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2 17:00

타이베이 주말여행 (3) 단수이에서 먹은 것들 ├ 타이베이 주말여행 (2019)

1.

MRT를 타고 단수이에 도착했다. 베이터우에서 출발하니 금방이었다.

단수이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다들 나들이 나왔나보다.




웨이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진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아침만 해도 흐렸던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했다. 나는 마치 단수이에 뭐라도 가진 양,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걸으며 경치 좋고 볕 좋은 적당한 곳을 찾았다.

얼마 걷지 않아 적당한 나무 그늘을 발견했다. 나는 베이터우 온천에서 젖은 수영복을 꺼내어 볕 좋은 곳에 널어두고, 그 옆 나무 그늘에 철푸덕 주저앉아 바닷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냈다. 나른하고... 자고 싶은데? 바지를 입고 왔다면 그냥 누워서 잤을지도 모르겠다.





2.

웨이는 웨이답게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도착했다. 저 멀리 지하철 개찰구에서 나오는 웨이가 보였다. 옷차림은 무난했으나 엄청나게 튀는 형광 초록색 가방을 매고 있었다. 뭐야? 저 이상한 가방은. 근데 어째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체중 감량에 성공했냐고 물어보자 그럴 리가 없단다. 아닌데? 살 빠졌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게 웨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웨이 : 자! 이제 먹으러 가자!
나 : 벌써부터 먹는다고!?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점심이 지난 오후에 만난 거라 시간이 굉장히 애매했다. 점심 먹은 게 소화되지 않은 어정쩡한 시간. 적당히 차나 커피 한 잔 마시면 딱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웨이는 단수이에 왔을 때 먹어야 할 필수 음식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으윽, 정말 먹을 생각밖에 없잖아, 얘는.

웨이는 내 시원스럽지 못한 반응을 보곤, 타이완은 무언가를 많이 먹기 위해 여행오는 나라이지 않냐고 주장했다. 그리고 1일 체류당 1kg씩 살이 찌는 나라라는 부연 설명도 했다.

나 : 그럼 나는 이번에 이틀 머무니까 2kg이 찌는 거야?

웨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계산이 빠르다고 나를 칭찬했다. 그런 걸로 칭찬하지마!

웨이 : 그동안 왜 안 온거야? 그리고 이번엔 단 이틀? 너네 회사는 긴 휴가가 없는 거야?
나 : 긴 휴가가 있긴 한데, 음, 휴가가 길면 유럽처럼 먼 곳엘 가지. 타이완은 가까워서 왠지...
웨이 : 가까우면 자주 오지! 타이난에서 보기로 했으면서!
나 : 아휴, 바빴어. 엄청 바빴어!


'타이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내게 툴툴거리는 웨이.

나는 그를 달래는 통에 그에게 선두를 내주는 실수를 저질렀다.





3.

웨이를 앞장 세우는 게 아니었다. 웨이는 날 식도락의 길로 인도했다.

단수이는 해안가 길을 따라 작은 먹거리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꼭 월미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 먹거리 길에 접어들자, 여기저기서 시식권유와 호객의 소리가 들려왔다. 시식권유에 제일 적극적인 가게는 대왕 오징어 가게였다. 튀김 냄새가 참 좋구나. 나는 배부른 것도 잊고, 시식의 손길을 하나도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였다. 앞서가던 웨이는 내가 따라오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식코너에서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날 발견했다.

웨이 : 아까는 배부르다며!?
나 : 우걱우걱우걱? 우걱우걱. (시식 왜 안하고 가? 맛있는데)
웨이 : ...그래, 하나 사줄게.
나 : 우걱우걱! (그건 안돼!)


웨이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어 값을 지불하려 했고, 나는 입에서 오징어를 튀겨가며 내가 먹을 거니까 내가 내겠다고 하곤 돈을 꺼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내 돈은 받지 않고 웨이의 돈을 받았다.

나 : 뭐야! 왜 내 돈은 받질 않지?
가게 주인 : #$%^&*!! ^^(&**!!
나 : 뭐라는 거야!?
웨이 : 하하하! 돈은 잘생긴 사람이 내는 거라고 하네.


