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7 10:10

하노이 주말여행 (1) 금요일 밤, 하노이로 뿅 └ 하노이 주말여행

* 이번 여행은 호흡 빠르게 쭉 써봅니다. 느리게 쓰는 건 유럽여행으로 족해!




1. 코엑스 도심국제공항

금요일, 컨퍼런스 때문에 코엑스로 출근했다.




비행기는 저녁 비행기였고, 집에 들리지 않고 공항으로 바로 쏠 예정이라, 코엑스 도심공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9시 정도에 도심공항으로 가서 체크인/출국심사를 진행했다. 사람도 얼마 없고 업무도 빠르게 처리해줘서 체크인/출국심사까지 거의 10분 안에 끝난 것 같다.


<코엑스 도심공항>

1) 코엑스몰과 지하로 연결되어 있음. 삼성역쪽임.
2) 저녁 비행기여도 당일 아침 체크인/출국심사 가능함. 비행기 출발 전 3시간 반까지 가능하다고 함.
3) 출국심사장 옆에 공항가는 리무진 있음. 인천 제1공항 기준 1만 5천원.
4) 여기서 체크인/출국심사 받으면 공항가서 전용 출국통로/전용 심사대 이용하면 됨. 줄 안서도 됨. 짱좋.



도심공항은 신세계였다. 공항만 가면 십년 씩 늙는 기분을 느껴왔는데 도심공항을 이용하니 꿀편했다. 아침에 여유있게 체크인을 하고, 짐도 없이 느긋하게 공항엘 가서, 전용 통로와 전용 심사대를 이용해 유유히 게이트로 걸어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편리하단 말인가. 하... 도심공항 너란 녀석...

정말인지 왜 인천엔 이런게 없을까 싶을 정도로 신세계였다. 전화로 미니미니에게 그 점을 투덜거렸더니 거긴 부자들 사는 동네고 인천은 돈 없지 않냐는 팩폭을 날려서 데미지 -100을 먹었다.

다짐했다. 앞으로 금요일에 서울로 세미나나 컨퍼런스, 박람회 등에 가게 되면 반드시 그 주말엔 여행을 가겠다고. 짱편한 도심공항을 이용해서!





2. 제주항공

인천→하노이 라인은 제주항공을 이용했다.

밤 비행기였고, 컨퍼런스 때문에 피곤했고, 물만 주는 항공사라 비행기에 타면 곧장 잠만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허기가 졌다. 그래서 못참고 컵라면을 하나 시켜먹었다. 진짬뽕이 있어서 그걸 시켜먹었는데 (5천원) 내가 살면서 먹은 진짬뽕 중 가장 맛있는 진짬뽕이었다. 역시 컵라면은 산 정상이나 비행기 같은 높은 곳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우하하하!




배부른 상태에서 불을 꺼주길래 편히 자려고 했는데, 창에 반짝이는게 얼핏 보였다. 뭔가 하고 창문에 눈을 가까이 댔다.

별이었다. 밤하늘에 펼쳐진 무수한 별들. 자리가 적절해서 비행기 야간비행 라이트도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밝은 전자기기나 조명을 켠 사람들도 없었다. 정말 별 보기 딱 좋은 캄캄함이었다. 나는 불편한 자세를 감수하고 어깨를 살짝 숙여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봤다. 그리고 그 멋진 별바다를 헤엄쳤다. 어느 순간 유성이 두어개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소원이 나왔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을 전하게 해주세요. 골치 아픈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등.

그 별바다를 헤엄치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내 뒤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셨는데, 이렇게 많은 별들은 또 처음 본다며 두분이서 번갈아 창문을 내다보셨다.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며 말씀 나누시는데 내가 다 흐뭇해지더라.

지평선 가까이에 남십자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노이가 가까워졌나보다.





2.5. 입국 심사

랜딩 후 입국 심사를 받을 때의 일이다.

베트남의 입국 심사관은 내 여권에 있는 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검사했다. 모든 페이지를 펼쳐서 내가 그 동안 어떤 나라에 다녀왔는지 하나하나 검사하더라. 검사? 구경인가? 하여간 다른 사람들은 쑥쑥 통과하는데 나만 뭔가 오래 걸려서 뻘쭘했다.

그는 내 여권에 찍힌 서방국가들의 도장을 보며 연신 흐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미국 도장을 보고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긴장해서 입술이 마르는 내 앞에서, 그는 뭔가를 보고 씨익 웃었다. 뭐지? 까치발을 들어 슬쩍 보았다.

