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6 19:14

방콕 주말여행 (4) 크루아 압손, 짜뚜짝, 람부뜨리 거리 └ 방콕 주말여행 (2019)

1. 점심 식사

숙소로 돌아와, 재정비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요새는 여행 중간중간에 숙소에서 쉬질 않으면 몸이 많이 힘들다. 옛날엔 하루종일 열몇시간이고 내리 걸어다녀도 멀쩡했는데, 요새 그러면 허리가 가빠오고 어깨가 뭉쳐온다. 나름 체력 바보였는데, 왜 이렇게... 운동 부족이다... 운동을 하자!

간신히 자리에 앉아 밀린 여행기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운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다간 방콕 여행기를 영영 기록하지 못할 것 같으니 생각을 끊고 다시 방콕으로 돌아간다!

하여간 점심!

샤워를 하고 숙소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구글링으로 정한 음식점엘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가까워서 걸어가기로 했다.




방콕을 누비는 운동부족 enat.

복장은 작년 가을 다낭에서 샀던 무지 저렴한 나시티(반바지랑 한 세트라서 잘 입으면 점프수트처럼 보인다)인데, 동남아 기후에 최적화 된 옷이라 더운 여름 국내 여행이나 동남아 여행 갈 때 필수로 챙기는 옷이다.

그냥 그거 자랑하려고 사진 올림.




얼마 안가서 점심 먹을 음식점 도착!

식당 이름은 크루아 압손(Krua Apsorn, 169 Dinso Rd, บวรนิเวศ, Phra Nakhon, Bangkok 10200)이었다. 입구는 작아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홀도 꽤 넓고 손님도 많았다. 점심시간보다 살짝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이렇다니 정말 유명한 맛집이긴 한가보다. 나도 칭찬 일색인 구글평이랑 블로그 후기글을 보고 왔으니. 




자리에 앉자마자 맥주를 달라고 했다.

서빙을 받는 직원은 내 이야기를 듣곤 시계를 확인하더니 헐레벌떡 어딘가로 달려갔다. 뭐야? 서빙 받다말고 어딜 가는거야? 아리송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자 직원이 맥주병과 컵을 들고 달려와 건네줬다. 왜 그러냐고 묻자, 맥주는 2시부터 5시 사이엔 팔 수 없는데, 지금이 딱 2시길래 아슬아슬하게 맥주를 꺼내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엄청 친절하잖아... 팁 많이 줘야겠다. 나는 고마워하며 맥주를 받고, 주문을 마무리 했다.




사실 태국 맥주가 맛있는 건 잘 모르겠다. 그냥 싸니까 먹는다.

근데 여기 크루아 압손에서 먹은 맥주는 환상이었다. 술이란 놈은 기분을 타는 매우 주관적이고 유동적인 음식인지라, 아슬아슬하게 먹을 수 있게 되어 기쁜 탓이었을 게다. 게다가 곁들여 먹은 음식이 훌륭했으니, 더할 나위 없었을 거고. 

음식, 그래, 음식이 매우 훌륭했다.

사진 속 음식은 게살이 잘 발라진 뿌팟퐁 커리다. 가격이 꽤 비싸서 시킬까 말까 잠깐 고민했으나 후기글 반응으로 보아 왠지 이게 이곳의 시그니처 같은 느낌이라 시켜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킨 거였는데 안시켰으면 큰일날 뻔했다. 일기장에는 이렇게 써있다.

크루아 압손 뿌팟퐁 커리 → 와 미쳤다 존맛탱 이걸 어케 나 혼자 먹음 지대 맛있음!!!!!

쩝.

표현이 저렴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음이 강조되는 문장이다. 하여간 진짜 맛있었다. 밥 한 숟갈에 달달하고 고소한 양념과 게살을 살살 비벼서 한 입 넣었더니 입안에서 천국이 펼쳐졌다. 가족이나 친구들 얼굴이 스쳐지나가는 그런 맛이었다. 이걸 나 혼자 먹다니. 아까워라.




뿌팟퐁 커리만 시키기 아까워서 똠양꿍도 시켰다.

똠양꿍은 그 특유의 시큼함과 허브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지만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모든 뜨거운 국물을 사랑하며 똠양꿍도 예외에 속하진 않는다.  