의기양양한 모습이 보기 싫다.

나 : 잘생긴 사람? 근데 왜 네가 내?

웨이는 조금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상처 받은 웨이의 대왕 오징어 튀김. 좀 짠 것 빼곤 맛있었다. 원래 오징어 잘 안 먹는데, 이건 또 입에 잘 들어가네.

나 : 이봐! 그럼 곁들일 음료는 내가 사겠어.
웨이 : 잘생긴 사람이 내는 거라니까.
나 : 그러니까 너 말고 내가 내야지.
웨이 : 아니, 내가 내야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또 웨이가 샀다. 이번엔 쥬스.

나 : 이거 쥬스 이름이 뭐야?
웨이 : 아이유.
나 : 응? 뭐라고?
웨이 : 아이유.
나 : 뭐 그런 이름의 쥬스가 있어? 가수잖아?
웨이 : 누구야? 그건?


웨이는 아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저런.

근데 쥬스 이름이 진짜 아이유인지, 다른 이름인데 내가 그렇게 들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대왕 오징어 튀김이랑 아이유 쥬스(?)를 적당한 벤치에 앉아 금방 해치워버렸다. 난 분명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엄청 들어간다... 이게 어떻게 된... 웨이는 사실 너 배고픈 게 아니냐고 되물었고 나는 절대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왕 오징어 튀김 가게 근처엔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아저씨가 열심히 땅콩을 대패로 갈아 아이스크림과 함께 랩에 싸주는 간식이었다. 고수도 슬쩍 넣어주시더라. 그걸 멍청히 바라보고 있자 웨이가 알았다는 듯 말했다.

웨이 : 다음 종목으로 저 땅콩 아이스크림은 어때?
나 : 좋아! 나 저거 한번도 안 먹어봤어!
웨이 : 고수 빼고?
나 : 고수 넣고.


웨이는 놀란 표정으로 내게 고수를 먹냐고 물어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수 정도는 먹는다 했고, 웨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날 바라봤다. 한국인들은 전부 고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단다. 케바케긴 하고, 아마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긴 하지만 나는 베트남 다녀온 이후론 먹는다고 알려줬다.

웨이 : 아시아권에서 한국인이랑 일본인들이 유독 고수를 싫어하더라고.
나 : 그런가? 뭐, 향이 독특한데다가 접할 일이 별로 없으니.
웨이 : 심지어 일본인들은 "나는 고수가 싫어요"를 티셔츠에 박아서 다닌다고.


농담이지!? 그치만 만약 그런 티셔츠가 있다면 선물로 사가고 싶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다들 고수를 못먹는다구.




내가 고수 땅콩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자 (이번에도 결국 웨이가 샀다) 웨이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내가 고수를 정말 먹는 건지, 그냥 해본 소리인 건지, 진심으로 궁금한 눈치였다. 그렇게 보니까 긴장되는군. 나는 보란 듯이 고수 땅콩 아이스크림을 크게 베어물었다.

나 : 냐암!
웨이 : 오오오!


맛... 맛있어!

땅콩 + 아이스크림의 달고 고소한 맛에 고수의 독특한 취가 섞여 맛을 돋구어주고 있어! 덕분에 단 맛이 질리지가 않아!




나 : 우걱우걱... 지대 맛있잖아!
웨이 : 우어어어... 고수를 먹는 한국인이다!


서로 다른 것에 감동한 웨이와 나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는 통에 웨이가 어디선가 고기롤 튀김을 사왔다. 옆에서 자꾸 음식을 조달해온다. 그만해. 이자식.

웨이 : 자, 다음은 이 고기롤 튀김이야.
나 : 또, 또 먹어? 나 진짜 배부른데.


하지만 웨이는 내가 꼭 먹어야만 한다고 했다. 나 먹으라고 일부러 매운 소스를 발랐기 때문이란다.

