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30 06:28

영종도 (3) 어시장 2층의 홍게라면 1인분 ├ 중부지방




호텔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저녁이다. 배가 고프다. 옷 대충 껴입고 밖으로 나왔다.





구읍뱃터 선착장 근처 상가거리를 기웃기웃거리다가, 어시장 2층에서 홍게라면을 판다는 간판을 보고 홀린 듯 그쪽으로 갔다.

홍게... 라면... 맛잇는 것과 맛있는 것의 만남... 이건 지나칠 수 없지... 헤헤.





근데 홍게라면은 2인분 부터다. 이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나는 8가지 조개와 해물이라는 기다란 이름을 가진 식당 입구에서 슬픈 얼굴로 메뉴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가게 이모님이 그런 나를 보곤 얼른 밖으로 나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나는 처량한 눈빛으로 홍게라면을 먹으려고 왔는데 2인분 이상이라 그냥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1인분 해주겠다며 들어오라는 거였다. 지금 손님이 그렇게 많지도 않으니 끓여주겠단다. 어라? 그러믄 고맙구요 헤헤...





창가 자리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더니 홍게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라면님이 나왔다.

홍게 라면 1인분, 1만원.

나름 히든 메뉴다. 홀이 한적함 +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관상의 손님 + 이모님의 너그러움이 동시 발생해야 얻을 수 있음.






처음에 봤을 땐 이게 무슨 국물 홍수인가 싶었는데 국물 한 모금 마셨더니 간 딱 맞고 게맛 살살 나고 내 혀도 살살 녹는다...

라면에 홍게 다릿살이랑 김치 올려서 동시에 호로록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홍게라면을 처음에 발명한 사람은 누굴까? 대체 누가 라면에다가 홍게를 넣어서 끓이기로 시작한 걸까? 누군지는 몰라도 상 줘야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게딱지를 열심히 뜯고 있었더니, 가게 이모님께서 어느새 다가와 흐뭇한 얼굴로 아가씨가 잘 멍네^.^ 나두 그르케 머거 마니머겅 ^.^ 하고 토닥이고 가셨다.

어...

내가 잘 멍나부다!

격려에 고무되어 다 해치우고 나왔다. 냠냠.




차덕분에서 계속!



덧글

  • blue snow 2021/11/30 06:47 # 답글

    ㅋㅋㅋㅋㅋ1인분도 흔쾌히 끓여주신 이모님도 넘 좋으시고 맛있게 잘 드신 enat님도 넘넘 귀여우세요!!
  • enat 2021/12/04 12:56 #

    이모님께 넘 감사하드라구요 ㅠㅜ 저는 우악스럽게 게를 뜯어서 국물과 함께 호로록 먹은 일밖에 하지 않았지만 귀엽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좀좀이 2021/11/30 11:53 # 삭제 답글

    처량한 눈빛에 1인분 끓여주신 이모님 덕분에 엄청 기분 좋으셨겠어요. 1인분인데도 홍게 한 마리 다 들어가있다니 놀라워요. 홍게라면이 홍게가 비좁은 욕조에 낑겨들어가 온수욕 즐기고 있는 거 같아요. 라면보다 홍게가 더 많겠어요 ㅋㅋ 홍게라면 1인분은 나름 히든메뉴가 아니라 enat님만의 필살기 아닌가요? 저건 2인분보다 홍게향과 맛 훨씬 더 진했겠어요. 단순 히든 메뉴가 아니라 비밀의 별미였겠는데요?^^
  • enat 2021/12/04 12:59 #

    엄청 감사하게 냠냠했어요. 저도 1인분이라 게 반마리가 들어있겠디 했는데 한마리 다 넣어주셔서 감동... 좀좀이님의 온수욕이란 표현에 또 감동... ㅋㅋㅋ 시뻘건 국물에서 온수욕 즐긴 게를 행벅하게 해체작업하며 아그작아그작 씹어먹었답니당!
    제 필살기... 제 불쌍하고 처량해보이는 모습이 또 저를 도왔군요... ㅋㅋㅋㅋ 호구안 가져서 귀찮은 일도 많지만 또 도움받는 일도 많으니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생각함미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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