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1 17:02

몽골 자유여행 (14) 수흐바타르 광장과 국립박물관 ├ 몽골 자유여행 (2017)

1.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타르 광장.






몽골 공산혁명을 완수하고 요절한 몽골의 영웅 수흐바타르를 기리는 광장이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수흐바타르 기마상이 있다.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라는 뜻인데, 이 역시 수흐바타르를 기리기 위해 붙은 이름이라 한다. 한 국가의 수도와 그 중심에 있는 광장의 이름 모두 수흐바타르를 위한 이름이라니. 정말인지 요절한 영웅은 사랑받는 법이다. 어쩐지 체 게바라가 생각나는 대목인 걸.

요새는 칭기즈 칸이 랜드마크화 되면서 광장의 공식명칭이 '칭기즈 칸 광장'으로 바뀌었고, 광장의 북쪽 면에 거대한 칭기즈 칸 동상도 생겼으나, 몽골 사람들 대다수는 여전히 수흐바타르 광장이라 부르는 듯 하다.




칭기즈 칸이든 수흐바타르든, 몽골인들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두 영웅의 이름이 붙은 광장이기에, 여행자보다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내가 광장에 갔을 때도 몽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인상적이었던 결혼식 사진. 두 커플이 결혼식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건 다른 시간대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근위병 교대식. 절도있군.





2.

그렇게 한참을 광장에서 서성였더니 몸이 좀 서늘해졌다.

원래는 아침에 숙소 근처의 '간단 사원'만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는지라, 옷을 얇게 입고 나왔었다. 그런데 그걸 깜빡하고 바로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와버린 것이다. 얇은 옷 입고 찬 공기 마시며 광장을 돌아다니니 몸이 으슬으슬해질 수밖에.

근처에 몸을 녹이고 쉴만한 카페가 있나 휘휘 둘러보다가, 광장 서쪽면에 엄청 귀엽고 예쁘장한 개인 카페를 발견하여 그곳으로 들어갔다.




Elixir coffee & wine.

블랙과 화이트의 세련된 조합... 외관부터 넘나 내 취향인 것.





내부는 좀 덜 따뜻했다. 히터를 켠지 얼마 안 된 느낌인 걸로 보아선 아무래도 방금 막 문을 연 것 같았다.

그래도 밖의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것보단 훨씬 낫다. 나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완료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은 뒤 음료를 기다렸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시켰는데, 과자가 덤으로 딸려나왔다. 서비스인가 보다.

속에 달달한 걸 들이부으니 기분이 좋다. 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거나 친구들과 카톡을 하거나 했다. 새삼 역시 도시가 좋다. 이런 걸 할 수 없었던 저 초원의 게르에서 며칠 묵다가 간만에 도시와 문명의 공기를 쐬니 도시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왔다. 으으, 난 나중에 나이 먹어도 절대 귀농 같은 건 하지 않겠어. 도시 만세! 사랑해요 도시님!

...뭐, 당시엔 그렇게 느꼈단 거다. 지금은 도시 새끼 아주 지긋지긋함.

늘 그렇듯 소중한 것은 좀 떨어져 있어봐야 느낄 수 있다...





3.

카페에서 나와, 수흐바타르 광장 근처의 국립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 국립박물관은 평이 괜찮길래 한 번 도전해봤다. 추워서 실내로 가고 싶기도 했고...




광장 북서쪽 방향으로 한두블럭만 걸어가면 바로 국립 박물관이다.




입장권 구입.

- 여름 (5/15~10/15) : 오전 9시 ~ 오후 7시 (마지막 입장 오후 5시 30분)
- 겨울 (10/16~5/14) : 오전 9시 ~ 오후 6시 (마지막 입장 오후 4시 30분)
- 공휴일 문 닫음.
- 겨울 기간의 일요일, 월요일은 문 닫음.
- 가격 성인 8000투그릭 / 학생 2500투그릭 / 아이 1000투그릭
- 촬영 10000투그릭 (돈 안내고 사진 찍으면 벌금 부과함)

아이쿠 저런.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단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카메라를 집어넣고 다시 신사임당 노트를 꺼냈다. 사진을 못찍으니 아까 간단 사원에서처럼 그림이나 그리자구! 하하하!