똠양꿍의 얼큰시큼함과 뿌팟퐁 커리의 달콤고소함이 번갈아가며 혀를 덮쳐왔다. 얼달얼달 시고시고라니 이건 절대 멈출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수저를 움직였다.




적게 먹는 여자 둘 정도가 먹기에 괜찮을 양이었고 나는 적게 먹는 여자 하나에 불과했으나 그래도 최선을 다해 비웠다. 이걸 남기면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 땅을 치며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런 느낌으로 열심히 먹었다.

가격은 팁 합쳐서 대충 800바트 정도였던 것 같다... 왜 일기장에 가격을 안썼지? 대충 그 정도로 기억.

이제 이번 여행에서 태국 음식, 특히 뿌팟퐁 커리에 별 미련은 없다. 완벽하게 만족했다.





2. 짜뚜짝 주말시장

배가 부르니 좀 걷고 싶어졌다. 마침 주말이니 그 유명한 짜뚜짝 주말시장이란 곳엘 가봐야겠다. 크루아 압손에서 택시를 타고 (100바트 정도) 짜뚜짝 주말시장으로 이동했다.

짜뚜짝 주말시장(Chatuchak Weekend Market, Kamphaeng Phet 2 Rd, Chatuchak, Bangkok 10900)은 소위 말하는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혼돈의 재래시장으로, 부평 지하상가 뺨치는 복잡한 길과 매장을 자랑하는 곳이다. 방콕에서 규모가 제일 큰 시장이며, 주말에만 여는 점포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주말시장이라 칭한다.




안에 들어가서 한참을 누볐다. 볼만한 것도 많고, 쇼핑할 만한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았다.

조금 아쉬운 건 이미 꽉 찬 위장과 내 체력, 그리고 가방이었다. 배가 불러서 뭔가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았고, 옷을 입어보며 고르기엔 체력이 후달렸고, 물건을 구입한 뒤 짐을 넣을 배낭이 없어 손목과 팔뚝에 비닐을 걸고 다녔더니 팔이 저릿저릿했다. 여행자의 상태가 영 좋질 않군. 

아래로는 그 아쉬운 상태로 구입한 물품 목록.


- 과일쥬스 (20바트) : 목말라서 구입한 열대과일쥬스.

- 과일쥬스2 (20바트) : 목말라서 구입한 열대과일쥬스2.

- 가죽 손목시계 (60바트) : 시차 때문에 원래 차고 있던 시계의 시간을 바꾸기 귀찮아서 시계 하나 삼. 저렴한데 이뻤음.

- 점프수트 (100바트) : 퍼런 바탕에 요상한 무늬가 그려진 점프수트. 나중에 숙소가서 입어보니 옷은 이쁜데 배가 볼록 나와서 슬펐음. 엉엉.

- 수영복 (250바트) : 이번에 수영복 안가져왔는데 호텔에 수영장이 있다길래 삼. 수영복 고르려고 꽤 오래 돌아다니다가 야시시한 블랙 비키니로 고름.

- 선물용 야돔 (130바트) : 코가 뻥 뚫리는 야돔. 발음 잘못하면 오해삼.


생각보다 얼마 안샀다. 아마 내가 좀만 더 멀쩡한 상태로 짐 가방만 제대로 챙겨갔다면 아마 옷은 3벌 정도 더 사고 선물용 물품도 3품목 정도 더 사고 방에 장식할 전통 악기라던가 그림 그릴 노트 따위도 같이 샀을 거다. 노점 음식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몸이 좀 지치는 것 같아 시장 내에 있는 발마사지 샵을 들리려고 했는데, 돌아다니며 '나중에 저기 가야지!' 하고 찍어둔 샵을 찾질 못해서 (길이 무지 복잡하단 말이다!) 결국 못가고 말았다. 아쉬워라.

짜뚜짝 주말시장은 다음에 쇼핑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다시 가고 싶다. 아쉬운 게 많군.





3. 수영장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오기 전에 그랩 까는 걸 까먹어서 택시를 잡아 탔는데, 하도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네고하려는 택시들이 많아 애 좀 먹었다. 택시를 세 대 정도 보내고, 간신히 미터기 있는 택시를 골랐다. 차내에 틀어놓은 "허어~~~ 허어어~~~" 하는 음악이 인상적인 택시였다. 태국 전통가요인가? 뭔가 아리랑 같은 느낌이었음.

