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3 12:49

몽골 자유여행 (10) 현지인 게르 방문 └ 몽골 자유여행

1.

나미의 차를 타고 Dream Adventure Mongolia 게르 캠프를 떠난 나는, 울퉁불퉁한 초원을 달려 한 현지인 게르에 도착했다.




나미가 데려간 현지인 게르는, 전날 갔던 홀스맨의 친구네 집에 비해 훨씬 규모가 컸다.

게르 근처에 주차를 하자, 게르의 안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우리를 맞이했다. 안주인은 추우니까 얼른 들어와서 이것저것 먹으라 했고, 우리는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게르는 별도의 다이닝룸이나 게스트룸인 것 같진 않았고, 딱 봐도 이곳 사람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생활용 게르였다. 그저 우리가 차를 세운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게르여서 우리를 그쪽으로 데리고 간 것 같았다.

게르 안으로 들어서자, 왠 아이가 침대 위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을 끔뻑이더니, 엄마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 뒤에 서있던 안주인은 울음 소리가 들리자마자 아이에게 후다닥 달려가 끌어안고 토닥이기 시작했다. 아마 낮잠을 자다가 우리 때문에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깨어난 모양이다.

아니 왜 하필 어린아이가 있는 게르로 우릴 데려온 거야?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다니 천벌받을 짓을 한 것 같잖아. 나는 미안함을 느껴 나미에게 사과를 전달해달라고 했고, 나미는 웃으며 안주인에게 그 말을 전했다. 안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어차피 낮잠에서 깨어 놀 시간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는 엄마의 토닥임에 곧 진정했고, 살짝 멍한 눈으로 게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나미는 그런 날 보고 또 웃었다.

우리는 간단한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 앞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전날 홀스맨 친구의 집에서 마셨던 아이락이 두 잔 있었다. 그리고 몇 개의 스낵과 스낵을 발라먹을 수 있는 치즈? 버터? 같은 것도 있었다.

나미 왈, 이 스낵들은 이곳 사람들이 주머니에 넣고 하루종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일하다가 심심하면 하나씩 꺼내어 까먹는다나. 얼마나 맛있으면 하루종일 먹을까 하고 맛을 봤지만, 바깥 세상의 강렬하고 가공된 맛에 길들여진 나에게 그 스낵은 무미에 가까웠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다고. 고소한 것도 아냐. 이런 걸 왜 하루종일 먹는 거람? 그러나 기대하는 나미와 안주인의 눈빛을 무시하기에 내 마음은 너무나 여린 것이다. 나는 애써 맛있다고 했다.

나 : 맛있다가 몽골어로 뭐야?
나미 : 암뜨떼. 암뜨떼라고 하면 돼.
나 : 음. 암뜨떼. 암뜨떼.


나는 안주인을 향해 암뜨떼를 외쳤고, 안주인은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오늘도 거짓을 외친 이 입을 사하소서...





이 게르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젖으로 만든 것들.

키우고 있는 양이나 염소, 소나 말로부터 젖을 얻는데, 이 게르에선 아침 7시와 저녁 7시, 하루에 두 번 젖을 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젖으로 다양한 요리를 해먹는다고 한다. 정말로 필요할 땐, 도축하여 고기를 얻는다고.

나미 : 여기서 사는 사람들은 바깥 세상의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아. 전부 이 초원 안에 있는 것들로부터 얻어서 살지.
나 : 그렇네. 외부와 접촉할 필요가 거의 없겠네.
나미 : 그렇다고. 이 사람들은, 우리는, 와이파이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나 : 응? 와이파이?
나미 : 이런 초원에서 왜 와이파이가 필요하겠어! 안그래?
나 : 어? 어... 뭐 그렇지?


잘 말하다가 마지막 대목에서 뭔가 부들거리며 이야기하는 나미. 뜬금없이 왠 와이파이 이야기람? 나는 뭔가 싶어서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러고보니 전날 빌리와 푸세가 나보고 좋은 여행자라며 칭찬을 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맞아 나는 귯걸이야 하다가, 궁금해져서 그 좋은 여행자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둘 다 앞다투어 "와이파이를 찾지 않는 여행자!"라는 것이었다. 보통 여행자들은 이 게르에 도착하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부터 물어보고, 머무는 동안 몇 번이나 어떻게 와이파이도 되지 않을 수 있냐며 징징거리고 어이없어하며 때론 화까지 낸단다. 그런데 혼자 와서 더 심심했을 네가 와이파이의 '와'자도 꺼내지 않아 감사했다는 것이었다. 뭐, 그야 난 트립 어드바이저 리뷰를 잘 읽는 편이라 그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하여튼, 그러니까 나미의 그 반응은 여행자들로부터 없는 와이파이 내놓으란 소리로 시달린 노이로제 등을 엿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얘도 이 구석진 시골 캠프에서 일하면서 맺힌 게 많았을거야. 암암.