입국 심사관이 보고 있는 페이지는 쿠바 도장이 찍힌 페이지였다. 그는 어딘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에 베트남 입국 도장을 찍었다.

...뭐야, 이거!? 같은 공산국가라고 좋아하는 거야!?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어색하게 웃고 여권을 돌려받은 뒤 통과했다. 허허, 참.





3. 클룩 Klook 택시 서비스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클룩 택시를 이용했다. 낮에 도착했다면 대중교통이나 현지 택시를 이용했을텐데, 새벽이다보니 대중교통은 없었고 현지 택시는 무섭더라. 그래서 클룩이라는 여행 예약 플랫폼에서 택시를 예약했다.


https://www.klook.com/ko/activity/4267-private-airport-transfers-hanoi/
패키지 : 노이바이 공항 - 하노이 픽업서비스
사용날짜 : 2018년 5월 12일
수량 : 1*차량대수(2인승)
총금액 : 15600원
항공편명 : 어쩌구저쩌구
숙소 영문명, 영문주소 : 호텔 이름이랑 주소 블라블라
현지 연락수단 : Kakaotalk ID - 이러쿵저러쿵
기타 요청사항 : 착륙시간은 5/11 23:45, 근데 내 생각에 공항 나오려면 5/12 자정 넘을 것 같아.



한국에서 예약하고 결제까지 완료했는데, 며칠 간 회신이 오질 않아 조금 불안했다. 그래서 클룩 카카오톡 서비스로 문의를 하여 현지인 담당자와 위챗으로 연락했다. 그 현지인 담당자는 예약이 잘 들어갔으니 걱정 말라고, 여행 바로 직전에 다른 담당자가 카톡으로 연락할 거라고 했다.

그 담당자의 말대로였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6시간 전, 카톡으로 다른 담당자의 연락이 왔다. 예약 내역을 읊어주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전화할 번호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전화는 좀 부담스러워서 이 카톡으로 연락해도 되냐고 묻자 그래도 된다고 했다. 편리하군.

내가 탄 제주항공은 30분 정도 연착됐다. 나는 내리자마자 폰을 로밍하여 그 담당자의 카톡으로 연락했다.

나 : 나 내렸는데! 착륙시간보다 30분 연착됐어. 최대한 빨리 공항에서 나갈게!
담당자 : 걱정하지마. 택시기사는 널 기다릴 거야. 그들은 보통 1시간 정도는 기다려.


입국 심사를 받고, 곧바로 공항에서 나왔다. 세관 검사(베트남은 세관 신고서 작성이 자율)도 없고, 짐 부친 것도 없어서 기다릴 것도 없었다. 착륙 후 공항 밖으로 나올 때까지 거의 15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공항 문을 나서자 정면에 내 이름을 들고 있는 청년을 발견했다. 저 자인가 보다.

나 : 여기야, 여기! 나다! 내가 enat이다!
청년 : 오오! 네가 enat! 반가워! 어서 와!


엄청 하이한 느낌의 청년이 환영의 문구를 던지며, 날 길가에 세워진 차로 인도했다. 그리곤 싱글벙글 웃으며 뒷문을 열어줬다.

청년 : 자! 어서 숙소로 가라고! 좋은 밤 되길!
나 : 응? 너는 안가?
청년 : 나는 공항에서 안내만 해주는 사람이고, 운전사는 쟤야. 그럼 안녕!
나 : 알았어, 안녕! 좋은 밤 되길!


사실 내가 탑승한 차는 택시가 아니었다. 그냥 일반 승용차였다. 아마 아르바이트생 혹은 직원의 차량이거나 타업체랑 연계하여 사설로 운영되는 택시겠지. 아무렴 어때. 나는 가방을 풀고 편하게 앉았다.





4. Golden Moon Hotel & Travel Suite

택시는 내가 예약한 호텔을 향해 씽씽 달렸다. 아까 그 하이한 청년처럼 말을 계속 걸면 귀찮을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이 운전 기사는 과묵한 편이었다. 나는 뒷좌석에서 턱을 괴고 한밤의 하노이를 구경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30~40분 정도 걸렸다. 차가 밀리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차가 밀릴 땐 더 걸릴 듯.