택시 : 어디?
나 : 왓 차나 송크란!


그랩도 없는데 숙소가 명소 앞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숙소 이름 말하고 근처에 뭐 있는지 알려주고 지도 보여주고 주소 읊어주고 어쩌구 저쩌구 할 뻔 했다. 방콕 어디에 있든 송크란 사원만 부르면 숙소까지 갈 수 있단 건 크나큰 메리트다.




숙소에 돌아왔더니 이미 어둑해진 뒤였다.

저녁에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체크인 할 때 들었던 '호텔 옥상의 수영장'이 떠올랐다. 루프탑 수영장이라니 완전 땡큐하다! 그것 때문에 짜뚜짝에서 제법 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수영복을 골랐는데, 물놀이 좀 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 물에서 노는 건 생각보다 빨리 허기가 지니까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다.

수영복을 입고, 쉽게 벗을 수 있는 원피스를 겹쳐입었다. 좋아, 완벽한 상태야. 이제 화장만 예쁘장하게 하면 되겠다. 나는 제법 공을 들여 메이크업을 한 뒤, 셀카를 한참 찍다가 위로 올라갔다.




옥상 수영장 도착!

아무도 없었다. 혼자 수영 즐길 걸 상상하고 히죽거리며 풀까지 갔다. 이 호텔, 이 가격에 수영장까지 있다니 자선사업하냐! 아침에 충동적으로 바꾼 숙소지만 정말 좋은 것 같다. 이런 곳을 고른 나 자신을 치하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

어 그런데 수영장의 상태가...?

이 빗물 저장소 같은 웅덩이는 대체 뭐지...?

나는 분명 다른 곳에 제대로 된 수영장이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이게 다였다. 이 작디 작은 웅덩이가 바로 이 호텔이 자랑하는 루프탑 수영장이었다. 물이라도 깨끗하면 몰라, 장구벌레가 살 것만 같은 탁한 물색이었다.

짜뚜짝에서 한참 동안 수영복을 고심하며 고르고 숙소로 돌아와 화장까지 새로 해서 나온 나는 대체...

나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이 가격에 루프탑까지 바란 내가 잘못이란 생각을 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안녕, 새로 산 깜장 비키니 수영복아. 그렇잖아도 집에 수영복 많은데 너 괜히 샀구나. 흑흑.





4. 저녁 식사

물웅덩이 수영장에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리고, 주변 음식점을 좀 검색하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마음을 추스리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 하늘은 아까보다 훨씬 더 어두워져 있었다. 야외 홀 위로는 전구에 불이 켜졌고 무대에선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 호텔의 야외 홀 분위기는 진짜 좋단 말이지. 수영장과는 다르게 말야.

분위기와 음악 소리에 취해 그냥 저녁을 여기서 먹을까 하다가, 아까 방에서 찾아봤던 음식점이 아까워서 거길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아까 낮의 '크루아 압손'처럼 블로그 후기가 많은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이제 막 시작된 방콕의 밤거리.

방콕의 밤거리하면 떠오르는 곳은 당연히 카오산 로드지만, 사실 나는 거기서 한 블럭 위인 람부뜨리 거리를 주로 다녔다. 람부뜨리 거리는 카오산 로드에 비해서 조금 덜 요란하며, 조금 더 아기자기한 느낌의 거리다. (대충 10년 전 홍대 앞 거리와 뒤쪽 상수동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분위기가 닮았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의 갭이 닮았다는 거다. 그나저나 잘 아는 밤거리가 10년 전 홍대라는 것으로 나이를 인증해땅...)




람부뜨리 거리에 위치한 우텅(Au thong, 78 Ramburi Taladyod Pranakron, Bangkok)이 오늘 저녁을 책임져 줄 음식점이다.

이 식당은 한국인들이 엄청 찾는 곳이라 아예 간판도 한국어라 한다. 위치는 람부뜨리 거리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좀 어둑하다. 북적북적하고 반짝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히죽거리며 다니다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캄캄해지고 조용해져서 조금 흥이 깨졌다.

잠깐 고민했다. 그냥 밖으로 다시 나가서 다른 음식점엘 갈까? 아무리 후기글이 많다고 해도 여기는 조금...