2.

음식 이야기를 대충 끝내고, 안주인의 허락을 받아 게르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안주인은 내가 신기해하는 모습을 신기해했다.





나미가 아까 '전부 자연으로부터 얻음' 어쩌구 했던 것에 비해, 게르 내부에선 공산품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미에게 이 점을 지적하며 장난을 칠까 했지만, 잘못 풀면 장난이 아니라 어이없는 질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말았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완전 격리된 원주민도 아니고 말이다.




이건 아까 아이가 자고 있던 침대.




간이 세면대. 게르 캠프에서 내가 쓰던 것보단 크고 튼튼해보였다.

세면대 뒤로 보이는 새카만 개. 혼날까봐 게르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고개만 내밀고 있는 그 새카만 개가 몹시 귀여웠다. 닮지도 않았는데 괜히 에이미가 생각나는군.




안주인의 딸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 게르 여기저길 돌아다녔다. 나는 나미에게서 '귀여워'란 말이 몽골말로... 헐크름? 허후름? 뭐 대충 그런 말이란 걸 배웠고, 그녀에게 계속 써먹었다. 안주인은 자신의 딸에 대한 칭찬에 흐뭇해했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아문비라고 했다. 내가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묻자, 안주인은 얼마든지 찍으라며 손짓을 했다.





나미 : 몇년 후 저 아이는 엄청 튼튼한 아이로 자랄 거야.
나 : 무슨 소리야?
나미 : 여기서 자란 아이들은 도시의 유치원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골격도 크고 힘도 세거든.
나 : 음, 자연 속에서 자라서 그런가?


나는 잠시 저 귀여운 아이가 엄청난 근육질이 되어 가득 담긴 물동이를 가볍게 나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 : 그럼 나미, 너는? 너는 도시 사람이야? 초원 사람이야?
나미 : 어머? 난 가녀리잖아. 당연히 도시 사람이지. 내가 이곳에서 자랐다면 엄청 힘이 셌을텐데.
나 : 오, 그럼 푸세도 한 손으로 들 수 있었겠군.
나미 : ㅋㅋㅋㅋ 아, 정말 그러고 싶다!






3.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나미는 상황을 파악하더니 내게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거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나미를 따라 도도도도 뛰어갔다.




밖으로 나가자, 게르 옆 마굿간 근처에서 말 한마리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인두로 말가죽을 지지고 있었다. 나는 살 타는 소리에 후덜덜 떨며 나미에게 왜 말을 고문하냐고 물었고, 나미는 잠시 웃다가 그게 아니라 표식을 넣는 거라고 했다.

나미 : 왜, 우리들은 방목하잖아. 그러니까 특정 표식을 인두로 지져 넣는거야.
나 : 그렇구나... 근데 너무 아프겠다...
나미 : 꼭 해야만 하는 일이야. 안그러면 다른 곳에서 저 말을 훔쳐갈 수도 있잖아.
나 : 으음, 과연...






고통스러웠는지, 말은 흥분해서 날뛰었다. 주인은 그런 말을 달래려고 노력했고, 말은 펄쩍펄쩍 뛰다가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곧 잠잠해졌다. 말이 얌전해지자, 양쪽 엉덩이 부근에 새겨진 S자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나미 : 이제 저 말은 저들의 것이 된 거야. 너는 운이 좋구나! 구경하기 어려운 건데.
나 : 그, 그래? 근데 어우, 너무 아플 것 같아.
나미 : 하하하! 괜찮아. 저들은 아픈 말을 잘 보살펴줄거야.


하긴, 어제도 느꼈지만 여기 사람들은 말들을 친구나 자식처럼 여기는 것 같더라. 잘 보살펴주겠지. 그리고 저렇게 표식을 새기고 나면 어디 갇혀있을 필요 없이 초원을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을테니, 오히려 말한테는 그게 더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말을 달래는 주인과 그 손길을 조용히 받고 있는 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4.

