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6 22:02

어느 여름날의 전주 힐링기 ├ 남부지방

지난 여름의 어느 주말.



1) 뭔가 일 하나를 끝내어 자축하고 싶었던 나는 무진장 놀러가고 싶었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짐을 대충 싼 뒤 버스 터미널로 갔다. 버스 시간을 보니 전주 아니면 목포가 딱 맞겠더라. 누군가 목포보단 전주가 낫겠다고 했고 난 그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주로 갔다.



2) 전주로 가는 버스는 프리미엄 버스였다. 좌석이 무지 넓고 TV가 나오고 커텐이 달려있고 누울 수 있었다. 짱 편했다.





3) 중간에 휴게소에서 공주 밤빵이랑 사또밥을 사먹었는데 핵 맛있었다. 공주 밤빵... 그 달콤 담백한 맛... 공주의 자랑이라 할 수 있겠다. 번창해서 인천에도 지점 내줬으면. 그럼 맨날은 아니더라도 주말마다 사먹으러 갈 텐데.



4) 숙소는 가는 길에 예약했다. 덕만재라고 불리는 한옥식 민박이었다. 숙소 주인 분께서 몹시 친절했고, 시설도 깔끔하니 괜찮았다. 방은 도어락이라 드나들 때 편리했다. 주인 분의 얘기를 들어보니 여성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아마 다음 번에 전주에 오게 되면 여기부터 먼저 찾을 것 같다.



5) 날이 더워서 저녁이 될 때까지 나갈 생각이 없었다. 숙소에서 쭉 쉬며 책 따위를 읽었다. 저녁이 되어 날이 시원해진 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밥 챙겨 먹고 가맥집 가서 술도 챙겨 먹고 그랬는데, 그런 것보다도 그냥 숙소에서 조용히 책 읽은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힐링힐링한 시간이었다.







6) 저녁으론 베테랑 칼국수를 먹었는데 위명에 비해 맛은 그냥 그랬다. 먹다가 남기고 일어섰다. 아쉽군. 그냥 쭉 걸었다. 걸으면서 찍은 사진들.






7) 어떤 사람 없는 카페에 갔다. 이렇게 예쁜 카페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예쁘긴 하지만 뭔가 한옥, 전통, 전주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안오는 건가? 만약 여기가 전주가 아니라 수도권이었다면 이 시간대에 사람들이 미어터졌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8) 저녁에 맥주 마시면서 돌아다니다가 동전 뽑기 별자리별 사주풀이를 뽑았다. 사주와 별자리의 만남이라니 재밌어 보였다. 500원짜리 2개를 넣고 돌려야 나오는 건데 500원짜리 1개만 넣고 왜 안돌아가냐며 씩씩거리다가 기계를 부술 뻔 했다. 지나가던 오빠가 "2개 넣어야 돌아가죠"라고 알려줬다. 부끄러워하며 2개를 넣고 뽑았다. 나는 1개씩 2번 넣어야 나오는 줄 알았다... 사주는 늘 그렇듯 좋은말과 나쁜말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고 나 역시 늘 그렇듯 마음에 드는 말만 취사선택했다.



9) 풍년 수제 초코파이는 전주에서 먹어야 맛있다. 이상하게도 다른데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 오목대 아래 길다란 정자 쉼터에 누워 버스킹 하는 목소리 들으며 초코파이 먹었다. 엄청 힐링힐링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숙소 들어와서 확인하니 모기한테 헌혈 엄청 했더라. 나눔의 시간이었군.





10) 나중에 가보고 싶은 가맥집.





11) 이번에 갔던 1930 가맥. 9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했단다. 여기는 전통적인 가맥이라기보단 이름만 가맥인 인테리어 좋은 맛집 느낌이었다. 음식 맛있었음. 동태전이랑 술 먹었는데 굳굳. 기본 안주로 나오는 황태 껍데기 튀긴 거 짱 맛있었음.





12) 숙소 근처에 있던 복합상가. 전구 때문에 지나칠 때마다 시선강탈. 옥상 올라가봤는데 별 건 없고 바람이 시원하니 좋았다.





13) 밤에 들어와서 찍은 조용한 숙소의 모습. 이번 여행은 숙소가 열일했다.