근데 그 사이에 웨이터가 나를 봤다. 웨이터는 어서 오라며 문을 열었다.

어... 다시 돌아서기도 좀 그렇고... 그냥 가볼까.




첫인상은 나름 앤틱하고 신비로웠다. 조명과 소품이 특이했다.




홀에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한 테이블 있었는데 내가 오자마자 계산을 하고 나갔다. 그래서 나뿐이었다.

혼자 자리에 앉아 주변을 좀 둘러봤다. 테이블과 바닥의 상태가 영 깨끗하질 않다. 청소를 잘 안하나? 게다가 아까부터 이 침침하고 어둑한 조명이란... 뭔가 SF 영화에서 외계인 침공을 받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황폐해진 미래 지구를 떠돌던 주인공이 자주가는 지하의 펍 같은 느낌이었다. 계속 앉아있었더니 이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나는 심오한 SF보다는 발랄한 코미디 여행물을 찍고 싶은데. 역시 나갈까?

근데 또 그 사이에 웨이터가 메뉴를 가져다줬다. 메뉴는 한국어였고,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음... 그래 뭐 자리까지 앉았는 걸. 조금이라도 먹고 가야겠다.

가볍게 먹기 위해 팟타이와 솜땀을 시켰다.




팟타이(100바트)와 솜땀(80바트).

팟타이 면의 식감은 무난했으나, 양념이 너무 달았다. 면을 제외한 다른 재료는 프랩해놓은지 오래된 건지 수분이 많이 날라가거나 숨이 죽어있었다. 솜땀은 무채 김치 같은 음식이었는데, 메인이 그냥 그렇다보니 곁들인 솜땀도 그냥 그랬다.

젓가락으로 대충 휘적거리며 먹다가 계산하고 나왔다. 분명 직감이 제공한 '돌아설 수 있는 2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쳤군. 앞으로는 후기글보다도 내 직감을 더 믿어줘야겠다.





5. 마트 구경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주변에 있던 중형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에서 물건을 보고 쇼오핑을 하면 다시 발랄한 코미디 여행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람부뜨리 거리에서 카오산 로드와 반대방향으로 조금만 가다보면 마트가 나온다. 이름은 땅화쌩 백화점 수퍼마켓 (172-182 Chakrabongse Rd, Talat Yot, Phra Nakhon, Bangkok 10200).

입구는 동네 편의점 정도로 작아보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형급 마트 정도의 규모다.




마트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을거리, 주전부리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사탕이나 과자 등을 사서 잔뜩 쟁여두면 주변 사람들에게 가벼운 선물로 뿌리기 좋다. 나는 요런 거 살 때 수를 세지 않고 대강 넉넉하게 사기 때문에 주변에 돌리고도 많이 남는 편인데, 남은 것들을 집에 쌓아두고 하나씩 야금야금 먹는 재미가 있다.

이번엔 여기서 산 사탕이 주변 사람들에게 꽤 호평이었다. 알사탕과 솜사탕 사이의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식감에, 말린 과일이 잘게 박혀있는 느낌의 캔디였는데, 가격은 한 봉지에 몇 백원밖에 하지 않았지만 무지 맛있...었다고 한다. 나는 맛보질 못했다. 워낙 인기가 좋아 다들 한 봉지만 더 달라는 통에 이번엔 남질 않았다. 쩝. 




식료품 코너도 돌아봤다. 태국 요리에 더 익숙해지면 마트에서 재료 사서 요리해먹는 것도 재밌겠다.

요건 애기 옥수수랑 애기 당근.




먹을거리 다음으로 재밌는 쇼핑은 당연히 화장품류.

샴푸를 좀 살까 하고 봤는데 너무 동양적 아로마틱한 제품들이 많아서 관뒀다. 인삼 제품 라인도 있길래 신기해서 찍음. 현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건지, 여행 온 서양인들이 주로 사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 다려나?





6. 마사지 샵

마트 돌면서 이것저것 사고 나니까 다리가 아파왔다. 그러고보니 여긴 태국, 타이 마사지의 본고장인데 마사지를 어찌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마트 맞은편의 동네 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가게 이름은 판타스틱 마사지(165 Chakrabongse Rd, Talat Yot, Phra Nakhon, Bangkok 10200)다.

