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9 15:00

몽골 자유여행 (1) 울란바토르 도착 └ 몽골 자유여행

1.

몽골은 생각보다 넓다. 거기에 대중교통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고비사막이나 홉스골 호수 같은 곳인데, 자유여행으로 가긴 어려운 지역들이라 (홉스골까진 어떻게 가겠지만 고비는 사막이라) 다들 투어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내 성격상 도저히 투어는 못할 것 같았다. 이유 1) 변덕이 심한 나는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야 한다. 2) 처음 보는 사람들과 며칠 동안 함께 지내는 거 싫다.

여행이란 건 굉장한 에너지를 쏟는 일인데, 거기에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에너지까지 소모해야 한다니. 나는 못한다. 물론 여행 중에 현지인들이나 다른 여행자들과 친해지는 걸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건 내 여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의 일이다. 그 사람들과 안맞으면 바이바이하고 헤어지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투어 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사실상 운명공동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내 성격과 맞지 않거나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세상에 많은데 - 볼리비아와 오키나와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 그런 사람들을 혹시라도 투어에서 만나면? 여행하는 내내 그 사람들과 붙어 있으라고? 아이고, 나는 못한다 못한다.

그래서 나는 자유여행으로 갈 수 있는 곳을 골라 다녀오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울란바토르 근교에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만 가도 내가 생각하는 몽골 여행 - 게르에서 생활하고, 말도 타고, 야크젖도 먹는 - 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단다. 그래, 이곳으로 가자!





2.

그러나 몽골이란 나라는 자유여행을 하기에 생각보다 정보가 없는 나라였다. 일단 여행 전에 내가 찾아본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1) 가이드북 : 시중에 나와있는 몽골 관련 가이드북은 아주 오래 전에 번역된 론리플래닛 몽골편 뿐.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론리의 한계라고 생각하는 그 특유의 서구적 시선과 오래 지난 정보 탓에, 여행 개요 잡는데만 괜찮을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진 못했다.

2) 몽골여행 네이버 카페 : 유랑처럼 자유여행 정보가 활성화 되어있는 카페일까 싶어서 가입했는데, 글의 대부분이 투어 인원수 맞추려고 동행 구하는 글이었다. 카페 분위기 자체가 투어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내가 그 카페로 정보를 구하러 다닐 때, "몽골 여행자입니다. 자유여행으로도 얼마든지 여행다닐 수 있는데 왜 투어만 하시려는지요" 운운의 글이 올라왔었는데, 문체가 살짝 공격적이며 투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뭔가 많은 비판과 비난 속에 글이 묻혀버렸다...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여행자의 글이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검색을 통해 간혹 올라오는 자잘한 정보글을 찾을 수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됐다.

3) 트립 어드바이저 : 론리처럼 서구적 의견이 강하다 생각하여 평소 다른 여행을 갈 땐 그닥 참고를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좀 의지를 많이 했더랬다. 정보가 워낙 없으니.

4) 현지 게르 캠프와 연락 : 결국은 트립 어드바이저에 있는 순위권 게르 캠프들에게 쫘르르륵 메일을 보내어 정보를 받았다. 여러군데 연락을 하다가, 제일 괜찮겠다 싶은 곳으로 예약을 잡았다. 이번에 잡은 게르 캠프는 Dream adventure Mongolia라는, 몽골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테를지 소재의 작은 캠프였다. (앞으로 이 게르에 대한 좋은점과 나쁜점을 포스팅 할텐데, 혹시라도 이 캠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메일 주소를 알려드리거나 여기 주인에게 대신 연락해드릴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람.)





3.

여행 준비를 대충 마치고, 드디어 여행 당일.

몽골로 들어가는 비행기(MIAT)는 밤에 출발하여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밤 비행기 피곤해서 싫지만 그거밖에 없었다.