이번에 예약한 Golden Moon Hotel & Travel Suite는 하노이 관광의 중심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는 호텔이다. 주소는 12A Hàng Mành, Hàng Gai, Hoàn Kiếm, Hà Nội, 베트남, 전화번호는 +84 163 283 8733. 위치가 참 좋아서 돌아다니다가 들어와서 쉬고, 또 돌아다니다가 들어와서 쉬고 그랬다.

예약 사이트 평이 좋아서 예약했는데, 아쉽게도 여러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 아래부터는 호텔에 관한 이모저모.

- 처음에 호텔을 예약하고, 콜택시를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아무 응답이 없었다.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부킹닷컴 메세지를 보내도 답이 없고. 황당했다. 환불 불가 가격이라서 환불도 못하고. 이게 뭐람. 결국 클룩 택시 서비스를 이용했다.

- 24시간 리셉션 오픈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찾아간 나. 근데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호텔을 마주했을 때의 내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같이 따라 내려서 소리 질러준 덕에 안에 있던 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줬다. 택시기사한테 고마워서 1달러 쥐어줬다. 딴 얘긴데 여행 중에 1달러짜리 많이 들고 다니면 고마움 표시하기 참 좋다.

- 체크인을 하려면 여권이 필요하다길래 줬는데 자신들이 다음날 아침까지 보관하겠단다. 아니 왜!? 복사를 하던가 지금 정보를 받아적던가 하라고! 뭐, 아마도 날 맞이한 직원이 그걸 할 줄 몰라 다음날 아침 쉬프트인 애에게 맡길 심산이었겠지만... 일단 여권을 주고나서 객실로 올라가긴 했는데,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팔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소심한 걱정 속에서 잠들었다. 물론 다음날 여권은 무사히 받았지만, 아무래도 보상이 불가능한 물품이다보니 걱정이 됐었더랬다.

- 벨보이가 객실까지 안내해주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 인적사항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흥. 예쁜 건 알아가지고. 겁나 추근덕거리네. 그러다가 몇 살이냐고 나한테 묻길래, 나이를 말해줬더니 "뜨헉!"하는 표정을 짓곤 그 뒤로 말을 걸지 않았다.

.......이 새끼가!!!!!!






- 객실은 6층이었다. 침대에는 장미 같은 게 뿌려져 있었고, 냉장고, 전기포트, 옷장, 옷걸이, 세면도구, G7 커피와 생수 등등이 갖춰져 있었다. 뭐, 무난하게 괜찮았다. 화장실도 언뜻 보기엔 깨끗해보였다. 창가에는 작은 발코니와 의자가 있었다. 나름의 도시 뷰가 있었다.

- 와이파이 비번을 안알려줘서 리셉션에 전화할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여러가지 시도해봤는데 바로 잡혔다. 골든문호텔이었나, 골든문이었나, 하여간 직관적인 비번이었음. 와이파이는 안정적이었다.

- 화장실에서 개미의 행렬을 발견했다. 세면대 옆을 열심히 기어가고 있는 개미들이란... 작은 불개미였는데 이걸 어쩔까 하다가 그 일정 라인 밖으론 나오질 않는 걸 보고 그냥 머무는 이틀 동안 공생했다. 이 가격에 괜찮은 방 받았는데 따지기도 귀찮고...

- 이튿날, 화장실에서 작은 바퀴벌레 새끼를 발견했다. 한숨을 쉬고 슬리퍼로 밟아 죽였다. 그 뒤 잠깐 밖에 나갔다왔는데 개미들이 그 바퀴벌레 새끼를 분해해서 나르더라. 으음, 개미들이 청소를 해주네. 그냥 냅두자... 뭐랄까, 다른 나라 같았으면 리셉션 가서 바로 따졌을 것 같은데 베트남이라 기대 수준이 낮아서 그랬는지, 여기선 뭔 일이 생겨도 그렇게까지 따질 생각이 들질 않더라. 허허.

- 나중에 체크아웃을 할 때,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하더라. 설문지에 불편했던 점에 대해 적는 게 있어서 벌레 나왔다, 청결에 신경 써라, 메일 안읽더라, 메일 좀 읽어라, 어쩌구 저쩌구를 쭉 써줬다. 그걸 본 직원들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진작 말하지 그랬냐, 너무 미안해서 어떡하냐고 하길래 괜찮다고, 별로 신경 안쓴다고 답해줬더니 더더욱 미안해하기 시작했다. 아니, 나 진짜 괜찮은데. 저렴한 가격(1박에 2만 5천원 꼴)으로 좋은 방 받아서 편하게 잘 쉬다 가는데. 쩝.