우리는 다시 게르로 돌아가 아이락을 더 마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징기스칸 동상까지 들린 뒤 울란바토르까지 돌아가려면 조금 서둘러야할 시간이었다.




우리는 안주인과 딸, 그들의 새카만 개의 배웅을 받으며 테를지를 떠났다. 잠깐 동안이지만 현지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5.

며칠 전 게르 캠프에 왔던 길 그대로, 우리는 언덕을 넘고, 자갈길을 달리고, 강을 건넜다.




저번처럼 어버버하다가 천장콩 창문콩 등의 일은 벌이지 않았다. 후후후. 오늘의 나는 안전벨트를 제대로 맸단 말이지. 나는 처음과는 다르게 당황하지 않고 그 오프로드를 즐기며 나미와 대화를 나눴다. 게르 캠프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쉬다 간다, 전부 다 낯선 경험이어서 신선하고 좋았다, 블로그에 글 쓸 거다, 등등의 이야기를 말이다. 나미는 그런 내 말에 고맙다며 기뻐했다.

칭찬에 급 기분이 업된 나미. 그녀는 껄껄 웃으며 더 세게 악셀을 밟았고, 나는 그런 나미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칭찬 함부로 하면 안되겠군.




큰 강이 나왔다. 기억상 이 강을 쭉 따라가면 머지않아 온로드다. 나미는 큰 강 옆에 차를 댔다.

출발 전, 나미는 내게 양해를 구했다. 나를 울란바토르까지 데려다주고 싶지만, 인력이 부족한 이 게르를 오랫동안 비우기 어려워서, 다른 기사가 날 데려다줄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오프로드 중간에 그 기사를 만나 나를 인계할 것이라 했다. 나는 흔쾌히 괜찮다고 했고, 나미는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여간 그 큰 강 옆이 약속 장소인 모양이다. 나미는 차를 세우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가, 받질 않아 다시 끊은 뒤, 내가 혹여 심심해할까 눈치를 보고, 또 다시 전화를 걸었다가 그냥 끊고 다시 내 눈치를 보는 등의 반복되는 행위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했다.

나미 : 아직 그녀가 오지 않았나봐. 우리 강이나 구경하고 있을까?




차창으로 낮게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던 나는, 나미의 말대로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며칠 동안 게르 앞의 졸졸거리는 시냇물만 보다가 큰 강을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물은 엄청나게 깨끗했고, 또 엄청나게 차가웠다. 이 물로 세수를 하면 잠이 번쩍 깰테지. 물론 이제 강물로 씻을 일은 없을테지만 말야. 하하.

나미와 나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했다. 나미는 제법 선수급(?)이었다. 부러워라. 나는 그렇게나 많이 돌을 던졌지만 딱 두 번 성공시켰다. 칫.

그러고 돌 던지며 놀고 있는데, 빨간 차가 쏜살같이 우리의 뒤로 지나가는 걸 언뜻 보게됐다.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어어, 혹시?

나는 물수제비에 집중한 나미를 불러 혹시 오기로 한 차가 저 빨간 차가 아니냐고 물었고, 나미는 당황해하며 맞다고 했다. 우리는 강을 구경하려고 강 근처에 차를 세웠기 때문에 차들이 다니는 길목과는 조금 떨어져있었고, 그 때문에 아마 저 차도 우릴 못 보고 그냥 지나친 듯 했다. 우리가 눈을 끔뻑끔뻑하는 사이에 차는 이미 꽤 먼 거리를 달려갔다.

나미 : 저러다가 게르까지 되돌아가겠어! 빨리 잡아야 돼!

우리는 허둥지둥 차에 올라타 그 빨간 차를 쫓기 시작했다. 아니, 저 차 왜 저렇게 전력질주하는거야? 뭐가 저리 급한 거야? 우린 여기에 있는데! 승객은 난데!

나 : 나미, 전화를 해봐! 전화를!
나미 : 이미 하고 있어! 근데 안받는다구.
나 : 클락션! 클락션을 울려!
나미 : 그렇지!



- 빵! 빵!


그러나 그 빨간 차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동일한 속도로 달려갔다. 이 소리가 안들린다고? 차 안에서 음악이라도 크게 틀었나?

