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6 15:55

하동 차밭 도심다원 ├ 남부지방


8월 쯤이었나, 푸른 차밭을 보러 하동엘 갔다.

내 인생에 하동은 어렸을 때 아빠 손잡고 화개장터 갔던 게 다다. 그 생소한 하동이란 동네에 멋진 녹차밭이 있다고 한다. 녹차밭은 보성이랑 제주밖에 모르는뎅. 궁금했다. 궁금하면? 가봐야지. 운전수를 꼬셔서 하동으로 달려갔다.






하동, 특히 화개면에는 다양한 규모의 다원이 있다. 섬진강변에서 가까운 도로 쪽은 대부분 대형 카페 + 포토존 소규모 차밭으로 꾸며 운영하는 것 같았다. 보다 큰 규모의 차밭을 보고 싶다면 섬진강변에서 좁은 길 따라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내가 고른 곳은 천년 차나무가 있다는 도심 다원이었다. 여기서 더 올라가나? 차로 이 경사로를 올라간다고? 위로 더 갈 수 있다고?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좁은 오르막길 따라 쭉 올라야 도착할 수 있다. 운전수에게 감사한다. 뚜벅이인 나 혼자서는 못 왔을 것이다.






주차장 앞쪽의 새로 지은 듯한 카페에선 차를 팔고 있다. 구경하기 전에 차를 마시기로 했다. 피크닉 바구니 대여료를 따로 내고 차밭으로 나가서 먹을 수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이 날 날씨가 습해서 걍 안에서 먹었다.

카페에선 우전, 세작, 잭살을 팔고 있으며, 다기 사용 vs Take out(아이스) 중에 고를 수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다기를 사용해봐야지.

다기에 우릴 찻잎은 우전과 세작 중 고르면 된다. 잭살차는 세트 메뉴로 딸려 나온다.









녹차 다기를 주문하면 요로케 차 우릴 차관과 이쁘장한 찻잔이 나온다.

곡우 이전에 딴 어린 찻잎을 우전이라 하는데 떫은 맛이 거의 없고 순하다고 한다. 세작은 곡우 이후 찻잎인데 우전보다는 맛이 강하고 살짝 떫다고 한다. 나는 우전을, 운전수는 세작을 골랐다.

설명에 따르면 내 차가 좀 더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운전수가 마시던 세작이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주문이 바뀐 거 아냐? 내가 차믈리에도 아니고 극명한 차이가 난다고 하기엔 또 확신이 없어서 걍 갸웃갸웃하며 마셨다.






같이 나온 잭살과 녹차 과자.

잭살은 이쪽 동네 방언인데, 찻잎을 비벼 햇빛에 발효시킨 일종의 홍차라고 한다. 감기에 좋다길래 열심히 마셨다. 감기 기운은 없지만 왠지 이 시국엔 이런 걸 열심히 마셔줘야 할 것 같아서...






차를 다 마시고 나선 다원 구경을 했다.

타이밍이 좋았던 건지 이 멋진 다원을 오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감사, 무지 감사!






도심 다원 최고 명당. 차밭 가운데의 정자. 뷰도 끝내준다. 지리산 첩첩산중.

딴 얘기지만 몽골 게르에서 시간 때우던 정자랑 비슷하게 생겨서 자꾸 그 때 생각이 났음. 언제 또 가보려나. 그러고 보니 아빠가 자꾸 몽골 얘기 하시는데 코로나 끝나면 모시고 가야지.









정자에서 올려다 본 차밭.






저 다니기 힘들어 보이는 차밭에서 찻잎을 일일이 어케 따나? 찻잎 수확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다.







차밭 + 정자라니 최고의 조합. 도심 다원에서 저 정자를 짓기로 한 건 증말 신의 한 수다.

삭막한 도시인의 마음이 치유되는 풍경.  






다른 각도에서 한 장 더. 자연 암반 위에 지은 거구낭.










가지런히 나열된 차밭을 보면 마음이 챡 가라앉으며 차분해짐. 이거 보러 여기까지 내려온 보람이 있다. 운전수도 장거리 운전한 보람이 있다고 함.

휴 다행.









차밭 꼭대기엔 밤나무가 있다. 밤나무엔 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성격 급한 녀석들은 벌써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쓰레빠 신고 있어서 밟지 않도록 조심조심 피해갔다.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트랩이다.










도심 다원이 특별한 이유는 국내 최고령 차나무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최고차나무, 천년차나무 등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현재는 경상남도 기념물이다.

2010년대 겨울에 냉해를 입어서 거의 죽다시피 했는데, 밑동에서 어린 나무가 돋아 어찌어찌 그 명맥을 이어간다고 했다. 생명력 대단.







차밭 꼭대기에서 본 풍경.

오기는 험난하나 원래 험한 동네 풍경이 멋지다. 섬진강변의 여러 대형 카페들도 멋지지만 요런 다원에선 보다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 추천 도장 찍고 간다. 팡팡.






끗!






덧글

  • Tabipero 2021/09/27 15:42 # 답글

    와우! 거리뷰를 보니까 엄청난 경사네요 ㅋㅋ 저는 제가 끌고다니는 형국이지만 enat님 글을 보면 운전사를 부리는것같아보여서...ㅋㅋ 운전기사분이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멀리 놀러다닐 수 있을때 많이 다니세요 ㅎㅎ
  • enat 2021/10/02 21:23 #

    아앗... 네 ㅋㅋㅋ 제가 운전을 못해서 마구 부리는 중입니다. 다행히 운전사는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는 편인데 서칭 능력은 떨어져서 보통 제가 갈곳을 찾고 그쪽은 운전만 합니당. 히히. 이제 백신도 다 맞았으니 더 많이 다닐라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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