- 공항으로 가기 전, 어떤 잘생긴 직원이 미안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하며 기념품을 주더라. 베트남 여자가 그려진 초록색 쟁반이었는데, 이걸 원래 주는 건지, 진짜 미안해서 사과하는 의미로 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잘생긴 직원이 진심을 다해 사과하며 주는 선물이니 감사하며 받기로 했다.

그 쟁반을 집에 가져갔더니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셨다. 어머니, 당신의 딸이 개미와 함께 공생한 기념으로 받아온 쟁반이랍니다. 좋아하시니 기뻐요.





5. 조식 쌀국수

그렇게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하노이에서 맞이한 첫번째 아침.

침대가 넓었는지라 간만에 굴러다니면서 잘 잤다. 상쾌한 기분으로 발코니로 나가 아침 공기를 마셨다.




스멀스멀 풍겨오는 낯선 도시의 냄새!

나는 객실 발코니에서 보이는 나름 이국적인 배경에 만족하며 그 앞에서 셀카를 시도했으나, 쌩얼로는 돼지처럼만 나오더라. 에이씨. 모르겠다. 포기하고 밥이나 먹으러 갔다.

호텔 조식은 옥상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다. 옥상은 7층이고 내 객실은 6층이어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옥상에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괜찮은 테라스 식당이 마련되어 있었고, 엄청 프랜들리한 여직원이 서빙을 했다. 분위기나 직원은 합격점.




샐러드바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고, 메뉴에 적힌 음식 중에선 2개를 골라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계란후라이(당연히 써니 사이드 업!)와 쌀국수를 시켰다.

샐러드바에 있던 음식들은 무난하게 맛있었다. 특히 짜조가 괜찮았다.




샐러드바에서 퍼온 음식을 반 정도 먹어갈 즈음에 쌀국수가 등장했다.

사실 이 호텔의 리뷰에 '아침은 그냥저냥 평범. 기대하지 말 것'이라고 쓴 사람들이 많아서, 기대를 1도 안하고 갔었다.


그런데, 그런데, 쌀국수가 짱 맛있었다!


이 쌀국수는 '내가 그동안 먹었던 쌀국수는 쌀국수가 아니었구나, 이걸 쌀국수라고 하는구나, 나는 그동안 왜 고수를 싫어했던 걸까, 고수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게 만든 쌀국수였다. 왜지? 대체 하노이의 '쌀국수 맛집'은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은 이 맛있는 쌀국수를 그냥저냥 평범하다고 평가한 것일까?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이 쌀국수가 내가 먹은 첫 베트남 쌀국수라 그런가? 첫사랑 효과 같은 걸까? 아님 내 입맛이 좀 유별난 걸까? 그것 참.

원래 호텔 조식은 요기할 정도만 먹고, 현지 식당에 가서 배부르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쌀국수 때문에 입맛이 돋아 조식에서 너무 달려버렸다. 배가 무진장 부르군...

커피나 마시러 가야겠다.

나는 여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식당을 나섰다.





6. 거리에서

호텔을 나와 향한 곳은 그 유명하다는 성 요셉 성당 앞 콩카페Cong Caphe였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여서 슬슬 걸어갔다.

그 5분 동안 마주하게 된 하노이의 거리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도로에 오토바이, 자동차, 자전거, 인력거, 사람이 함께 다니며, 제각각 자신이 원하는 다른 방향으로 걷는데, 그 누구도 멈추지 않고 제 갈길을 가더라. 그런데도 그 흐름엔 불협화음이 없었다. 혼돈 속의 조화라고 해야하나. 차가 온다고 갑자기 멈추거나 오토바이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했다. 천천히, 속도에 맞춰, 조화롭고 부드럽게 길을 건너야 했다.

처음엔 뭐 이딴 곳이 다 있나 싶었지만 적응하니 다닐만 했다.

나중에 이 하노이의 거리에 관한 사진과 동영상을 한데 모아 올려보겠다. 지금은 좀 귀찮음.





7. 성 요셉 성당

도로 상황에 절레절레하며 걷길 5분. 성 요셉 성당에 도착했다.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도 그 사이에 땀이 나더라. 하노이 왤케 더움. 아직 5월인데. 쩝.