밤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공항으로 향했다. 이 당시의 나는 미열과 몸살 기운이 있었고, 그래서 푸념의 포스팅(http://enatubosi.egloos.com/1926935)을 하나 마친 뒤 체크인을 하러 갔다. 카운터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나는 카페로 들어가 따끈따끈한 차를 마셨다.

따뜻한 차로 몸을 뎁힌 뒤,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에 립밤을 바르며 카운터로 다시 갔다. 카운터는 열렸는데 줄이 어마무지하게 길어져있었다. 이런 젠장. 한가하게 차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줄을 서야만 했구나. 웹 체크인이나 우선 좌석지정제 같은 건 아직 키우지 않는 MIAT(몽골항공)이라서 좌석은 무조건 선착순이었고, 그래서 좋은 좌석을 얻으려면 빨리 줄을 서는 방법밖엔 없었다. 근데 나는 이미 늦은 것 같다... ㅋ...


* 정보 : MIAT은 선착순 좌석지정이니까 빨리 체크인 하세요



거의 마지막에서야 체크인을 마친 나는, 거의 맨 끝자리 통로쪽 좌석을 얻었다. 그래도 가운데 안낀게 어디야. 통로쪽 좌석만 해도 감사하다.

나는 헤롱헤롱한 몸을 이끌고 출국 수속을 받은 뒤 당장 쓸 화장품 몇 개를 사러 면세점으로 갔다. 근데 밤이 늦어서 면세점도 거의 다 닫았다... ㅋ... 그나마 롯데 면세점이 24시간이라 거기 가서 몇 개 살 수 있었다.


* 정보 : 인천공항 24시간 면세점은 롯데 면세점이래유



게이트로 갔더니 이미 탑승이 시작되었는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줄이 끝날때까지 의자에 앉아 비척대다가, 기내로 들어갔다.

비행기는 아무 이상없이 제시간에 이륙했다. 승무원들은 모두 동양인이었는데, 도대체 몽골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몽골인인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한국인인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곧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승무원이 한 명도 없단 사실을 알게 되어, 다들 몽골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

한밤중에 가는 스케줄이라 기내식이 없거나 간식 정도가 나올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기내식이 나왔다. 비프/치킨 중 고를 수 있었는데, 갈 땐 비프를, 올 땐 치킨을 먹었었다. 둘 다 평타는 쳤지만 비프쪽이 좀 더 취향이었다. 치킨은 기름이 너무 많아서 느끼할 수도 있겠더라. 후식으론 커피/녹차/홍차.








4.

몽골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아니, 몽골은 한시간 느리니까 새벽 3시였다. 나는 손목 시계의 시간을 한시간 늦게 맞췄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좀 떨어져있다. 차로 20분 정도 거리. (만약 낮이라면 트래픽잼이 심해서 20분 플러스 알파만큼) 그리고 이런 새벽에 대중교통 따위가 존재할리 없다.

칭기즈칸 공항은 매우 작다. 과장 조금 섞어서 말하면 내고향 인천 버스 터미널과 비슷하거나 조금 큰 수준이다. 혹시라도 여행 준비하시다가 공항에서 아침까지 버텨볼까 하는 분들을 위해 쓰는 건데,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공항이 아니니까 그러지 마시길 바란다. 공항에서 오랜 시간 체류했던 경험은 토론토/바르셀로나/리우/파나마 정도인데, 이 공항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항이었다. 그럼에도 힘들었는데 어휴 코딱지만한 칭기즈칸에서? 많이 힘들 것이다... 이걸 길게 쓰는 이유는 정보 구하러 다니다가 어떤 질문글(Q. 칭기즈칸 공항에서 밤을 세우려고 하는데요...)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다. 그냥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버텨보자 하는 분들은 버텨보고 나중에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바란다! 남 고생한 이야기가 제일 재밌으니까!)