나 : 무슨 상관이야, 그냥 너 먹으면 되잖... 아, 너 매운 거 못 먹지.
웨이 : ...아니. 나 매운 거 먹어. 잘 먹어. 나는 강한 남자거든.
나 : 그래? 그럼 너 먹어. 나 배불러.
웨이 : ......


웨이는 매운 소스를 바른 고기롤을 한 입 먹었다. 나는 괜찮겠거니 하고 앞서가다가, 그가 따라오지 않아 뒤를 돌아봤다. 웨이는 울상이 된 얼굴로 식식거리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닭꼬치 핵폭탄 맛을 먹은 듯한 느낌으로...

나 : 너 괜찮아?
웨이 : 습... 괜찮... 헥헥...
나 : 아니 얼마나 맵길래? 이리 줘. 그냥 내가 먹을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매운 소스가 묻은 고기롤을 받아들고 먹어치웠다. 근데, 진짜 하나도 맵질 않았다. 나도 매운 걸 못 먹는 편인데, 이건 그냥 양념통닭 소스였다. 얘는 이걸 먹고 지금 저렇게 괴로워하는 거야?

나 : 야, 이게 뭐가 맵다는 거야?
웨이 : 헥헥... 무서운 여자... 습...


타이완인의 '맵다'는 정의는 우리나라보다 한참 아래인가...

가방에서 생수를 꺼내어 줬더니 원샷을 때려버리는 웨이였다.





4.

그렇잖아도 점심으로 스시를 먹어서 배부른데, 그거 소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걸어다니며 이 음식, 저 음식을 뱃속에 들이미니 배가 무진장 불렀다.

나 : 으아아! 배가 불러, 배가 엄청 부르다고!
웨이 : 아직 안돼. 네가 단수이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남아있거든.


웨이는 이 음식이야말로 단수이의 필수 음식이니까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먹였어야지! 다른 것들로 배가 가득찼다고!

웨이 : 너는 매운 것도 나보다 잘 먹는 강한 여자잖아! 그냥 뱃속에 집어넣어!
나 : 이게 바로 내가 그동안 타이완에 오지 못했던 이유야! 너랑 다니면 살이 찐다고!


티격태격하며 도착한 곳은 '문화 아게이'라는 가게였다.




문화 아게이 (No. 6-4號, Zhenli Street, Tamsui District, New Taipei)

단수이 먹거리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가게였다. 걸어서 5~10분 정도? 오르막길에 위치해있어서 약간 힘들었다.

웨이 : 뭘 이 정도의 오르막길로 힘들어하는 거야?
나 : 배가 불러서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나는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고, 웨이는 주문을 하러 갔다.

이런, 또 그가 계산을 하는군. 다음 번 결제는 반드시 내가 하고 말겠어.




이윽고 나온 음식.

나 : 이게 대체 뭐야?
웨이 : 단수이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야!
나 : 이름이 뭐라고?
웨이 : 아께. 아게이.


일본어 같은데... 게다가 유부 주머니? 일본 문화가 섞여있는 음식임이 틀림없다. 단수이는 항구니까, 아마도 일본 식민 시절에 생겨난 음식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웨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으나, 웨이는 일본 문화에 대해선 잘 모르는 듯 갸웃하다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길 했다.

나 : 이거, 한국에도 비슷한 거 있어. 일본이랑 가까운 부산이라는 항구도시에, 유부 주머니라고...
웨이 : 유... 부...?
나 : 뭐 그런 게 있어. 먹어보자.


아게이는 우리가 아는 그 당면 많은 유부 주머니에 소스를 부은 음식이었다. 소스는 토마토 미트볼 소스 느낌? 거기에 살짝 매운 뭔가를 섞은 것 같다. 알싸함이 있어서, 아까 그 양념치킨 맛도 맵다고 했던 웨이는 못 먹을 것 같았다. 과연 웨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또 씩씩거리고 있었다.

나 : 너한텐 맵지?
웨이 : 아주 조금 매운 맛으로 달라고 했는데, 너무 매워.