나미 : 효과가 없어!
나 : 아니 이게 뭔 일이야!? 저기서 만나기로 한 거 아냐?
나미 : 강가에서 만나자곤 했는데... 여긴 강이 많아서 다른데랑 착각했나... 어쨌든 저 차를 따라잡아야해!



- 우당탕탕탕탕!


우리는 그 빨간 차를 쫓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그 오프로드를 달렸다. 하지만 그건 그 빨간 차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운전을 무지막지하게 하는 인간인가 보다.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나 : 아니 이게 무슨, 난데없는 추격전이야!? 이게 뭔 일이여!?
나미 : 우오오오오, 따라잡고 말겠다아아아!
나 : 클락션을 울려! 나미, 클락션을 계속 울리라고!
나미 : 우오오오오오! 내가 더 빠르다아아아!
나 : 으아아아아아! 클락션을 울리라고오오!


나는 계속해서 클락션 타령을 했고, 나미는 알겠다며 클락션을 길게 빠아아아아앙 하고 냈다. 강을 두 개 정도 건넜을 때였나, 간신히 그 차가 요란을 떨며 쫓아오는 우리를 알아챘고, 그제야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간신히 그 차 옆에 붙었다. 엉망진창으로 달린 나미와 나는 왠지 모르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원 참, 이게 뭔 꼴이야? 나는 불평의 말을 하기 위해 그 차의 창문을 들여다봤다. 이봐요, 저 좀 봅시다!

차창으로 보이는 그 운전자는 살짝 희끗희끗한 커트머리에, 눈꼬리가 올라간 화장 짙은 중년의 아줌마였는데, 새카만 옷에 보석들이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 커다란 보석 반지를 손가락 이곳저곳에 끼운 채로, 담배를 꼬나물고 있던 그녀의 인상은 한마디로...


엄청 쎘다.


그 운전자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고, 난 불평은커녕 세상에 둘도 없이 선하고 얌전한 소녀가 되어 미소를 지으며 곱게 인사했다. 하하하. 안녕...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에요. 하하하...

그녀는 내 인사를 대충 받고, 나미와 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원래 나미의 차는 검은색인데, 전날 고장이 난 바람에 다른 흰색차로 바꾼 거라, 그걸 못알아보고 그냥 지나쳤다는 듯 했다. 그러시군요. 그것 참, 전날 차를 바꾼 우리 나미의 잘못이죠, 뭐...

나미는 날 껴안고 조심히 돌아가라고 했고, 난 나미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별이라는 감동 혹은 안타까움, 아쉬움 등의 감정이 교차해야할 순간이었지만, 왜인지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다. 두려움은 아쉬움을 이기는 법이다... 나는 손을 흔드는 나미에게 간신히 웃어보이고, 끼긱끼긱거리며 그 차에 올라탔다.

그 중년의 아줌마 운전자는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까딱거리며 인사를 나누는 우리를 바라보다가, 내가 차에 타자마자 기어를 바꾸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감히 이 몸을 기다리게 하다니,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얼마간 그렇게 달리다가 적적했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차내가 방방방 울리도록 크게 틀었다. 나는 괜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시원찮은 농담을 건넸지만, 그 운전자는 영어를 할 줄 몰라 앙? 정도에 해당하는 소리만 내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그냥 무사히 목적지에만 도착만 하면 되지! 하하하! 내 얌전한 태도는 절대 쫄은 게 아니고 타국의 현지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는 건 당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몽골의 풍경이 신기해서다!

나는 차창 너머로 보이는 몽골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 차가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길 빌었다.




징기스칸 동상에서 계속!






덧글

  • 존평씨 2017/12/03 14:42 # 답글

    남미 흑형도 눈빛으로 제압했던 enat님의 과거가 무색하군요. ㅎㅎㅎ하긴 이해가 갑니다.
    고향 역앞이 슬럼화 되어서 외국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데 옛날 생각하고 주변 맥주집을 들어갔던 선배가 후일담을 들려주더군요. 눈빛이 무서운 사람들이 뭐라뭐라 말하면서 술 먹는데 음악은 생전 처음 듣는 거고 이건 뭐야 싶어서 같이간 사람들과 제사지내는 것처럼 시킨 술만 빨리 먹고 조용히 나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몽골인 술집이더라고... 징기스칸의 후예가 어디 가겠어요.
  • enat 2017/12/07 20:20 #

