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0 21:25

동인천 카페 : 히스토리 먹부림


9월의 어느 날씨 맑은 날, 아마 백신 휴가 때문에 널럴했던 평일이었을 거다. 할 일은 없고 날씨는 좋아 멍 때리며 동인천을 산책하다가 카페 히스토리란 곳엘 갔다.

카페 위치는 동인천 홍예문 옆 계단 중턱.









홍예문 계단 중턱의 카페 입구.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놨다. 일본식 가옥(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로 쓰고 있다고 했다.

수 년 간 여길 그렇게 많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지나쳤었는데, 이 날은 어쩐 일로 호기심이 생겨서 들어가봤다. 그날 따라 새파랬던 하늘과 대비된 노란색 화분이 눈길을 끈 덕분이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 계단을 따라 2층 카페로 갈 수 있다. 바닥엔 낙엽과 작은 돌들이 깔려있고 벽에는 담쟁이가 엉금엉금 자라고 있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불 들어온 정원등을 보며 생각했다. 겨울에 눈 한창 쌓였을 때 와도 진짜 예쁘겠다 하고.






2층에 오르면 카페 내부로 통하는 나무 현관이 나온다. 옆으론 1층 지붕이 보여서 다락방으로 가는 느낌도 든다.

아담한 화분과 한가로운 소년상이 지붕과 잘 어울렸다.






카페 내부.

넓지는 않다. 테이블은 4개 정도. 지붕이 낮은 편이라 아늑하다. 호빗 카페에 온 기분이야.






평일 낮, 손님은 나 뿐.

덕분에 좌석을 고를 수 있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나뉘어 비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시켰다. 아메리카노를 시킬까 하다가 쉑쉑아메라는게 있어서 그걸 시켰다. 사장님께 쉑쉑아메가 뭐냐고 하자 아메리카노와 얼음을 쉑쉑 섞은거라고 했다.

...샤케라또잖아. 여튼 귀여워서 시켰다.

커피를 쪽쪽 빨며 시간을 때웠다. 자그맣고 담박한 공간도 예쁘기 그지 없었지만 사장님의 음악 선곡 또한 대단했다. LP판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세월 탄 팝송들... 오랜 박자에 맞춰 흔들리는 투명한 나뭇잎 그림자... 햇빛이 이토록 반짝이는 것이었던가 새삼 느끼는.

그런 자리였다.

감성 한가득 건져옴.






그렇게 혼자 턱 괴고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기울었을 즈음 카페를 나섰다.

요새 커피값은 공간대여비라고들 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이 날 공간을 정말 알차게 대여하고 나온 거다. 쉑쉑 커피 쪽쪽 빨며.






일기장에 '나는 일케 행복을 잘 찾는데 혼자만 누리니까 좀 아깝당~ 누구한테든지 나눠주고 싶당~' 이라고 쓸 정도로 좋은 시간을 보낸 카페였다.

다만 홍예문이라는 인천의 몇 안되는 명소/명물 근처의 좌석 적은 카페라서 주말에 사람 많을 때 가면 요런 느낌을 받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람 없는 평일 낮이라면 추천 또 추천한당.

겨울에 눈 오면 또 가야지.





덧글

  • 타누키 2021/10/21 14:53 # 답글

    주택카페 예쁘네요~ ㅜㅜ
  • enat 2021/10/24 22:28 #

    동인천엔 주택 개조한 은근 예쁜 카페들이 많아서 죠아용~~
  • 좀좀이 2021/10/24 06:20 # 삭제 답글

    카페 너무 예뻐요! 입구부터 엄청 들어가보고 싶게 생겼어요. 비밀스러운 행복한 공간이 숨어 있다고 대놓고 광고하는 모습인데요? ㅋㅋ 좌석 사진 보니 저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겠어요. 단편 소설 한 편 그 자리에서 바로 쭉 써버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눈 올 때 가면 그때는 그때대로 또 엄청나게 몽환적인 분위기이겠는데요? 나중에 시간 내서 꼭 가보고 싶어요. 사진 보고 눈호강하고 가요 ㅎㅎ
  • enat 2021/10/24 22:34 #

    오! 제가 저 날 카페에서 받았던 느낌을 엄청 고급진 언어로 표현해주셨는데 그게 또 정확해서 ㅠ 혹시 같이 가셨었나요 왤케 공감되죠 ㅋㅋㅋ
    나중에 동인천 오실 일 있으시다면 '온센 텐동 본점' 혹은 '메콩사롱', '신포시장' 등과 함께 들려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동인천은 코스 짜서 둘러보기 좋은 아기자기한 동네거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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