우선 기념사진부터 박았다. 어떤 여행자가 사진 좀 부탁하길래, 그의 사진을 찍어주고 내 사진도 얻었다.




근데 사진 속 내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흐응, 여행 나왔는데 뭔가 새로운 스타일로 다니고 싶군. 이따 미용실도 가고, 옷도 사야겠다. 미용비는 나중에 회사에 청구해봐야지. 시장조사였다고. 씨알도 안먹힐라나?

일단은 아침 커피를 때리기 위해 콩카페에 갔다. 근데 생각해보니 아직 나는 환전을 하지 않았다. 콩카페 직원들에게 카드도 되냐고 묻자 현금만 받는단다. 이런. 돈 바꿔오겠다고 말한 뒤 나왔다.





8. 환전소

주말이라 그런가 문을 연 곳이 얼마 없었다. 그러다가 Maritime Bank라는 곳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환전을 하려고 하는데 은행 직원의 눈치가 이상하다. 뭔가 자꾸 옆을 흘끔흘끔 보고, 긴장한 투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뭐지? 마치 지금부터 내게 사기를 치겠다는 느낌이군? 나는 은행 직원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핸드폰으로 환율 계산기를 켜고 환전을 진행했다. 왠지 기분이 찜찜해서 120달러만 환전했다. (그러나 이번 환전 이후, 그 이상 환전할 일이 없었다... 120달러면 물가 낮은 베트남에서 이틀 동안 놀기에 충분하더라.)

환전 후 확인을 해봤는데, 직원이 건네준 돈은 환율 계산기로 계산한 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데 왜 저렇게 긴장해서 말을 하는 거야? 꼭 환전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란 말이지. 게다가 직원은 돈만 건네주고 영수증은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 : 영수증 안 줘?
직원 : 앗? 영수증? 응? 응!


직원은 엄청나게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수기로 영수증을 써줬다. 나는 그 태도와 수기 영수증에 갸우뚱하며 다시 한 번 환전액을 체크했지만, 정말인지 환율과 다르지 않은 금액이었다.

나 : 어... 응. 고마워. 이제 갈게.
직원 : 휴... 응? 응!


뭔가 찝찝한 걸. 대체 뭐였을까, 그 태도는...





9. 콩카페

현금도 얻었겠다, 이제 콩카페로 가자.

성 요셉 성당 맞은 편에 위치한 콩카페는, 위치와 가격, 맛 덕분에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카페라고 했다. 유명한 카페의 커피 맛이 궁금해서 한 번 가봤다.




요기는 1층. 자리가 꽉 차있다. 아무래도 위로 올라가야겠다.




2층으로 올라왔다. 밖의 강렬한 햇빛과 대비되는 어둑어둑한 분위기가 좋았다.




성 요셉 성당이 보이는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직원에게 어떤 게 제일 맛있냐고 묻자, 코코넛 커피를 가리켰다. 그래, 어딘가 블로그에서도 본 것 같다. 나는 그 유명하다는 코코넛 커피를 시켰다.




금방 나온 코코넛 커피.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고, 우수에 찬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코코넛 커피를 홀짝였다.

음...

맛은 그냥...

그저 그렇군. 맛이 없는 건 아닌데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냥 커피와 코코넛을 섞은 맛이라고 할까... 너무 곱게 갈려서 뭉텅이가 진 얼음이 조금 아쉬웠다. 차라리 슬러쉬처럼 거칠게 갈아버렸으면 (팀홀튼의 아이스캡 느낌으로)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는 평의 쌀국수는 짱맛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최고라는 평의 커피는 평범하다니, 내 입맛은 보편적인 입맛과 많이 먼 걸까? 나는 턱을 괴고 앉아 내 입맛에 대한 고찰을 진행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커피를 남긴 채 일어났다.

머리나 하러 가야겠다. 베트남의 미용실은 어떨까?





하노이 미용실에서 계속!