처음엔 그냥 사진 대신 대충 그려보자 하고 시작한건데...

이게 또... 그리다보니까...

겁나 재밌다!

박물관이란 곳이 이렇게 재밌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다가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물관이란 곳은 그러니까, 단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그릴 만한 것들 천지인 공간인 것이었다! 저런 복장과 저런 장신구와 저런 유물을 내가 어디서 어떻게 찾아 그리겠어! 다양한 피사체를 이렇게 좁은 공간에 보기 좋게 모아두고 있었다니!

한 번 재미가 붙은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시실의 유리 앞에 붙어 끄적여댔다.

그런데 몽골 전통복을 입고 박물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나)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흥미거리가 되어줬나보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온 사람이 지나가다가 내게 악수를 권했고 (나는 아직도 그가 왜 악수를 권했는지 모른다), 소풍 온 몽골 학생들이 내게 자꾸 말을 걸며 인사를 했고 (나는 아직도 걔네들이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세 명 정도의 한국인 여행객을 이끌던 한국인 가이드가 내가 한국말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이 반응은 이해함. 전날에도 겪었으니까) 그랬다.

그나저나 왜 이걸 여태까지 몰랐지? 박물관 진짜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인식이 싹 바뀌어버렸다. 고마워요, 사진촬영 별도요금. 그 덕분에 새로운 재미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다음번 여행에서 박물관에 가게 되면 그 때도 그림을 그리며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4.

박물관에서 신나게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시간을 봤더니, 오 세상에, 벌써 호스텔 체크아웃 시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그보다도 나 짐만 싸두고 체크아웃은 하지도 않았는데!

으으, 로밍폰 통화 요금이 얼마였더라. 난 허둥지둥 호스텔로 전화를 걸었다. 곧 누군가가 받았다.

나 : 있잖아, 나 너네 호스텔에서 묵고 있는 이낫이라고 하는데.
직원 : 응? 누구라고?
나 : 왜 있잖아, 어제 델 입고 돌아다녔던 애. 내가 걘데.
직원 : 아, 알아, 알앜ㅋㅋㅋ 나 너랑 사진도 찍었었어! 하여간, 무슨 일이야?


내가 정말로 미안하지만 체크아웃 좀 대신 해주지 않겠냐, 내가 지금 박물관이라 못 간다, 짐은 다 싸놨으니까 따로 보관만 해주면 된다, 내 방 마스터키로 열 수 있지 않냐 등등으로 이야기를 하자, 직원은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오! 이렇게 친절할 수가. 단 한번도 직원이 대신 체크아웃을 해준 경험이 없어서 넘나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친절한 직원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자, 이제 박물관을 좀만 더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 점심 먹을 장소는 이미 골라놨다. 그곳은..




북한 음식점에서 계속!





덧글

  • 2017/12/22 06: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2/23 00: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LionHeart 2017/12/22 12:36 # 답글

    늘 그렇지만 해프닝에 대한 위기대처능력이 높으신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저라면 체크아웃 시간 놓칠까봐 발에 불이나게 뛰어갔을텐데 말이죠. ㅎㅎ

    여행 중 구매하신 델 덕분에 인기 폭발이시군요 ㅎㅎ
  • enat 2017/12/23 00:31 #

    저도 혹시나해서 전화를 해본거였는데, 의외로 순순히 해주더라고요!? 다행이었어요 ㅋㅋㅋ 규모가 작은 호스텔이어서 인정상 해준 건가 싶었습니다 ㅋㅋㅋ

    절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델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사길 잘한 것 같아요!
  • 지금을살자 2020/11/15 22:02 # 답글

    몽골이 그리워서 이글루스에서 '몽골' 검색해서 들어와 봤어요^^ 생생한 여행기 좋네요
  • enat 2020/11/28 13:53 #

    안녕하세요! 그러고보니 몽골 다녀온지도 몇 년 전이네요~~ 덧글 남겨주신 덕분에 저도 잠시나마 추억 떠올렸습니당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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