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20:18

몽골 자유여행 (5.4) 게르 생활 : 점심, 야크 젖 └ 몽골 자유여행

1.

가벼운 하이킹 -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 산에 돌이 많았기 때문에 신발은 아작이 났고 양말을 신지 않아 발가락엔 물집이 잡혔다. 머물던 게르 캠프의 뒷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가볍다고 표현해도 되는 것인가? 조금 혼란스럽군 - 을 끝내고, 힘겹게 게르 캠프로 내려와 야외데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땀 찬 모자를 벗고, 고생한 발을 주무르며 시간을 보냈다.





2.

어느새 점심시간. 여직원이 밥을 차려줬다. 점심 메뉴는 튀긴 몽골식 고기 만두와 야채 샐러드.





만두...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나는 만두를 좋아하는 편이다. 찐만두, 튀김만두, 물만두, 군만두... 하여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게르 캠프에 오기 전, 울란바토르의 유명한 식당에서 몽골식 야채 만두를 먹은 일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내 평생에 걸쳐 처음 먹어보는 '진짜 제대로 맛없는 만두'였다. 나는 음식의 맛에 대해 관대하며 그 수용의 폭이 넓은 편이고, 그래서 내가 진짜 제대로 맛없다고 할 정도면 진짜 엄청나게 맛이 없던 거다.

울란바토르에서 그런 충격을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만두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내가 살짝 께름칙해하며 샐러드만 집어 먹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직원 : 만두 먹어봐! 맛있어.
나 : 어? 어...


전날밤 저녁을 차려주지 않아 나 혼자 주방 게르에서 허겁지겁 주워먹었던 만두는 어떤 맛이었더랬지? 배를 채우려고 먹었던 것이기 때문에 맛이 기억나질 않는다. 나는 고심을 하다가 여직원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못이겨 결국 만두 하나를 잘라 입에 넣었다.

여직원 : 어때? 어때?
나 : ...어?... 제법 괜찮네?


다행히도 이 게르 캠프의 만두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아니 제법 맛있다고 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만두 속도 간이 잘 되어있었고, 튀긴 겉면도 씹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그 맛에 안심하며 만두를 계속 집어먹었고, 여직원은 입맛이 맞아 다행이라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나는 여직원이 튀겨준 만두를 몽땅 다 먹어치웠다. 이 만두 메뉴는 다음날 또 점심으로 나왔고, 나는 그 때도 좋다고 배터지게 주워먹었다...

덕분에 울란바토르에서 생긴 '맛없는 만두공포증'은 사라진 듯 했으나, 게르 캠프에서 끼니로 만두를 하도 많이 먹은 탓에, 한국에 돌아온 지 한달이나 지난 지금도 만두라면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있다. 어휴, 지긋지긋한 만두...





3.

점심 식사가 끝나고, 여직원은 내게 야크젖 밀크티를 타주겠다고 했다. 내가 야크젖 짜는 걸 구경해도 괜찮냐고 묻자, 괜찮지만 위험할 수도 있으니 울타리 밖에서 구경하라고 했다.

위험? 젖 짜는 일이 위험한 일인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냥 그러겠다고 하고 쫓아갔다.




*** 감상 한줄평 : 위험한 건 둘째치고 힘든 일이구만.

야크 젖을 짜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이게 가축의 젖을 짜는 방법 중 평범한 축에 속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살면서 종이팩에 담겨있는 우유만 먹어온 도시 사람인지라.)


1) 새끼가 딸려 젖이 나오는 야크들을 들판에서 데려온다.




2) 물론 잘 안오려고 하기 때문에 새끼들로 유인한다.

3) 새끼 야크가 어미 야크의 젖을 먹게 한다.




4) 어느 정도 먹었다 싶으면 새끼들을 떼어놓는다. (이게 제법 육체노동)




5) 멈칫한 야크들의 배에 달라붙어 양동이를 데고 손으로 젖을 짠다.




6) 야크들이 뒷발로 꺼지라고 차대며 도망간다.




7) 그 야크들을 쫓아가 젖을 짜려고 노력한다. (이것 역시 육체노동)

8) 야크들은 만만치 않기 때문에 5~7을 반복한다.

9) 땀흘려 짠 야크젖을 한데 모은다.






그렇게 얻은 야크젖이 바로 이것!

직원들의 손이 모자라 내가 잠깐 그 야크젖을 들어줬는데 그 때 찍어봤다. 털도 섞여있고 뭔가 깨끗해보이진 않았는데, 남자 직원들은 그걸 한 모금씩 먹는 것 같더라. 으음, 난 사양하겠어...





나중에 여직원이 주방에서 홍차 티백을 우린 뒤 야크젖을 끓여 넣어 밀크티를 만들어줬다. 홍차를 우릴 때 소금을 치던데, 그래서 맛은 짭짜롬했다.





4.

야크젖 밀크티를 마시고 난 뒤, 또 한참을 멍때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반.

오늘 하루종일 뭘 했더라? 어디보자, 새벽엔 세숫물을 떴고, 커피도 마시고, 아침엔 하이킹도 하고, 오후엔 야크젖 짜는 거 구경도 하고, 매 끼니 여직원 덕분에 배불리 먹었다. 게르 캠프의 풍경처럼 여유롭고 한가로운 하루였군.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 생활에 지친 여행자에겐 달콤한 휴식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겠어. 음음.

그러나 그 모든 시간들을 보낸 당시의 나, 그러니까 오후 3시 반의 나는, 몹시 화가 나있었다.

그냥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몹시 화가 나있었다.

얼마나 화가 난 정도였냐면 그 전화도 안터지는 게르 캠프에서 3G를 연결하기 위해 15분 정도 걸어나갔을 정도였다. 3G를 연결하여 게르 캠프 주인인 푸세와 매니저인 나미에게 연락해서 따지려고. 항의 메일을 써내려가며 그 길을 걸어갔더랬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어서 쓸테니까 중간에 잠들지만 않으면 곧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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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쭈꾸미 2017/11/01 21:35 # 답글

    전부터 몽골이야기 재밋게 보고있었는데
    직원과의 문제??뭘까??언제쯤 나올까??궁금했어요ㅎㅎ
    드디어 다음편에 나오는군요!
    아! 마두금 연주 잘봤습니당ㅋㅋ너무 웃겼어요
  • enat 2017/11/08 22:59 #

    감사합니다! 제가 포스팅하는 속도가 굼벵이 같아서 긴 시간에 걸쳐 보고 계시겠군요... 흑흑
    마두금 연주영상... 이라고 해도 될까요 음 연주라고 하면 넘 미안한데 그냥 마두금 갖고 노는 영상... 마두금을 만져보는 영상... 마두금 만지작만지작영상... 음 그거 하여간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ckrobin 2017/11/01 22:32 # 삭제 답글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올라오는가으아으아! 설마 주무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 enat 2017/11/08 23:00 #

    아마 일주일 전의 제가 그냥 잠들려다가 이 덧글을 보고 이를 악물고 포스팅을 한 뒤 졸도하듯 잠든 것 같습니다. 제 의지를 불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 LionHeart 2017/11/02 13:23 # 답글

    어어...젖짜는 모습을 보고나면 이것저것 우유말고 많이 들어간 것 같아서 먹기 꺼려질 것 같아요 (...)
  • enat 2017/11/08 23:01 #

    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털이 둥둥 떠다니고 흙이 묻어있고 그렇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찝찝했지만 밀크티는 끓인 젖을 썼다길래 그냥 마셨습니당. 다행히 배탈은 안났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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