    그 때의 제가 아닙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져서 야생성은 사라지고 회사생활에 찌들어서 심신이 나약해졌어요... 부당한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지 이따위로 생각하고 참습니다... 흑흑 빨리 때려쳐야지...
    몽골인 술집ㅋㅋㅋㅋㅋㅋ 최근에 범죄도시를 봐서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아, 누구더라, 제가 여행가기 직전 친구가 카톡으로 몽골여행후기.dc라며 짤을 보내줬는데, 러시아의 떡대와 중국인의 똘기를 섞은 게 몽골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청 쫄은 채로 여행을 출발했는데, 에이 뭐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열에 일곱 정도는 그렇게 안무섭고 그렇게 정복정복하지 않으며 그렇게 징기스칸스럽지 않았어요. 괜찮았어요! 하하하...
    바꿔 말하면 열에 셋 정도는... 정복정복하고 징기스칸스러웠음... 저 위의 포스팅의 기사분이 그랬어요...
  • PennyLane 2017/12/03 18:24 # 답글

    이전 포스팅부터 읽으면서 느끼는건데 저 푸른 초원 위에 말이나 타고 게스트하우스나 하자는 꿈은 말 그대로 망상이었나봐요.
    숙박업, 여행업자의 고충이 저 나미언니를 통해 넘나 생생히 전달되는 것.......요즘것들은 어디서나 와이파이가 터져줘야하고 사람 부러먹기는 짐승 부려먹는 것보다 힘들군요.
    솔직히 중간 픽업차량과 어떻게 만날지 좀 궁금했는데 의외로 강 두번 건너고 쉽게 만나셔서 다행이에요. 혹시 게르까지 돌아가실까봐 조마조마했던 1人.
  • enat 2017/12/07 20:26 #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멋진 공간을 내놓아도 일부 무례한 손님... 손놈들은 존재하니까요 ㅠㅠ 사람도 잘못 뽑거나 교육 제대로 못시키면 또 클레임 들어오고, 그런 직원이라도 갑자기 나가버리면 빈자리 메꾸느라 정신없이 일해야하고... 전날 땀뻘뻘 흘리며 저한테 사과하던 푸세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비즈니스란 힘들죠 역시...
    게르까지 돌아갔으면 정말 재밌었을텐데 -!- 다행히 따라잡았네요. 나미 옆에서 "아니 이게 뭐야, 이게 뭔 일이여!"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몰라요 ㅋㅋㅋㅋ
  • LionHeart 2017/12/04 12:13 # 답글

    와이파이 안된다고 주인에게 불평은 하지 않습니다만...없으면 눈과 귀..손과 발이 없어진 느낌이라 불안하긴 합니다.
    SNS는 평소에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지도 확인과 트러블 발생시 해결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가능하면 인터넷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지요. ;ㅁ;

    게르 캠프 방문이 투어에 속해있는 것을 보면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저희야 처음 보는 것들 뿐이니 신기하겠지만, 저들에게는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이잔아요? 제가 캠프 주인이라면 찾아오는 여행객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란 생각이 듭니다.
  • enat 2017/12/07 20:41 #

    해외여행 중 인터넷이 되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긴 합니다. 전 반년전까지 종이지도+종이가이드북을 애용하는 구식 여행자였는데, 지난 여름 타이완에 갈 때 포켓와이파이란 걸 들고다닌 이후 야 이거 짱편하구나를 느끼고 인터넷의 편리함을 다시금 깨달았죠.
    물론 저 게르에 갈 땐 사전정보를 알고 간지라 마음을 내려놓고 갔지만요 ㅋㅋㅋ 게르 지역에서 나오자마자 로밍데이터로 구글과 카톡과 네이버의 향연을 펼쳤더랬죠 ㅋㅋㅋ

    그러고보니 현지인 게르 투어는 그들에게 꽤 쏠쏠한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고 합니다! 사실 원래 방문객이 찾아오면 아무런 대가없이 대접하는 게 풍습이라곤 하는데 (자신이 그 방문객 처지가 될 수도 있는지라) 그저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지니 이렇게 변했나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리오너라" 한마디면 무료 숙박이 가능했던게 옛저녁에 사라진 것과 비교해보면 몽골은 전통이 오래가는 편이네요. 산업화가 늦기 때문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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