많은 동네 마사지 샵이 그러하듯, 여기도 마사지만 하는 게 아니라 헤어 살롱도 겸하고 있다. 1층은 살롱, 2층은 마사지 샵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야외에는 닥터 피쉬 어항이 있어서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지난 번 하노이에서 받았던 닥터 피쉬 마사지를 떠올리며 부들부들하다가, 직원의 보챔을 받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마사지 가격은 전신 마사지 1시간에 250바트. 250바트면 1만원 정도니까, 한국에 비해선 무지 저렴한 거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방이 나오고, 5개 정도의 매트가 있다. 누워있으면 배정된 직원이 들어와 뭐라뭐라 쏼라거리며 커텐을 치고, 유튜브 앱으로 평온한 음악을 찾아 틀어준다. 처음엔 그 어설픔에 잘못 찾아온 걸까 생각하며 조용히 웃었는데, 마사지가 시작되자 직원의 기술과 손맛, 정성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뭐야, 쩔잖아...

왜 태국이 마사지의 본고장인지 깨닫게 해준, 여행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사지였다. 직원은 내가 준 팁의 금액에 놀라워하며 꺅꺅거리곤, 다른 직원들에게 자랑을 하며 사라졌다. 저렇게 좋아하니 뭔가 팁을 준 보람이 있군. 그 마사지는 내가 준 팁 이상의 값어치를 했다. 정말 훌륭한 마사지 숍이야. 





7. 거리의 음식

마사지를 받아 가벼워진 몸으로 람부뜨리 거리를 산책했다.  





동남아에 많이 가보질 못해 비교할 대상이 적긴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다녀왔던 곳들과 비교했을 때 람부뜨리 거리는 베트남의 호이안과 닮아있었다. 그보다는 덜 서정적이고 덜 화려하지만, 색색의 조명과 느긋한 분위기가 어쩐지 호이안과 비슷했다. 

누구랑 같이 왔다면 자리잡고 맥주 한 잔씩 할 텐데. 늘 혼자 다니면서 늘 아쉬워하는 고독한 여행자 enat이당.




고독한 여행자는 당을 채우기 위해 코코넛 아이스크림(50바트)을 사먹었다.

코코넛을 파낸 껍데기에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시럽과 토핑을 올려주는데, 이게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디게 맛있었다. 특히 껍데기 안쪽 부분, 일부러 덜 파낸 가장자리의 코코넛을 긁어내어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을 수 있었는데, 이게 또 별미였다.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며 걷다가 발견한 튀김가게. 고소한 기름 냄새가 사방에 풍겼다. 고독한 여행자의 야식은 역시 튀김이지.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어야겠다. 50바트어치 샀다.

튀김? 튀김엔 역시 맥주지. 여전히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격이 싸서 좋은 태국 맥주도 샀다. 맥주는 39바트.




튀김집 맞은편에서 팔고 있던 스티키 망고(50바트)도 구입했다.

처음엔 왜 밥과 과일을 같이 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웃으며 반장난에 구입한 거긴 한데, 먹으면 먹을수록 엄청 매력적인 음식이더라. 달다구리하고 끈적끈적한 디저트 쌀과 상큼하고 달큰한 망고의 만남이란. 한국에서 먹는 그 쌀이랑 다른 쌀인데, 망고랑 무지 궁합이 좋다. 태국가서 다시 먹고 싶은 음식 1순위다.




한손엔 튀김, 다른 한손엔 스티키 망고, 겨드랑이엔 맥주.

야식 3종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야외 홀에선 아직도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었다. 모처럼 라이브 음악이 나오는 호텔에서 묵고 있는데, 공연을 보면서 먹어도 괜찮겠지?

근데 야외 홀을 주로 차지하고 있던 자들은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호텔 1층의 식당 손님들이었다. 식당에서 뭔가를 사먹어야지만 여기 앉을 수 있는 건가? 나는 홀 안쪽에 있는 리셉션에 가서 "나 여기 호텔 묵는데, 여기 자리 앉아도 돼? 아니면 식당에서 뭐 사먹어야 돼?"라고 물었고, 호텔 직원은 당연히 앉아도 된다고 자리를 안내해줬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테이블에 음식을 깔고 음악을 감상하는 고독한 여행자 enat.