웨이는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나는 조금 짜긴 한데 맵진 않다는 대답으로 그를 배신했다. 웨이는 정말 강인한 여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더니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웨이 : 솔직히 나는... 아게이란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뭐야!? 갑자기 심경고백!?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웨이! 네가 이걸 먹으러 오자고 했잖아!
웨이 : 응... 왜냐면 단수이에 오는 사람은 이걸 꼭 먹거든...
나 : 나는 그런 거 안 챙겨 먹어도 돼! 내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기도 바빠!
웨이 : 안돼... 네가 단수이에 왔는데... 아게이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면 무시 당할거야...


누구한테 무시 당하는데!?

...결국 그 아게이도 내가 다 먹었다. 살려줘. 진짜 배가 터질 것 같다.





5.

언덕에 있던 문화 아게이에서 내려와, 보다 해변가에 가까운 단수이 라오제로 돌아왔다.




나 : 북적북적하네... 어? 웨이? 어디갔어?

단수이 라오제 거리엔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 (재)유행했던 무인 인형뽑기 가게들이 널려있었는데, 웨이는 그 중 한 점포에 들어가 인형뽑기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튀는 형광 초록색 가방을 매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 : 웨이, 뭐하는 거야?
웨이 : 잠깐... 이 각도는 될 각이야.


나는 그런 말을 하며 돈을 잃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에, 바보 같은 짓 하지 말고 그만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 타닥타닥 타다다닥!

웨이의 솜씨는 일반인의 솜씨가 아니었다! 밥만 먹고 인형뽑기만 한 것 같은 고수의 손놀림이었다! 나는 이런 게임엔 아예 젬병인지라, 어느새 기계에 달라붙어 웨이의 조작을 홀린 듯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관람시간은 짧았다. 웨이는 단 두 번의 조작 만에 쿠션 하나를 뽑았던 것이었다.

나 : 헐! 진짜!? 대박! 진짜 바로 뽑았네!?
웨이 : 흠흠. 이 정도는 기본이지.





웨이 왈, 자기는 하도 많이 뽑아서 이런 게 집에 많다며 내게 선물로 줬다. 줄려면 그냥 줄 것이지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참 웨이답다. 결국 이 쿠션은 내 침실 어딘가에 굴러다니게 되었다.

근데 색깔은 또 난해한 형광초록색... 가방 색깔도 그렇고 정말 형광색을 좋아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2019년 패션을 주름잡는 색이 형광색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웨이, 생각보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인 걸까...





6.

웨이 : 그러고보니 톄단은 먹어봤어?
나 : 그게 뭐야?


웨이는 손가락으로 어떤 가게를 가리켰다.




웨이 : 저거. 간장으로 졸인 알인데.
나 : 으윽, 아니.


웨이는 내가 꺼려하는 표정을 짓자 왜 그러냐고 했다. 나는 저 새카만 색의 몽글몽글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 알 같다고, 해치워야 할 것만 같다고 했다.

웨이 : 하지만 저 몬스터 에그(?)는 맛있다고.
나 : 몰라! 나 지금 배도 부르고. 별로 먹고 싶지 않아.
웨이 : 단수이에 온 이상, 너는 이걸 먹어야해.


강제로 선물받았다. 결국 또 먹었다.

맛은...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무지 질기고 딱딱했다. 나는 이가 좋지 않아서 딱딱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다. 그러나 웨이가 워낙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적당히 맛있는 척을 했다.

나 : 아하하... 맛있다...
웨이 : ...별로구나.
나 : 어!? 어떻게 알았어!?


왠지 시무룩한 웨이였다.





7.

나는 배가 무진장 부르다고 노래를 불렀고, 웨이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또 어딘가에서 음료를 하나 사들고 왔다.

그만, 그만!




나 : 이건 또 뭐야? 왜 자꾸 뭘 사오는 거야!?
웨이 : 이거 플럼쥬스. 무지 셔. 근데 이거 마시면 소화 잘 돼.
나 : 소화가 잘 된다고? 그럼 마실래.