나는 택시를 예약해놨다. 호텔이든, 호스텔이든, 어떤 숙박업체든간에 콜택시를 불러줄 수 있으니 숙소 예약할 때 메일을 보내놓으시면 된다. 간혹 가다가 중간 수수료라고 양아치처럼 돈 많이 떼어가는 숙박업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가격은 미리 물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탄 택시는 USD 13이었는데, 2014 트립 어드바이저 질문글에선 USD 20 정도를 맥시멈으로 보고 있으니, 13달러는 합리적인 가격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팁으로 1달러 더 주긴 했다.)


*정보 : 칭기즈칸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비 Max. USD 20. 그 이상 내놓으라고 하면 양아치.





5.

공항에서 나오니 많은 인파 속에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택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택시 기사에게 운이 좋았다고, 내가 지금 거의 1등으로 나온 거라고 얘기했지만 그 택시 기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알고보니 영어를 모른단다. 그래서 바디 랭귀지로 대화했고 대화는 생각보다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어쩌면 나는 마임 쪽으로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택시 기사는 웃으며 내 짐을 들고 택시까지 걸었다. 택시는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택시는 엄청 낡은 토요타였다. 이놈의 울란바타르는, 도로는 우측통행이면서 차들은 대부분 우핸들 토요타다. 게다가 우측통행에 우핸들인 주제에, 시내만 나가면 1차선 도로에서 추월을 하려고 든다. 나중에 울란바토르 근교를 달릴 때, 왼쪽에 앉아 "노노노노노! 반대편에서 차온다고! 차온다고!"를 기사에게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 지금 다시 동영상을 보니 이 때 탔던 택시만큼은 토요타가 아니었나보다. 좌핸들이네. 하여간 이 때 말고 다른 때 탔던 건 전부 다 토요타에 우핸들이었다!

여기서부턴 어두운 택시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썼던 것.


- 공항에서 시내쪽으로 가는데 칭기즈칸 벽화 같은 게 보였다. 택시기사와 친해지기 위해 칭기즈칸을 아는 척 했더니 엄청 좋아했다.

- 택시아저씨가 한참을 달리다가 중간에 적적하다고 음악을 틀었는데 묘하게 힘이 빠지는 마약같은 노래였다.

- 창 밖으론 오리온 자리가 보였다. 요새는 이 시간에 뜨는 건가? 멍하게 구경했음.

- 조금 춥다 싶을 때 히터를 틀어줬다. 따뜻한 바람에 힘빠지는 노래를 들으니까 두배로 힘이 빠진다.

- 공항에서 시내까진 공사중인 곳이 참 많았다. 멀리서 보이는 시내의 불빛은 제법 예뻤지만 수도라는 느낌은 안들었다.





6.

호스텔에 도착했다. 내가 예약한 호스텔은 Danista 호스텔이라는 곳이었는데, 울란바토르의 중심 수흐바타르 광장(징기스칸 광장)에서 꽤 떨어져있었고, 간단 사원과는 가까웠다. 지도로 라마다 호텔을 먼저 찾으면 빠를 것이다. 가격은 무척 저렴한 편. USD 10 정도에 방 하나를 빌릴 수 있는데 아침까지 준다. 근데 그 아침이 푸짐했다. 가성비 쩌네.

물론 그 가격에 완벽할 수는 없다. 단점을 말해보자면 호스텔까지 가는 골목길이 밤에는 많이 으슥했으며 / 꼭대기층은 수압이 약하고 / 물에서 쇠맛이 난다는 것 정도. 하지만 장점이 더 커서 적당히 만족했다. 어차피 호스텔에선 딱 잠만 잤으니.

호스텔 직원이 무척 친절했는데, 그 친절에 대해선 앞으로 더 이야기할 기회가 올 것이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시간은 벌써 새벽 4시. 조금이라도 자둬야 내일 테를지로 떠날 때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조용히 잠을 청했다.








360p로만 해놓고 봐도 깨지진 않고 무난할 듯!