14) 다음날 아침, 커피와 함께 어린왕자를 읽었다. 왜인지 어린왕자는 사놓으면 사라지는 책인지라 (자꾸 누굴 준다) 얼마 전에 또 포켓 사이즈로 구입했다. 귀여워서 산 거였는데 여행 중에 들고 다니기 편해서 길동무로 애용중이다.






15) 숙소 조식을 먹었지만 국물을 먹고 싶어서 콩나물 국밥집엘 갔다. 여태까지 전주에서 가본 콩나물 국밥집은 왱이, 삼백집, 현대옥 3군데다. 3군데 다 맛있으나, 내 취향에 가장 맞는 건 현대옥의 끓이는 식 콩나물 국밥이다.







16) 군산 들렀다가 인천으로 복귀했다. 주말 내내 하늘이 참 예뻤던 어느 여름날의 전주 힐링기 끗.









덧글

  • Tabipero 2018/09/26 22:30 # 답글

    전주는 매번 경유지로 거쳐만 가서 정작 전주에서 숙박해본 적은 없네요. 덕만재라...메모해 두겠습니다. 가격도 괜찮네요. 공주 밤빵도 한번 먹어볼게요 ㅠㅠ(자차운전하면 정안휴게소는 복닥거려서 가급적 피하는지라...)
  • enat 2018/10/02 20:05 #

    전주 한옥마을 외곽쪽에 괜찮은 숙소가 많더라고요! 방문 열어놓고 안뜰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거나 책읽거나 했는데 무지 힐링이 됐습니다 ㅋㅋㅋ 이제는 갈 수 없는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다만 한옥의 특성상 방음이 좋지 않은지라 옆방에 시끄러운 사람들이 묵기라도 하면 (...) 복불복인 것 같아요 ㅋㅋㅋ
    공주 밤빵은 소문을 좀 타서 그런지 체인점도 많이 생겼더라고요! 꼭 정안휴게소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보신다면 드셔보세요! ㅋㅋㅋ
  • 2018/09/27 18:2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enat 2018/10/02 20:10 #

    앗 기억합니당 ㅋㅋㅋ 짠내투어 베트남편 말씀해주셨던 분!! ㅋㅋㅋ
    제가 올린 포스팅으로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신다니 기쁩니댜... 스트레스 그렇게 심하게 받진 않아요! 저 이전 포스팅의 미술치료 받을 땐 좀 많이 우울했던 것 같은데 요샌 나아졌어요! 더 잘 추스려봐야죵!!
    응원 받은 만큼 더 많은 포스팅 올려볼게요~ 감사합니다 :)
  • 애기곰 2018/09/30 15:02 # 삭제 답글

    아~콩나물국밥 좋아라 하는데 enat님도 깨끗하게 비우셨군요 ㅎㅎ
    얼마전 프라하에서 먹은 베트남쌀국수가 생각납니다. 그날은 드레스덴을 당일치기로 다녀온 날이라서
    꽤 지쳐 있었는데 쌀국수 국물에 어찌나 힐링되던지 ~~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옳지만 유독 그럴 때가 있어요.
    맛있다!!고 입과 몸에서 반기는 것 이상의 영혼이 위로 받는 느낌! 그때 그 쌀국수가 그랬답니다 ~

    국물음식이 위에는 그리 좋지 않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어요^^
  • enat 2018/10/02 20:15 #

    국밥!! 무지 좋아합니다. 국물 있는 음식에 환장해요 ㅋㅋㅋ 증말 국물 많이 먹으면 위에는 별로 안좋다고들 하던데 그런건 뭐 신경 안쓰고 여튼 좋아합니다... 속이 풀리고 몸에 뜨끈뜨끈 열이 오르는 그 감각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ㅋㅋㅋ
    아~ 프라하의 쌀국수 ㅠㅠ 프라하에 쌀국수 열풍이 불면서 쌀국수 맛집이 많이 생겼다고 올해 1월경에 들은 것 같은데 정말 맛나게 드셨나보군요. 쌀국수... 쌀국수...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고 싶네요... 당장은 못가니 내일은 집근처 쌀국수 집이라도 가야겠어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jj

cc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