나는 배부르다고 외치던 것도 잊고 플럼쥬스를 쪽쪽 빨아마셨다. 과연 엄청 시긴 했는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소화 안될 때 엄마가 담가준 매실 원액 마시는 그런 느낌?

나는 웨이에게도 소화에 도움이 되니까 너도 마시라고 권했으나, 웨이는 사실 자기는 플럼쥬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자식, 왜 자꾸 자기가 못 먹는 걸 사와가지고 나한테 먹이고 있는 거야!?

나 : 너는 매운 것도 못 먹고 신 것도 못 먹고, 왜 이렇게 못 먹는 게 많아!?
웨이 : 너는 잘 먹는 게 많아서 좋겠구나.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8.

나는 이제 한계라고, 더 이상 먹지 못한다고 했고, 웨이는 그럼 소화시킬 겸 자전거를 타고 근처 요새에 가자고 했다.

나 : 요새? 무슨 요새?
웨이 : 근처에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요새가 있어.


나는 단수이에 대해 잘 모르고 왔다. 단수이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도 있다는데 보지도 않았다. 그냥 웨이를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둔 지라 무슨 관광지가 있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딜 가든 상관 없었다.

나 : 그래? 그럼 한 번 가볼까?
웨이 : 자전거 대여업체가 여기 어디 있을 거야.
나 : 앗... 자전거는...


당시의 나는 아직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지금의 나라면 탈 수 있는데! 타이베이에 다녀온지 며칠 뒤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는데! 아이고 아까워라!

웨이 : 왜 그래?
나 : 웨이, 기억 안나?
웨이 : 뭐?
나 : 아타카마...
웨이 : 아.


5년 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웨이는 당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나 때문에 다니와 함께 생고생을 했었다. 오프로드 자전거를 타는데 나라는 짐짝을 뒤에 달고 달리는 바람에 죽음의 계곡에서 죽음을 맛볼 뻔 했었다. 웨이는 그로부터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냐고 날 타박했고, 나는 나대로 연습했는데 안되는 걸 어떡하냐고, 네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응수했다. (남미여행 아타카마 편 참고 http://enatubosi.egloos.com/1885374)

하여간 별 수 없다. 웨이는 자전거를 포기했다. 나는 혹시 그가 오토바이를 빌리자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으나, 그는 순순히 걸어가자고 했다. 고작해야 걸어서 15분 거리. 소화도 될 겸 걸어가면 좋을 거다.





단수이 홍마오청에서 계속!






덧글

  • 2019/06/22 22: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6/23 13: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존평씨 2019/06/22 22:23 # 답글

    웨이씨의 사육투어군요.

    마치 유목민이 풀밭에 양을 끌고다니는 것 같습니다. ^^;;;
  • enat 2019/06/23 13:16 #

    사육투엌ㅋㅋㅋㅋㅋㅋ
    유목민이 풀밭에..
    ...
    그런 평화로운 게 아니었어요. 엄청 전투적으로 먹었어요.
    마녀의 밥을 꾸역꾸역 받아먹는 헨젤처럼...
  • 붕숭아 2019/06/25 00:34 # 답글

    꺄 너무 좋아요 12월 기대돼요!!! 근데 J 비위가 너무 약해서 과연 먹방을 할수 있을진 모르겠네요ㅠㅠㅋㅋㅋ
  • enat 2019/06/27 23:53 #

    비위가 약하신 분이 계시다면... 취두부를 직접 드시지 않아도 취두부 파는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몇십미터 이상은 그 냄새가 스멀스멀 퍼지는지라 불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ㅠ 고수를 못드신다면 부야오 샹차이를 계속 외쳐주세요! ㅠㅠ
  • 붕숭아 2019/06/28 04:34 #

    오 저 고수 못먹어요! 부야오 샹차이 외워야겠습니다!!!
    취두부 진짜 걱정돼요...ㅠㅠㅠㅠ;
  • enat 2019/07/12 22:58 #

    최대한 취두부가 먼 곳으로 다니시며 소세지 튀김 과일쥬스 고구마볼 등등을 위주로 드세요! 부디 먹방에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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