음악은 Alex Cohen / Good_Old_Times





나랑톨 시장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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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abipero 2017/10/09 17:30 # 답글

    택시기사님이 틀어놓는 음악이 뭔가 좀 뽕끼(?)가 있는 것 같은게...
    호스텔도 묘하게 우리나라 숙박시설하고 비슷해 보이는 게 뭔가 여관 내지는 모텔 느낌이 나네요.

    저도 대만여행 커뮤니티를 가봤더니 택시투어 동행을 찾는 사람이 많더군요. 저도 그 목적으로 가입했는데 댓글 다는데도 등업기준이 빡셔서(?) 시간도 촉박하고 그냥 혼자 버스타고 다니기로 했었습니다. 몽골여행 커뮤니티도 대충 그런 느낌이려나요...
  • enat 2017/10/09 23:22 #

    가사를 알면 더 좋았을텐데 ㅋㅋㅋ 어쩐지 인생의 허망함을 노래하는 듯한 뽕끼있는 노래였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여관 정도의 시설이었습니다. 여관을 매우 깨끗하게 청소한 느낌!

    몽골여행 커뮤니티에선 아예 자유여행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더라고요. 며칠부터 며칠까지 고비투어 할건데 같이 조인할 사람 손! 며칠부터 며칠까지 홉스골투어 관심있으면 카톡! 등등의 글이 대부분이었어요. 다행스러운건지, 등업기준이 빡세진 않았답니다...
  • 대범한 허스키 2017/10/09 19:42 # 답글

    몽골 여행 늘 하고 싶었는데, 글 쓰신 것처럼 개별 여행에 대한 정보은 거의 없는거 같아서 엄두가 안났거든요. (저도 그룹 투어는 영 체질이 아닌지라..) 담백하면서도 위트 있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체험하신 게르 얘기도 언넝 올려쥬세요..
  • enat 2017/10/09 23:23 #

    저는 몽골에 대해 찾아보기 전에 비행기표를 끊어서... 만약 자유여행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비행기표를 끊지 않았을 거에요 ㅋㅋㅋㅋ 이미 끊어놓고 "엥? 머여 왜 정보가 없지?" 하고 당황하다가 다녀온 케이스입니다 ㅋㅋㅋㅋ
    게르 이야기도 얼른 써볼게요! 내일도 쉬면 쭉 올릴텐데 왜 내일 출근일까요! 아 정말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네요!
  • Lacuna 2017/10/09 23:21 # 답글

    생생하고 자세한 여행기 재밌게 읽고있어요! 몽고사람이랑 한국사람이랑 그렇게 똑같군요.
  • enat 2017/10/09 23:24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게르 매니저는 완전 몽골 사람인데, 처음 봤을 때 한국 사람이나 한국 혼혈인 줄 알고 한국말로 말을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안닮은 사람들도 있지만 진짜 엄청나게 닮은 사람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ㅋㅋㅋ 저도 몽골사람으로 많이 오해받고 그랬었어요... ㅋㅋㅋ
  • LionHeart 2017/10/13 10:56 # 답글

    안그래도 몽골 여행은 사진 찍는 분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지만 투어 여행이 대부분이라서 enat님께서 투어를 하실지 자유여행을 하실지 궁금했습니다. 이제까지도 그래왔지만 이번 여행기는 특히 몽골 자유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주옥같은 정보가 담긴 포스팅이 될 것 같군요. +_+
  • enat 2017/10/13 13:47 #

    저는 투어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ㅋㅋㅋㅋ 자유여행으로 조마조마하면서 다녀왔는데 의외로 나름 잘 다녀온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그래요! 멋진 추억도 쌓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요! 주옥같은 정보까진 아니더라도 (제가 정보글을 잘 못쓰는 편이라 ㅋㅋㅋ) 그저 자유여행도 나름 괜찮다! 하는 이미지를 드릴 수 있다면 선방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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