덧글

  • Anonymous 2018/05/17 11:07 # 답글

    베트남 호텔 조식 쌀국수 정말.. 평 안 좋은 곳들 것들도 어마어마합니다.. ㅋㅋ 아 이게 레알이구나 느낌이 훅 들어오고.
    바깥의 맛집 쌀국수도 먹어보고 싶네요.
  • enat 2018/05/18 17:17 #

    리얼로 "아 이게 리얼 쌀국수구나!!!!' 느낌이었어요!!! ㅋㅋㅋ 아마도
    베트남의 맛집>>베트남의 더럽게맛없는집>>>>>>>>>>>>(넘사벽)>>>>>>>>>>타국(한국같은)
    요런 느낌인가봐요!
  • 라비안로즈 2018/05/17 13:29 # 답글

    밤 비행기가 좋은게.. 정말 별바다를 헤엄친다는 그 표현.. 맞는것 같애요.
    아마 저도 다시 비행기 탈 일이 있으면 밤 비행기로 타고 갈꺼예요
  • enat 2018/05/18 17:18 #

    맞아요 ㅠㅠ 저도 별 때문에 피곤해도 밤 비행기 좋아합니다.
    다만 창가자리를 꼭 사수해야 한다는 피곤함이... 그래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ㅋㅋ
  • pimms 2018/05/17 15:36 # 답글

    정말 창 밖 풍경이 적당히 이국적이면서도 적당히 도시적이네요~
  • enat 2018/05/18 17:20 #

    엄청 새롭거나 신기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낯설음을 간직한 풍경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순수한 산타클로스 2018/05/17 19:01 # 답글

    와 여행 가보고 싶은 곳이 또 생겼네요! 저는 이낫님이 가보신 곳은 대부분 가보고 싶어요^^ 여권검사 웃기다 ㅎㅎㅎ
  • enat 2018/05/18 17:22 #

    같은 공산권 국가라고 도장으로 친한 척 하기 있나요 ㅋㅋㅋㅋ 하여간 웃겼어요 ㅋㅋㅋㅋ
    하노이는... 편안한 여행지는 아니었어요 ㅋㅋㅋ 제 가족들에게 권하지는 않을 도시지만 저처럼 낯설음과 새로움을 좋아하신다면 가봄직한 도시인 것 같아요!
  • Tabipero 2018/05/18 05:56 # 답글

    도심공항 정말 편하죠! 저도 곧잘 이용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친구와 간다거나, 도심공항 서비스 대상 항공사가 아니거나 하는 이유로 이용해본지는 꽤 됐네요.
  • enat 2018/05/18 17:35 #

    도심공항 진짜 편하고 좋더라고요!!! 서울에 살지 않는 저는 좀 슬픕니댜 ㅠㅠ 인천에도 있으면 맨날 쓸 텐데... 흑흑 심지어 공항 리무진이나 직행버스도 없고 그냥 시내버스 여러대를 갈아타야하는 인천러의 비애...
  • LionHeart 2018/05/18 13:49 # 답글

    베트남 교통은 정말 혼돈의 카오스였죠. 가셨을 때 공기는 괜찮았나요? 제가 방문했을 때 하노이는 너무 매연이 심해서 숨 쉴때마다 생명이 깎여나가는 느낌이었는데.
  • enat 2018/05/18 17:37 #

    숨 쉴때마다 생명잌ㅋㅋㅋㅋㅋㅋ 매연 심하긴 심하더라고요. 그냥 미세먼지 같은 거거니 하고 해탈한 채 다녔습니다 ㅋㅋㅋㅋ
  • 요엘 2018/05/18 13:59 # 답글

    으아닛 ㅠㅜㅜ 컵 왜저렇게 작지? 하면서 봣어요. 제가 간곳은 훨씬 컷엇는데.. 장소가 워낙 인기 많은데라 그런건가???!! 저는 엄청 맛잇게 먹엇던 기억이 잇는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조식 샐러드바가 저희가 갓던 호텔이랑 넘 비슷해서 거긴가 햇어요! 그곳도 쌀국수가 너무 맛있었거든요!! 역시 쌀국수는 현지 쌀국수 b..
  • enat 2018/05/18 17:41 #

    !!! 다 저런 컵이 아닌가요!?!? 작은 사이즈를 시킨 건가... 주루룩... 근데 어차피 남겨서 큰 컵이나 작은 컵이나 똑같았을 거여요... ㅋㅋㅋ 다들 맛있다고 하시던데 아마도 제 입맛이 좀 독특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

    호텔들 조식 샐러드바가 어느정도 비슷한 모양입니다! 쌀국수는 한국이나 북미에서밖에 먹어보지 않았고 별로 좋아하는 음식도 아니었는데 베트남 쌀국수는 리얼이더라고요. 심지어 고수까지 먹었어요 저 고수 극혐분자였는뎈ㅋㅋㅋ 고수가 좋아졌어요 저 맛있는 쌀국수 때문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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