬, 다음 친구들.








덧글

  • Tabipero 2017/10/03 19:04 # 답글

    제대로 은혜 갚으셨네요 ㅎㅎ
    저도 어찌저찌 연이 닿아 한국 올때마다 만나는 일본 분이 계신데 저보다도 더 우리나라와 관광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계셔서 몇번은 그냥 단순히 따라다닌 적도 있네요. 북촌도 같이 갔었는데 내려가면서 이전에 본, 목욕탕 자리에 만들어진 안경점이 있어 거기 데려갔더니 재미있어해서 체면치레(?) 했던 기억이 납니다.
  • enat 2017/10/09 15:28 #

    은혜갚은 까치의 기분이 이랬을까 싶어하며 데리고 다녔습니다!
    웨이한테 이렇게 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담아서요 ㅋㅋㅋ
    마치 Tapibero님이 일본 여행에 대해서 왠만한 일본 사람들보다 꿰고 계신 것처럼 ㅋㅋㅋㅋ 정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생각보다 어렵죠! 다행히도 안경점이 한건 터뜨렸네요! 저도 취나물이라는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나물때기 덕분에 면이 살았습니다...
  • cmml 2017/10/03 21:59 # 답글

    와 너무 훈훈하고 알차게 잘 다니신 것 같아 제가 다 기분이 좋아져요*^^* 고생하셨어요!
  • enat 2017/10/09 15:29 #

    그리고 저는 다음날 돌아다닌 후유증으로 끙끙 앓으며 출근을... ㅋㅋㅋㅋㅋ 하지만 뿌듯했어요! 함께 기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현욱 2017/10/06 17:55 # 답글

    오랫만입니다. 저는 한국 떠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계속해서 해 왔어요.
    카우치서핑은 (아마 아실거 같은데;;) 무료 에어비앤비 같은 개념이에요. 내가 공짜로 서퍼를 재워주고, 내가 그동네 갔을때 공짜로 자는 정도.
    그래서 손님들 데리고 다니는게 얼마나 피곤한지 잘 알지요 ㅠㅠ

    해외 나갈때 그나라 친구가 있으면 하지만 정작 모르는 사람 쉽게 만나기는 힘든 성격인데다 위험할수도 있고 해서 시작했는데, 피곤하지만 재밌더라구요. 밋업으로 시작할 수도 있으니 한번 해보시는 것도 재밌을거에요
  • enat 2017/10/09 15:31 #

    카우치서핑에 대해선 다른 여행객들에게 들어서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한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요 ㅋㅋㅋ 오래전부터 호스트를 계속 해오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전 진짜 다른 사람들 케어하는 건 못하거든요 'ㅅ'!! 이번엔 간신히 착한 싱위네니까 해줬지만요.

    제가 제 집을 갖게 된다면 하고 싶지만... 아직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처지라 ㅋㅋㅋ 나중에 독립하면 고려해보도록 하죠.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 LionHeart 2017/10/10 14:14 # 답글

    으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족을 위한 여행 가이드도 힘든데...애쓰셨어요.
    짐은...동선 확인 후 지하철 로커를 이용하시지 그러셨어요 ;ㅁ;
  • enat 2017/10/12 23:43 #

    제가 얼마나 정신이 없었냐면 지하철 로커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ㅅ;
    나중에 다 들고다니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야 안국역 로커를 발견했더랬죠...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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