사실 중간중간 식당 직원들이 눈치를 주거나 메뉴를 보여주려고 하거나 했는데, 리셉션 직원이 주시하며 "이 분은 여기 숙박객이야! 메뉴 안 줘도 돼!"라고 계속 말해주는 통에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리셉션 언니. 체크아웃 할 때 팁 드릴게요.

라이브 음악 속 야식과 함께 방콕의 밤도 내 칼로리도 깊어만 갔다.




다음편에서 계속!







덧글

  • 앞서나가는 꼬마눈사람 2019/10/17 02:11 # 답글

    야근하고 피곤한데 잠이안와서
    들와봤는데 잠깐이나마 몰입해서
    여행하니 꿀잠잘것같아요ㅎㅎ
    망고맘마 만들어먹어봐야 겠네효~
  • enat 2019/10/17 12:30 #

    망고맘마! 저는 쌀이 한국에서 나는 거랑은 아예 다른 건 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찹쌀이라네요!

    스티키 망고 : 달고 짠 코코넛밀크를 부은 찹쌀밥에 망고를 곁들여 내는 음식

    코코넛 밀크 + 망고 +찹쌀밥이라는데 도전해보실법 하네용! 후기 알려주세요 저도 배워서 해먹을래용 ㅋㅋㅋ

    오늘은 야근하지 않으시길 바라며 힘내세용!
  • 라비안로즈 2019/10/17 09:28 # 답글

    태국은 맥주못파는 시간이 있군요.
    태국 여행기 보면서 신랑과 가자가자가자 하고 있습니다 ㅎㅎ
  • enat 2019/10/17 12:31 #

    아아앗 제가 여행 뽐뿌를 넣어드리고 있었다니 부랴부랴 포스팅 해야겠군요 ㅋㅋㅋ 방콕 여행 중에 제일 재밌던 건 요리교실이었는데 그것도 얼른 포스팅 할게요!
  • 가녀린 펭귄알 2019/10/17 22:06 # 답글

    오랜만에글이올라와서 어찌나 방갑든지요ㅋ방콕 7월에 다녀왔눈데 마사지받으러 다시가고싶어져요 ㅜ스티키망고도 슙ㅜㅜㅜㅜ전요리교실은 못해서 아쉬웠눈디 포스팅빤낭올려주세요^^고고고ㅋㅋㅋ
  • enat 2019/11/15 02:27 #

    지금 몸살나서 방콕 마사지가 절실하네요 ㅋㅋㅋ 새벽에 배도 허하니 방콕에서 먹은 닭튀김이랑 스티키망고를 라이브 음악 들으며 먹고픈 이 기분...! 요리교실 포스팅 한다는 걸 아직도 못하고 있었네요. 이... 이번 달이 가기 전에 끝내보겠ㅅ..습닏...다!
  • 존평씨 2019/10/18 19:45 # 답글

    제 경험상 체력이 달리는 건 운동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슬퍼서 뒷말을 이을 수가 없~우어어엉! ㅠㅠㅠㅠㅠㅠ
  • enat 2019/11/15 02:28 #

    아아아아 아아아 아아 뭐 십의 자리가 바뀌어서 그렇다던가 그런 이야기 아니죵? 하하하 운동 부족 맞는데 하하하~~
  • 좀좀이 2019/10/19 04:44 # 삭제 답글

    아슬아슬하게 술 판매 시간에 세이프하셨군요! 횡재한 기분이셨겠어요 ㅋㅋ
  • enat 2019/11/15 02:29 #

    술 파는 시간이 정해진 줄도 몰랐는데 아슬아슬하게 걸려서 다행이었어요! 아슬아슬하게 못 먹었다면 쪼끔 맥빠졌을 것 같아요!
  • 우레 2019/10/19 17:44 # 삭제 답글

    간만에 방콕 람부뜨리 이야기를 보고 거리 사진을 보니 가슴이 뛰는군요.
  • enat 2019/11/15 02:31 #

    방콕에 좋은 추억이 많으시군용 ㅎㅎ 내년은 동남아 위주로 다녀볼까 하는데 아마 방콕을 거쳐서 태국의 다른 도시를 가보지 않을까 싶어용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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